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 김기춘·조윤선 공소장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2.21 09:58:43
  • 호수 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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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박근혜가 지시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뜻밖에 등장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의 목을 조였다. 이들은 박근혜정부의 실세들로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주도한 혐의로 철창신세가 됐다. 국회 위증 혐의도 추가됐다. <일요시사>는 이들의 범죄 사실이 담긴 특검 공소장을 입수했다. 김기춘과 조윤선의 혐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을 구속 기소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일부 공소사실에 공범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기춘 하달
조윤선 실행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7일 정례브리핑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을 문화계 지원배제 명단 작성 및 관리 관련, 직권남용과 강요, 국회 위증죄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과 함께 문화계 블랙리스트 핵심 피의자로 알려진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은 불구속 기소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특검팀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의 블랙리스트 작성과 집행 시작은 이렇다. 2013년 8월 초순 김 전 실장은 수석비서관들이 참여하는 회의서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 CJ와 현대백화점 등 재벌들도 줄을서고 있다”며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 과제다”고 발언했다.

당시 이 자리에는 박준우 정무수석, 모철민 교문수석 등 수석비서관 등이 있었다.


박근혜 정권 두 실세 구속
리스트 작성 주도한 혐의

또 김 전 실장은 2013년 9월30일경 수석비서관들에게 “국정 지표가 문화 융성인데 좌편향 문화 예술계에 문제가 많다”며 “특히 롯데와 CJ 등 투자자가 협조를 하지 않아 문제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 밖에 김 전 실장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에게 ‘보수 가치’의 확산 등을 언급하고 ‘정부에 비판적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2월 말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업을 구체화한다.

당시 김 전 실장은 수석비서관들에게 “공직자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 그런데 반정부·반국가적인 성향의 단체들이 좌파의 온상이 되어 종북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며 “그러한 성향의 단체들에 현 정부가 지원하는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그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2014년 1월4일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김 전 실장은 ‘좌파에 대한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라’는 취지로 재차 지시한다.

김 전 실장은 “좌파정권 10년에 MB정권 5년까지 총 15년 동안 좌파의 뿌리가 깊다. 모두가 전투모드를 갖추고 불퇴전의 각오로 좌파세력과 싸워 나가야 한다”며 “대통령은 혼자 뛰고 계시는데, 내각은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지시가 잘 먹히지 않는다. 좌파 척결의 진도가 잘 안 나간다”고 말했다.


최순실로 촉발
다른 의혹은?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문체부뿐 아니라, 교육부, 복지부, 안행부 산하의 시민사회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실태를 전수조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이 모든 부처에서 이뤄졌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김 전 실장은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을 직접 불러 ‘수석실 별로 나뉘어 있는 업무 관련 비서관들을 모아서 TF를 만들어서 내용을 정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시에 따라 박 수석 등은 2014년 4월4일부터 5월 말까지 국민소통, 행정자치, 사회안전, 경제금융, 교육, 문화체육, 보건복지, 고용노동 등 비서관들이 참여하는 ‘민간단체보조금 TF’를 운영했다.

각 분야별로 야당 후보자 지지선언, 정권 반대 운동 등에 참여하거나 좌파 성향으로 선별한 개인·단체 등에게 지원된 정부 예산을 소위 ‘문제 예산’으로 명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총 130건(예산 합계 189억원)의 문제예산을 선별 후 이들에 대한 지원 축소 내지 지원 배제를 지시했다.

이후 3000여개의 문제단체(좌파단체, 불법 시위 참여 등)와 8000여명의 좌편향인사(문재인 지지, 민노당 지지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지속적으로 이를 보완하며 감시했으며, 공모사업을 실시하는 문체부 등 주요 부처 및 산하 기관의 심사위원 중 좌편향 인사를 선별해 배제토록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문학평론가 황현산 등이 문화예술위 책임심사위원서 배제됐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공지영 작가 등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됐다. 이밖에 작가 강은교, 은희경, 윤대녕, 박범신 등도 문화예술위 심의위원 선정 명단서 배제됐다.

박 수석 등은 민간단체보조금 TF의 중간 진행상황을 김 전 실장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2014년 5월 하순경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 방안’ 보고서를 김 전 실장이 보고 받은 후 이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좌편향 인사들
데이터베이스

박 수석은 그해 6월 퇴임을 앞두고 후임자인 조 전 장관을 만나 민간단체보조금 TF 활동과 문제 단체 조치 내역 및 관리방안 등 현안을 설명하면서 업무를 인계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장관은 당시 김 전 실장 등의 지시에 따른 기조를 유지하면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대상자를 선별해 교문수석실을 통해 문체부 등에 그 명단을 하달했다.
 

2014년 10월 경 정관주 전 청와대 소통비서관도 교문수석실과 협업해 정부정책에 반대하거나 야당 인사들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한 문화예술계 개인·단체 등에 대한 지원 배제 등 조치사항을 조 전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정무수석이 된 이후 문화계블랙리스트 선별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조 전 장관은 2014년 11월 경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 결과 등 진행 상황을 보고서로 정리해 김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반대 세력 종북 좌파로 분류 
문화계 전반 지원 배제 의혹

소위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포함한 영화들이 상영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교문수석실과 문체부 등 일부 예술전용관에 대한 지원 중단,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 삭감 방침 등을 정해 실행한 것으로 공소장에 나타났다.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진흥사업 심사관리 규정에 따르면 “영진위의 심사위원회는 한국영화산업과 영상문화의 진흥을 도모할 수 있도록 공모와 심사가 필요한 영화진흥사업에 대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해야 한다”며 “영진위 소속 임직원들도 이러한 심사 과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명시했다.

특검은 “청와대와 문체부가 영진위 소속 위원들로 하여금 특정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요구를 관철시켰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비서관에게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좌파 성향 저자가 저술한 도서가 세종도서에 선정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세종도서에 선정되면 출판진흥원이 1000만원 상당을 구매해 공공도서관 등에 보급한다. 그 결과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등 9종의 도서가 배제된 것으로 특검팀 수사 결과 드러났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위증혐으로도 특검에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7일 국회의사당 회의실에서 속개된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제8차)’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다.


알면서…
“모릅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들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느냐’고 김 전 실장에게 질의했지만, 김 전 실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지시한 사실이 특검 조사에서 밝혀졌다.

조 전 장관 역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 존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 한 바 있다. 특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김기춘은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했다”고 주장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블랙리스트’ 예술인들의 반격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들이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문화연대 등으로 구성된 ‘블랙리스트 법률대응 모임’은 지난 8일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국가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며 “9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송 대리인단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소속 변호사 10여명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3일까지 원고를 모집했고 현재 예술인 474명이 원고로 참여했다. 피고는 정부를 비롯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전 장관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법인이다.

청구액은 소장 제출 시 1인당 100만원으로 정했다. 향후 블랙리스트 기재 경위와 피해 실태가 좀 더 분명히 드러날 경우 청구액을 확장할 방침이다. 대리인단은 이름과 직업, 정치적 견해 등 개인정보호법상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김 전 실장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앞서 블랙리스트 법률대응 모임은 지난해 12월 12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을 고발했다.

소장이 제출된 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이 답변서를 30일 이내 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면 자백으로 간주되고 무변론 패소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법조계는 전했다. 이들이 고위 공무원으로서 재산을 매년 신고해왔다는 점에서 패소시 집행도 쉽게 피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답변서 제출도 두 사람에게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원고가 답변서를 첨부해 두 사람의 형사사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면 두 사람에게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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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