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와신상담’ 김경준의 반격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04 08:49:16
  • 호수 1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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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면 MB도 위험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BBK' 김경준씨가 세상 밖에 나왔다. 복역 8년 만에 출소했다. 향후 그의 입에서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폭로전이 시작될 조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이어 이 전 대통령에게까지 폭탄이 떨어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김경준씨가 최근 만기 출소했다. 법무부는 미국 국적인 김씨를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지난달 29일 강제 추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 연루 의혹을 밝힐 핵심인물로 주목받고 있는 김씨는 출소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적폐청산은 이뤄져야 하고, 여기에는 MB 정부도 포함된다. 일주일 이내에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적폐청산…
진실 밝힐 것” 

이어 “내가 이미 한국서 추가로 소송을 제기해서 이긴 것도 많다. 누구나 BBK와 관련해서는 마치 내가 잘못한 것같이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한나라당이 잘못한 것이다. 이권자는 박근혜정부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07년 대선 직전 자신의 한국 송환을 둘러싼 기획 입국 의혹과 이후 검찰 수사결과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그것으로 이명박정부가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의뢰인 정보를 공개한 변호인을 상대로 낸 소송서 일부 승소했고 이른바 ‘BBK 가짜편지사건과 관련한 민사 소송서도 일부 승소한 바 있다.

공항 출국장을 나서면서 ‘BBK 사건에 MB가 관련된 결정적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지금 상태서 얘기하긴 그렇지만 진실을 밝히겠다고만 답했다.


김씨는 지난 달 28일, 천안교도소서 출소했다. 김씨는 코스닥 상장기업인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조작해 319억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 등으로 20095월 대법원에서 징역 8년과 벌금 100억원이 확정됐다. 

BBK 주가조작 복역 8년 만에 출소
벌금 100억원없어서 500일 노역

201511월 징역형 복역을 마쳤지만 벌금 100억원을 내지 못해 일당 2000만원씩 500일 동안 노역장에 유치돼있었다. 법무부는 출소한 김씨를 청주외국인보호소로 옮겨 강제퇴거 심사를 했다. 출입국관리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외국인은 국외로 강제퇴거될 수 있어 미국 국적인 김씨는 강제퇴거 대상이다.

김씨는 심사에서 “29일에 자진 출국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밝힐 핵심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김씨를 특별면회한 뒤 취재진에 김씨가 이 전 대통령의 주가조작 사실을 유죄로 판단할 여러 근거가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의 첫마디가 정권이 교체돼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였다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이 전 대통령도 주가조작 유죄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정권교체 후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해달라는 요구도 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출소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향후 김씨의 폭로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만기 출소 미국행
이명박 떨고 있나

BBK 주가조작 사건은 2006년 대선 때 터졌다. 당시 주가조작 사건 자체보다 이 전 대통령이 개입되었는지 여부가 더 큰 논란이었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이 BBK의 실제 소유주이며 자신도 주가조작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자신도 김씨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입장이 갈렸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특검은 김씨를 기소하고 이 전 대통령을 무혐의 처분했으나 주가조작에 이용된 자금의 실소유주 논란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김씨는 1999BBK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해 투자자문회사의 등록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김씨가 3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오면서 기업 투자자문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 30억원의 출처가 아직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 BBK는 국내 중견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다스의 190억원을 비롯, 삼성생명서 100억원, 심텍서 50억원 등 총 6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다.

한편 김씨는 20002월, 이 전 대통령과 함께 LKe뱅크라는 사이버 종합금융회사를 설립했다. 이 전 대통령과 김씨가 각각 30억원씩 투자하고, 둘이서 공동대표를 맡았다.

당시 김씨는 BBK를 운영하는 중이었는데, LKe뱅크를 소개하는 책자에는 ‘LKe뱅크는 이뱅크 증권 중개주식회사, BBK와 자매회사라고 소개했다. LKe뱅크는 BBK가 운용하던 MAF펀드에 1250만달러 (150억원)을 투자하는 등 BBK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20013월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김씨가 LKe뱅크에 투자한 30억원이 BBK의 회사자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에게 각종 위·변조 펀드운용보고서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 때문에 BBK의 등록이 취소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일로 김씨를 신뢰할 수 없게 됐고, 그해 418일에 이미 LKe뱅크 대표직을 사임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BBK 등록 취소 하루 전, 뉴비전벤처캐피탈을 인수해 옵셔널벤처코리아로 개명하고, 자신이 대표로 취임해 투자자문업을 계속했다. 이때 김씨는 옵셔널벤처스가 해외투자를 유치할 것이라는 소문을 냄으로써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했다. 이를 통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으며, 옵셔널벤처스의 자금 384억원을 횡령해 위조여권을 이용, 미국으로 도주했다.

