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이 노리는 사람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1:32:11
  • 호수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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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담장 위 걷는 왕년의 실세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때 ‘끗발’ 날리던 정권 실세들이 담장 위를 걷는 신세가 됐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정부서 잘 나갔던 인사들이 줄줄이 특별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판이 커진 탓이다. 예상치 못하게 수사 대상에 오른 6인의 면면을 살펴봤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빌딩 18층.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본격 수사 착수를 알리는 현판식이 지난 달 21일 오전 9시에 열렸다. 박영수 특검과 박충근·양재식 특검보, 수석파견검사인 윤석열 검사, 어방용 수사지원단장이 줄을 당기자 하얀천이 벗겨지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라고 적힌 현판이 드러났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박 특검과 4명의 특검보 등이 박수를 쳤다. 박 특검은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법과 원칙에 따라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올바른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

박 특검과 윤 검사 등이 박수를 치며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던 순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로 특별검사팀 소속 파견검사와 검찰 수사관, 특별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특검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작성자로 지목된 관계자들의 집무실과 자택도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지금까지 특검팀의 행보는 법조계서도 예상 밖의 일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정권 실세들을 향해 칼날을 겨누고 있는 형국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특검의 먹잇감이 될 위기에 처했다.

‘타깃 1호’ 김기춘


특검팀의 김 전 실장 자택 압수수색은 그에 대한 수사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브리핑서 “김 전 실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피의자로 입건돼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지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수사 단계에서 검찰은 김 전 실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하는 데 그쳤고 압수수색 등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김 전 실장에 대해 2014년 김희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문체부 1급 실·국장 6명의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만 적용했다.
 

하지만 상황은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으로 급반전했고, 특검팀도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유의미하게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이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 비서관 회의 내용서 지시한 내역을 담은 비망록에는 그의 인사전횡, 권력남용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다.

일각서 제기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진다.

나는 새도 떨어뜨렸는데…지금은 용의자
대부분 직권남용 혐의…줄줄이 압수수색

실제로 특검팀은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 9473명의 이름이 적힌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 블랙리스트 배후에 김 전 실장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재임 중 김진태 전 검찰총장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 전 총장과 자주 통화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2014년 말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정씨 집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서울중앙지검의 자체 판단이 아니라 김 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던 일로 밝혀졌다.


‘특검 성패 핵심’ 우병우

우 전 수석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실을 알고도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는데도 최씨에 대해서 조사를 한 적이없다.

또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씨가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예산을 횡령하고 인사에 개입한 것에 대해서도 내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해 묵인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수사를 방해한 적권남용 의혹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2년 전 세월호 사건 수사 과정에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2014년 6월5일 오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 본청을 압수수색하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를 압수수색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팀이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와 해경 간 통화 내역 등 민감한 내용이 일부 보관된 서버를 압수하려 하자 우 전 수석이 청와대 측 입장이나 의견을 전달하려 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정강’서 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과 의경으로 복무한 아들의 보직 특혜 의혹도 있다. 가족 회사를 만들어 정강이라는 회사를 통해 개인적으로 자금을 유용한 의혹이 있다.

또 이 과정서 처가에서 부동산을 차명 보유했으며 재산 신고를 축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아들이 의경 보직을 받았는데, 경찰 간부의 운전병으로 차출돼 특혜라는 의혹도 나왔다. 당시 경찰 측은 우 전 수석 아들이 “코너링을 그렇게 잘 해서 거기에 갔다”고 해명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의 비위 의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서류를 지난달 26일 인수했다. 특검팀은 이날 검찰 특별수사팀으로부터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을 수사한 서류 사본을 넘겨받았다. 특검팀이 우 전 수석의 비위 의혹 전반에 관한 자료를 확보한 것은 특검법에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최순실 비호, 직권남용 의혹 외에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 혐의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넓힐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부상하는 의혹’ 조윤선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조 장관이 그 리스트를 작성 및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문체부는 가장 먼저 측근비리의 진원지로 지목받았다.

이른바 ‘최순실 차은택 예산’은 조 장관이 장관직에 앉은 뒤 수천억원대로 불어났다.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폭넓은 보복 조처를 시사하는 블랙리스트도 발견됐다. 블랙리스트는 반정부인사로 분류할 만한 문화계 인사들의 이름과 직업이 빼곡하게 나열된 명단이다.
 

