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벌들 당한 슈퍼카 사기사건 비스토리

페라리 날리고 아닌척 숨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재벌 슈퍼카 사기사건은 재계에 길이 남을 사건 중 하나다. 당시 이 사건의 피해자로 수많은 재벌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온갖 구설에 올랐다. 잊혀진 사건이지만 지난 6월 이 사건에 대한 2심이 치러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용두사미가 됐다. <일요시사>는 이 사건의 판결문을 토대로 그 내막을 취재했다.
 

재벌 슈퍼카 사기 사건의 피의자 이모씨는 한때 슈퍼카 딜러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슈퍼카 광’으로 알려진 모 그룹 회장의 차를 직접 공수했기 때문이다. 복수의 양재동 자동차 딜러는 “이 그룹 회장의 슈퍼카 절반 이상이 이씨를 통해 샀다. 이씨는 그 회장이 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만난 유일한 일반인이었다”고 귀띔했다.

모 회장 차 수입
소문 나자 대박

이씨가 그룹 회장의 차를 수입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재벌 2·3세들과 연예인들의 차량 주문이 쏟아졌다. 당시 이 사건에 수많은 재벌 2∼3세들이 피해자로 엮인 이유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이씨의 사업은 경영난에 빠지며 빚만 쌓여갔다.

온갖 사채를 끌어다 쓴 이씨는 결국 한계에 도달했다. 2010년 3월부터 고객이었던 재벌들에게 “(당신이) 타고 다니는 차를 판매하고, 그 대금으로 신차를 구입해라”며 “내가 차를 팔 수 있도록 우리 매장에 가져다 놓아라”라는 수법으로 차량과 열쇠 등을 받았다.

재벌들은 페라리,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 등 한 대에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이씨에게 맡긴 것. 그런데 사정이 어려워진 이씨는 이 차량을 대부분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맡겼다.


이씨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과 의뢰인들 차량을 사채업자에게 넘겼다는 소문이 퍼지자 재벌들은 운전기사 등 대리인을 통해 슈퍼카 회수 등을 시도했다. 여기서 몇 명은 차량 회수에 성공했지만 그렇지 못한 재벌들도 많았다.

이씨가 잠적하자 채권자들은 사기혐의로 그를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당시 피해 금액은 약 35억가량이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는 2010년 11월 이탈리아로 도주한다. 그러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으로 현지 경찰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다.

1심 5년→2심 2년 감형된 이유는?
피해사실 쉬쉬…비협조로 흐지부지

이후 재판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지난해 12월4일 이씨는 사기 혐의(특정 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적용)로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9일 서울고등법원에선 이씨의 형량을 징역 2년으로 감형했다.

왜 이씨가 감형됐을까.

이걸 설명하기 전 피해 재벌들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대기업 재벌 2∼3세들이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대기업 L그룹의 3세 G씨와 전력기기 등을 생산하는 L사의 G 대표이사, 의류 제조업체 N사의 N 대표이사 등이 있다.

G씨의 경우 2010년 3월경 페라리458(4억5600만원)과 벤츠 스털링모스(22억1000만원) 등의 차량을 이씨에게 맡겼다가 총 26억가량 사기당했다. G 대표는 페라리458이탈리아(4억5000만원)와 시보레 콜벳ZRI(2억원 상당)을 이씨에게 맡겼다가 총 6억5000만원 가량을 사기당했다. N 대표는 페라리430(3억5000만원)과 페라리599(3억4000만원) 등의 차량을 이씨에게 맡겼다가 총 6억9000만원의 사기를 당했다. 이 외에도 피해 재벌들은 더 있다.


그런데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이들 재벌의 피해 사실에 대한 혐의는 ‘무죄’로 결론났다. 판결문에는 “피해자(재벌 및 연예인 10명)를 기망해 차량을 편취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재벌들 사기친
전대미문 사건

재판부는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 마디로 검사가 수사를 잘하지 않았거나 못해서 이씨의 사기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 세간의 주목을 받던 사건이었음에도 검사가 이씨의 사기행각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판결문에 나온 ‘증거의 요지’ 목록을 보면 재벌 피해자와 관련된 증거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마디로 사건은 용두사미가 됐다.
 

그렇다면 왜 수사기관에서 이씨가 재벌들에게 사기를 쳤다는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을까. <일요시사>는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과 경찰에 이에 대해 물었지만 뚜렷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대부분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사한 사건이라 말할 수 없다”라는 답변뿐이었다.

