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최순실 공소장 완전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1.28 14:49:38
  • 호수 10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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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공모하여~’ 9번 반복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이 안종범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피의자들을 일괄 기소했다.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들과 ‘공모 관계’라는 초강수를 뒀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에 입건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의 공소장 전문을 공개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혐의 상당 부분에 공모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향후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전 11시 ‘최·안·정’ 등 3인방을 구속 기소하면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직접 만나
기업에 갑질

<일요시사>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최씨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강요 미수, 사기미수죄. 안 전 수석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강요 미수죄 등이 있다. 정 전 비서관은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구속기소됐다. 이들 배후에는 박 대통령이 있다는 게 검찰의 공소 요지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안 전 수석에게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니, 그룹 회장들에게 연락해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10개 그룹 중심으로 대상 기업을 선정한 다음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삼성 등 7개(현대자동차, LG, SK, CJ, 한화, 한진) 그룹을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각 그룹 회장들에게 지난해 7월24일 예정인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기업 회장단 초청 오찬간담회 직후 단독 면담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이후 지난해 7월24일에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CJ그룹 손경식 회장, SK이노베이션 김창근 회장 등을, 7월25일에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과 순차적으로 단독 면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서 대기업 회장들에게 문화, 체육관련 재단 법인을 설립하는 데 적극 지원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은 단독 면담을 마친 뒤 안 전 수석에게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돈을 각출해 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같은 해 7월부터 8월 사이에 이 내용을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에게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이 과정서 최순실씨에게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 운영을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최씨는 재단의 이사장 등 임원진을 자신이 지정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아울러 재단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는 등 재단의 인사 및 운영을 장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최씨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방한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정 전 비서관에게 “리커창 중국 총리가 곧 방한 예정이다. 대통령이 지난 중국 방문 당시 문화교류를 활발히 하자고 하셨다”며 “구체적 방안으로 양국 문화재단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와 연관성 보이는 혐의들 나열
안종범·정호성 의혹은 곧 대통령 의혹


이에 정 전 비서관은 최씨로부터 들은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재단 설립을 서두르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며 재단 명칭과 임원진 명단, 사무실 주소 등을 지시했다. 여기서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설립을 서두르라는 지시를 함으로써 기업들에게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박 대통령은 재단 임원진 명단과 사무실 위치 등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한 혐의도 있다.

또 최씨는 지난해 9월말부터 10월까지 문화재단서 일할 임직원을 면접 후 직접 뽑았다. 재단 이사장과 사무총장, 이사 등 임원진 명단과 조직표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최순실→정호성
→박근혜→안종범

안 전 수석은 이를 경제수석비서관실 소속 최모 경제금융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은 최 비서관은 청와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경련이 준비해온 문건 등을 보고받고 재단 설립 등을 지시하면서 전경련이 보고한 9개 그룹의 분배 금액을 조정, 확정했다.

회의 결과에 따라 전경련은 지난해 10월, 삼성 등 그룹 임원들과 회의를 가지면서 그룹별 출연금 할당액을 전달했다. 이후 롯데도 출연 기업에 포함시키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은 미르재단의 출연금 규모를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증액하고, 추가할 만한 그룹이 있는지 등의 확인을 다시 지시했다.

이에 따라 요청을 받은 18개 그룹 중 2개 그룹을 제외한 16개 그룹 대표 및 담당 임원들은 출연금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미르재단에 486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했다.
 

이후 최씨는 지난해 12월 스포츠재단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또 케이스포츠재단서 일할 임직원을 면접을 거쳐 선정한 다음 임원진 명단을 정 전 비서관에게 보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같은 달 안 전 수석에게 “정모 이사장, 김모 사무총장 등을 임원진으로 하고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도와달라”
강력한 외압

안 전 수석은 이후 전경련 이 부회장에게 “예전에 말한대로 300억원 규모의 체육재단도 설립해야 하니 미르 때처럼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이 부회장은 전경련 직원들을 통해 미르재단 설립 과정서 연락했던 그룹을 기초로 출연금액을 할당했다. 결국 현대차 등 케이스포츠재단에 출연하기로 한 16개 그룹은 미르재단과 같이 케이스포츠재단에도 총 288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했다.

최씨는 자신의 지인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 해외 기업 및 대기업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관련 자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1월 안 전 수석에게 “KD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이 있는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함께 있는 가운데 현대차 정 회장 등에게 KD코퍼레이션을 소개했고, 납품 계약을 추진토록 했다. 이후 KD코퍼레이션과 현대차와의 납품계약 진행상황을 계속 점검하면서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결국 현대차 등은 지난해 2월 KD코퍼레이션과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10억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받았다.

사실상 미르재단 설립
운영 최순실에 맡겨

최씨는 지난 1월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실 인근에 스포츠 매니지먼트 등을 목적으로 하는 더블루케이를 설립했다. 이후 지난 2월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이라는 제하로 전국 5대 거점 지역에 체육시설을 건립하고 이권사업은 더블루케이가 담당하는 사업안을 마련한 뒤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로 인해 최씨는 대가 명목으로 KD코퍼레이션 대표로부터 시가 1100만원 상당의 명품백과 현금 5100만원 상당을 받기도 했다. 최씨는 또 KD코퍼레이션 대표가 박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한편 최씨는 지난해 10월, 사실상 자신이 운영하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안 전 수석에게 플레이그라운드 회사소개 자료를 건네줬고, 안 전 수석은 현대차 정 회장에게 “이 회사가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잘 살펴봐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플레이그라운드가 70억6000만원 상당의 광고 5건을 수주 받게 해 9억18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도록 했다.

최씨는 지난 1월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실 인근에 스포츠 매니지먼트 등을 목적으로 하는 더블루케이를 설립했다. 이후 지난 2월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이라는 제하로 전국 5대 거점 지역에 체육시설을 건립하고 이권사업은 더블루케이가 담당하는 사업안을 마련한 뒤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이 무렵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단독 면담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라는 취지로 지시를 내렸다. 지난 3월 이뤄진 면담 이후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이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 상황을 챙겨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씨는 이후 더블루케이 관계자들에게 “이미 롯데그룹과 얘기가 다 됐으니 롯데그룹 관계자를 만나 지원 협조를 구하면 돈을 줄 것”이라고 지시했다. 결국 롯데그룹은 6개 계열사를 동원해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송금했다.

포스코와 관련해서 박 대통령은 스포츠팀(배드민턴팀)을 창단하게 하고 최씨가 운영하는 회사 더블루케이가 매니지먼트를 맡기로 약정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검찰은 공모라 보진 않았지만 지난해 2월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매각 당시 박 대통령이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회장을 통해 매각절차를 살펴보라”고 안 전 수석에게 지시했다고 의심했다.

청, 기밀 누설
대통령 주도?

KT에는 “최씨 측근 이동수씨 등이 채용되게 회장에게 연락하라”는 지시와 “플레이그라운드를 KT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게 하라”는 지시를 안 전 수석에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 산하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도 장애인 스포츠단을 창단하는 데 컨설팅할 기업으로 더블루케이를 소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과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의 공범으로 규정됐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이메일 또는 인편 등으로 전달하라고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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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