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 교도소 탈출 백태

도망가면 뭐하나 다 잡혔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영화 <쇼생크 탈출>의 백미는 주인공 앤디가 악명 높은 쇼생크 감옥을 탈출한 후 팔을 벌리고 비를 맞는 장면이다. 18년간 돌망치로 벽을 파낸 주인공의 집념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탈주범들은 경찰에게 붙잡히거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방식으로 탈주의 끝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감옥의 담을 넘으려는 탈주범들의 기상천외한 탈주 노력을 살펴봤다.

연쇄살인범 정두영이 탈옥을 시도하다 교도소 직원들에게 붙잡힌 사실이 알려졌다.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정씨는 8월초 교도소 작업장에서 몰래 만든 4m 높이의 사다리를 이용해 탈옥을 시도했다. 정씨는 사다리를 이용, 교도소 내 3곳의 담 중 2곳을 뛰어넘고 마지막 담을 넘는 과정서 발각됐다.

연쇄살인 정두영
사다리로 담 넘어

정씨는 지난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부산과 경남 등지서 강도·살인 행각을 벌였다. 정씨는 철강회사 회장 등 9명을 둔기 등으로 잔혹하게 살해했다. 정씨는 검거된 이후 잔인한 살해 수법의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 안에 악마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답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재소자의 교도소 탈주 시도는 잊을 만하면 한번씩 터져 나온다. 이들의 시도는 정씨의 사례처럼 탈주 과정서 발각되기도 하고, 희대의 탈주범 신창원처럼 탈주 성공 후 도주극을 벌인 경우도 있다. 경찰과 대치 끝에 탈주범의 자살로 마무리된 사례도 몇 차례 있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탈주극을 벌인 지강헌 사건도 그 중 하나다. 당시 지씨는 500만원을 훔친 죄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 등 총 17년형을 선고받았다.


1988년 10월8일 지씨를 포함한 12명의 미결수들은 교도소 이감 과정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수갑을 풀고 호송버스를 탈취했다. 지씨의 탈주극은 인질극으로 이어졌다.

지씨 일행은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 가족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던 중 2명이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지씨는 유리조각으로 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으나 경찰이 쏜 총을 맞고 과다출혈로 숨졌다.

탈주범의 자살로 탈주극의 전말이 온통 베일에 가려진 사건도 있다.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봉선은 역시 살인 혐의로 징역 15년을 받은 신광재, 폭력 초범이었던 김모군과 함께 탈옥을 도모했다. 감옥 쇠창살을 자르고 교도소 담벼락을 넘는 등 세 사람의 탈주 방식은 대범했다.

실사판 쇼생크 탈출? 현실은 달라
탈주범들 대부분 한 달 내 붙잡혀

1990년 12월27일 이들은 감방 창문에 설치된 철책 2개를 쇠톱으로 자르고 사물함으로 쓰던 선반으로 사다리를 만들어 4.5m 높이의 교도소 담을 넘었다. 세 사람의 행각은 이틀 만에 경찰의 감시망에 걸렸다.

박씨와 신씨는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탈주 당시 경찰에게 빼앗은 총으로 자살했다. 공범이었던 김모군은 경찰에 연행됐으나 단순 공범 수준이어서 아는 바가 없었다. 두 사람의 자살로 직경 2㎝의 쇠창살이 어떻게 잘렸는지, 어떻게 수시로 복도를 오가는 교도관의 눈을 피했는지 등은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았다.

무기수로 수감 중이던 재소자가 귀휴제도를 통해 교도소 밖으로 나갔다가 잠적 후 자살한 사례도 있었다.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홍승만은 2015년 4월 귀휴 허가를 받고 나갔다가 연락이 끊겼다.


1962년부터 시행된 귀휴제도는 6개월 이상 복역한 수형자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고 교정성적이 우수하면 1년 중 20일 내로 귀휴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홍씨가 잠적 8일 만에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대도’ 조세형 탈주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전문털이범이었던 조씨는 부유층과 권력층 집만 골라 털어 대도라는 별명이 붙었다. 조씨의 범행은 피해 사실을 극구 숨기려 드는 피해자들의 행태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1982년 검거된 조씨는 1983년 결심 공판날 구치소로 돌아가기 전 구치감 문을 부수고 복도로 나와 환풍기를 뜯고 탈주했다. 조씨는 탈주 후 다섯 차례나 주택에 몰래 침입해 음식, 현금, 옷가지 등을 훔쳤다. 조씨의 도주극은 장충동 주택가서 그를 발견한 한 청년의 신고로 5일 만에 막을 내렸다.

