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유라?’ KC대학교 입시 의혹

신의 학교서 들리는 부정 메아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입시 부정은 사람들의 뇌관을 건드리는 주제다. 미래라이프대학 문제로 처음 불거진 이대 사태는 정유라씨 특혜 의혹이 알려지고 더 크게 타올랐다. 정씨를 둘러싼 숱한 의혹은 수저론이 지배한 헬조선서 그나마 공정 경쟁을 기대했던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이후 신의 대학’ KC대 신학부서 또 다른 입학 및 학사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에도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KC대학교(이하 KC)에서 불거진 입학 및 학사부정 의혹은 정유라 사태와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이대가 정씨 한 사람을 위해 움직인 반면, KC대에서 나온 의혹은 학부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KC대 관계자들은 축구단원을 둘러싼 입학 및 학사부정이 지난해와 올해 2년에 걸쳐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유라 사태
판박이 의혹

이대는 정씨를 위해 학칙을 개정했다. 면접 과정에선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정씨를 꼭 집었다. 입학 이후에는 출석을 하지 않아도 과제물을 엉망으로 내도 평균 이상의 학점을 부여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입학, 정씨보다 열심히 출석하고 과제를 제출했지만 그보다 못한 학점을 받은 학생들은 분노했다.

KC대에서 제기된 의혹은 정유라 사태와 판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CA교수는 축구단원들의 입학을 위해 2017년 수시모집 전형에 필요한 서류 구비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수시 면접 전형에서 축구단 소속 지원자와 비단원 지원자 사이의 점수 편차가 0100점에 이르는 등 특정 집단을 지나치게 배려했다는 편향성 문제도 지적됐다.

지난해 입학한 축구단원들이 A교수의 수업서 타 학생들에 비해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의혹도 추가로 터져 나왔다. 이 과정서 KC대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학부인 신학부가 초토화됐다.


19734년제 정규대학으로 승격된 KC대는 그리스도신학대, 그리스도대를 거쳐 20159월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KC대는 2012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도 대학구조 개혁평가서 하위권인 D등급을 받았다.

강서구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한 주민은 KC대의 위치나 교명에 대해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KC대로선 낮은 인지도, 부정적 이미지를 제고할 방법이 필요했다. KC대가 생각한 홍보 방법은 축구단 창단이었다.

축구단 창단은 현재 신학부 학부장, 학생처장을 맡고 있는 A교수가 주축이 돼 KC대 최고 의결기구인 교무위원회까지 거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KC대 축구단은 201510월 창단 승인 허가를 받고 한 달 뒤인 1113일과 20일 양일에 걸쳐 선수 선발 공개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진건 전 이사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구대령 초대 감독을 격려하는 등 학교 측에서는 축구단 창단에 의욕을 드러냈다.

학교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수 모집은 쉽지 않았다. 축구단 코치는 포털사이트 축구 관련 커뮤니티에 창단 소식을 알리고 선수 모집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 7명이 정시 전형을 통해 KC대에 입학했고 이 중 1명을 제외한 6명이 축구단에 합류했다. 선수가 모이긴 했지만 한 팀을 꾸릴 만한 인원(11)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축구단 운영은 불가능했다.

축구단원 입시 과정서 이상한 채점
특정교수 수업서 높은 성적 의혹도

하지만 지난해 311KC대학 내 성서관 대강당서 열린 ‘KC대 축구부 창단예배 및 후원회 발족식18명의 선수가 김 전 이사장, 김희봉 총장 직무대행 등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행사를 취재한 <K스포츠티브이>에 따르면 구 감독은 축구단 총원 모두가 신입생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2016년 입시를 통해 입학한 6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2명은 KC대 소속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KC대 재학생은 아니었지만 축구단에선 활동하는 불분명한 신분으로 1년을 보냈다.

