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13 10:26:28
  • 호수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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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속단 이르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국회는 4당 체제로 재편됐고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서른한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을 만나봤다.
 

지난해 4·13 총선서 단 214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곳이 있다. 바로 인천연수구(갑)이다. 이곳은 20년 동안 보수진영의 텃밭으로 통했다. 진보진영 정치인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달랐다. 그는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정승연 후보를 박빙의 차이로 누르고 파란을 일으키며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가 지역민들의 마음을 얻은 비결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박 의원과 일문일답.

- 국회 입성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회계사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정치에 뜻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 금융감독원과 삼일회계법인서의 실무 경험과 한미회계법인을 창업하면서 얻은 경제적 지식이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매해 400조에 달하는 예산을 투명하고 올바르게 집행하고 감시 감독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재정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민사회단체와 교류활동을 하면서 많은 활동가분들의 정치입문 권유도 출마를 결심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 국회 입성에 도움을 준 연수구 시민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 연수구는 야당의 험지로 평가받던 곳이다. 정승연 후보와 접전 끝에 214표 차이로 승리해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이 같은 결과는 변화를 갈구하는 연수주민의 열망이 모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연수구 최초의 야당 국회의원이라는 의미와 초심을 간직해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를 하겠다.

- 시급히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은 무엇인가.
▲ 지역균형발전과 대중교통 이용의 형평성을 위해 수인선 청학역사의 신설이 필요하다. 현재 인천시와 철도시설공단에선 비용과 경제성을 이유로 수인선 평균 역사구간인 1km보다 긴 거리를 방치해두고 있다. 청학동 주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는 구조다. 편리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가 있는 지리적 위치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합리하게 배제됐기 때문에 반드시 시정돼야 할 문제다.

- 지난 국감에서 공정위 문제를 지적하며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 개원 이후 4개월여가 지나고 처음으로 치른 국정감사에서 상을 받게 돼 진심으로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국감서 공정위 관련해 A스크린골프업체가 점주에게 강제로 업데이트 비용을 청구하는 갑질을 지적했다. 또 기업 과징금 산정 시 ‘기업 재정상황 고려’를 감면사유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수의원 수상은 국회로 보내주신 유권자분들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참으로 의미가 있다.


여당 텃밭 인천연수갑서 신승
기득권 발 묶는 법안 발의 화제

- ‘기무사 무제한 감청 금지 법안’ 발의 배경은 무엇인가.
▲ 기무사의 군통신망 감청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지난 2001년도에 군통신망 중 ‘작전수행용’에 한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실시가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대통령의 승인절차가 포괄적, 형식적으로 이뤄지면서 모든 군통신망에 대해 기무사가 사실상 무제한 감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편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시 돌려놓을 필요성이 있었다. 해당 법안은 기무사의 감청특례를 폐지하고, 모든 감청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실시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다.

- ‘재벌총수 특별사면’ 금지 법안을 발의해 주목을 받았다.
▲ 정확히는 ‘재벌총수와 대기업 고위임원의 특별사면 금지’를 골자로 하는 사면법 개정안이다.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이 저지른 권력형 비리자는 물론, 반인도적 범죄자와 성범죄자까지 특별사면을 금지하는 것을 담고 있다.
 

추징금을 완납하지 않아도 특별사면서 배제된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과정서 SK그룹 회장과 CJ그룹 회장의 특별사면에 대한 사전 논의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은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초선의원으로서 국정 농단 사태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느꼈을 상실감과 신뢰에 대한 배신감은 매우 클 것이다. 특히 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대 부정입학, 우병우 아들 군대보직 특혜의혹은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이번 사태로 민주주의의 한 축을 담당하는 보수주의가 무너졌다는 점도 건전한 정치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 촛불집회가 평화시위로 진행돼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대내외적 환경이 불안한 만큼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진행될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보는지.
▲ 현재 민주당의 대선주자 세 분의 지지율 합이 과반수일 정도로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진다면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다만 한국정치는 역동성이 있기 때문에 아직 어떻게 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보수층이 어느 후보로 결집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 존경하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 동양평화론을 설파한 정치인이자 사상가, 군인으로서 애국애족 지사인 도마 안중근 의사를 존경한다. 지난 총선 야당의 험지 연수구에서 214표 차로 신승을 거뒀다. 도마 안중근 의사의 사형 언도일은 2월14일이다. ‘214’라는 숫자가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운동 당시에는 늘 영웅(안중근 의사)을 생각하며 뮤지컬 <영웅>의 주제곡을 불렀다. 탄핵정국서도 국회의사당 계단서 야당의원들 앞에서 <영웅>의 노래를 부르고, 100만명이 모인 청계광장 촛불집회에서도 <영웅>의 주제곡을 부른 기억이 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안중근 의사를 떠올린다.

- 정치인으로서 목표는 무엇인지.
▲ 내 후원회장이자 인천의 존경받는 신부님께서 우리나라의 3가지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하라는 숙제를 주셨다. 첫째, 젊은이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 둘째,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것. 셋째,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현실이다.

우선, 저출산고령화 특위 활동을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또 정무위서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개혁법안을 발의하고 불공정거래 행위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드문제를 비롯한 안보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거시적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공헌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shs@ilyosisa.co.kr>

 

[박찬대 의원은?]

▲인하대학교 경영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삼일회계법인(국제부)
▲금융감독원 (공시감독국/회계감독국)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연수구지역위원장
▲20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
▲20대 국회의원(인천 연수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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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