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이 최경환 노리는 진짜 이유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09:41:05
  • 호수 1097호
  • 댓글 0개

1조2000억에 닿은 정권실세 입김 '후~욱'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순실 게이트에서 바짝 엎드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KB금융지주다. 현재 현대증권 고가 인수와 관련해 특검에 고발된 상태. 이 인수전서 정권 실세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인수전에 개입한 정권실세로 최경환과 최순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의 현대증권 1조2000억원 고가 인수 의혹 핵심은 이것이다.

복수의 재계·사정기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경제부총리였던 당시 KB금융의 대우증권 인수를 막았으며, 현대증권을 고가로 인수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현대그룹 A 회장은 현대상선의 자구책을 마련했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이르게 됐다.

당시 경제부총리
‘큰 그림’ 누가?

그렇다면 왜 최 의원은 KB금융의 대우증권 인수전을 막았으며, 어떻게 현대상선은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이런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

시계를 2015년으로 되돌려보자. KB금융은 그동안 대형 증권사 인수에 총력을 쏟았다. 대형 금융사지만 그에 걸맞은 증권사를 갖지 못해서다. 대형 증권사들이 M&A시장에 나올 때마다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KB금융이 대형 증권사를 인수해 KB투자증권과 합병한다면 자기자본 5조원대의 업계 1위 증권사를 거느리게 되는 셈이다. 전체 자산서도 KB금융은 신한금융을 앞지르게 된다. 한 마디로 KB금융의 대형 증권사 인수는 숙원사업이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2015년 10월 산업은행 계열사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올 당시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었다.
 

그 일환으로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최 의원과 동문인 대구고 출신 증권맨을 대거 영입했다. 최 의원과 대구고 동기인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을 KB금융데이터시스템 사장으로 영입, 대구고 출신인 전병조 대우증권 전무를 KB증권 부사장으로 영입한다.

증권가 관계자는 “KB금융은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오기 직전부터 김앤장과 안진회계법인 등으로 인수자문단까지 꾸렸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고가 인수 의혹
배경에 정권 차원 개입?

한 마디로 대우증권 인수 의지가 확실했다는 것.

대부분 증권가에선 KB금융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점쳤다. 하지만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했다. 당시 매각 입찰에 참여한 3곳 중 가장 낮은 가격(KB금융-2조1000억원 미래에셋증권-2조4500억원, 한국투자증권-2조2000억원)에 응찰해 인수전이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증권가에선 인수 후보자 중 가장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KB금융의 배팅이 시장 예상에 한참 못미쳐 의아해했다.


그런데 KB금융의 낮은 입찰가 배후에 최 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인수전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부총리였던 최 의원이 재작년 12월 즈음에 산업은행 관계자를 만나 ‘KB금융이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라’라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증언이 있다”고 말했다.

또 사정기관 관계자 역시 “KB금융이 대우증권 인수전서 정권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외에도 <일요시사>가 입수한 투기자본센터의 고발장에 따르면, 최 의원이 “KB금융은 다음 기회를 갖도록 하라”고 적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KB금융이 의도적으로 낮은 입찰가를 제시했다는 의견도 다분하다.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최 의원은 ‘경제대통령’이자 친박 실세로 무소불위 권력이었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과 중진공 보좌관 채용 외압 등이 현재 최 의원이 받고 있는 비리 의혹이다. 여기에 KB금융 대우증권 인수전 개입 의혹까지 추가됐다.

다른 인수전도
그들의 그림자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최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최 의원 측 보좌관은 “그것(의혹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의원님은 현재 연락이 두절돼 전달해드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최 의원은 KB금융의 대우증권 인수를 방해했을까. 여기서부터는 최씨와 현대그룹 A 회장이 등장한다. 먼저 A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로서 현대상선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의 모회사(지분 22.43%)다.

몇 년 전부터 조선, 해운업 불황으로 해운사들이 극심한 위기를 맞았다. 현대상선도 마찬가지였다. 자구책 일환으로 A 회장은 현대증권 매각을 결정했다. 2015년 6월, 일본계 PE인 오릭스가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무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2015년 10월28일에는 현대상선을 한진해운과 합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A 회장은 이를 거부했지만 자칫 선대회장부터 이어져 온 현대그룹 핵심기업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 따라서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서는 현대증권을 적극적으로 인수할 의향이 있는 기업이 필요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2월, 자구계획으로 현대증권 지분 매각을 재결의했다. 이에 최 의원의 압력으로 대우증권 인수전에 실패한 의혹이 있는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4월 KB금융은 현대증권을 1조2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현대상선과 체결했다.

