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더민주 이훈 의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09 10:52:02
  • 호수 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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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님은 서민을 외면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고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스물여덟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을 만나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이훈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최순실 국정 농단의 민낯을 드러내고, 한전 전기료 문제 해결에 앞장서며 주목을 받았다. 현 시국을 위기이자 기회로 인식한 이 의원은 촛불민심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새롭게 바뀔 것이라 전망했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만 공정하고 균형 잡힌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초선의원으로서 국정 농단서 탄핵가결에 이르기까지 현 정국을 어떻게 보셨는지.

▲ 국정 농단 사태 자체로 보면 국정 시스템 자체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국정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그리고 아주 스스럼없이 외교에서 인사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시스템을 붕괴시켰다.

박정희 시대서나 가능할 일을 21세기에 한 것이다. 재벌들을 강압하고, 재벌들의 이해를 챙겨주면서 대가를 받는 과정서 민낯이 드러났다고 본다.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이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광장에서 실질적으로 행동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 현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로 보인다.

- 국회 입성에 도움을 준 금천시민에게 한 말씀해 주신다면.


▲ 금천의 경우 소기업 및 중소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분들에 대한 어떠한 배려도 없었다. 즉 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에 대한 심판을 바라는 민심이 저를 국회로 보낸 것이라 생각한다. 선거과정서 시민들께 국정에 한 번 참여해봤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국회서 일을 잘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주민들께서 믿어주신 것 같다. 또한 선거 때 약속들은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가능한 약속들도 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도 더민주 의원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NGO모니터단을 통해 ‘2016국정감사 우수의원’에 선정되셨다.

▲ 사실은 대단히 감사한 일이다. NGO모니터단 뿐만 아니라 우리 당에서도 저를 국감우수의원으로 선정해 주셨다. 국감을 진행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부족하지만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산자위 활동을 통해 기간산업, 에너지산업, 중소기업, 전통시장 문제 등 사회적 약자 부분에 대해 질의를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

금천 지역구 초선의원
국감스타로 자리매김

특히 전기료 문제 관련해서는 사활을 걸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질의했다. 부족하지만 성과가 나왔다. 운영위 차원에선 청와대 문제 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수면에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 농단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했다. 특히 최순실씨 청와대 출입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날카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 국정 농단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의혹의 핵심을 무엇으로 보는지.

▲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가시스템의 붕괴로 견제 받지 않은 국가권력이었다는 점이다. 사전에 점검되지 못했기 때문에 사태가 커졌다고 본다. 이 부분은 개헌을 통하거나 아니면 국가시스템을 점검해야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정경유착이다.
 


권력에 사적으로 작용하는 힘에 대해서 우리 재벌들은 취약하다. 이해관계만 맞춰주면 본인들에 더 큰 이익이 돌아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이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국정 농단의 핵심을 꼽자면 대통령이다. 마치 왕정시대의 여왕처럼 나라를 운영해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대단히 실망을 넘어서 자괴감까지 느낀다. 혹자들 중에는 박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 반헌법적이고, 반국가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 탄핵 정국의 변수를 3가지 짚어주신다면.

▲ 변수를 꼽자면 촛불민심, 헌재결정, 특검이라고 생각한다. 탄핵을 이끈 촛불민심이 앞으로 국정 농단에 드러난 모든 문제 즉, 정책결정 문제, 정경유착, 검찰 개혁, 언론 문제, 세월호 7시간을 둘러싼 모든 정부의 무책임에 대안을 내세우는 시민사회 운동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의 경우 혹자는 재판관들이 보수적 결정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광장의 요구에 대해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민심에 기반해 법적 절차를 따라 합리적이고 상식적 결정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건다.

“약자에 힘을 실어줘야만
공정하고 균형 잡힌 사회”

특검은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크다. 검찰조사가 예비적으로 이뤄진 상황에서 특검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번 특검도 촛불민심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과거처럼 사건을 축소, 은폐, 왜곡하려 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또, 청산의 역사를 가져보지 못한 우리나라가 역사에 교훈을 남긴다는 측면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다.

- 의원님께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롤모델이 있다면.

▲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직접 모시기도 했는데 김 전 대통령을 뵈면서 참 열심히 공부하셨던 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또한 진심으로 국민을 존경하고 사랑하셨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비전을 세웠다. 그 결과물만큼은 집권하실 때 실현하려 노력하셨다.

비전을 세우고 정책을 만드는 것은 노력하면 가능하지만 그것을 현실서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정권 내부의 장애물,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이 많은데 이런 것들을 설득하거나 뛰어넘는 과정은 어렵다. 명분과 자기원칙이 분명하지 않으면 이겨내기 어려운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셨던 분이다.

- 대통령이 탄핵 되면 조기 대선국면이 열리게 된다. 더민주의 수권전략을 말씀해 주신다면.

▲ 당 차원서 개헌입법을 위한 특위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입법연대 및 의총을 통해 어떻게 촛불민심을 받들 수 있느냐에 대한 토론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구체화 되는 것이 수권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더민주에는 쟁쟁한 대선후보들이 많다. 서로 분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내부에서는 분열되지 않으려고 애써야 하고 아울러 외부에서는 야권 전체가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본인의 정치 철학은 무엇인가.

▲ 초선의원으로서 철학을 말씀드릴 것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바라는 정치 스타일은 있다. 첫째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현하는 것이다. 실제 해결 능력이 있는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편드는 정치다.


어디 가서든 중립적이거나 우유부단한 것이 아닌 어떤 판단이든 간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편 들어 주려고 한다. 정치가 그런 맛이 조금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강자, 부자, 기득권 보다는 약자에게 국회의원이 힘을 실어주는 것이 사회적으로 공정하고 균형이 잡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shs@ilyosisa.co.kr>

 

[이훈 의원은?]

▲서강대학교 사학과 학사
▲전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 국장
▲전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실 비서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제20대 국회 전반기 운영위원회 위원
▲제20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
▲제20대 국회의원 (서울 금천구/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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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