2014∼2015년 작성된 것으로 파악된 블랙리스트에는 박원순·문재인 등 야권 정계 인사를 지지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명목을 들어 낙인을 찍은 경우도 수천명에 달했다. 조 장관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해당 리스트가 실제로 있느냐는 질문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부인한 바 있다.

이에 따른 위증, 증거인멸 의혹 등의 조사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 장관은 문체부 관계자에게 서울 서계동 사무실에 있는 자신의 컴퓨터를 교체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관련 작업을 했던 문체부 예술정책국 예술정책과의 컴퓨터 2대 하드디스크를 지난달 초 교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조 장관과 김 전 실장은 현 정권이 불편해하는 문화계 인사 1만여명에 대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한 혐의로 지난 12일, 문화예술단체로부터 특검에 고발됐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 책임자와 작성 경위 등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도 예상된다.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당시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을 소환키로 했다.

‘못잡나 안잡나’
[정유라]

특검팀이 독일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를 지난달 27일,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했다.(정씨는 지난 1일(현지시각), 덴마크의 올보르시 한 주택서 현지경찰에 의해 불법체류죄로 체포됨) 특검팀 측은 “정유라씨에 대해 금일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며 “인터폴 적색수배는 여권 무효화를 신청만 해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적색수배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범죄 피의자에게 내리는 국제수배다. 180여개 인터폴 회원국 어디서든 신병이 확보되면 수배한 국가로 강제 압송된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나 조직폭력사범, 50억원 이상의 경제사범 등이 주 대상이지만 그 외 체포영장이 발부된 주요 형사범도 요청 가능하다.

특검팀은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을 받는 정씨에 대해 법원서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독일 사법당국과의 공조 절차에 들어갔다. 정씨를 기소중지·지명수배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외교부를 통한 여권 무효화 조치에도 착수했다. 정씨는 독일 현지서 변호인을 선임하고 특검 수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등 핵심 관계자에 대해서도 보강수사를 벌여 정씨 부정입학과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사업 수주 간 대가성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화여대는 올해 교육부 주요 재정지원사업 총 9건 중 8건을 따낸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정씨의 특혜입학 의혹과 관련해 면접위원 및 교직원들을 줄소환한 바 있다. 최 전 총장과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등 핵심 관계자들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연금으로 장난?’ 문형표

문형표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있던 2014년 7월, 산하기관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을 의결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지난달 27일, 문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으며 이튿날 오전 1시경 긴급체포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소속 투자위원회 결정만으로 찬성을 의결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합병 반대 권고도 무시됐다.

칼날 피해갈 수 있을까
뇌물 혐의 입증이 관건

특검은 이처럼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을 밀어붙이는 과정에 청와대 등 윗선의 입김이 들어간 게 아닌지, 문 이사장이 여기에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문 이사장이 국민연금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한 정황은 이미 드러나 있다. ‘청와대 뜻’을 거론하며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증언이 있기 때문이다. 

특검도 “문형표 당시 장관이 합병 찬성을 직접 지시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러한 의혹을 확인하고자 문 이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영장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이사장은 지난해 11월24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 “국민연금 의사 결정에 관여한 바 없고, 청와대 지시나 삼성 측과의 사전 교감도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최 민원 해결?’ 홍완선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장이 삼성 합병 당시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특검팀에 두 차례 걸쳐 밤샘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지난달 26일 오전 9시30분쯤 홍 전 본부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한차례 불러 이튿날 새벽까지 밤샘 조사를 진행한 데 이어 다음날 특검 사무실로 재소환했다.

앞선 조사에서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을 상대로 삼성이 최씨 측에 제공한 자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을 국민연금이 승인한 대가에 해당하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 전 본부장이 고문으로 있는 투자회사인 프라이머리 인베스트먼트에 삼성이 돈을 지급했다는 의혹도 특검팀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을 포함한 합병 의결 과정의 핵심 관계자 조사와 국민연금·복지부 압수수색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삼성 ‘합병 민원’을 해결해주려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영장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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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