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안 쇼크> 공포의 화학물질 CMIT/MIT '대해부'

가습기에 놀란 가슴, 치약 보고 더 놀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산모, 영유아 등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 큰 충격이 일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은 일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이 살인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시스템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대책이나 규제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그 와중에 시중에 유통 중인 치약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MIT 성분이 발견돼 식약처에서 회수 조치하는 일이 일어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MIT(메칠이소티아졸리논)가 메디안, 송염 등 치약에 함유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식약청에 일반의약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제출한 자료와 제품리스트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원료를 미원상사로부터 납품받았다.

가습기 공포
치약까지 번져

문제가 된 치약제품은 메디안 후레쉬포레스트 치약, 메디안 후레쉬마린 치약, 메디안 바이탈에너지 치약,본초연구잇몸 치약, 송염본소금 잇몸시린이 치약, 그린티스트 치약, 메디안 바이탈액션 치약, 메디안 바이탈클린 치약, 송염청아단 치약플러스, 뉴송염오복잇몸 치약, 메디안 잇몸 치약 등 11종이다.

CMIT/MIT는 가습기 살균제처럼 살균 용도로 쓰이기도 하고 곰팡이나 박테리아 증식을 억제하는 보존제로도 쓰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치약용으로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환경부에서도 2012년 유독물로 지정했다.


CMIT/MIT는 샴푸나 비누, 면도크림, 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에 허용된다. 이 용품들의 공통점은 모두 물에 완전히 씻어내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생활화학용품 함유 유해화학물질 건강영향 연구Ⅱ>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인 CMIT/MIT는 변기 세정제·페인트 용도로 사용시 공기 중으로 노출돼 알레르기성 피부염, 안면발진, 비염, 기침 및 호흡곤란 증세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이 물질의 치약 제품 사용을 금지한 이유는 삼켰을 때 폐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생산·판매업체가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의 위해성을 몰랐다는 사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치약과 구강세척용으로 들어가는 화학제품인 MICOLIN S490을 생산하는 미원상사가 방부제로 사용된CMIT/MIT를 치약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조차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미원상사뿐만 아니라 치약을 생산하고 판매한 아모레퍼시픽 역시 이 사실을 몰랐다고 꼬집었다.

식약처 뒤늦게 문제 제품들 회수
안일한 대처 허술한 관리 시스템

앞서 식약처는 지난달 26일 문제가 된 아모레퍼시픽 치약 제품 11종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에서는 CMIT/MIT가 0.0022∼0.0044ppm 검출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CMIT/MIT 사용에 제한이 없으며 유럽에서도 위해평가 결과에 따라 구강점막 등에 사용하는 씻어내는 제품류에 15ppm까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회수된 제품 내에 잔류될 수 있는 양은 0.0044ppm으로 유럽 기준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

또한 유럽소비자과학안전위원회(SCCS)의 위해평가 결과에 따르면 치약에 CMIT/MIT가 15ppm 함유돼 있을 경우, 하루 치약 사용량 중 잔류량이 모두 흡수되더라도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식약처는 미국, 유럽 등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및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 3종만을 규정하고 있어 아모레퍼시픽 제품이 법규 위반 품목에 해당되기 때문에 회수 조치를 하게 됐다고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허가된 물질 외에 다른 성분이 첨가되면 약사법 등에 의해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식약처는 미원상사의 원료를 사용한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의원은 미원상사가 CMIT/MIT물질이 함유된 12개 제품을 치약, 구강청결제, 화장품, 샴푸 등으로 제작해 국내외 30개 업체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이에 식약처는 화장품, 의약외품 등 씻어내는 제품에는 15ppm까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식약처는 미원상사의 공급내역을 근거로 제조업체에 대한 추가적인 법규 위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문제가 된 제품은 구매시기, 사용여부, 영수증 소지 여부 등에 상관없이 가까운 대형마트 또는 아모레퍼시픽 고객상담실을 통한 교환과 환불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은 공식사과문을 내고 진화 조치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원료사로부터 납품받은 소듐라이룰셀페이트(SLS) 내에 CMIT/MIT 성분이 극미량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며 “원료 매입 단계부터 철저히 관리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원료를 사용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제품에 대해 원료 관리를 비롯한 생산 전 과정을 철저히 점검해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식약처와 아모레퍼시픽의 해명·사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사망하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수천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생산·판매업체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행법 위반
인체에 무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기도 손상, 호흡 곤란, 기침, 급속한 폐손상(섬유화) 등 폐손상증후군이 일어나 영유아, 아동, 임신부, 노인 등이 사망한 사건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처음 출시된 것은 1990년대지만 그로 인한 폐손상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건은 2011년 4월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1년 4월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 폐섬유화를 동반한 호흡부전을 주 증상으로 하는 중증 폐렴 임산부 환자들이 입원했다.

