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VS 우병우 사단’ 파워게임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1.14 11:05:45
  • 호수 10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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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아있는 권력에 누가 칼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사진 한 장으로 검찰이 발칵 뒤집어졌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른바 ‘황제수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우병우 사단에 ‘수사 똑바로 하라’고 옐로우카드를 날렸다. 김 총장과 우병우 사단의 파워게임을 보는 것 같다.

지난 6일, 검찰서 조사를 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오만한 태도에 김수남 검찰총장은 ‘철저히 수사하라’고 수사팀을 질책했다. 우병우 사단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병우는 팔짱
검사는 배꼽손

먼저 우 전 수석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의 포토라인에 서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기자를 불편한 표정으로 ‘지긋이’ 째려보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횡령·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에 전날 오전 10시께 소환됐으며 1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지난 7일 새벽, 귀가했다.

지난 7일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서 우 전 수석은 웃음을 머금고 팔짱을 낀 채로 매우 여유로운 태도를 보여 논란이 가중됐다. 옆에는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이 서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해당 인물은 수사팀에 파견된 L검사와 수사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사진은 조사 중인 상황이 아니라 밤 9시까지 일단 조사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담당 부장검사가 팀장에게 보고를 간 사이 우 전 수석이 다른 후배검사 및 직원과 서 있는 상태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그의 오만한 태도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가 인터넷에 공개한 다른 사진에는 우 전 수석이 다가서자 수사검사와 수사관이 벌떡 일어나는 모습과 우 전 수석의 변호인 곽병훈 변호사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파안대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민정수석서 경질돼 검찰에 출석한 ‘민간인 우병우’의 검찰 내 위세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횡령과 직권남용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피고발인을 극진히 예우하는 검찰 태도에 안팎의 비난이 쏟아졌다.

김 총장은 진노했다. 우 전 수석의 ‘황제수사’ 논란과 관련해 수사팀을 질책했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절차상이라도 그렇게 비춰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앞으로 더 철저히 하라고 김 총장이 강조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의 황제수사 논란은 이미 법조계서 예상한 바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우병우 사단’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우 전 수석의 검찰 장악력은 여전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특별수사팀의 윤갑근 대구고검장이다. 윤 고검장은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으로 꼽힌다.

여전히 오만한 우 전 수석 포착
쩔쩔매는 검사…황제수사 논란

윤 고검장은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법무부서 함께 근무했고 우 전 수석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을 지낼 때 윤 고검장은 중앙지검 3차장으로 활동하며 업무를 조율했다.

2014년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도 있다. 이후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승진했고 윤 고검장은 대검찰청의 요직으로 이동했다. 당시 윤 고검장을 보면 “우 전 수석의 구원투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실제로 윤 고검장의 수사는 우 전 수석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먼저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것은 특별수사팀이 꾸려진지 75일 만이다. 우 전 수석 부인 이모씨도 검찰소환에 계속 불응하다가 민정수석서 경질된 지난달 30일에서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한 변호사는 “다른 피의자였으면 벌써 체포영장을 청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특별감찰관실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우 전 수석이나 부인의 휴대전화는 압수조차 하지 않았고 우 전 수석 자택이나 처가(장모의 집)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우 전 수석 수사를 느슨하게 했다는 게 중론이다.

짱짱한 가신들
총장은 허수아비?

이렇듯 우병우 사단은 윤 고검장뿐만 아니라 검찰 내 주요 요직에 곳곳에 있다. 핵심 고위직은 물론이고 전국 주요검찰청의 인지부서(특수부, 공안부, 강력부, 외사부 등이 지만 주로 특수부를 말함)의 중간 간부들은 대부분 우병우 사단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검찰서 핵심적인 사정수사를 담당하는 곳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와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그리고 서울남부지검”이라면서 “이 세 곳의 수장이 모두 우병우 사단”이라고 말했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노승권 1차장과 이동렬 3차장도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된다.