사정을 잘 아는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5월부터 학교 측에서 12명을 재학생으로 입학시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가 언급한 지난해 5, 정확히 530일에는 축구부 감독과 코치, 1학년 축구단원 6명과 아직 재학생이 아니었던 12명 등 총 20명에 대한 세례식이 있었다. 이날 행사로 이들은 ‘2016530이라는 세례일자와 주례자의 이름 등 세례내용을 확보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인 같은 해 916일 한 목회자는 A교수에게 전화를 받았다. 축구단원 6명의 교역자 추천서를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교역자 추천서 양식에는 세례 내용, 즉 세례 일자와 주례자를 기재하는 부분이 있다.

해당 목회자에게 메일로 온 추천서 양식에는 축구단원 6명의 성명, 한자,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기입돼있는 것은 물론, 세례 일자와 주례자 이름까지 쓰여 있었다. 다시 말해 해당 목회자는 이들을 추천한다는 내용의 글을 쓰고 교회 직인만 찍으면 끝이었다.

교역자 추천자 전형으로 신학과에 입학한 학생에게 이에 대해 묻자 말 그대로 펄쩍 뛰었다. 추천서는 보통 자신이 다니고 있는 교회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추천서를 써준 목회자는 한 번도 그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해당 목회자와 또 다른 목회자 한 사람이 추천서를 써주면서 이들이 수시 모집전형에 응시하는 데 필요한 서류가 완성됐다.

KC2017년 수시 입시요강을 보면 신학과는 교역자 추천자 전형으로만 지원이 가능했다. 학생부 교과 성적 70%, 면접 30%를 합산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때 지원자는 교역자 추천서를 반드시 1부 제출해야 한다. 추천서에는 발행 교회의 직인이 있어야 하며, 특히 신학과 지원자의 경우 세례 일자 및 집례자(주례자)를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12명은 세례식과 추천서로 4개월에 걸쳐 KC대 신학과 수시 지원 자격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더 큰 의혹은 지난해 1015일 치러진 면접에서 제기됐다. 신학과 면접은 면접위원 3인이 수험생 5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학교 소식통에 따르면 신학과 면접위원은 학부장이자 축구단장인 A교수, 신학부 교수, 교양실용학부 교수 등 3인으로 구성됐다.

재학생 아닌데
그냥 세례 줬다

이 소식통은 면접위원 선정은 A교수가 주도했다. 면접위원 중 한 명은 재임용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세인 A교수의 말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해당 교수는 실제 올해 2월 재임용을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신학과 수시전형 면접 대상자는 총 51명으로, 이중 8명이 결시했다. 43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서 면접위원들의 점수 분포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면접 점수는 100점을 만점으로 3명의 평균으로 내며, 환산하면 60점이 최고점수다.


3명은 총 12명에게 동시에 최고 점수를 주는 등 각각 15명 이상의 지원자에게 100점을 줬다. 면접 순위 상위 15명의 환산 전 면접점수는 최소 95점서 100점을 오갔다.

특히 눈에 띈 것은 한 면접위원의 극단적인 점수 분포다. 그는 무려 15명 이상에게 최저점, 0점을 줬다. KC대의 면접점수 반영 비율은 참가만 해도 기본환산 점수가 12점이다. 3명의 면접위원이 모두 0점을 주면 환산점수는 36점이다.

극단적으로 비교해 모두 0점을 받은 지원자와 모두 100점을 받은 지원자 간 점수 편차는 24점이다. 반영비율이 70%인 학생부 성적이 엇비슷할 경우 면접 점수로 석차와 당락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면접위원과 축구단 소속 지원자들 사이에 사전 교감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면접위원이 축구단 소속 지원자들에게 비전이 무엇이냐는 뉘앙스로 물으면 이들이 축구로 선교 활동을 하고 싶다는 취지로 대답했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을 한 면접위원에게 직접 들었다는 관계자는 이게 정유라 사태와 다른 게 뭔지 모르겠다. 정유라가 금메달로 면접위원에게 어필했다면 이들은 축구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학교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면접점수 편차에 의문을 품었다. KC대학은 학칙 제123항에 근거, 입학 전형의 공정한 관리와 운영을 위해 대학입시공정관리대책위원회를 두고 있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5인 내외로 구성하는데 입시관리위원회 위원과 본부 보직교수를 제외한 본교 교직원 중에서 총장이 임명한다. 각 학부별로 중복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다.


