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디테일의 극단’ 이상남

30년간 쌓고 쌓은 외길 인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작가 이상남의 개인전이 오는 4월4일까지 PKM갤러리서 열린다. 2012년 PKM 트리니티 갤러리서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5년 만이다. PKM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에 처음 별관(PKM+)을 공개한다. 본관과 별관에 두루 전시된 작품은 작가 이상남의 30년간 예술활동을 총망라할 예정이다.

뉴욕서 활동 중인 작가 이상남의 개인전 ‘네 번 접은 풍경(4-Fold Landscape)’은 PKM갤러리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본관에는 2012년 이후 제작된 신작이, 별관에는 1980∼1990년대 초기작이 놓인다. 관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예술인생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겹겹이 쌓은 물감층

이번 전시에서 PKM갤러리가 처음 대중에 공개한 별관은 지상·지하 1층 약 271㎡의 면적과 삼청동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최적의 전망을 갖추고 있다. 본관 뒤쪽으로 연결되는 별관은 또 다른 매력의 공간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관객들은 별관을 통해 불가해함과 물성에서 비롯되는 이상남 특유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이상남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오래됨과 새로움 같은 이분법적 비교가 아닌 예술세계에 대한 통시적이고 총체적 파악의 기회를 제공한다. 서로 떨어진 시간의 간극을 한 번에 마주하고, 단순한 선형적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작품의 상호작용으로 생성되는 역동적인 풍경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인공 이미지서 영감 얻어
정밀한 수작업으로 가공


미술평론가 정신영씨는 “이상남의 회화는 언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그 누구에게도 해독될 가능성이 없는 묵음의 언어소들은 형상과 의미의 중앙에 위치하며 연쇄적으로 결합하거나 단절되면서 사건을 가시화한다는 것.

이 때문에 이상남의 회화는 사건에 대한 기술이면서 봉인이라고 봤다. 정씨는 “화면 속에 명백히 펼쳐진 사건은 쉽게 그 의미를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며 “이상남의 회화는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의미 구조에 대한 탐구이며 탐미”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끊임없이 생성되는 현대사회의 인공적인 이미지에 주목한다. 이른바 ‘이미지의 곱씹음’이라는 조형적 재해석 과정을 통해 이들을 자신의 예술세계에 녹여낸 것이다. 선과 원으로 그린 500여개의 아이콘들은 일체의 해석이나 의미의 생성을 거부한다.

오히려 해석되지 않은 이미지는 순수하게 시각적 체계에 지배받는 회화적 공간에 새롭게 자리한다. 즉, 불가해한 아이콘들은 관객에게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겨주는 셈이다. 작품에 자극받은 관객들의 상호작용으로 작가의 의도는 더욱 풍성해진다. 관객들은 공간과 작품, 관객 스스로가 상호 작용하는 역동적 풍경 한가운데서 자신만의 해석을 부여하며 참여자 또는 탐구자로 탈바꿈한다.

별관과 본관에 나뉘어 전시
작가의 평생 예술인생 망라

이상남의 작품 세계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과정에 있다. 캔버스에 전개되는 수백개의 아이콘은 디테일의 극단으로 치닫는다. 이상남은 디테일 위에 수십 겹의 물감층을 쌓는 정밀한 수작업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고도의 노동집약적 과정을 거친 후 수없이 많은 샌딩아웃 작업이 진행되면 표면은 손길의 흔적이 매끄럽게 사라진 익명성의 평면이 된다. 결국 남는 건 작품에서 풍기는 이상남 특유의 함축된 물성이다. 또 공간 속에서 작품과 실제로 대면하면 강한 에너지의 원천을 느낄 수 있다.


익명성의 평면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서 “현대 문명사회서 만들어진 모든 것이 내게는 정물화요, 풍경화다”라며 모든 인공 이미지서 영감을 얻고 있다고 언급했다. 홍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1년 뉴욕으로 건너간 이상남은 엘가위머 갤러리, 암스테르담 아페르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통해 세계무대에 진출했다. 2008년에는 <조선일보>가 선정한 ‘100년 후에도 잊히지 않을 작가 10’에 들기도 했다.
 

<jsjang@ilyosisa.co.kr>

 

[이상남은?]

1953년 서울서 태어난 작가 이상남은 1981년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으로 건너갔다. 캔버스 위에 물감층을 입힌 후 사포로 갈아내는 과정을 50번에서 많게는 100번까지 반복하는 그의 작업은 극도로 매끄럽고 균일한 표면 위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리하게 재단된 형태와 생동감 있는 색채를 각인시킨다.

독특한 기하학적 도상과 부호들이 응집된 이상남의 화면은 회화와 디자인, 사물의 경계를 교묘히 흔든다. 도상과 부호들은 캔버스를 넘어 거대한 패널로 확장되고 나아가 이상남 고유의 건축적 회화세계를 탄생시킨다.

경기도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풍경의 알고리즘’이나 2012년 폴란드 포즈난 신공항에 선보인 대형벽화, 2013년 주일 한국대사관에 공개한 대형설치회화 등은 작가가 공공장소에서 보다 많은 대중이 미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작업이다.

이상남은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아트 인 아메리카> <월간미술> 등 국내외 매체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에 소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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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