박근혜정부 아래 검찰의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다. 우 전 수석 비리와 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만일 이번에도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인다면 검찰이 국민적 역풍을 맡을 수도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지금 국민들께서는 오로지 검찰만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 기회다. 최순실 사건 제대로 해라”고 충고했다.

강하게 질책?
그놈이 그놈∼

이 때문에 김 총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라는 게 검찰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 총장이 이끄는 검찰 조직이 박근혜정부 들어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눈치보기’ 수사로 일관해 비판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 관련 수사에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사건 수사도 박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대통령만 보는 수사들을 직접 지휘했다. 청와대 문건유출 의혹 사건,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시국장 사건 등이 ‘박근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른 사건들로 평가받는다.


청와대를 등에 업고 자기 사람을 꽂으며 우병우 사단을 구축했던 전 민정수석과 사실상 청와대 시녀로 전락한 검찰총장. 이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 김 총장이 우병우 사단 제거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김 총장과 청와대, 우 전 수석 등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면 우병우 사단을 제거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검찰은 지난 7일, 우 전 수석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대검 관계자는 “언론에 제기된 의혹들(우 전 수석이 재직 시 최순실씨의 비위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의혹 포함)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최근 검찰총장이 지시했다”며 “이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출범 때부터 총장의 일관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큰소리 떵떵’ 여전히 실세로 군림
검찰 내 두 개의 태양 존재 확인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나 최씨의 각종 비리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묵인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그가 두 재단 모금을 주도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나 문건 유출 혐의가 있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행위에 가담했다면 직권남용이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김 총장은 우 전 수석이 지난 6일 ‘황제 조사’를 받았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와 관련해 수사팀을 강하게 질책했다. 대검 관계자는 “소환이나 조사 과정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국민 눈높이서 볼 때 어긋나게 비치지 않았는지 철저히 살피라고 김 총장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서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제대로 막지 못한 우 전 수석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서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최순실 게이트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의 자금 횡령과 공직자 재산신고 등에 대해서만 수사를 받았지만 ‘최순실 게이트’서도 핵심 피의자”라고 주장했다.

수사 결과에
검찰 명운 달려

우 전 수석과 김 총장의 파워 게임의 향방에 따라 이번 사건의 결론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과연 이런 파워 게임 속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은태 내사’ 우병우 은폐 의혹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지난해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의 각종 이권 및 정부·공공기관 등 인사 개입에 대한 내사를 벌여 구체적인 비위 단서를 적발했지만 청와대가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관련자 증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씨를 비롯해 차씨의 비위 행위를 알고도 방치했거나 은폐했는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해졌다.

지난해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아프리카픽쳐스나 모스코스 등 차씨가 이끌던 회사의 대기업 및 정부부처 일감 수주 문제점에 대한 증언과 자료를 수집해 복수의 대기업에서 구체적 자료까지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정수석실은 또 차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고위직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문체부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 소유 업체 혹은 그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들은 KT, 현대차그룹, 포스코 등에서 광고 일감을 대거 수주했다. 또 차씨의 든든한 배경에 은사인 문체부 장관, 외삼촌인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이 있었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이 차씨를 눈여겨본다는 기류가 민간에 포착되면서 일부 대기업에서는 차씨와의 업무 관계를 꺼림칙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우 전 수석 산하의 민정수석실이 차씨를 내사하기 시작하면서 미르재단 등으로 차씨와 깊이 연관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우 전 수석 사이에 깊은 갈등이나 긴장 기류가 조성된 적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차씨의 비위 의혹이 수집된 자료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일 조사가 이뤄졌다면 결과가 민정수석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라인에 대한 감찰을 소홀히 해 이 사태를 방치했다며 직무유기로 현재 고발돼 있다. 민정수석실이 차씨의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우 전 수석에게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보고받고도 묵살했다면 박 대통령의 형사적 책임이 무거워진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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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