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딸 정유라 둘러싼 '소문과 진실'

소문이 곧 진실로 "어디까지가 팩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순실씨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움직이는 사람이 최씨라는 것. 그런데 최씨를 움직인 것은 딸 정유라씨였다. 최씨를 둘러싼 비리와 특혜 의혹이 딸 정씨와 연관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진정한 비선은 정씨’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는 이렇다할 해명도 없이 잠적해 있다가 지난 30일, 전격 귀국했다.

“웃고 있는 내 아들 벌써 하늘에서 주신 천사가 25주나 되었어요. 더 이상 숨길 마음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서 이제 밝히고자 해요. (중략) 제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어요. 이 세상에서 제 아들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중략) 모두 다 저버리더라도 아이를 살리고 싶습니다.”

언제 임신했나?
아이 출산설은?

2015년 1월8일 ‘유연’이라는 이름의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유연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개명하기 전 이름이다 (정씨는 지난해 6월 정유연에서 정유라로 개명했다). 그 동안 항간에 정씨의 임신설이 소문으로 돌았다. 정씨가 쓴 페이스북의 글을 보면 임신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세간의 시선이다.

먼저 정씨와 이 페이스북의 유연이라는 사람이 동일인물인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정씨의 페이스북에 나와 있는 사진과 시중에 떠돌고 있는 정씨의 사진들을 비교했을 때 얼핏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씨와 유연은 동일인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승마연맹에 올라온 사진과 유연의 사진이 일치한다. 항간에 ‘최씨가 딸 정씨의 성형 날짜까지 무당한테 물어봤다’는 소문 중에 정씨가 성형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페이스북에 쓴 대로 병원서 ‘임신 25주차’ 진단을 받았다면, 태아는 2014년 7월26일∼8월4일 사이 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산예정일은 2015년 4월23일. 정씨가 예정대로 출산했다면 이 아기는 지금 18개월이다.

언론들의 추적 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 모녀가 ‘어린 아이’와 독일서 생활하며 아동학대 의심을 받아 보건 당국서 조사를 받았다는 것. 정씨가 승마 훈련을 하기로 계약한 독일 예거호프 승마장 소유주는 “정씨가 지난해 10월께 아동학대를 의심받아 독일 헤센주 보건당국의 방문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좁은 별채 공간서 갓난 아이와 개 15마리, 고양이 5마리를 함께 키우는 것을 목격한 이웃 주민들이 불결한 생활을 걱정해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 안에 받아야 하는 검진을 받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이는 지난해 4월께 독일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씨가 최근까지 머무른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슈미텐 그라벤비젠베크가의 주택에선 어린이 진료와 관련된 병원 영수증이 나왔다. 어린이 운동화가 여러 켤레 있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했을 때 정씨의 출산설은 사실에 가깝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동안 루머만 무성…하나씩 밝혀지는 사실
각종 비리와 특혜 의혹들 두고 ‘진실공방’

정씨의 페이스북에는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신모씨와 커플티를 입은 채 입맞춤하고 있는 사진이 있다. 신씨의 페이스북에는 본인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메시지를 게재해 놓았다. 이 둘의 비밀 결혼설이 흘러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결혼 후 독일서 머물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정씨는 독일의 ‘비덱스포츠 유한책임회사(Widec Sports GmbH·비덱)’의 신용평가보고서에 미스(Miss)가 아닌 미세스(Mrs)로 기재돼 기혼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정씨와 결혼했다는 정황은 신씨의 SNS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12일 신씨는 2개의 글을 게재했다. 첫 번째 글에는 하트 모양의 아이콘과 함께 ‘got married’(결혼했음)라고 적어 놓았으며, 두 번째 글에는 말 두 마리가 검은색 개를 바라보는 사진을 올려놨다.
 

첫 번째 글을 통해 신씨가 어디에 거주했는지도 추정할 수 있다. 신씨의 페이스북에 표시된 그의 위치는 독일의 오베루셀(Oberursel)이다. 오베루셀은 최씨와 정씨의 호텔이 있는 독일 프랑크프루트 인근 ‘타우누스’의 지명이다.

정유라 남편
그의 정체는?

신씨가 ‘got married'라는 글을 올렸으며, 위차상 최씨와 정씨 모녀의 최후 목격 장소라는 점에서 신씨와 정씨가 현재 함께 은신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더불어 둘이 결혼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씨는 정씨와 같이 승마선수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시절 같이 승마를 하며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지난 2014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말 타는 사람 중에 친한 사람이 네 명밖에 없는데 그중 하나가 신○○”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신씨가 휴대폰 판매원도 했고, 나이트 삐끼(호객행위)도 했다는 것. 최씨가 정씨의 출산을 반대했을 정도로 집안이 좋지 않았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신씨는 국대에 들어와 한 때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런 사실 관계가 드러나자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취득서 특혜를 받았던 정씨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대는 그동안 “정씨가 국제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에 결석해도 출석과 학점을 인정해줬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정씨가 결석한 까닭이 국제대회 출전이 아니라 임신과 육아, 결혼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대 측 해명과 달리, 정씨는 입학 이후 한동안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승마연맹 출전 기록에 따르면, 정씨는 임신과 출산 전후로 추정되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단 한 차례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정씨는 올 1학기에도 열리지도 않은 경기 출전 기록까지 제출해 출석을 대체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언제 얼마나
대기업 후원?

