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대한당구연맹 복마전

'막후에 권력자가?’ 떠도는 이상한 소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 폭주하고 있다. 사무국 직원들의 비위 사실에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구)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 전 사무처장의 징계를 자체 인사위원회서 취소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급 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는 뾰족한 수를 쓰지 못한 채 예산삭감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고, 경찰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최근에는 연맹에 이상한 소문까지 번지고 있다.

대한당구연맹(이하 연맹)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지난해 7월. 당시 연맹은 8월1일로 예정된 통합 초대회장 선거 때문에 분주한 상황이었다. 소문은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의 측근으로부터 시작됐다. 연맹 비리 사건과 관련해 징계대상자인 사무국 직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고위직에 부탁해 징계를 축소하고 형사고발을 면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체부-종목 단체
검은 커넥션 있나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소문에 연루된 시도연맹 관계자가 지인에게 자신의 상황을 토로하면서 드러났다. 사무국 직원에게 문체부에 줄을 댈 수 있는 친한 동생을 소개해줬는데 고위직을 접촉하는 과정서 사용한 비용을 연맹이 처리해주지 않아 입장이 난감해졌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전임 임원은 “청탁은 관련 부서 실장급 이상에게 들어간 걸로 안다”며 “지인이 소개해준 사람과 문체부 직원이 식사를 하면서 해당 사안에 대해 의논했다고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소문은 시도연맹 관계자와 사무국 직원의 실명이 덧씌워져 연맹에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들은 “절대 아니다”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한 시도연맹 관계자는 “연맹 직원들하고 사이도 안 좋은데 (그들을 위해) 나설 이유가 없다”고 했고 한 사무국 직원은 “청탁할 이유도 없고 할 사람도 없다”며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해당 사무국 직원이 여러 비리 혐의에도 불구하고 형사고발을 당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문이 수면 위로 또 다시 떠올랐다.

문체부, 종목 단체 징계 결정에 개입?
고위관리가 뒤에? 비리 관련 청탁 의혹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진정서에는 ▲비자금 통장 ▲뇌물 수수 ▲임직원 횡령․배임 ▲대한체육회 보조금 횡령 ▲대회비용 횡령 ▲부적격 임직원 채용 등 연맹 비리 상황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진정 내용을 바탕으로 스포츠비리신고센터(이히 신고센터) 조사 후 지난해 1월 문체부-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로 하달된 ‘대한당구연맹 비리 관련 조사결과 통보’ 보고서에는 중앙 및 시도연맹 임직원 7명의 비위 혐의가 담겨 있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면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7명 중 실제 경찰에 고발된 건 2명에 불과했다. 그림 변칙 구입 지시, 부적정한 수당 지급 등 ‘부당한 회계처리’ 혐의를 받은 전임 회장은 무슨 이유인지 경찰 수사뿐만 아니라 징계 대상자에서도 빠졌다.


경기당구연맹 회장·전무이사를 비롯, 전직 임원 3명 등 5명만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넘겨졌다. 연맹 심판 이사는 공금 81만9000원 횡령 혐의, 강원연맹 전무이사는 대회비 156만원 횡령 혐의를 받았지만 문체부 민간단체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규정에 의거, 횡령 금액이 200만원 이하여서 내부 징계 지시만 떨어졌다.

‘부적정한 회계처리’ 혐의를 받은 사무과장 A씨와 사무국장 B씨 역시 형사 고발 조치에서 제외됐다.

비리 혐의자 7명
2명만 경찰 넘겨

2014년 개설된 신고센터는 체육정책과 산하에 있지만 스포츠 비리 관련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영향력이 문체부를 웃돈다는 말이 있다.

신고센터 조사관은 진정서가 접수되면 조사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규정이나 정관에 따라 비위 대상자들에게 경징계․중징계 등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여기에 비위 혐의가 중대한 징계 대상자의 경우 경찰 수사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인다.
 