얼굴도 안 보고
추천서 작성해

지난해 1025일 기획처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배포한 업무연락 자료인 입시공정관리대책위원회 임면 통보에 의하면 위원장으로 경영학부 교수가 임명됐지만 그는 사무처장이라는 본부 보직을 맡고 있었다. 또 다른 위원 중 한 명은 경영학부 교수로각 학부별로 중복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에 맞지 않는 인사였다.

또 다른 위원으로 임명된 신학부 교수는 문제가 제기된 면접에 심사위원이었다. 학교 교직원 관계자는 본인이 채점한 면접을 당사자가 심사하는 건 무슨 경우냐라며 처음부터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올 줄 알았다고 비꼬았다.

실제 지난해 1110일 진행된 2차 입시공정관리대책위원회 회의서 면접심사표 원장에는 담합해 100점을 준 근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3명의 면접위원에게 확인한 결과 담합 사실은 결코 없다고 답변했다는 결론으로 학교 측은 문제를 일단락했다. 축구단원 12명은 모두 입학등록을 한 상태다. 이로써 이들은 올해부터 KC대학 학생이라는 분명한 신분으로 축구단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의혹이 제기된 건 입학 과정만이 아니다. 복수의 KC대 학생은 지난해 신학부에 입학한 축구단원 5명이 축구단장 A교수의 수업에서 타 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1학년 1학기 A교수의 수업서 신학 공부를 위해 신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이 C+학점을 받은 것과 달리 B학점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A교수는 과제로 매주 리포트를 내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단원들은 출석과 과제 제출서 모두 불성실했지만,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신학부 관계자는 축구단원들의 다른 과목 성적은 DF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라며 학사경고를 받으면 축구단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니, A교수가 배려한 것 같다고 의문을 품었다.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지만 KC대 측은 회피에 급급했다. 면접위원이자 입시공정관리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신학부 교수는 학교 측과 얘기해보고 다시 통화하자고 말한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역시 면접위원이었던 교양실용학부 교수는 강의 도중 전화를 받아 축구단 자체를 모른다고 회피한 후 전화를 끊었다.

“입학시키기 위해 작업”
내부실세 영향 미쳤나

KC대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실세라고 칭하는 A교수는 두 번의 통화에서 그만하자” “그만하자는데 왜 자꾸 전화하나, 할 얘기가 없다며 말을 잘랐다. 연락이 닿은 김 총장 직무대행은 일단 학교는 어떤 식의 입장 표명도 하지 않겠다. 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다. 김 전 이사장과 김 총장 직무대행, A교수를 포함한 면접위원 3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학교 관계자에게 고발당한 상태다.

일부 KC대 교직원들은 입시부정 의혹을 미리 차단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KC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에 한차례 민원을 넣었다. 민원인은 축구단 창단과정의 입시 비리 여부에 대해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다.

먼저 2016년 정시 전형으로 입학한 축구단원 7명의 선발과정 절차가 적법한지 물었다. 교육부는 KC대 내부 기구인 입시공정관리위원회서 이에 대해 감사했고, 입시 부정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학교에 입학해 축구단 활동을 한 7명 외에 추가로 합류한 10여명의 비용 처리나 축구부 전용 대형버스 운용에 대해서도 물었다. 교육부는 학교 측의 답변을 빌려 축구단원 7명 외에는 테스트를 받기 위해 학교를 방문하는 학생들로,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기재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KC대의 소명 자료를 토대로 답변했으며, 정부가 각 대학의 교육과정 운영에 세부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대학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에 감사 요청
자율성 침해로 거절

KC대 신학부 출신의 한 목회자는 우리 학교가 이대처럼 인지도가 높고 영향력이 컸다면 아마 벌써 발칵 뒤집혔을 것이라며 정유라는 한 명이지만 우리는 적어도 10명 이상을 부당하게 입학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실세라 불리는 몇몇 교수들의 행태에 학교 전체가 놀아나고 있다학생이나 교수들이 나서줘야 하는데, 큰 기대를 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