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안 쇼크> 공포의 화학물질 CMIT/MIT '대해부'

가습기에 놀란 가슴, 치약 보고 더 놀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산모, 영유아 등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 큰 충격이 일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이 살인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시스템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대책이나 규제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그 와중에 시중에 유통 중인 치약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MIT 성분이 발견돼 식약처에서 회수 조치하는 일이 일어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MIT(메칠이소티아졸리논)가 메디안, 송염 등 치약에 함유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식약청에 일반의약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제출한 자료와 제품리스트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원료를 미원상사로부터 납품받았다.

가습기 공포
치약까지 번져

문제가 된 치약제품은 메디안 후레쉬포레스트 치약, 메디안 후레쉬마린 치약, 메디안 바이탈에너지 치약,본초연구잇몸 치약, 송염본소금 잇몸시린이 치약, 그린티스트 치약, 메디안 바이탈액션 치약, 메디안 바이탈클린 치약, 송염청아단 치약플러스, 뉴송염오복잇몸 치약, 메디안 잇몸 치약 등 11종이다.

CMIT/MIT는 가습기 살균제처럼 살균 용도로 쓰이기도 하고 곰팡이나 박테리아 증식을 억제하는 보존제로도 쓰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치약용으로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환경부에서도 2012년 유독물로 지정했다.


CMIT/MIT는 샴푸나 비누, 면도크림, 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에 허용된다. 이 용품들의 공통점은 모두 물에 완전히 씻어내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생활화학용품 함유 유해화학물질 건강영향 연구Ⅱ>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인 CMIT/MIT는 변기 세정제·페인트 용도로 사용시 공기 중으로 노출돼 알레르기성 피부염, 안면발진, 비염, 기침 및 호흡곤란 증세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이 물질의 치약 제품 사용을 금지한 이유는 삼켰을 때 폐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생산·판매업체가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의 위해성을 몰랐다는 사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치약과 구강세척용으로 들어가는 화학제품인 MICOLIN S490을 생산하는 미원상사가 방부제로 사용된CMIT/MIT를 치약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조차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미원상사뿐만 아니라 치약을 생산하고 판매한 아모레퍼시픽 역시 이 사실을 몰랐다고 꼬집었다.

식약처 뒤늦게 문제 제품들 회수
안일한 대처 허술한 관리 시스템

앞서 식약처는 지난달 26일 문제가 된 아모레퍼시픽 치약 제품 11종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에서는 CMIT/MIT가 0.0022∼0.0044ppm 검출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CMIT/MIT 사용에 제한이 없으며 유럽에서도 위해평가 결과에 따라 구강점막 등에 사용하는 씻어내는 제품류에 15ppm까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회수된 제품 내에 잔류될 수 있는 양은 0.0044ppm으로 유럽 기준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

또한 유럽소비자과학안전위원회(SCCS)의 위해평가 결과에 따르면 치약에 CMIT/MIT가 15ppm 함유돼 있을 경우, 하루 치약 사용량 중 잔류량이 모두 흡수되더라도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식약처는 미국, 유럽 등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및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 3종만을 규정하고 있어 아모레퍼시픽 제품이 법규 위반 품목에 해당되기 때문에 회수 조치를 하게 됐다고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허가된 물질 외에 다른 성분이 첨가되면 약사법 등에 의해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식약처는 미원상사의 원료를 사용한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의원은 미원상사가 CMIT/MIT물질이 함유된 12개 제품을 치약, 구강청결제, 화장품, 샴푸 등으로 제작해 국내외 30개 업체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이에 식약처는 화장품, 의약외품 등 씻어내는 제품에는 15ppm까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식약처는 미원상사의 공급내역을 근거로 제조업체에 대한 추가적인 법규 위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문제가 된 제품은 구매시기, 사용여부, 영수증 소지 여부 등에 상관없이 가까운 대형마트 또는 아모레퍼시픽 고객상담실을 통한 교환과 환불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은 공식사과문을 내고 진화 조치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원료사로부터 납품받은 소듐라이룰셀페이트(SLS) 내에 CMIT/MIT 성분이 극미량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며 “원료 매입 단계부터 철저히 관리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원료를 사용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제품에 대해 원료 관리를 비롯한 생산 전 과정을 철저히 점검해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식약처와 아모레퍼시픽의 해명·사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사망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수천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생산·판매업체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행법 위반
인체에 무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기도 손상, 호흡 곤란, 기침, 급속한 폐손상(섬유화) 등 폐손상증후군이 일어나 영유아, 아동, 임신부, 노인 등이 사망한 사건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처음 출시된 것은 1990년대지만 그로 인한 폐손상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건은 2011년 4월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1년 4월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폐섬유화를 동반한 호흡부전을 주 증상으로 하는 중증 폐렴 임산부 환자들이 입원했다.

