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신기루의 세계’ 김성호

환영으로 세계를 재편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작가 김성호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신작 ‘미라주(Mirage)’와 함께 돌아왔다. 김성호는 2014년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테이블랜드(Tableland)’를 개최했다. 당시 그의 전시는 책으로 구현해낸 공간의 뛰어난 조형성과 필력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3년 만에 갤러리현대로 돌아온 작가는 이전보다 새로워진 작품으로 관객들 앞에 나선다.

지난달 8일부터 갤러리현대 두가헌갤러리서 진행 중인 작가 김성호의 개인전 ‘Mirage(미라주)’는 풍성한 색채와 강렬한 붓질로 구축한 신기루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김성호는 기존에 선보였던 ‘볼륨타워(Volume Tower)’와 ‘테이블랜드(Tableland)’ 연작서 뛰어난 조형성과 회화력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한정적인 세계 이해 방식을 책과 장난감이라는 소재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해왔다. 신작 10여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는 기존의 은유적인 작업방식의 연장 선상서 시작된다.

기존구조 해체

김성호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구조를 책으로, 인간은 작은 장난감으로 표현했다. 또 진리·신념·종교 등은 의미를 잃은 표지판으로 그렸다. 책이나 장난감, 표지판은 세계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요소로서 상징성을 가진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들을 각각의 이야기나 구체적인 의미로 규정하지 않고 무작위로 배치했다. 단순히 세계를 재현한 게 아니라 기존의 구조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의도를 드러냈다.

재현과 클로즈업, 반복성은 김성호의 작품에 드러나는 대표적인 조형 언어다. 재현은 실재를 모방하고, 클로즈업은 실재의 크기를 왜곡한다. 두 가지 요소는 현실과 다른 망상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편집증적 비현실의 세계를 낳는다. 과거·현재·미래를 뒤섞은 반복성은 위와 아래, 안과 밖이 혼재한 정신분열증의 세계를 생산한다.


은유적 작업 연장
새로운 질서 구성

이번 신작서 도드라지는 특징은 사물들 틈에서 우후죽순으로 자라나는 것처럼 표현된 식물의 형상이다. 이는 작가의 은유적인 접근서 비롯된다. 작가는 사회 구조와 인간에 이어 자연이라는 또 하나의 구성요소를 통제 가능한 영역의 정원으로 묘사한다.
 

이 과정서 자연이 가진 사실적 공포를 빼앗고 동시에 의식적으로 강조된 붓질을 이용, 식물 하나하나가 가진 개별적 특징을 연하게 만든다. 작가의 방식으로 생성된 식물의 형상은 왜곡·반복되고 곳곳에 배치된 사물들과 한 데 뒤섞여 기존의 세계와 동떨어진 환영의 세계로 재탄생한다. 즉, 하나의 신기루(Mirage)가 만들어진다.

미라주 시리즈는 모호하고 몽롱하다. 신기루의 정의는 ‘대기 속에서 빛의 굴절 현상에 의해 공중이나 땅 위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또 ‘홀연히 나타나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되다가 사라지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일이나 현상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김성호의 작품은 이 같은 신기루의 특성이 도처에서 나타난다. 개체와 개체, 개체와 배경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뒤섞인 식물 군집체들의 형상, LED조명을 설치하는 조형 방식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구조→책, 인간→장난감
재현·클로즈업·반복성

김성호는 그간 재현이라는 정교한 환영의 기술을 통해 책들을 초현실적 풍경으로 쌓아 올린 회화 작품에 천착해왔다. 나아가 LED 전구와 거울의 반영 효과를 도모한 조각 설치작품들을 통해 책이 함유하는 의미의 확장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스멀스멀 자라나는 식물의 이미지로 환영의 위장막을 만들어 책을 뒤덮는 신기루 시리즈에 몰두하고 있다.
 


김성호는 이 환영의 세계를 “푸코가 말하는 헤테로피아적 공간, 즉 세계와 나를 단절하고 일정한 거리를 이루면서 그 안에서 자족적으로 만들어내는 질서의 공간과 닮아 있다”고 명명했다.

분열증의 세계

다시 말해 작가는 기존의 세계를 부수고 그 위에 다른 질서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구조들이 가진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을 신작 미라주 연작을 통해 모색하고자 했다. 그렇기에 그는 이번 전시를 “회화의 환영성을 통해 세계를 재편하는 작업”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전시는 4월1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성호는?]

▲1980 출생

▲학력
대구대학교 회화과 졸업(2007)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2010)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박사과정(2010~)

▲개인전
‘Mirage’ 갤러리현대 두가헌, 서울(2017)
‘Mirage’ 박수근미술관, 양구(2017)
‘테이블토피아’ 조명박물관, 양주(2015)
‘테이블랜드’ 갤러리현대, 서울(2014)
‘볼륨 타워_디코드-인코드’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2013)
‘김성호의 볼륨 타워’ 대구대학교 중앙박물관, 경산(2012)
‘김성호 개인전’ 박여숙화랑, 제주(2011)
‘볼륨 타워’ 갤러리현대, 서울(2010)
‘볼륨 타워’ 갤러리현대 윈도우갤러리, 서울(2009)
‘미役事力士술’ 공산갤러리, 대구(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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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