연맹 비리 조사를 맡았던 C조사관은 “조사 내용과 결과 모두 체육정책과로 넘어간다.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건 문체부”라고 말했다. 반면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규정 적용에 있어 큰 문제만 없다면 신고센터에서 조사한 결과대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사무국 A씨와 B씨는 급식비 및 연구수당 임의 지급, 변칙 회계 처리, 테이블 설치비 부당지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사무국 직원들은 급식비와 연구수당으로 수년간 1억원이 넘는 돈을 근거나 관련 규정 없이 임의로 지급받았다.

특히 연구수당 명목으로 지급된 돈에 대해서는 ‘연구수당을 빙자한 횡령으로 의심된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후속 조치는 전무했다.

이들은 급식비 및 연구수당 지급은 ‘관행이었다’고 소명했다. 이를 두고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한 바 있다.

C조사관은 이에 대해 “급식비 및 연구수당 지급 문제는 1∼2년이 아니라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것으로 안다”며 “지급 근거를 마련하라고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조치에 한쪽에선 횡령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경찰 조사를 통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급식비 및 연구수당 지급과 관련해서는 앞서 2013년 문체부가 감사에서 적발한 부분이다.


내부 관계자가 지난해 11월4일 문체부에 접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문체부가 2013년 규정에 없는 수당 지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사무국 직원들은 2014년부터 오히려 급식비를 올려 받아갔다”며 “문체부 감사 결과도 전면 무시하고 계속 회계 부정을 저지르다 이번에 신고센터에 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장 B씨가 수당 지급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한 것도 반박이 가능하다”며 근거를 내밀었다.

‘대한당구연맹 위임 전결 내규’에 따르면 예산 집행 항목의 13번 ‘인건비, 월정판공비, 정보비, 부서운영비, 중식비 등’의 전결권자는 사무국장으로 돼있다. 기타 사업수행 및 추가 사항은 위임전결 규정에 포함·운영하며, 대부분의 업무 처리는 사무국장 전결로 처리한다는 내용도 주석으로 달려있다. 사무국 직원 중에서 적어도 국장은 수당 지급에 있어서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림 변칙 구입 문제도 후속 조치가 미진했다고 지적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임 회장은 과장 A씨에게 그림을 사면서 당구용품을 구입한 것처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연맹 예산 440만원을 들여 그림 2점을 구입한 후 당구 큐를 산 것처럼 허위 영수증을 받아 변칙 처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그림의 행방에 대해 1점은 빌리어즈TV 방송국 대표에게 선물로 전달됐고, 나머지는 연맹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 혐의 많아

후속조치 없어

C조사관은 “전임 회장이 그림을 구입한 이유가 개인 소장을 위한 게 아니라 후원사 대표에게 선물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크게 잘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계 처리를 한 사무국 직원에게 중징계 조치를 내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전임 회장에게는 ‘기관 경고’ 조치가 가해졌다. 그러면서 C조사관은 “기관 경고는 회장한테 한다. 같은 일이 또 벌어지면 관리단체로 지정하는데 그렇게 되면 임원들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며 “단순히 그림을 변칙으로 구매했을 뿐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개인에게 단체에 주는 징계를 내린 게 합당한가에 대해 묻자 C조사관은 “문체부 담당 사무관이 대외적으로 지시한다면 해당 내용에 대해 언급하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연맹은 징계 부과를 두고도 내내 상급 단체와 갈등을 겪었다. 사무국 직원들의 징계 문제는 연맹의 ‘아킬레스 건’이나 다름없다. 문체부는 사무국 직원들에게 양형 기준에 맞게 징계를 부과하라는 지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연맹을 비리단체로 지정했다. 그 때문에 연맹은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9개월 동안 인건비, 행정지급비 등을 받지 못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연합회와 연맹이 통합되면서 지급됐어야 할 예산의 3분의 2(약 3억원으로 추정) 정도가 공중분해된 셈이다. 그 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체육회는 지난해 9월 특정감사를 통해 사무국 직원들에게 중징계를 부과하라고 다시 한번 지시했다.

