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때문에…” 대한민국 집단 우울증 진단

‘나는 뭐냐’ 상대적 허탈감에 멘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4년 4월16일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서 침몰했다. 172명 구조, 295명 사망, 9명 실종. 단원고 학생, 교사, 일반인, 선원 등 총 304명이 바다 속에 가라앉은 참사로 전 국민은 혼란에 빠졌다. 혼란은 분노로 바뀌었다가 이내 집단 무기력·우울증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세월호 트라우마’다. 그로부터 2년6개월 뒤, 국민들은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공부는 해서 뭐해요?”(고3 수험생) “코피 쏟으며 들어온 대학인데 누구는….”(대학생) “이력서 50장 썼는데 족족 떨어지고 있어요.”(취준생) “일주일에 네 번 야근, 월급은 100만원.”(중소기업 수습사원)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남는 게 없어요.”(족발집 주인) “기껏 뽑아놨더니 무당한테 나라를 맡겼다.”(70대 노인)

최씨 트라우마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하나씩 사실로 드러나면서 전 국민은 연일 언론을 달구는 보도에 경악하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촛불을 든 국민들은 서울광장, 광화문 등에 모여 대통령 하야, 탄핵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진행한 1차 범국민 행동 집회에 2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것을 시작으로 지난 5일에는 20만명, 12일에는 100만명이 거리로 나와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100만명이 모여도 소용없을 것.” “정치권은 물론이고 검찰, 언론 전부 한 패.” “집회에 나오긴 했지만 변화는 없을 것.” 등 비관론이 나왔다. 지난 2014년 4월 전 국민을 집단 패닉 상태로 몰고 갔던 세월호 참사 이후 또 다시 집단 무기력 현상이 국민들 사이에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질병관리본부가 아주대에 의뢰해 수행한 ‘지역사회 건강조사 기반 사회심리 및 안전인식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피해 지역인 경기도 안산은 불안, 스트레스, 자살 생각 등으로 고통 받는 주민의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높았다.

안산 단원구(11.6%), 상록구(11.3%) 등 주민 10명 가운데 1명은 우울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지역사회 건강조사’에서 안산 단원구 주민 4.3%, 상록구 주민 4.8%가 우울 증세를 보였던 것에 비해 5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해결 불가능한 거대한 구조적 모순을 목격했을 때 집단 구성원이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순실 게이트는 국민이 투표로 빌려준 권력을 받은 대통령이 일반인과 그것을 나눠 가졌다는 점에서 경악할 만한 사건이다.

게다가 최씨가 문화, 국방, 외교 등 할 것 없이 전방위로 국가 정책에 손을 뻗쳤고, 그 딸인 정유라씨가 평범한 사람들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의 특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일상처럼 사용되는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등의 단어가 실제 눈앞에 현실화됐다는 점도 박탈감에 단단히 한몫을 거들었다.

지난 17일은 2016 대학수학능력 시험일이었다. 수시로 대학에 가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수능의 중요성이 비교적 낮아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10여년 간 수능을 위해 공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렇게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은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학교생활의 기본인 출석일수조차 제대로 채우지 않은 정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고 분노했다. 또 그 과정에서 대학이 학칙을 바꾸고, 면접에서 상위권 학생들에게 낙제점을 주면서까지 정씨의 입학을 도운 사실이 밝혀져 이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대입 취업 사업 이념…세대별 박탈감 심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집회 나와 한 목소리


학교는 정씨가 입학한 이후에도 여러 가지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기본 형식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맞춤법도 허술한 리포트에 교수는 평균 이상의 점수를 줬다. 명문사학으로 불렸던 이대의 위상은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최경희 전 총장은 끝까지 정씨에 대한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문제로 학교 측과 대립하던 이대생들은 정씨 특혜 의혹에 분노했고 농성과 시위 끝에 최 전 총장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정씨는 온라인으로 자퇴서 한 장을 낸 것으로 끝이었다.
 

또 정씨가 2014년 자신의 SNS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고 글을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들이 느낀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20∼30대 취준생 역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5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준생 10명 중 4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공시족이다. 일자리의 질이 낮아지면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추세가 심화됐다는 방증이다. 9급 공무원으로 3급에 오르려면 3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5급으로 시작해도 20년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청와대 전 4급 행정관 이영선씨, 3급 행정관 윤전추씨, 2급 선임행정관 김한수씨 등은 최씨와의 인연으로 30대에 고위공무원 자리에 올랐다. 이씨는 TV조선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대통령 의상실 내부 영상에서 휴대전화를 닦아 최씨에게 두 손으로 건넨 인물이다.

헬스트레이너 출신 윤씨는 영상에서 서류를 보여주거나 옷을 직접 펼쳐 보이는 등 최씨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고위공무원이 최씨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고 있던 것이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 측근 연루 의혹이 불거진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강탈 시도도 있다. 차씨 측근들은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기업 대표 A씨에게 지분을 넘기라고 요구하면서 거절할 경우 고강도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협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이미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상태이며, 권오준 포스코 회장 역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공정성이 붕괴됐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고위직과의 인맥 하나로 돈, 권력 등을 부당하게 갈취한 자들의 모습은 점차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에서 허리가 휘도록 일하는 자영업자들을 좌절케 했다.

망가진 민주주의에 대한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최근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는 1987년 전두환정부에 맞서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던 6·10민주항쟁을 떠올리게 했다. 6월 항쟁은 전국 20∼3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됐고 연인원 400∼500만 이상의 국민이 참여했다.

그 결과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6·29민주화선언을 이끌어냈다.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세대는 현재 50대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학생운동과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던 사람들로, 최근 붕괴되는 민주주의를 보며 개탄하고 있다.

특히 50대는 18대 대선 당시 박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었다. 당시 50대의 82%가 투표했고, 그 가운데 62.5%가 박 대통령을 뽑았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11월 2주차(8∼10일)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보면 50대의 ‘긍정’ 응답 비율은 6%에 그쳤다.
 


‘콘크리트’라고 불리는 노년층이 느끼는 ‘배신감’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 수치를 통해 나타난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연령층의 긍정 응답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18대 대선 때 노년층의 80.9%가 투표했고, 그 가운데 72.3%가 박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돌아온 건 예산 삭감, 복지 축소 등 ‘찬밥’ 대접이다. 더민주 오제세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년도 예산안 심사 비경제부처 질의서 “최씨 관련 예산은 271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46%가 급증했는데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예산은 5772억원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근본적 해결 시급

이 중 노인 분야는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비가 전액 미편성 됐고, 노인요양시설 확충 관련 58억원 등 396억원이 삭감됐다. 이는 과거 집회나 시위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던 노년층이 광화문으로 나오게 된 이유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 없이 사건이 흐지부지된다면 국민이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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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