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유라?’ KC대학교 입시 의혹

신의 학교서 들리는 부정 메아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입시 부정은 사람들의 뇌관을 건드리는 주제다. 미래라이프대학 문제로 처음 불거진 이대 사태는 정유라씨 특혜 의혹이 알려지고 더 크게 타올랐다. 정씨를 둘러싼 숱한 의혹은 수저론이 지배한 헬조선서 그나마 공정 경쟁을 기대했던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이후 신의 대학’ KC대 신학부서 또 다른 입학 및 학사부정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에도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KC대학교(이하 KC)에서 불거진 입학 및 학사부정 의혹은 정유라 사태와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이대가 정씨 한 사람을 위해 움직인 반면, KC대에서 나온 의혹은 학부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KC대 관계자들은 축구단원을 둘러싼 입학 및 학사부정이 지난해와 올해 2년에 걸쳐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유라 사태
판박이 의혹

이대는 정씨를 위해 학칙을 개정했다. 면접 과정에선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2014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정씨를 꼭 집었다. 입학 이후에는 출석을 하지 않아도 과제물을 엉망으로 내도 평균 이상의 학점을 부여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입학, 정씨보다 열심히 출석하고 과제를 제출했지만 그보다 못한 학점을 받은 학생들은 분노했다.

KC대에서 제기된 의혹은 정유라 사태와 판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CA교수는 축구단원들의 입학을 위해 2017년 수시모집 전형에 필요한 서류 구비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수시 면접 전형에서 축구단 소속 지원자와 비단원 지원자 사이의 점수 편차가 0100점에 이르는 등 특정 집단을 지나치게 배려했다는 편향성 문제도 지적됐다.

지난해 입학한 축구단원들이 A교수의 수업서 타 학생들에 비해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의혹도 추가로 터져 나왔다. 이 과정서 KC대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학부인 신학부가 초토화됐다.


19734년제 정규대학으로 승격된 KC대는 그리스도신학대, 그리스도대를 거쳐 20159월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KC대는 2012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도 대학구조 개혁평가서 하위권인 D등급을 받았다.

강서구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한 주민은 KC대의 위치나 교명에 대해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KC대로선 낮은 인지도, 부정적 이미지를 제고할 방법이 필요했다. KC대가 생각한 홍보 방법은 축구단 창단이었다.

축구단 창단은 현재 신학부 학부장, 학생처장을 맡고 있는 A교수가 주축이 돼 KC대 최고 의결기구인 교무위원회까지 거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KC대 축구단은 201510월 창단 승인 허가를 받고 한 달 뒤인 1113일과 20일 양일에 걸쳐 선수 선발 공개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진건 전 이사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구대령 초대 감독을 격려하는 등 학교 측에서는 축구단 창단에 의욕을 드러냈다.

학교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수 모집은 쉽지 않았다. 축구단 코치는 포털사이트 축구 관련 커뮤니티에 창단 소식을 알리고 선수 모집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 7명이 정시 전형을 통해 KC대에 입학했고 이 중 1명을 제외한 6명이 축구단에 합류했다. 선수가 모이긴 했지만 한 팀을 꾸릴 만한 인원(11)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축구단 운영은 불가능했다.

축구단원 입시 과정서 이상한 채점
특정교수 수업서 높은 성적 의혹도

하지만 지난해 311KC대학 내 성서관 대강당서 열린 ‘KC대 축구부 창단예배 및 후원회 발족식18명의 선수가 김 전 이사장, 김희봉 총장 직무대행 등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행사를 취재한 <K스포츠티브이>에 따르면 구 감독은 축구단 총원 모두가 신입생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2016년 입시를 통해 입학한 6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2명은 KC대 소속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KC대 재학생은 아니었지만 축구단에선 활동하는 불분명한 신분으로 1년을 보냈다.