사무국 직원 비리 심각
단순 회계 부실로 처리

그제야 연맹은 지난해 10월27일 1차 인사위원회를 소집했다. 이날 부회장, 변호사, 교수 등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사무처 직제 변경 및 인사이동 ▲기획총무팀장 신규 채용 ▲직원 징계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그 결과 A씨와 B씨는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직장 내 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던 연합회 전 사무처장은 파면, ‘대회비 횡령’ 혐의의 연합회 전 사무과장은 파면 및 횡령 금액 환수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서 A씨와 B씨에 대한 징계가 다른 대상자들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맹 인사위원회 결과를 받아본 체육회 종목육성부 관계자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 부분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연맹의 ‘막가파’식 운영은 문체부와 체육회의 안일한 문제 인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문체부는 이번에 결정된 사무국 직원들 징계 수위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서도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산을 깎는 것 외엔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 없다고 토로한 것이다. 또한 종목 단체를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는 체육회는 능력도, 의지도 없는 모양새다.

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체육회의 정관 등 제규정에 대한 중대한 위반 ▲체육회의 지시사항에 대한 중대한 위반 ▲60일 이상 장기간 회원 종목단체장의 궐위 또는 사고 ▲국제체육기구와 관련한 각종 분쟁 ▲재정악화 등 기타 사유로 원만한 사업 수행 불가 등에 해당될 경우 관리단체로 지정된다.

연맹은 그동안 사무국 직원들의 징계 문제와 관련해 상급 단체의 지시사항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육회의 지시사항에 대한 중대한 위반 항목으로 관리단체에 지정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체육회 내부 관계자는 “종목육성부서 올림픽 종목과 비올림픽 종목을 나눠 두 사람이 약 30종목씩을 관리한다”며 “각 종목단체에 전화를 돌리는 일만으로도 한나절이 다 간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니 연맹을 관리단체로 지정해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정감사를 진행했던 체육회 감사실에서는 사무국 직원 징계 수위를 두고 “구두로 (정직 1개월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면서도 “정직 1개월도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언급해 종목 단체 인사 문제에 더 개입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상급 의지 없어
수사 11개월째

경찰 수사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전임 임원은 “현재 수사 마무리 단계”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기자가 수사 종결 시점을 물었던 9월에도 경찰은 “마지막으로 횡령 금액을 산출하는 과정”이라고 답한 바 있다.

지난 2일, 담당수사관은 “내일이라도 수사를 종결하고 싶지만 윗선에서 보완 수사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수사가 11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다. 경찰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렇게 가다가는 증거불충분으로 유야무야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막 나가는 당구연맹
연맹에도 비선실세가?

지난해 11월21일 대한당구연맹(이하 연맹)은 2차 인사위원회를 열어 (구)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이하 연합회) 전 사무처장이었던 B씨의 징계를 취소했다. B씨는 잡지의 성격을 두고 논란 중인 월간지 <스포츠 당구>를 통해 광고료 등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회는 2015년 10월 B씨에게 파면 조치를 내렸다. B씨가 당시 연합회 결정에 불만이 있었다면 징계가 결정된 후 7일 이내 이의 신청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그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징계는 그대로 결정됐다. 그 징계가 1년 후 연맹 자체 인사위원회를 통해 취소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남삼현 연맹 회장은 “B씨가 징계를 받을 당시 연합회 회장이 임원 선임에 있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하는 등 문제가 많아 체육회 감사 결과 중징계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그런 상황에서 진행된 징계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인사위원회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체육회 종목육성부 관계자는 “좀 더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체육회 자문 변호사에게 물어봤더니 (징계 취소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윗선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회장 당선…징계 취소 왜?

2차 인사위원회서 결정된 B씨의 파면 취소 결정은 남 회장이 그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말이 떠돈다. 초대 회장 선거 당시 가장 늦게 후보 등록을 한 남 회장은 B씨가 선택한 후보라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돌았다. 처음에는 B씨에게 도움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정했던 남 회장은 지난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장 선거 당시 B씨가 선거운동을 해줬다”고 인정했다.

남 회장은 <스포츠 당구>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B씨에게 두 번째 선물을 안길 예정이다. 남 회장은 “지금으로선 협회지를 운영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소송이 취하되면 <스포츠 당구>의 소유권은 B씨에게 갈 확률이 높아진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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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