정씨가 오랫동안 삼성의 후원을 받아 왔다는 말도 있다. 먼저 정씨가 독일서 임대계약을 맺은 승마장 대표에게 "삼성으로부터 200억 후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K스포츠재단이 최씨 개인회사를 위해 대기업에 80억원을 요구했다는 정황은 이미 나왔다. 이 외에도 올해 초 유럽의 승마 잡지 <유로드레사지>는 삼성이 정씨를 위해 ‘비타나V’ 말을 구입했고, 독일에 승마장까지 구입했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삼성과 정씨와의 관계가 거론됐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삼성이 정씨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그런 찰나에 정씨의 국제승마연맹(FEI) 선수 소개 프로필에 소속팀이 삼성으로 돼 있어 논란이 증폭됐다. 문제가 된 정씨의 프로필은 지난 22일 삭제됐다.


삼성은 정씨가 독일서 전지 훈련할 수 있도록 승마장 등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부인했으며, 당시 삼성승마단은 경기 출전이 아닌 환자들의 재활 치료를 지원하는 목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라가 삼성 소속 승마단이라고 프로필에 적시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삼성은 오너 일가가 대대로 승마를 즐겨왔다. 이건희 회장도 승마를 즐겼고, 이재용 부회장은 승마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현재 승마협회 회장이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다.

진짜 비선은 최씨 아닌 정씨?
찌라시 내용들 믿어도 되나

정씨의 국제 승마연맹 선수 소개 프로필은 논란은 더 있다. 프로필의 친인척 소개란에는 ‘아버지 정윤회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Her father Jeong Yun-Hoe has served as an aide to Park Geun-Hye, president of Republic of Korea)’고 적혀 있다.

이 문장의 참고자료는 2014년 12월 3일 한겨레신문 홈페이지 기사(hani.co.kr, 03 Dec. 2014)로 돼 있는데 정씨가 아닌 다른 이가 이 기사를 참고해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는 정윤회씨가 현 정부 비선 실세라는 논란이 뜨거웠던 시기다.

정씨의 개명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앞서 개명전 이름은 정유연이었다. 그런데 개명한 사실조차 최근까지 알려지지 않았고, 지난해 6월12일 이름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그 이유 또한 당사자들에게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에선 종교적 이유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정씨의 개명 시기는 상당한 논란 끝에 대학에 들어간 뒤, 1학년 중반쯤 되던 때다.

최근 고등학교 때 올린 그녀의 SNS글(“돈도 실력…니네 부모를 원망해”)이 공개되면서 대중의 공분을 샀다. 정씨는 특권층 자녀로서 누리는 특혜와 특유의 태도 때문에 학우들이나 친구들로부터 줄곧 매도를 당하는 입장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녀는 권력의 비선서 권력과 특혜를 누렸지만, ‘비선’이 지녀야 하는 그림자 노릇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자취를 지우고 존재를 세탁하는 방식으로 개명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개명을 하는 데 특별한 자격이나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름이 오해를 부르거나 촌스럽거나 하여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장애가 된다면 개명할 수 있도록 2005년부터 대법원이 길을 열어놨다.

개명은 왜 했나?
종교적 이유 때문?

하지만 이름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취한 사람이 있다. 바로 정씨의 할아버지인 최태민씨다. 그는 7번이나 개명했다.

일제 순사(최태민씨는 1990년 우먼센스와의 전화인터뷰서 자신의 부친이 독립운동가였다고 주장), 해방 후 경찰관, 기업가, 교육자, 종교인(승려, 목사, 불교 천도교 기독교를 합한 신생 영생교 교주) 등 경이롭게 직업을 전전하면서 그때마다 자신의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원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으며, 최태민 이전에는 '퇴운'이란 이름만이 알려져 있다. 복잡한 최태민씨의 개명사를 들여다보면 그의 삶이 꼬리를 자르며 내달려온 인생이었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유라 특혜 입학 의혹' 결국 교육부가 나섰다

교육부가 ‘정유라 특혜 의혹’ 조사 기간을 3주로 설정하고 지난 21일 공식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 조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정유라씨와 같은 시기에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선발에 응시한 학생들, 학칙 개정과 이를 소급 적용하면서 혜택을 받은 학생들로 조사 범위를 넓힌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24일 “정부가 지난 21일 ‘사안조사 실시 통보’란 제목으로 공문을 보내왔다”며 “현재 교육부가 요구한 자료들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국정감사 등에서 정씨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이화여대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검토해 왔다. 주로 이화여대 학칙과 정씨 관련 서류들이었다. 교육부의 조사 착수는 1차 자료 검토서 조사 필요성이 확인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화여대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씨가 입학한 2015학년도 당시 수시 체육특기자 합격자 전원에 대한 입학 자료를 요구했다. 정씨에 대한 특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학생들의 입학 과정도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 입학 당시 체육특기자 지원자는 116명이었다.

이대 수시 체육특기 합격
3주간 공식 조사에 착수

서류 심사에서 21명을 뽑았고, 서류 심사 점수 80%와 면접 20%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 6명을 가렸다. 이화여대는 2015학년도부터 승마 특기생을 뽑기로 결정했는데, 유일하게 정씨만 최종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서류 마감시한 이후에 받은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이 입시에 반영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또 지난 6월 학칙 개정에 따라 영향을 받은 학생들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화여대는 지난 6월 출석하지 않아도 보고서 등을 제출하면 교수 재량으로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개정된 학칙은 3월부터 소급 적용토록 했다. 덕분에 정씨는 지난해까지는 평점 0.11로 제적 위기에 몰렸다가 올해 1학기 성적이 2.27로 껑충 뛰었다.

교육부의 조사 기간은 3주다. 21일 공식 조사에 착수했으므로 다음달 11일(금요일) 마무리된다. 따라서 다음달 14일, 늦으면 수능(17일) 이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정 역사 교과서가 발표되는 다음달 28일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교육부 조사만으로는 조직적인 입시 부정이나 특혜를 밝혀내기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학 측의 해명대로 ‘학사운영 부실’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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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