사정을 잘 아는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5월부터 학교 측에서 12명을 재학생으로 입학시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가 언급한 지난해 5, 정확히 530일에는 축구부 감독과 코치, 1학년 축구단원 6명과 아직 재학생이 아니었던 12명 등 총 20명에 대한 세례식이 있었다. 이날 행사로 이들은 ‘2016530이라는 세례일자와 주례자의 이름 등 세례내용을 확보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인 같은 해 916일 한 목회자는 A교수에게 전화를 받았다. 축구단원 6명의 교역자 추천서를 써달라는 내용이었다. 교역자 추천서 양식에는 세례 내용, 즉 세례 일자와 주례자를 기재하는 부분이 있다.

해당 목회자에게 메일로 온 추천서 양식에는 축구단원 6명의 성명, 한자,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기입돼있는 것은 물론, 세례 일자와 주례자 이름까지 쓰여 있었다. 다시 말해 해당 목회자는 이들을 추천한다는 내용의 글을 쓰고 교회 직인만 찍으면 끝이었다.

교역자 추천자 전형으로 신학과에 입학한 학생에게 이에 대해 묻자 말 그대로 펄쩍 뛰었다. 추천서는 보통 자신이 다니고 있는 교회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추천서를 써준 목회자는 한 번도 그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해당 목회자와 또 다른 목회자 한 사람이 추천서를 써주면서 이들이 수시 모집전형에 응시하는 데 필요한 서류가 완성됐다.

KC2017년 수시 입시요강을 보면 신학과는 교역자 추천자 전형으로만 지원이 가능했다. 학생부 교과 성적 70%, 면접 30%를 합산해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때 지원자는 교역자 추천서를 반드시 1부 제출해야 한다. 추천서에는 발행 교회의 직인이 있어야 하며, 특히 신학과 지원자의 경우 세례 일자 및 집례자(주례자)를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12명은 세례식과 추천서로 4개월에 걸쳐 KC대 신학과 수시 지원 자격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더 큰 의혹은 지난해 1015일 치러진 면접에서 제기됐다. 신학과 면접은 면접위원 3인이 수험생 5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학교 소식통에 따르면 신학과 면접위원은 학부장이자 축구단장인 A교수, 신학부 교수, 교양실용학부 교수 등 3인으로 구성됐다.

재학생 아닌데
그냥 세례 줬다

이 소식통은 면접위원 선정은 A교수가 주도했다. 면접위원 중 한 명은 재임용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세인 A교수의 말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해당 교수는 실제 올해 2월 재임용을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신학과 수시전형 면접 대상자는 총 51명으로, 이중 8명이 결시했다. 43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서 면접위원들의 점수 분포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면접 점수는 100점을 만점으로 3명의 평균으로 내며, 환산하면 60점이 최고점수다.


3명은 총 12명에게 동시에 최고 점수를 주는 등 각각 15명 이상의 지원자에게 100점을 줬다. 면접 순위 상위 15명의 환산 전 면접점수는 최소 95점서 100점을 오갔다.

특히 눈에 띈 것은 한 면접위원의 극단적인 점수 분포다. 그는 무려 15명 이상에게 최저점, 0점을 줬다. KC대의 면접점수 반영 비율은 참가만 해도 기본환산 점수가 12점이다. 3명의 면접위원이 모두 0점을 주면 환산점수는 36점이다.

극단적으로 비교해 모두 0점을 받은 지원자와 모두 100점을 받은 지원자 간 점수 편차는 24점이다. 반영비율이 70%인 학생부 성적이 엇비슷할 경우 면접 점수로 석차와 당락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면접위원과 축구단 소속 지원자들 사이에 사전 교감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면접위원이 축구단 소속 지원자들에게 비전이 무엇이냐는 뉘앙스로 물으면 이들이 축구로 선교 활동을 하고 싶다는 취지로 대답했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을 한 면접위원에게 직접 들었다는 관계자는 이게 정유라 사태와 다른 게 뭔지 모르겠다. 정유라가 금메달로 면접위원에게 어필했다면 이들은 축구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학교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면접점수 편차에 의문을 품었다. KC대학은 학칙 제123항에 근거, 입학 전형의 공정한 관리와 운영을 위해 대학입시공정관리대책위원회를 두고 있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5인 내외로 구성하는데 입시관리위원회 위원과 본부 보직교수를 제외한 본교 교직원 중에서 총장이 임명한다. 각 학부별로 중복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이 있다.