혐의 입증 못해
재벌 사기 무죄

수사하지 못한 실마리는 복수의 자동차 딜러와 당시 사기를 당했던 재벌 오너 운전기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복수의 슈퍼카 딜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 사건은 수사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양재동의 한 수입차업자는 “사기당한 재벌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거나, 조사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장에 나와 있는 재벌들은 그나마 수사기관 조사를 받았으니깐 있는 것이다. 사기 당한 재벌들은 실제로 더 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 재벌이 사기를 당했음에도 조사를 받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씨에게 사기 당한 A그룹 오너의 운전기사로 7년간 일했던 관계자는 “재벌들이 끌고 다닌 슈퍼카들이 대부분 법인차량이거나 비자금으로 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모셨던 A그룹 오너가 산 차들도 대부분 법인차량이었다”며 “고 밝혔다.

재벌들과 자주 거래한 수입차 딜러 역시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들은 대부분 법인차로 사거나 비자금으로 구매한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법인 리스차로 업무용으로 슈퍼카를 구매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식품기업 P사의 사위에게 법인차로 벤틀리를 판매한 적이 있다.

이처럼 재벌들이 법인으로 슈퍼카를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슈퍼카 유지비용이 비싸므로 법인에 비용처리를 하기 위해서다. 이런 식으로 재벌들이 법인으로 슈퍼카를 뽑아 타고 다니다 적발된 사례가 한두건이 아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사기관 조사·진술 피해
직원 대리인으로 보내기도

기업 오너가 법인 돈으로 슈퍼카를 구입해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은 엄연한 횡령·배임이다. 경찰조사를 받을 경우 슈퍼카의 명의가 어디로 돼 있는지 밝혀질 수밖에 없으며, 법인차를 이씨를 통해 팔려고 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게 된다. 이런 복잡한 문제 때문에 재벌들이 사기를 당해도 손놓고 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판결문에 올라온 G 대표와 N 대표는 그나마 떳떳한(?) 사람인 것으로 추정된다. L사는 G 대표의 이 같은 피해 사실에 대해 ‘별 문제 없이 당시 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밝혔다. L사 관계자는 “회사 대표 개인 명의로 차량을 샀다. 사기당한 차량은 전량 회수했다”고 밝혔다. G 대표가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취재결과 L사의 이런 답변은 앞뒤가 맞지 않은 구석이 있다. G대표가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지만 L사 직원이 G대표 대리인으로 경찰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판결문 증거목록에 따르면 G대표를 대신해 손모씨가 대리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손씨는 L사의 총무팀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G대표의 개인차량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직원이 조사를 대신 받았다는 것이다.

피해 재벌 더 있다
신고 못하고 끙끙


N사는 N 대표의 사건과 관련해 당시 피의자와 합의를 봤다고 입장을 밝혔다. N사 관계자는 “당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페라리430) 차량 1대는 돌려받았다. 두 번째 차는 계약금만 걸어 놓은 상태여서 합의를 봤다”며 “이들 차는 다 대표의명의였다”고 말했다.

현재 이씨에 대한 재판은 대법원 선고만 남았다. 사실상 슈퍼카 사기 사건은 끝났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이 재벌들의 비협조로 맹탕이 됐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굴러다니는’ 법인 슈퍼카 실태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 기준 강화로 법인용 차량 판매가 줄어들었지만 포르쉐를 포함한 초고가 슈퍼카들은 여전히 법인용 구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9일 기업 경영성과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법인용으로 판매된 수입차는 4만698대로 작년 동기 대비 15.8%(7637대) 감소했다. 지난 1월부터 업무용 차에 대한 과세기준이 강화되면서 사업자들이 고가 업무용 차 구입에 부담을 느낀 것이 감소 원인으로 풀이된다.

법인용 구매 비중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롤스로이스로 상반기 판매된 30대 중 96.7%(29대)가 법인용이었다. 다음으로 벤틀리가 75.2%(121대)였고 람보르기니 72.7%(8대), 포르쉐 64.8%(1123대), 재규어 60.7%(957대), 랜드로버 53.2%(2926대) 등의 순이었다. 특히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는 6개월간 전체 판매대수가 각 30대, 11대로 23개 수입 브랜드 중 두 자릿수 판매대수는 두 브랜드 뿐이었다.

롤스로이스는 30대 중 1대를 제외한 29대가, 람보르기니는 11대 중 8대가 법인용이었다. 법인용 구매 비중이 더 큰 브랜드의 경우 대표모델이 대부분 억대의 슈퍼카들이다. 롤스로이스의 경우 작년 출시된 롤스로이스 고스트 시리즈 2가 4억1000만∼4억8000만원에 달한다. 벤틀리 플라잉스퍼는 2억5700만∼3억4000만원, 람보르기니 우라칸 LP 580 22억9900만원, 포르쉐 911 카레라4 1억4420만∼1억6120만원, 재규어 플래그십 세단인 재규어 XJ 1억950만∼2억2670만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8180만∼1억370만원 등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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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