문제는 2015년 오릭스와 협상 당시 매각가가 65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매각가가 두 배나 뛴 셈이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당시 오릭스 매각이 무산된 것도 6500억원이 비싸서다. 그런데 KB금융이 1조2500억원이나 제시한 것은 납득이 안 됐다”고 이구동성했다. 이 때문에 당시 금융권 안팎에선 현대증권 고가 매각 의혹이 일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대증권 입찰 후 차순위 입찰가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2위 입찰자 한국투자증권이 1조1000억원을 발표했다”며 “이것도 KB금융이 비싸게 입찰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물타기'란 소문도 무성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의 리스크도 산적했다. 증권가에선 현재 검찰서 수사 중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PF 부실 대출과 홍콩의 부실 해외법인 등의 실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도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지난해 11월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서 야당 의원들은 현대증권과 KB금융지주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최순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A 회장과 최씨의 인맥은 얽히고설켜 있다.

먼저 A 회장은 이화여대 이사다. 최씨와 국정 농단 의혹이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장모 김장자씨가 다니던 이화여대 최고경영자과정인 알프스도 수료했다. 우 전 수석은 변호사 시절 현대그룹 비자금을 관리한 의혹이 제기된 ISMG코리아 B 대표의 횡령사건 변호를 맡기도 했다.

또 최순실 게이트로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한때 현대증권 사외이사(2008년 10월~2011년 12월)로 일했다. 현재 현대증권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취임한 최모씨 역시 안 전 수석과 가깝다. 두 사람은 대구·경북(TK) 출신으로 성균관대 동문이다. 같은 시기에 성균관대 교수로 재임한 인연까지 있다.

하지만 A 회장은 최순실에 대해 “한 번도 본적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어쨌든 KB금융이 현대증권을 고가 인수한 덕분에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를 면하게 됐다. 반면 최씨와 악연이 있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면치 못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씨의 요구를 거절한 조 회장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저기…
안 엮인 데 없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구조조정 초기만 해도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을 보다 높게 점쳤다. 두 회사 모두 유동성 문제가 심각했으나 선대 규모나 해운업계서의 입지 등 면에서 한진해운이 우위를 보여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펴낸 보고서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중 하나를 살린다면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상황이 급변하면서 한진해운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을 고가에 매각하면서 재기 카드를 쥐었다. 비슷한 시기 한진해운은 내년까지 1조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현대상선과 달리 처분할만한 자산도 마땅치 않았다.

현대상선은 6월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한 데 이어 해운동맹 가입 사전단계인 공동운항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자율협약 조건을 모두 이행했다. 한진해운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자구안을 마련한 뒤 정부에 30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결국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최순실에 밉보인 한진해운
“어려워지더니 결국 망하더라”

당시 조 회장이 최씨의 민원을 거절했기 때문에 보복당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승환 한진해운 육상노조위원장은 “한진해운이 좌초하게 된 배경에 보이지 않는 모종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 회장이 최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압박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의 눈길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서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조 회장이 매출액과 비교해 적은 10억원을 미르재단에 냈는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게 된 것도 돈을 조금밖에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 순위가 한진그룹보다 낮은 LS(15억원), CJ(13억원), 두산(11억원)보다 적은 금액을 내는 바람에 최씨에게 밉보였다는 것이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특검팀서도 이와 관련된 사항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달 30일, 시민단체 투기자본센터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한진해운 법정관리' 책임을 물어 박 대통령과 최씨 등을 특검팀에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사정당국 관계자는 “특검팀에선 현재 들어오는 모든 제보를 검토하고 있다”며 “수사가 빠듯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얽히고 설킨
정치인과 기업인

KB금융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전에 외부의 압력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다 이사회서 결의한 것이다. 현재 이사진들 중에선 외부 입김으로 움직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윤경은 KB증권 대표(당시 현대증권 대표)를 고발했지만 사건은 각하 처분됐다"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ISMG B 대표 특검수사 관전 포인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뇌물죄 입증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특검은 이를 입증할 주요 연결고리로 '현대그룹 비선실세'로 불렸던 ISMG B 대표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는 미국 위슨콘신대 동문, 황씨 아들은 장시호씨로부터 승마 상담을 받은 연결고리도 있다.

B 대표는 ‘현대그룹 비선실세’라 불렸던 인물이다. 현대그룹의 주요 결정을 막후에서 좌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B 대표는 2014년 1월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돼 기소됐는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이 사건을 몰래 변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검은 당시 변호사였던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내정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이 비서관 내정 이후에 사건 무마를 조건으로 수임료를 되돌려 주지 않았다면 뇌물죄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특검은 황 전 대표 재판 관계자들과 접촉해 관련자료를 요구하는 등 사전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은 이와 함께 B 대표가 최순실씨를 배경 삼아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인수합병 과정에 개입했다는 첩보도 입수해 진위를 파악 중이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