폐섬유화는 여러 가지 원인을 통한 염증 과정을 거치면서 호흡을 담당하는 폐세포가 호흡할 수 없는 상처조직(섬유조직)으로 변해버린 상태를 말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사안의 심각성을 느끼고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 신고, 조사를 요청했다.

3개월 뒤인 8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손상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질본은 최종 인과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출시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복지부와 질본은 11월이 돼서야 역학조사와 동물흡입실험 결과,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의 흡입 독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복지부와 질본은 옥시레킷벤키저와 롯데마트·홈플러스 등에서 파는 6가지 제품 수거에 나섰다.

이후 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내용의 ‘의약외품 범위 지정’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고 12월 의약외품으로 분류했다. 복지부의 행정예고 전까지 가습기 살균제는 공산품으로 분류, 정부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면 식약처의 허가·관리를 받아야 한다.


2012년 1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유통한 업체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하기에 이른다. 피해자 유가족들은 제조·판매업체에 대해서는 제조물 책임법을, 국가를 상대로는 국가배상법에 근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같은 해 2월 질본은 동물실험 결과 CMIT/MIT 성분은 폐 손상의 원인이 아니라는 결과를 내놓는다. 이 때문에 이를 주성분으로 한 애경의 가습기 메이트는 검찰수사 대상서 제외됐다.

살균제 사태
여전히 진행형
 

복지부에 의해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이 확인되고 제품 수거 명령 및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지만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는 미미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하다고 허위로 표시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 등 4곳에 과징금 5000여만원을 부과한 게 전부였다. 그나마도 롯데마트는 과징금 없이 경고 조치만 했다.

그러자 2012년 8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이 살균제 제조업체를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고발 대상은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등 17개 업체였다.
 

정부 차원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구체화된 건 2013년 6월에 이르러서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지원하는 피해구제기금을 설치하고 환경부에 피해대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논란 끝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다.


같은 해 8월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한다. 부담이 큰 의료비를 정부가 먼저 지원하고 나중에 원인 제공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2013년 12월에는 당시 환경부 윤성규 장관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유감이며 안타깝다”는 심경을 전했다. 2011년 4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불거진 이후 주무부처인 환경부 장관이 피해자를 직접 마주한 것은 처음이다.

호흡부전에 급속한 폐섬유화
영유아·임신부·노인 치명적

이후 2014년 8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국내에 유통한 업체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1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으로 사망한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일부 유해한 화학물질이 사용된 것은 인정되지만 국가가 이를 미리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9월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이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레킷벤키저사 영국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검찰은 올해 4월이 돼서야 사망 원인이 된 폐 손상을 유발하는 제품군을 4개로 압축해 해당 제품의 제조·유통업체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수사팀은 연구 및 조사를 통해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PB),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홈플러스PB),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을 유발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옥시레킷벤키저 인사 담당 상무를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제조사 임원에 대한 첫 소환조사였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뒤늦게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롯데마트는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큰 고통과 슬픔을 겪은 피해자 여러분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관련 보상 재원으로 100억원 정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홈플러스는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며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검찰 수사 종결 시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의 경우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각) 책임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레킷벤키저 최고경영자 라케시 카푸어는 영국 본사를 방문한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피해자 가족들을 만난 자리서 사과와 함께 이같이 밝혔다.

카푸어 CEO는 “이번 일로 인해 많은 가정에 아픔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초래한 것을 인정하며 특히 영유아 피해자들과 부모들이 겪은 고통과 상실감에 대해 매우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옥시 레킷벤키저의 배상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사과했지만…
피해 보상은?

지난달 29일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첫 형사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는 수뢰 후 부정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수의과대학 조모 교수에게 징역 2년과 벌금 2500만원, 추징금1200만원을 선고했다. 조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거짓 내용이 담긴 연구 보고서를 만들고, 옥시 측을 통해 수사기관에 유리한 증거로 내게 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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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