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 꼬시는 이상한 형사들 ‘내막’

수사관이 돌연 “취하하시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KC대 입시부정 의혹 사건이 뜻밖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KC대는 축구단 창단과정서 제기된 입시 부정과 축구단원 성적 특혜 의혹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일요시사> 지령 1102호 참조) 학내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사건은 결국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절차대로 진행되던 사건은 막바지에 이르러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비틀렸다. 수사에 제동을 건 사람은 공교롭게도 사건 담당수사관이었다.

KC대학교(이하 KC대) 신학부 A교수는 지난해 12월 전 이사장, 현 총장 직무대행, 축구부 단장, 면접위원이었던 교수 두 사람 등 총 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고발인 A교수는 피고발인 5명이 학교 축구부를 창단·운영하는 과정서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이 입시부정 의혹을 검증하는 과정서 증거를 인멸하고 범행을 부인했다며 처벌을 요구했다. 검찰에 접수된 사건은 지난 1월 서울 강서경찰서 경제1팀 B경사에게 배당됐다.

강서경찰서로 이첩

A교수는 1월 초 강서경찰서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이어 입학관리과와 교무과 관계자, 학교법인 전직 이사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가 진행됐다. 피고발인 몇몇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잘 흘러가던 수사에 이상기류가 포착된 건 지난 12일부터다.

B경사는 12일 오후 A교수에게 “교수님 내일이나 모레(13∼14일) 오전에 잠깐 서에 오실 수 있나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교수는 화요일 오전에 들르겠다고 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A교수는 B경사가 추가조사 문제로 자신을 부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14일 오전 10시40분경 강서경찰서를 찾은 A교수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 피고발인 5명에게 걸려 있는 고발을 취하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A교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 몹시 당황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B경사는 “피고발인 중 한 명의 배임수재 혐의를 인지했다”며 “고발을 취하해주면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싶다”는 이유를 댔다. 수사 마감이 임박한 시점에 나온 담당수사관의 요구에 A교수는 일단 대답을 미뤘다.

대학 입시부정 의혹 관련해 고발
한창 수사하다 갑자기 취하 요구

변호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한 A교수는 같은 날 오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B경사의 요청을 거절했다. B경사는 “알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로 수긍 의사를 밝힌 것처럼 보였다. A교수는 상황이 일단락됐다고 여겼지만 그날 오후 10시경 B경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B경사는 A교수와 약 8분간 통화하면서 “고발을 취하하면 좋은데 왜 (취하)해주지 않느냐”며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경찰서 형사와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B경사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형사는 “수사관은 고발인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며 “(B경사가) 큰일 날 일을 한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형사는 “고소·고발 사건과 인지 사건의 경우 인사고과에서 점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며 “그렇다 해도 담당수사관이 고발인에게 전화까지 걸어 고발취하를 요청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B경사가 인지했다고 주장한 축구부 단장의 배임수재 혐의가 고발장에 이미 기재돼있다는 점이다. B경사가 언급한 배임수재 혐의는 축구부 단장과 감독 사이에 자동차가 오갔다는 내용의 의혹으로 보인다.


A교수는 이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고발하지 않는다고 고발장에 언급한 바 있다. B경사는 고발장에 이미 제기된 내용을 가지고 축구부 단장의 혐의를 인지했으니 수사하겠다고 주장한 셈이다.

석연치 않은 구석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발이 취하되면 축구부 단장 외 4명은 수사 대상서 제외된다. 피고발인 4명이 받고 있던 입시부정 의혹으로 인한 업무방해 혐의가 공중 분해되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B경사가 A교수에게 문자를 보낸 12일 이전에 이미 업무방해 혐의를 어느 정도 밝혀낸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A교수 역시 “B경사가 업무방해 혐의는 거의 파악됐다고 말한 적 있다”고 전했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한 학교 관계자는 “조사를 받은 날(7일) 오후 늦게 B경사가 전화로 추가 확인 자료를 요청했다”고 했다. B경사의 모습은 관계자들에게 “열심히 수사하는 모습에 신뢰가 간다”는 인식을 줬다.

그러나 B경사의 태도가 불과 1주일 사이에 변한 것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피고발인과 B경사의 관계를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B경사는 발언의 진위 여부와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수사 중이라 대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말을 아꼈다.

한 변호사는 “수사 과정서 다른 혐의를 인지했다면 고발 내용을 추가하면 된다”며 “추가 혐의를 수사한다는 이유로 고발취하를 요구하는 건 담당수사관에게 쏟아질 많은 의혹을 감수해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A교수는 담당수사관 교체를 요청하는 내용으로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배임수재 수사 때문?
종용한 진짜 이유는?

강서경찰서 형사가 ‘이상 행동’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관련 건 역시 KC대와 연관이 있다. 입시부정 의혹 사건으로 고발당한 전 이사장은 다른 사건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상황이다.

미국 뉴욕그리스도교회 교인들은 2012년 KC대를 지원하기 위해 5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들은 전 이사장이 학교법인의 수익용 주차장으로 사용할 토지 구매를 위해 23만달러를 지급하는 등 ‘KC대를 위해서’라는 당초 목적과 다르게 기부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미국 뉴욕교회 교인들의 대리인 자격으로 전도자 C씨가 담당하고 있다.

C씨에 따르면 고소 과정부터 험난했다. C씨는 지난해 3월 고소장 접수를 위해 강서경찰서를 찾았다. 당시 강서경찰서에 있던 경제2팀 D경사는 C씨가 미국 뉴욕교회로부터 받아온 위임장이 “법적인 위임장이 아니다”며 접수를 받아주지 않았다. 대신 피고소인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소 사실과 내용에 대해 알려주고 고소장의 일부를 복사했다.
 

C씨가 이를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하자 D경사는 “전화를 건 것은 고소인의 허락을 받았고, 고소장을 복사한 건 차후 전산입력을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C씨는 피고소인에게 전화를 걸도록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강서경찰서 청문감사실은 C씨의 민원을 두고 D경사의 행위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회신했다.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 C씨는 지난해 7월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에 같은 내용으로 민원을 넣었다. 그리고 지난 15일 서울지방경찰청의 민원처리 회신 결과 D경사는 ‘엄중 경고’ 처분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D경사의 행위가 “사건 처리의 불공정 의심과 민원을 야기할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과거에도 유사사례

2014년 미국 갤럽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찰의 신뢰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또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이 진행한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드러난 경찰의 신뢰도는 23.1%에 불과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불신도는 37.2%로 ‘신뢰한다’는 응답보다 높았다.

학교 관계자는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누가 경찰 수사를 믿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담당수사관이 바뀐다 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이지 않을까”라며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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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