우병우가 무서운 검찰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17 09:33:13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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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죽지 않겠다” 검 수뇌부 엮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검찰은 특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보강수사를 해놓고 오히려 범죄사실을 3분의 1로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 수뇌부의 부적절한 통화, 청와대 특별감찰반 독직폭행 등 굵직한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사실상 우 전 수석에게 면죄부를 줬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다. 검찰서 아마 수사를 잘할 거다. 안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달 3일 특검 수사가 끝난 뒤 기자단 오찬서 한 말이다. 특검은 수사 막바지인 2월19일, 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특별감찰관 직무방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당시 “범죄 사실의 소명 정도나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 기각
부실한 혐의들

특검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은 이른바 ‘우병우 라인’과 관련 없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근수)를 중심으로 ‘우병우 전담 수사팀’을 꾸려 우 전 수석 관련 혐의를 조사했다. 세월호 참사 때 검찰의 해경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과 관련해 당시 광주지검장과 광주지검 형사2부장을 지낸 변찬우 변호사와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달 6일 우 전 수석을 불러 조사한 검찰은 9일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및 국회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그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12일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우 전 수석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거쳐 이날 오전 0시14분쯤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혐의내용에 관해 범죄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특검이 다 지은 밥 ‘홀딱 태웠다’
‘놓쳤나 놔줬나’ 혹시 했는데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검찰의 창이 결국 우 전 수석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영장이 또 기각되자 검찰의 부실수사를 질타하는 여론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검찰이 뚫지 못한 게 아니라 안 뚫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특검의 영장보다 범죄사실을 3분의 1로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보강수사를 해놓고 영장 내용은 오히려 줄여 ‘조직적인 봐주기’를 했다고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다. 검찰이 청구한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의 분량은 20쪽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앞서 특검이 청구했다가 법원이 기각한 영장의 절반 수준이다.

특검의 영장이 40쪽에 달하는 것은 국정 농단과 관련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의 영장은 이런 부분이 상당부분 생략된 것으로 전해진다. 범죄 사실도 특검 때보다 상당히 줄었다고 한다.


보강수사 했나
범죄 1/3로 줄여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공무원 인사 개입 의혹서 외교부 부분을 빼는 등 특검 영장의 범죄사실 가운데 3개 정도를 뺀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의 분량이 구속 여부를 가르는 데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지만, 그만큼 우 전 수석 처벌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특히 범죄사실 분량을 대폭 축소하면서 구체적인 이름 등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서 특검법상 제약으로 수사하지 못한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도 넣지 않았다. 지난 2014년 6월 우 전 수석이 세월호 구조에 실패한 해경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전산서버 압수수색을 방해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은 결과적으로 해경 상황실 전산서버를 압수수색했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안 된다고 판단해 영장에선 빼버렸다.
 

검찰은 특검서 기초수사를 마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특검서 특검법상 한계로 수사하지 못한 ▲가족회사 ‘정강’ 관련 탈세·횡령 ▲변호사시절 수임료 등 개인비리 부분도 검찰의 영장서 빠졌다.

이 때문에 이번 검찰의 영장 청구가 요식행위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충분히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의 칼날은 왜 매번 우 전 수석 앞에만 가면 휘어질까. 그 이유는 여전히 우 전 수석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서다.

우 전 수석은 수사선상에 오른 지난해 7월부터 10월 사이까지 김수남(58·16기) 검찰총장, 안태근(51·20기) 법무부 검찰국장 등과 1000차례 이상 통화한 사실이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검팀이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안 국장은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지난해 8월25∼28일께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것을 포함,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1000여차례 집중적으로 통화했다. 안 국장은 많을 때는 하루 수십 차례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찍이 수사무마 의혹을 받았다. 검찰에선 김 총장과 안 국장 등 검찰 수뇌부와 우 전 수석의 잦은 통화가 업무상 통화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만약 우 전 수석이 “수사관련 논의를 했다”고 진술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검찰 수뇌부가 줄줄이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끈 떨어졌는데
왜 쩔쩔매나


또 다른 이유는 우 전 수석이 검찰 수뇌부에 ‘혼자 죽지 않겠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 내부와 법조계에선 “우 전 수석이 현직 검찰 수뇌부랑 잘 아는 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찾아가서 변론을 맡아달라며 ‘나는 그냥 안 간다’고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또 법조계 관계자는 “우 전 수석 쪽에서 검찰 수뇌부에게 ‘혼자서는 죽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초기엔 수사를 제대로 하는 듯 하더니 그 소문이 나오고 난 뒤부터 검찰수사가 흐지부지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 조직이 살기 위해서는 법무부장관이건 검찰총장이건 가차 없이 구속해온 게 검찰의 속성이지만 우 전 수석을 잡으려하다가는 지금의 검찰 수뇌부와 검찰조직이 같이 죽게 생겼기 때문에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검찰 내부사정을 잘 아는 법조인들의 평가다.

‘우병우 사단’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검찰수뇌부는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이던 시절 그대로다. 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됐지만 검찰이나 법무부 조직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서 우병우 사단 1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말만 만날 혁신 타령
“스스로 기회 놓쳤다”


박 의원이 공개한 우병우 사단은 김주현 대검차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전현준 대구지검장, 유상범 창원지검장, 김기동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이동렬 서울중앙지검 3차장,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등이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주요보직 부장들도 우병우 사단으로 불리고 있어 이번 수사는 ‘우병우 사단에 의한 우병우 봐주기 수사’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검찰 내부와 정치권에선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의정부지검 임은정 검사는 검찰 게시판에 ‘국정농단의 조력자인 우리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영장 기각은 검찰이 자초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뇌부에 원죄가 있기 때문에 (영장 기각에 대해) 수뇌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검찰 수뇌부를 겨냥했다.

정치권서도 검찰의 부실수사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법원의 결정도 아쉽지만, 이번 일은 애초 우려한대로 검찰의 부실한 수사에서 초래됐다고 본다”며 “우리는 이번 구속영장 기각이 검찰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번 일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검찰이 부실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며 "책임지고 김수남 검찰총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법원서 영장을 기각한 것은 법원의 판단이고 검찰이 수사를 잘못한 것”이라며 “수사를 잘했으면 영장이 기각될 리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우병우 사단’
여전히 건재

반면 검찰은 우 전 수석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이 평가가 나오는데 검찰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사가 부실했다고 생각 안 한다”고 답했다. 이어 “영장이 기각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건 법원 판단이고, 저희는 최선을 다했다. 그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개혁 공수처 신설이 답?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검찰개혁 여론이 더욱 탄력을 받는 기류다. 지난해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그의 입김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이 제대로 초동대처를 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검찰개혁안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다. 행정부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 비리만 전담해 수사하는 별도의 수사기관을 창설함으로써 그동안 청와대 등 권력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준 검찰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공수처 관련 법안을 보면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수뢰, 직권남용, 직무 관련 횡령·배임 등이 수사 대상이다.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유한다. 우리 형사소송법 체계의 근간으로 여겨져 온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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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