관련 경찰들
여럿 옷벗어

법원서 탈주를 시도한 일도 발생했다. 2000년 1월 특수강도죄로 14년을 복역한 정필호는 호송버스서 재소자 두 사람을 만나 탈주 계획을 전했다. 정씨는 감방 내 방범창틀을 잘라낸 뒤 화장실 시멘트 바닥에 갈아 날카롭게 만들었다.

정씨는 2차 재판기일이었던 2000년 2월24일 춥다는 핑계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옷을 껴입고 흉기를 허리춤에 감췄다. 이후 정씨는 광주지법서 교도관이 수갑을 풀어주자 그 틈을 타 흉기로 교도관을 찌르고 도주했다. 낮에는 서울 지역 야산서 은신하고, 밤에는 도심 부근에 내려와 도피 행각을 벌이던 정씨는 탈주 13일 만에 경찰과 격투 끝에 검거됐다.
 

유치장서 온몸에 연고를 바르고 배식구를 통해 탈주한 사례도 있었다. 2012년 9월 강도·상해 피의자였던 최갑복은 대구동부경찰서 유치장서 경찰이 졸고 있는 틈을 타 탈주했다. 최씨는 연고를 발라 몸을 매끄럽게 만든 뒤 가로 45㎝, 세로 15㎝ 유치장 배식구를 빠져나가 대중을 경악케 했다.

신창원·이낙성 희대의 탈옥
경찰과 대치 자살로 끝내기도

최씨가 배식구를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30여초 남짓. 이후 그는 2m 높이의 창문에 매달려 창살 사이를 벌리고 1분 만에 도망쳤다. 최씨의 탈주 행각은 미국 CNN이 뽑은 ‘희대의 탈옥 사건’으로 뽑힐 정도로 기상천외했다.

최씨는 탈주 직전 3번에 걸쳐 예행연습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탈주 당시 근무 중이던 경찰관들은 근무소홀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최씨는 1990년 7월에도 경찰 호송버스 뒤쪽 쇠창살을 뜯고 탈주했다가 이틀 만에 검거된 바 있다.

대부분 재소자들의 탈주가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짧게 끝나는 것에 반해 탈주 후 1년6개월 이상 도주해 경찰을 놀라게 한 탈주범들도 있다.

신창원은 1997년 1월 부산교도소를 탈옥한 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경찰을 농락해 ‘희대의 탈주범’으로 불린다. 절도 등으로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거리던 신씨는 1989년 3월 공범과 함께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 집주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6개월간 수배생활 끝에 같은 해 9월 검거된 신씨는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탈주 당시 신씨는 1994년 부산교도소로 이감돼 복역 중이었다. 신씨는 노역작업 중 손에 넣은 작은 실톱날 조각으로 4개월에 걸쳐 화장실 쇠창살을 잘라냈다. 당시 부산교도소는 교회 공사를 위해 교도소 외벽 일부가 철거되고 철제 울타리로 대체된 상태였다.

관리는 허술
제보 결정적

신씨의 탈주는 감방 동료 사전 포섭설, 교도소 묵인설이 제기될 정도로 신출귀몰했다. 신씨는 부산교도소에서 오랜 시간 모범수로 지내고, 15㎏ 이상 감량하는 등 탈주를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가 외부환기통을 타고 공사장서 주운 밧줄을 이용해 공사장 담을 넘어 교도소를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30분 정도였다. 교도소 탈주에 성공한 신씨는 화훼농가에 침입, 옷을 훔쳐 입고 택시를 타고 서울로 잠입했다. 2년6개월에 걸친 도주극의 시작이었다.

신씨는 도주 기간 동안 여러 차례 경찰과 맞닥뜨렸지만 유유히 따돌려 ‘다람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그는 경찰이 쏜 가스총을 맞고도 도주한 적이 있으며, 그 과정서 빌라 5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
 

신씨의 변호사였던 엄상익 변호사는 <신창원 907일의 고백>이라는 책을 통해 그의 탈옥, 검거 순간, 도주 당시 행적 등의 얘기를 담았다. 책에는 신씨가 도주 과정서 다방 종업원, 주유소 종업원 등 15명의 여자들과 동거했으며 절도 행각으로 생활비를 마련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화제를 모았다.


신씨의 도주 행각은 집에 방문한 가스수리공 이모씨의 눈썰미 덕분에 막을 내렸다. 이씨는 한 아파트에 가스레인지 수리를 하러 갔다가 신씨로 보이는 남자를 발견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1999년 7월 신씨를 검거하면서 그의 도주극은 끝을 맺었다.

신씨가 검거 당시 입고 있던 화려한 티셔츠가 큰 관심을 받는 등 그는 도주극 내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씨는 검거 이후 무기징역 외에 22년3개월의 형을 추가로 언도받고 복역 중이다.

