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서향희-차은택 삼각 평행이론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2.12 09:50:31
  • 호수 10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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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욕’ 최순실이 다 쳐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권력은 정말 둘로 나눌 수 없었던 것일까. 최순실씨는 대통령 뒤에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쳐냈다. 정윤회·서향희·차은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앞에는 한때 ‘문고리 권력’ ‘실세’ ‘비선’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그런 이들이 온갖 논란과 사건으로 권력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배후는 권력을 나누지 않겠다는 최씨의 의지가 있었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최순실씨는) 이간질의 달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워지는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끌어 내린다. 정윤회, 차은택은 그렇게 해서 날아갔다.”

한때 최씨와 절친 했던 지인이 최씨의 권력 의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수많은 언론을 통해 최씨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을 이간질하며 쳐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 신뢰받자
문건으로 날려 

최씨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 정윤회씨는 박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로 통했다. 정씨는 최씨의 전 남편이다.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광역시 달성군 보궐 선거 출마로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2년에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탈당 후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하자 총재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2004년까지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보좌관을 맡았다. 이후 공식 직함을 맡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소위 '문고리 3인방'을 배후서 조종하는 인물로 지목돼왔다. 또 정씨가 대통령 뒤에서 승마협회 인사 개입을 했다는 등의 권력형 비리 의혹이 언론을 통해 꾸준히 보도됐다.


정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서 이른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11월28일자 <세계일보>를 통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했다고 보도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정씨가 ‘문고리 권력 3인방’ ‘십상시’로 불리던 박 대통령의 청와대 보좌진을 주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 청와대 유출 문서의 핵심인물로 등장하는 정씨가 자신과 관련된 문건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에서 축출됐다.

일각에선 최씨가 정씨를 축출하기 위해 기획된 사건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처벌을 받은 서울경찰청 한일 전 경위가 당시 승마협회와 관련된 정보를 모았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이 더해져 최씨가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최씨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비선실세로 국정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언론보도와 검찰 수사를 통해 속속 확인되고 있어 당시 수사에도 최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014년 사건 당시 검찰이 압수한 한 전 경위의 휴대전화에는 ‘최순실이 대통령 개인사를 다 관장한다’는 정보도 들어 있었지만 검찰은 수사 때 이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다고 한 전 경위는 주장하기도 했다.

최 “권력 나눌 수 없다”
청 민정수석식 통해 관리?
이간질로 멀게 만들었나

당시 청와대 비선실세 문건을 특정 언론에 건내 기사화되도록 한 건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씨를 박 대통령의 주변에서 제거하려는 누군가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윤회 문건’을 언론에 제공한 배후에 최씨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최씨는 왜 정씨를 축출하려고 했을까.

일각에선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신뢰를 받는 정씨가 질투가 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씨가 <월간중앙>과 인터뷰서 최씨와 이혼 사유에 대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분(대통령)을 보좌하는 스타일이 많이 달랐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자신을 신뢰하는 모습에 최씨가 질투했다는 소문에 정씨는 “질투하긴 했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버지도 <주간경향>과 인터뷰서 박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정씨와 최씨가 마찰을 빚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씨 아버지는 “(최씨가 정씨의) 활동하는 것을 조금 억제했다. (정씨가) 거기서 실망했다. 대통령이 인정 안하게끔 이미 (최씨가)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들과 정황 등을 미뤄봤을 때 최씨가 정씨를 견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올케 등장에
견제구 던져

다른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도 최씨에 의해 권력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서 변호사는 대통령의 올케로 ‘만사올통’(모든 일은 올케로 통한다)이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서 변호사는 2004년 박 회장과 결혼했다.

박 대통령과 서 변호사는 아주 돈독한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한때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지만씨의 마음을 잡아준 서 변호사를 특별히 아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결혼식 한달 전 상견례를 마친 뒤 “우리의 사랑스러운 예비 올케 서향희씨. 그 아름답고 고운 마음에 따뜻함을 느끼며, 동생에게 많은 사랑과 꿈을 전해주길…”이란 글까지 썼다

서 변호사는 결혼 이후 각종 기업의 감사, 사외이사, 고문 등을 맡으면서 박근혜 후광 논란이 일었다. 2012년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로서 신삼길 회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도 받았지만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그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법률고문을 맡으면서 야당에선 비판이 나왔다.

