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져 올린’ 세월호 가라앉은 의혹들

떠오른 ‘검은 역사’ 묻혀 있는 수수께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승객 304명과 함께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았던 세월호가 떠올랐다. 세월호는 참사 1073일 만인 지난달 23일,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후 인양작업을 시작한 지 83시간 만인 25일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16일 참사 발생 후 약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는 바닷물에 갈리고 깨진 상처가 가득한 상태였다. 세월호가 성공적으로 인양되면서 미수습자 수색과 진상 규명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국민의 가슴에 큰 상흔을 남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반드시 해소돼야 할 의혹을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검은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사 당일 ‘전원 구조’ 보도가 오보로 드러나면서 언론의 민낯이 공개됐다. 정부의 부실한 대처와 무능한 후속 조치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부채감을 안고 있다. 바다 속에서 스러져간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 승객들, 이들을 위해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간 민간 잠수사들과 의인들을 잊지 못하는 이유다. 상황을 줄곧 지켜본 국민들은 ‘세월호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참사 이후 햇수로 3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진상은 수많은 억측과 의혹을 자아냈다. 억측과 의혹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3년 만 수면 위로
진짜 침몰 원인은?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째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온 ‘리멤버0416 인천지부’ 회원들은 “배가 올라왔으니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나를 비롯한 국민 모두에게는 ‘진실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들 역시 세월호 참사의 확실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에는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김창준 변호사(더불어민주당),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구원 명예교수·이동곤 조선해양플랜트협회 기술협의회 의원(자유한국당), 김철승 목포해양대 국제해사수송과학부 교수(국민의당), 장범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바른정당) 등 5명을 각각 선체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이들은 유가족 측이 추천한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 권영빈 변호사, 해양 선박 관련 민간업체 직원으로 알려진 이동권씨와 함께 최장 10개월간 활동한다.

위원장을 맡은 김창준 변호사는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에 우선을 두고 업무를 처리하겠다”며 “모든 국민이 만족할 수는 없으나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의 이후 진도 팽목항으로 이동, 미수습자 가족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미수습자 수습과 함께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은 세월호 사고원인을 두고 제기된 숱한 논란을 해소하는 일이다. 정부와 수사기관이 세월호 사고원인을 공식 발표했지만 당시에는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은 상태라 국민들의 의혹 제기에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참사 1073일 만에 모습 드러내
미수습자 수색·선체조사 속도

앞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사고원인으로 ▲화물 과적, 고박 불량 ▲무리한 선체 증축 ▲조타수의 운전 미숙을 꼽았다. 세월호에 최대 적재량의 2배가 넘는 화물을 제대로 결박하지 않은 채 실어 선체 복원성이 약해졌고, 조타수가 우현으로 15도 이상 급하게 방향을 바꾼 게 문제였다고 발표했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재판서 “배가 기운 직후 조타실로 가 보니 타각지시기가 우현 쪽 15도 정도를 가리켰고, 배가 급격히 기운 것으로 봤을 때 조타수가 타를 돌릴 때 우현 쪽으로 15도 이상 돌린 것 같다”고 증언한 바 있다.


세월호에는 규정보다 많은 화물이 실려 있었고,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는 규정보다 적은 상황이었다. 세월호는 국내 취항 전 선실을 증축하면서 화물을 당초 설계보다 적게 싣고 운항해야 했다.
 

세월호 선박 검사를 담당한 한국선급은 화물량(2437톤→987톤)과 여객(88톤→83톤)을 줄이는 조건으로 운항을 허가했다. 또 평형수를 1023톤에서 2030톤으로 늘려야 복원성이 유지된다고 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후 검·경의 공식 발표가 법원서 일부 뒤집히면서 사고 원인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2015년 11월 대법원은 선장 이씨 등 세월호 승무원 14명의 상고심서 “조타 미숙을 단정할 수 없다”며 조타수 조모씨의 업무상 과실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조타기(선박의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 오작동 등 기계결함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를 보면 의혹은 더욱 증폭된다. 반잠수선에 실린 세월호 선체는 방향타가 오른쪽으로 올라가 있다.

임남균 목포해양대학교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방향타가 오른쪽으로 올라가 있는 것은 중력과 거스르는 방향”이라며 “조타기의 고장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에는 방향타가 중앙이나 좌현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다시 하늘을 보고 올라간 상황이 됐다”며 “어떤 알 수 없는 외력에 의해서 위로 올라갔거나 가라앉을 때 조류가 지속적으로 한 방향으로 흘러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방향타의 기울기를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세월호 선미 부분의 방향타는 오른쪽으로 5∼1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조타실의 타각지시기 기록이 일치할 경우에는 오른쪽 변침과 복원력 미달을 원인으로 지목한 공식 발표가 확인된다.

일각에선 방향타가 5도 정도 꺾인 상태면 급변침까지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추가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사 발생 3주기가 다가왔지만 사고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자 수많은 ‘설’이 나왔다.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주장한 외부 충격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제기한 고의 침몰설, 핵폐기물을 싣고 가다가 폭발해 침몰했다는 폭발설도 있었다. 암초 충돌설, 폭침설 등도 사고 초기부터 언급된 의혹이었다.

