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방인으로 살아온’ 이은경

나를 만나고 나를 위로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우리는 매일 타인을 접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타인의 시선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일도 잦다. 현대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일에 서툴다. 자아성찰을 아예 외면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이 작가 이은경의 개인전 ‘위로하는 자화상’ 전을 연다. 아프리카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성장한 작가는 대학에 들어갈 때쯤 한국에 왔다. 타국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 작가는 늘 자신을 이방인으로 여겼다. 이 때문에 자아를 찾는 일에 일찍부터 골몰했다. 이번 전시는 그 결과물이다.

관계의 틈을 보다

자화상은 말 그대로 자신을 화폭에 담은 그림이다. 거울 앞에 자신을 훤히 드러내야 한다. 김대신 박사는 “자화상은 화가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했다. 이번에 전시된 이은경의 자화상 연작은 계획한 시간과 장소에서 제작한 것이다.

모든 작품에 작가가 매일 녹여낸 감정이 기록돼있다. 이은경은 공기, 색깔, 조명, 공간 등 수많은 변화 속에서 관계의 틈을 바라본다.

거울 앞에 선다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은경에게 자화상은 진실을 만난다는 측면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위로 행위다. 소멸하고 생성하는, 이성적이지만 동물적인, 짐승의 내면을 가진 양가적인 인간을 마주한다. 자화상은 또 다른 자기애의 표현이다. 자화상을 그린다는 것은 세계 안에 존재하는 나를 꺼내고 즐기는 나르시시즘에 가깝다.


어린 시절 타국에서 생활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생각

거울 속 자아는 세계와 만나고 부딪친다. 자화상 속에 나와 타인이 공존한다. 자화상을 통해 자기도취를 넘어 소통과 공유의 지점을 찾는다. 자화상은 위로가 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회적 현상과 역사적 인식을 공감하고 타인과 관계를 회복하고자 했다.
 

자화상에 드러난 작가의 몸은 주체이며 대상이다. 작가의 손놀림은 거울과 마주한 존재의 떨림이자 진동이 된다. 김 박사는 “자화상을 그린다는 것은 몸의 양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며 “몸은 무한 변수의 대상이자 인식의 주체로 새로운 감각의 덩어리로 다시 태어난다. 몸의 역전”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그림 속에서 타인이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없고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거나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 모습들조차 모두 ‘나’다. 이은경은 자화상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고립돼있는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했다. 그 순간 타인은 또다시 내가 된다. 작가는 자화상을 비추는 거울의 표면으로 올라와 다시 주체로 선다.

자화상 통해 마주보기
자아를 찾아 위로하기

이은경의 작품은 잔인하고 냉혹한 데가 있다. 유토피아의 환상, 예술의 고상함과는 거리가 멀다. 결핍되고 어긋난 불투명한 형상들은 윤리, 도덕, 정치, 종교 등 익숙한 잣대에서 벗어나 있다. 자화상의 변형과 왜곡은 상처 나고 멍들고 날카롭다. 롤랑 바르트가 설명한 예측 불가한 푼크툼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찢기고 아픈 실존의 지점을 재현한다.

푼크툼은 작가의 의도보다 받아들이는 관객의 상황이 관람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작가의 마음속에 숨겨진 다양한 실존의 사건은 현실에서 늘 잠재성으로 작용한다.
 


작품에는 낭만주의와 표현주의 양식의 경향성이 짙게 깔려 있다. 동시대 회화는 주관성과 시의성을 강조하는 화법으로 대상의 실체를 드러내려 애쓴다. 이은경은 세상을 방심하지 않고 관찰하는 서사적인 회화의 가치를 추구한다. 위장과 가식은 느낄 수 없다. 알몸을 드러낸 자화상은 오히려 관음적인 주체를 무력화시킨다.

치유 방편으로 제안

김 박사는 “이은경은 동시대인으로 살아가며 현실에서 실존적인 한계를 깊게 공감하면서도 생존 본능의 의지를 굳게 세우고 있다”며 “상식을 흔들고 외상과 혐오로부터 자기를 찾으며 타자의 이해와 공존의 지혜를 구한다. 불합리한 세계에 역설의 자화상을 치유의 방편으로 제안한다”고 했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은경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판화 전공 졸업(2014)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졸업(2006)

[개인전]

<위로하는 자화상>, GalleryMEME, 인사동(2017)
<관계의 초상>, art space Qualia, 평창동(2016)
<余所余所しいもの>, Gallery KYOTO, Kyoto JAPAN(2015)
<익숙한 혐오감> , Gallery SOBAB, 양평(2015)
<부자연스러운 풍경> , Gallery KISS, 신사 가로수길(2014)
<부자연스러운 풍경> , Gallery KISS, 이태원(2014)
<이은경 개인전>, 우석 홀, 서울대학교(2011)

[2인전]

김홍석, 이은경의<왜곡> 2인展, 갤러리8(2015)
이소영, 이은경의<3 dots> 2인展, Gallery Vandahl(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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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