당시 박근혜 캠프 일부 인사들은 대선 최대 리스크로 서 변호사를 지목할 정도였다. 이런 서 변호사가 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변호사 활동을 접으며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여권에선 “서 변호사가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극도로 몸가짐을 자제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 동안 서 변호사의 존재는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올해 서 변호사는 국민대 강의 등을 맡으며, 4년 만에 첫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언론서도 이런 서 변호사 행보를 주목했다.

그러던 찰나, 지난 8월 <뉴스타파>는 서 변호사가 2013년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진 ‘철거왕’ 이금열 사건에 직접 개입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이 사건은 이금열 회장의 USB 메모리서 정관계 인사 로비 정황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지만, 결국 로비 대상 1명의 구속으로 흐지부지 끝났다. 서 변호사는 이금열 사건에 개입, 변호사비 흥정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측근들도 타깃
줄대기 정황도 


이와 관련된 내용은 ‘청와대 문건 유출’ 당시 청와대의 ‘서향희 동향 문건’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이 문건에선 철거왕 이금열 사건을 소개한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문제삼아 경고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당시 서 변호사 동향 문건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 변호사가 대통령의 후광을 받는 것을 참지 못하고 최씨가 또 다시 언론 등을 통해 '견제구'를 날렸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일각에선 당시 <뉴스타파>의 보도가 최씨의 작품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때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으로 최씨가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공사를 쳤을’ 가능성도 나온다. 민정수석실서 주도해 ‘서향희 동향 문건’ 등을 언론에 흘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서 변호사를 견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림자 실세 OUT
만사올통 OUT
문화계 황태자 OUT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 하던 차은택씨도 박 대통령과 가까워지자 최씨가 견제구를 날렸던 사람이다. 차씨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한때 최씨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이들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차씨와 박 대통령 만남이 잦아지면서 시작됐다.

한때 최씨의 최측근이었던 지인은 “차씨가 최씨 몰래 대통령을 만나다 몇 번 걸린 적이 있다”며 “당시 최씨가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씨는 차씨를 점점 멀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차씨의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기자회견서 “어느 순간부터 차씨는 배제되고 (차씨의 후배 김성현씨)가 오히려 최씨의 오른팔 수하 역할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차씨 변호사는 “최씨 측이 차씨에게 ‘떠안고 가라’고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최씨가 차씨를 쳐내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통해 사전 작업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4~5월 경부터 우 전 수석이 차씨가 단장으로 있던 창조경제추진단 문화창조융합본부를 수시로 드나들며 조사를 벌였다는 내부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사실상 '차은택 라인'으로 채워졌던 추진단서 차씨가 단장직을 내려놓은 배경이 관련 비위 때문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감히 울언니를?
돌연 사이 틀어져
 

민정수석실에선 차씨 관련 비위 행위는 수사하는 반면 최씨와 관련된 것은 그 어떤 것도 수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우 전 수석이 최씨의 하명을 받고 차씨를 수사하며, 당시 단장직 등을 내려놓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씨에 놀아난 민정수석실
우병우 장모 입김설 ‘솔솔∼’ 

최순실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씨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추천하는 내부 보고서를 받는 등 청와대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업무 중에는 최씨와 같은 대통령 측근을 감찰·관리하는 업무도 있는데, 최씨가 이 인사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TV조선은 최씨 측근들이 일했던 사무실에서 입수한 청와대 인사 보고서 2매를 공개했다. 2014년 5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에는 당시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 등 현직 참모들의 사진 및 프로필, 그리고 홍 수석 후임자로 곽상욱 당시 감사위원이 추천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청와대 인사 개입 정황
생뚱맞은 사람들 추천?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 인사는 보고서가 최씨에게 넘겨진 이후 어느 시점에 결과가 바뀌었다. 문건에는 민정수석으로 곽상욱 당시 감사위원이 추천됐지만 실제는 김영한 전 대검 강력부장이 임명됐다.

검찰 조사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최씨가 우 전 수석의 처가가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시 기흥CC서 함께 골프를 친 정황도 포착됐다. 골프를 한 시점은 우 전 수석이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 초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돼 약 8개월간 근무한 뒤 2015년 1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그동안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씨와 최순실씨가 서로 친한 사이이며,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 과정에 최씨가 힘을 써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현 정권 초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서 “우씨가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되는 과정에 최순실씨와 맺은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와 최씨가 함께 골프를 할 정도의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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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