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한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 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06 10:18:41
  • 호수 1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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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벌이 앞장섰는데 ‘안잡나 못잡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특검의 칼날을 피한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승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다. 이 전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염금 모금을 주도한 핵심 관계자다. 더 나아가 이 전 부회장 전경련 퇴직금이 무려 2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천운을 타고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들릴 정도다.

퇴직을 앞둔 이승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이하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퇴직금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재계에선 지난달부터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관계자인 이 전 부회장의 퇴직금 정산을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일각에선 이 전 부회장의 퇴직금이 무려 2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거짓말 일관

이 전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 모금을 주도한 인물로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가 막대한 퇴직금까지 챙기면서 퇴임한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상무보 이상 임원의 경우 근속 연수 1년마다 월평균 임금의 2.5배 이상이 쌓인다. 상근부회장은 해마다 월평균 임금의 3.5배가 퇴직금으로 산정되며 일반 직원은 1년 근무할 때마다 평균 1개월 치의 임금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이 같은 퇴직금 지급률은 다른 대기업보다 과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이 전 부회장은 1999년 전경련 기획본부장(상무보)을 시작으로 18년간이나 임원 생활을 했다. 퇴직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부회장은 상무, 전무에 이어 2013년부터는 상근부회장을 맡아왔다. 이 전 부회장이 20억원가량의 퇴직금을 받는다면 1년에 1억원 이상 퇴직금이 쌓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서 전경련 내부 규정에 따라 퇴직가산금이 붙었을 수 있다는 설도 제기된다. 전경련은 재임 중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임직원에게 퇴직금 총액의 50% 범위서 퇴직가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내규로 정해 놓고 있다.

전경련 회원사들 사이에선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경련이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는커녕 권력의 수금창구 역할을 한 것이 드러나 존폐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서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책임자가 자기 몫만 챙기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비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전경련 임원의 보수는 주요 회원사들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사들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이 경영 내용을 모든 회원사들에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전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들어가기 전까지 시종일관 ‘거짓말’로 일관했다. 이 전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언론 인터뷰서 재단 출연금이 기업들의 “자발적 후원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농해수위 국정감사 증인 출석에서도 “자발적 후원”이라고 위증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전 부회장은 불성실한 답변으로 여·야 의원들의 공분을샀다.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전 부회장의 ‘말 바꾸기’가 시작됐다. 지난해 12월6일 열린 국조 특위 1차 청문회서 이 전 부회장은 재단 설립을 전경련이 주도한 데 대해 “그 당시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며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했다.

최순실 재단 모금 주도…왜 놔두나?
퇴직금 20억원 받고 조용히 집으로


또 그는 “과거 기업모금 사례와 이번 최순실 일당이 주도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의 차이점을 말해달라”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의 질문에 “청와대가 여러 가지 세세하게 참여했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거듭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기업 강제 모금임을 에둘러 강조했다. 이 전 부회장의 말 뒤집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 1월19일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안 전 수석이 두 재단이 기업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설립됐다고 진술하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검찰은 “최초 언론보도가 나가기 전부터 안 전 수석이 ‘사건이 잘 마무리되도록 힘써달라’고 했고, 보도 이후에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처럼 견지해 달라’며 허위진술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이 전 부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선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두 사람이 입맞춘 정황도 공개됐다. 지난해 10월은 두 재단에 대한 고발로 검찰 수사가 개시된 시점이었다.

이 전 부회장은 “(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안 전 수석에게 ‘(검찰 고발이 됐으니)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국감에서 말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했더니 안 전 수석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부회장은 또 “안 전 수석이 이미 사실 실체가 드러났는데도 (자발적 모금이라고) 얘기하라고 했다. 실태 파악을 너무 안 하고 계신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8회 변론기일서 “지난해 9월 말 청와대로부터 ‘전경련 차원서 자발적으로 재단을 만들었다고 말하라’는 지시를 받고 언론 인터뷰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경련 해체론이 대두하면서 기업 대표로서 직원들 볼 면목이 없었다”고 진술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언론서 내가 모르는 사실들이 나오면서 배신감도 느꼈고, 또 검찰이 이미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 전 부회장은 특검 조사 중 전경련이 연간 약 30억원을 청와대가 지정한 10여개 보수단체에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주객 전도

이 전 부회장이 특검 수사를 피해갔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검찰과 특검 참고인 조사를 받았을 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이 전 부회장은 청와대 지시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했다. 종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참고인 조사만 받았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이 전 부회장이 검찰·특검 조사에서 협조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경련은 지금…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멤버가 4대 그룹 탈퇴 등으로 기존 20명에서 14명으로 줄었다.

기존에 전경련 회장단은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상근부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을 비롯한 총 20명으로 구성됐었다. 하지만 최근 4대그룹과 포스코가 공식 탈퇴했고,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도 회장단 멤버에서 빠지게 됐다.

또 이번에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대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새롭게 회장단 멤버가 됐다.이로써 회장단 멤버 중에서는 주요 그룹 내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만 남게 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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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