보호감호 도중 치핵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탈출해 1년7개월 만에 검거된 이낙성 역시 경찰에게는 악명 높은 탈주범이다. 이씨는 1986년 절도 혐의로 처음 체포된 후 1988년 강도·상해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01년 강도 혐의로 또 다시 체포돼 징역 3년에 보호 감호 7년을 선고받았다.

2004년 1월부터 청송감호소서 보호 감호를 받던 이씨는 2005년 4월 경북 안동시 한 병원에 입원했다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주했다. 이후 그는 지하철 2호선 사당역 근처에 내린 후 종적을 감췄다.

이씨가 1년7개월간 자취를 감춘 사이 청송보호소 보안과장이 직위 해제됐고, 이씨의 탈주에 협조한 친구 염모씨가 구속됐다. 또 극히 열악한 수용환경과 이중처벌 논란이 있었던 청송보호감호소가 폐쇄되기도 했다.

경찰은 2005년 6월 전국 10개 경찰서에 이낙성 수사 전담반을 추가 편성했다. 그 이후에도 4개월 이상 도피행각을 벌인 이씨는 같은 해 10월 서울 영동병원에서 체포됐다. 이씨는 검거 당시 윗니 몇 개가 완전히 빠졌고 아랫입술, 턱 등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이씨는 ‘정종철’이라는 가짜 이름을 대는 등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있다가 도주했다. 병원 관계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근처 은행 지점 앞에서 이씨를 체포했다.

목숨 건 도주
허무하게 막 내려

사망설, 중국 밀항설 등 갖가지 소문이 돌 정도로 철저히 숨어있던 이씨의 도주는 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이씨는 도주 기간 동안 인력시장을 찾아가 중국집 등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검거 이후 “도주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장기 탈옥수' 신창원은 지금?

‘최장기 탈옥수’신창원의 근황이 화제다. 탈주범들은 대부분 탈주 후 한 달 이내에 경찰에 검거되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와 비교하면 신씨의 2년6개월간 도주 행각은 기함할 수준. 신씨가 도주 기간 동안 움직인 거리는 4만㎞에 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4만㎞는 서울과 부산을 약 50회 왕복한 만큼의 거리다.

그의 탈옥으로 수많은 경찰들이 옷을 벗었다. 경찰은 신씨를 검거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띄우고 전경을 동원하는 등 총력을 다했으나 번번히 눈앞에서 놓치면서 망신살을 샀다.

신씨가 부산교도소를 탈주했던 1997년부터 가스수리공의 제보로 1999년 검거되기까지 전국이 들썩일 정도로 그에 대한 관심이 컸다. 신씨가 체포 당시 입고 있던 화려한 빛깔의 티셔츠가 대중 사이에서 유행할 정도였다.

신씨는 재검거 된 후 항소심에서 22년6개월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그는 교도소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하며 지난 2004년에는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신씨의 학력은 중학교 중퇴였다.

신씨는 국가와 교도소장 등을 상대로 4건의 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다. 당시 모든 소장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자아냈다.

2009년 신씨는 자신이 작성한 편지 12통의 발송이 불허되자 교도소장을 상대로 서신발송 불허처분 취소와 300만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보다 앞서 신씨는 교도소 내 수용자 인성교육의 문제점을 담은 신문기고용 서신 발송이 불허되고 외부 서신 2통을 받지 못한 데 대해 정보비공개 처분취소와 손해배상금 150만원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두 건의 행정소송은 신씨가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 취하의 이유는 뚜렷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승소를 하기도 했다. 신씨는 “교도소에서 기자 접견을 막고 편지를 외부로 보내주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2008년 국가를 상대로 3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대법원까지 갔다. 1·2심 재판부는 신씨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해 일부 승소 판결했고, 대법원은 “소액사건에서는 원심 판결이 대법원 판례에 위배될 때 상고할 수 있는데 원심이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했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어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이와 별개로 신씨가 수감생활 중 디스크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1·2심 재판부의 판결이 있었다.

국가 등을 상대로 한 소송으로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한 신씨는 2011년 11월 독방에서 자살을 기도해 또 한 번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신씨는 11월18일 새벽 4시10분경 교도소 독방에서 고무장갑으로 목을 졸라 자살을 기도했다. 당시 신씨가 머물던 독방에서는 ‘죄송합니다’라는 글이 발견되기도 했다. 정확한 자살 기도 원인은 공개된 바 없지만 부친의 사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동안 조용하던 신씨의 근황은 뜻밖에도 이해인 수녀를 통해 전해졌다. 이해인 수녀는 지난 4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신씨와 연락하며 지낸다고 말했다. 이해인 수녀는 “(신씨가) 시의 매력에 빠져있다더라.다섯 편을 쓰면 제게 보내겠다고 해서 격려해줬다”고 전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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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