그런데 당시 언급된 해외투자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적을 둔 MAF펀드였다. MAF펀드의 주주는 LKe뱅크였고, 이 전 대통령은 LKe뱅크의 공동대표였다. 이 전 대통령이 MAF펀드를 통해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04년 자신이 LKe뱅크에 투자한 30억원을 손해봤다며 김씨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과 관여했다는 주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 주장했다. 그 내용은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며 다스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도 이명박의 차명재산이라는 것이었다.

사업 관여 증거
나왔지만 덮어


더불어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도 그해 6월 국회 대정부질문서 이 전 대통령의 주가조작 연루설을 추가로 제기했다.

윤증현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은 자체 조사 결과 이 후보의 주가조작 혐의가 없다고 밝혔지만 박 전 대통령 측과 야당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주요 투자자는 물론이고 많은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5200여명의 소액투자자들이 도합 수백억원 정도의 피해를 봤으며, 자살한 사람들도 많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직까지 BBK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으며, 핵심 쟁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다스와 BBK의 실소유주의 문제다. 이 전 대통령은 BBK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이 실제 소유주라고 주장했다.

2000년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스스로 인터뷰서 자신이 BBK(옵셔널 벤처스)를 창업했다고 말한 것이 주요 언론 등에 보도됐다.

20001017일 광운대학교에서 열린 특강서 이 전 대통령은 제가 인터넷금융회사를 설립중이고, 이를 위해 금년(2000) 1월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 사이버금융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며칠 전 정부서 인터넷증권회사 예비허가가 났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2007년 대선 직전 공개되기도 했다.

조만간 추가 폭로 예고
BBK 사건 전말 드러날까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이 실제 소유주였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증거로 이면계약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20076월 이 전 대통령이 BBK의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BBK 정관을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서류들이 위조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최재경)는 수사를 통해 이면계약서 작성 시점이 원본 종이의 재질과 글꼴 분석, 도장 사용 경위를 종합한 결과 계약서에 적힌 날짜보다 12년 뒤라는 문서감정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이 전 대통령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도 입장이 서로 갈린다. 2007년에는 이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동명의로 돼있는 MAF펀드의 홍보 브로슈어가 공개되면서 개입 여부에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이명박이 김백준을 설득해 LKe뱅크 자본금을 MAF펀드에 가입시킨 것 뿐이고 “MAF펀드는 김경준이 단독으로 운용했으며, 이명박은 전혀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가 옵셔널벤처스의 횡령금을 빼돌릴 때 송금을 담당했던 담당자는 원래 이 전 대통령의 비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이 담당자는 이 전 대통령의 비서로 다시 복귀한다.

BBK 사건 당시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과 이 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구설이 오르기도 했다. 에리카 김은 1974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 UCLA 법학대학원을 나와 27세에 변호사 자격증을 땄으며 동생인 김씨를 이 전 대통령에게 소개한 장본인이다. LKe뱅크는의 L은 이 전 대통령을 뜻하고, K는 김씨, e는 에리카 김을 각각 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리카 김과 MB
관계도 드러나나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과 에리카 김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염문설은 사실이 아니다며 에리카 김과의 소문을 일축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요즘 뭐하나MB 근황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여러 대권주자들을 만나는 데 여념이 없다. 지난달 30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오후 이 전 대통령은 대치동 사무실에 방문한 유 의원에게 정치행보에 대한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월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만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측근을 통해 차기 정권, 내 손으로 창출한다며 차기 대권주자의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달 23일에는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두고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와 제2연평해전 전사자, 연평도 폭격 희생자 묘역을 참배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 46용사 묘역서 만난 고 장진선 중사의 유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참배에 앞서 현충탑 방명록에 말로 하는 애국이 아니라 목숨 바쳐 애국하신 여러분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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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