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네모난’ 작가 노상호

하루가 모여 세계가 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매일 인터넷에서 저화질 이미지를 수집한다. 뚜렷한 기준은 없다. 수집한 이미지를 A4 용지에 먹지를 덧대고 베낀다. 작은 요소들을 추가하거나 또 다른 이미지를 몽타주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야기, 명사, 가사 등이 한 데 섞이면서 다른 상상으로 전환된다. 하루에 한 장, ‘데일리 픽션’이 완성된다. 전날 만든 이미지는 다음 날 또 다른 이야기로 가지치기 된다.

작가 노상호가 송은 아트큐브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평소 수집한 이미지들의 일부를 포토샵 마술봉 툴을 이용해 잘라내고 재배치해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개인전 제목도 ‘Magic Wand(마술 지팡이)'. 마술봉을 통해 탄생한 작품은 다양한 매체, 방식을 통해 분산 배치됐다.

마술봉으로 작업

누구에게나 쉽게 전달될 수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 본질을 알 수 없는 작가 본인의 존재가 전시에 묻어난다.

노상호는 밴드 ‘혁오’의 앨범 표지를 그린 작가로 알려져 있다. 밴드 혁오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가수다. 노상호는 ‘네모난’이라는 이름으로 혁오의 앨범 표지 작업을 해왔다.

그는 혁오가 내는 앨범의 표지를 전부 모으면 하나의 그림이 되는 방식으로 작업 중이다. 매일 한 장의 그림으로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고자 하는 노상호의 생각이 혁오의 앨범 표지에 묻어 있다.


‘데일리 픽션’으로 쌓은 시간
퍼나르고 잘리고 덧붙인 이미지

그는 스스로를 ‘얇은 사람’이라 칭한다. 인터넷 가상환경과 현실의 쏟아지는 이미지에 즉각 반응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신을 먹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들어온 자료들과 재생산, 재배치돼 나가는 생산물 사이에서 본인이 먹지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노상호가 SNS에 게재한 데일리 픽션들은 대중이 또다시 SNS를 통해 퍼나르고 자르고 붙이며 소비한다. 그 과정서 작가는 자료를 편집하고 내보내는 중간 프로그램으로서 존재한다.

노상호는 자신의 손을 떠난 작품에 다른 사람이 개입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타인의 개입으로 작가의 그림은 다시 새로운 자료로서 가상환경을 부유한다. 노상호가 전시장보다는 SNS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이유다.
 

그의 작업 과정은 독특한 데가 있다. 작업의 기본단위는 A4 드로잉이다. 그는 가상환경서 이미지를 변형해 투명한 종이 밑에 받쳐놓고 베끼는 작업, 즉 트레이싱한다. 현수막, 간판으로 제작하거나 어떤 기준으로 카테고리화해 책을 만들고 엽서 혹은 소비재들을 만든다.

A4 크기의 그림을 다시 커다란 캔버스에 빔프로젝트를 쏘고 트레이싱해 유화, 아크릴, 과슈 등의 재료로 그리기도 한다. 이미지들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해상도가 깨지고 픽셀이 흐려진다.


노상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A4 그림들을 다시 복사해 커다란 캔버스에 하나하나의 요소로 다시 트레이싱한다. 그렇게 나온 그림들은 거대한 세계지도를 채우는 하나의 조각이 된다. 하루를 기준으로 지도는 채워지고 사방으로 확장해 나간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어

이번 전시인 Magic Wand는 이 같은 데일리 픽션의 확장판이나 다름없다. 4년간 지속해온 데일리 픽션 작업으로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됐고, 가상환경서 자료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 축적된 이미지들을 또 하나의 수집물로 바라보고 파편화했다. 파편화된 이미지들은 무제한 확산되고 편집된다.

작품은 전시뿐만 아니라 책, 일러스트레이션, 앨범아트, 패션으로써의 도상, 뮤직비디오 화면 등 공간을 가리지 않고 퍼져 나간다. 작가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경로로, 한정적으로 수집된 자료를 통해 노상호를 파악한다.

아무도 전체를 알 수 없고 끊임없이 확장되기에 파악도 불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모두에 다른 사람

노상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최종적으로는 다 다르게 기억했으면 한다”며 “그냥 저를 아는 사람들이 다 다르게 저를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생각의 연장선이다. 전시는 3월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노상호는?]

▲홍익대학교 판화과 졸업, 서울(2013)

▲개인전


Magic Wand, 송은 아트큐브, 서울(2016)
The Great Chapbook, 웨스트 웨어하우스, 서울(2016)
Daily Fiction-Tracing, 스튜디오 콘크리트, 서울(2016)
네쌍둥이, 기고자, 서울(2015)
프리홈프로젝트 XX 네모난, 프리홈, 서울(2012)

▲그룹전

직관의 풍경,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2016)
서사의 간극,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2016)
Concept: ZERO, 헝가리 한국문화원, 부다페스트, 헝가리(2016)
난지 9기 리뷰: 구사구용,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서울(2016)
/documents, 시청각, 서울(2015)
미술관이 된 구벨기에영사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생활미술관, 서울(2015)
굿-즈 2015, 세종문화회관, 서울(2015)
오늘의 살롱 2015, 커먼센터, 서울(2015)
Short Story Long - 장마,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2015)
2015 난지아트쇼 V: 난지도 밀실사건,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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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