얼굴도 안 보고
추천서 작성해

지난해 1025일 기획처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배포한 업무연락 자료인 입시공정관리대책위원회 임면 통보에 의하면 위원장으로 경영학부 교수가 임명됐지만 그는 사무처장이라는 본부 보직을 맡고 있었다. 또 다른 위원 중 한 명은 경영학부 교수로각 학부별로 중복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에 맞지 않는 인사였다.

또 다른 위원으로 임명된 신학부 교수는 문제가 제기된 면접에 심사위원이었다. 학교 교직원 관계자는 본인이 채점한 면접을 당사자가 심사하는 건 무슨 경우냐라며 처음부터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올 줄 알았다고 비꼬았다.

실제 지난해 1110일 진행된 2차 입시공정관리대책위원회 회의서 면접심사표 원장에는 담합해 100점을 준 근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3명의 면접위원에게 확인한 결과 담합 사실은 결코 없다고 답변했다는 결론으로 학교 측은 문제를 일단락했다. 축구단원 12명은 모두 입학등록을 한 상태다. 이로써 이들은 올해부터 KC대학 학생이라는 분명한 신분으로 축구단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의혹이 제기된 건 입학 과정만이 아니다. 복수의 KC대 학생은 지난해 신학부에 입학한 축구단원 5명이 축구단장 A교수의 수업에서 타 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1학년 1학기 A교수의 수업서 신학 공부를 위해 신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이 C+학점을 받은 것과 달리 B학점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A교수는 과제로 매주 리포트를 내도록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단원들은 출석과 과제 제출서 모두 불성실했지만,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신학부 관계자는 축구단원들의 다른 과목 성적은 DF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라며 학사경고를 받으면 축구단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니, A교수가 배려한 것 같다고 의문을 품었다.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지만 KC대 측은 회피에 급급했다. 면접위원이자 입시공정관리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신학부 교수는 학교 측과 얘기해보고 다시 통화하자고 말한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역시 면접위원이었던 교양실용학부 교수는 강의 도중 전화를 받아 축구단 자체를 모른다고 회피한 후 전화를 끊었다.

“입학시키기 위해 작업”
내부실세 영향 미쳤나

KC대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실세라고 칭하는 A교수는 두 번의 통화에서 그만하자” “그만하자는데 왜 자꾸 전화하나, 할 얘기가 없다며 말을 잘랐다. 연락이 닿은 김 총장 직무대행은 일단 학교는 어떤 식의 입장 표명도 하지 않겠다. 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다. 김 전 이사장과 김 총장 직무대행, A교수를 포함한 면접위원 3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학교 관계자에게 고발당한 상태다.

일부 KC대 교직원들은 입시부정 의혹을 미리 차단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KC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에 한차례 민원을 넣었다. 민원인은 축구단 창단과정의 입시 비리 여부에 대해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다.

먼저 2016년 정시 전형으로 입학한 축구단원 7명의 선발과정 절차가 적법한지 물었다. 교육부는 KC대 내부 기구인 입시공정관리위원회서 이에 대해 감사했고, 입시 부정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학교에 입학해 축구단 활동을 한 7명 외에 추가로 합류한 10여명의 비용 처리나 축구부 전용 대형버스 운용에 대해서도 물었다. 교육부는 학교 측의 답변을 빌려 축구단원 7명 외에는 테스트를 받기 위해 학교를 방문하는 학생들로,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기재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KC대의 소명 자료를 토대로 답변했으며, 정부가 각 대학의 교육과정 운영에 세부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대학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에 감사 요청
자율성 침해로 거절

KC대 신학부 출신의 한 목회자는 우리 학교가 이대처럼 인지도가 높고 영향력이 컸다면 아마 벌써 발칵 뒤집혔을 것이라며 정유라는 한 명이지만 우리는 적어도 10명 이상을 부당하게 입학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실세라 불리는 몇몇 교수들의 행태에 학교 전체가 놀아나고 있다학생이나 교수들이 나서줘야 하는데, 큰 기대를 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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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