외부 충격설
고의 침몰설

바른정당은 세월호 사고원인을 두고 나온 다양한 설에 대해 “무책임한 괴담의 유포로 세월호 침몰 사건이 우리 사회 적폐 청산의 계기가 되지 못한 채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만을 유발시킨 바 있다”며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 사회는 잠수함 충돌, 고의 침몰 등 각종 근거 없는 세월호 괴담에 신음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세월호 참사 원인을 두고 다양한 설이 난무하는 것은 정부가 명확한 진상 규명을 미뤄왔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정확한 진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경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 간 의견 차가 있는 철근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세월호 특조위가 활동기간 중 내놓은 첫 진상규명 보고서 ‘세월호 도입 후 침몰까지 모든 항해시 화물량 및 무게에 관한 조사의 건’에 따르면 세월호에는 최대 적재량인 987톤보다 1228톤이 많은 2215톤이 적재됐다. 특히 세월호에 실려 있던 철근은 당초 검·경의 수사기록에 기재된 286톤보다 124톤 많은 410톤이었다.

세월호 특조위는 세월호에 적재된 철근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사용될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방부는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업체 간에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관련 사안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화물 과적이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철근의 실체와 출처, 용도 등이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철근 출처 용도
전수조사 필요해

기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세월호가 참사 당일 인천항을 떠난 이유가 철근의 실체와 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금까지는 민간업체의 무리한 과적과 탐욕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400톤 철근 의혹이 사실이라면 민간업체의 욕심을 넘어서 정부기관의 무리한 요구로 과적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선체 내부 조사가 이뤄지면 철근을 비롯, 화물 적재와 관련한 인과관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인양 과정을 둘러싼 의혹도 해명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지난달 18일 시험인양 결과에 따라 본인양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상악화로 한차례 연기한 후 지난달 22일 오전 10시 시험 인양이 시작됐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시험 인양에 성공하고 본인양이 결정됐다.
 

소조기가 끝나기 전 인양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은 시간과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 열려있는 선미램프를 잘라내는 등 위기 순간도 있었지만 25일 오전 4시10분 반잠수선에 세월호 선체를 앉히는 데 성공했다.

같은 날 오후 9시15분 세월호가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인양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세월호 선체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왜 3년이나 걸렸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공교롭게 박 전 대통령이 인양 시기가 파면된 때와 맞아떨어져 정부가 고의로 인양 작업을 지연시킨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침몰 원인부터 숨은 책임자까지
베일에 싸인 의문들 밝혀질까

세월호는 참사 발생 이틀 만인 4월18일 완전히 침몰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선체 인양이 결정되기까지 1년이 걸렸다. 그 전까지 정부는 유가족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실종자 수색에 집중했다. 이후 찬반 논란 끝에 2015년 인양이 결정됐다. 이 과정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사람만 또 다칩니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고 말해 호된 비난을 받았다.

이후 인양업체 입찰 공고를 거쳐 중국 상하이샐비지가 선정됐다. 네덜란드 스미트와 스비처, 미국 타이탄 등 세계 선박 인양업계 빅3가 아닌 중국 상하이샐비지를 선택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연영진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상하이샐비지가 인양에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했다”며 “계약조건도 원만하게 합의돼 인양업체를 확정지었다”고 밝혔다.

상하이샐비지는 인양 방식을 중간에 한차례 바꿔 기술력 논란에 시달렸다. 당초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내부 탱크에 공기를 넣고 외부에 에어백 등을 설치해 부력을 확보, 해상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플로팅 도크에 싣는 방식으로 인양을 추진했다.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자 상하이샐비지 측은 지난해 11월 텐덤 리프팅 방식으로 바꿨다. 크레인 대신 선체 아래 설치된 리프팅 빔을 끌어 올려 반잠수식 선박에 얹는 방식이다.

텐덤 리프팅 방식은 국내외 인양 전문가들이 처음부터 제기한 것으로, 이 방식을 이용했다면 인양 시점을 더욱 앞당길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의 지연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인양 시기 등과 관련한 의혹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세월호 인양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지금 다른 요소나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의혹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은 속 시원히 밝혀진 바가 없다. 국회 청문회, 검찰, 특검, 심지어 헌재에서도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헌재의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서 “박 전 대통령은 관저 집무실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가안보실과 정무수석실로부터 지속적으로 보고받고, 해경청장에게 인명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시간동안 박 전 대통령이 보톡스 등 미용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큰 만큼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전면 재조사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 관계자들의 행적도 전부 공개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특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찰 간부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의혹 확인에 나섰다.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한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으로부터 세월호 수사 관련 진술서를 받았다.

우 전 수석은 해경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윤 차장검사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청문회서 2014년 6월5일 검찰 수사팀이 해경 압수수색을 시도하던 날 윤 차장검사와 통화했다고 증언했지만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민 10명 중 6명
책임자 처벌이 우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선체조사위의 활동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이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62.9%로 나타났다. 책임자 처벌보다는 재발방지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2.6%였다.

국민들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보다 책임자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의 숨은 책임자까지 밝혀내야 진정한 의미의 진상 규명”이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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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