폐섬유화는 여러 가지 원인을 통한 염증 과정을 거치면서 호흡을 담당하는 폐세포가 호흡할 수 없는 상처조직(섬유조직)으로 변해버린 상태를 말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사안의 심각성을 느끼고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 신고, 조사를 요청했다.

3개월 뒤인 8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손상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질본은 최종 인과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출시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복지부와 질본은 11월이 돼서야 역학조사와 동물흡입실험 결과,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의 흡입 독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복지부와 질본은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홈플러스 등에서 파는 6가지 제품 수거에 나섰다.

이후 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내용의 ‘의약외품 범위 지정’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고 12월 의약외품으로 분류했다. 복지부의 행정예고 전까지 가습기 살균제는 공산품으로 분류, 정부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면 식약처의 허가·관리를 받아야 한다.


2012년 1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유통한 업체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하기에 이른다. 피해자 유가족들은 제조·판매업체에 대해서는 제조물 책임법을, 국가를 상대로는 국가배상법에 근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같은 해 2월 질본은 동물실험 결과 CMIT/MIT 성분은 폐 손상의 원인이 아니라는 결과를 내놓는다. 이 때문에 이를 주성분으로 한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는 검찰수사 대상서 제외됐다.

살균제 사태
여전히 진행형
 

복지부에 의해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이 확인되고 제품 수거 명령 및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지만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는 미미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하다고 허위로 표시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 등 4곳에 과징금 5000여만원을 부과한 게 전부였다. 그나마도 롯데마트는 과징금 없이 경고 조치만 했다.

그러자 2012년 8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이 살균제 제조업체를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고발 대상은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등 17개 업체였다.
 

정부 차원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구체화된 건 2013년 6월에 이르러서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지원하는 피해구제기금을 설치하고 환경부에 피해대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논란 끝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다.


같은 해 8월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한다. 부담이 큰 의료비를 정부가 먼저 지원하고 나중에 원인 제공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2013년 12월에는 당시 환경부 윤성규 장관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유감이며 안타깝다”는 심경을 전했다. 2011년 4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불거진 이후 주무부처인 환경부 장관이 피해자를 직접 마주한 것은 처음이다.

호흡부전에 급속한 폐섬유화
영유아·임신부·노인 치명적

이후 2014년 8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국내에 유통한 업체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1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으로 사망한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일부 유해한 화학물질이 사용된 것은 인정되지만 국가가 이를 미리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9월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이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레킷벤키저사 영국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검찰은 올해 4월이 돼서야 사망 원인이 된 폐 손상을 유발하는 제품군을 4개로 압축해 해당 제품의 제조·유통업체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수사팀은 연구 및 조사를 통해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PB),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홈플러스PB),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을 유발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옥시레킷벤키저 인사 담당 상무를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제조사 임원에 대한 첫 소환조사였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뒤늦게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롯데마트는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큰 고통과 슬픔을 겪은 피해자 여러분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관련 보상 재원으로 100억원 정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홈플러스는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며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검찰 수사 종결 시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의 경우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각) 책임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레킷벤키저 최고경영자 라케시 카푸어는 영국 본사를 방문한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피해자 가족들을 만난 자리서 사과와 함께 이같이 밝혔다.

카푸어 CEO는 “이번 일로 인해 많은 가정에 아픔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초래한 것을 인정하며 특히 영유아 피해자들과 부모들이 겪은 고통과 상실감에 대해 매우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옥시 레킷벤키저의 배상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과했지만…
피해 보상은?

지난달 29일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첫 형사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는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수의과대학 조모 교수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500만원, 추징금1200만원을 선고했다. 조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거짓 내용이 담긴 연구 보고서를 만들고, 옥시 측을 통해 수사기관에 유리한 증거로 내게 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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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