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행자부-새마을운동 커넥션 의혹

세금 면제 해주고 재취업?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행정자치부 고위공무원이 퇴직 후 곧바로 새마을운동중앙회(이하 새마을운동) 임원으로 재취업한 배경을 두고 의혹이 일고 있다. 중앙회에 유리한 입안을 빌미로 한 대가성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729일 행자부는 지방세 제·개정 입법예고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새마을운동이 20161231일 부로 폐지되는 지방세(취득세, 재산세) 면제 연장안이 포함됐다.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88)에 따르면 새마을운동 조직이 (중략)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 취득세를, (중략)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재산세에 따른 부과액을 각각 20191231일까지 면제한다고 고시했다.

낙하산 인사

행자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3대 국민운동단체(새마을운동,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중 새마을운동만 유일하게 지방세 면제가 연장됐다. 반면 한국자유총연맹과 재향군인회(국가보훈처 소관)는 지난 20141231일 특례제한 일몰 경과로 지방세 면제가 폐지됐다. 일몰이란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다.

행자부를 주무 감독부처로 두고 있는 새마을운동과 한국자유총연맹은 국민운동단체로서 개별 육성법을 근거로 정부로부터 출연·보조조세감면등 간접지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자유총연맹의 경우 특례제한법 폐지로 작년에만 1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는 보유부동산 지가 변동폭에 따라 지난해보다 더 많은 세금이 재산세로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수의 국민운동단체들이 지속적인 국고지원 예산 감액과 특례제한 폐지에 따른 막대한 세금부과로 단체 재정운용에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 있다.


[7월29일 지방세 혜택]
[8월2일 공직서 퇴직]
[8월6일 총장직 취임]

새마을운동의 경우 2012, 2014, 2016년 각각 지방세 면제가 세 차례나 연장됐다. 올해까지 포함, 지방세감면특례에 대한 일몰 연장을 세 차례 달성해 다른 유사단체와 달리 수십억원에 달하는 재산세 납부를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새마을운동이 보유한 부동산을 감안하면 2013년도 이후 지금까지 70억원 이상의 재산세를 면했다. 단체 사업비에 투입되는 국고지원을 받는 것보다 훨씬 이득인 셈이다.

같은 국민운동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새마을운동만 일몰 연장이 된 특혜의 배경은 무엇일까. 특혜의 배경으로 행자부 지방재정세제실장 출신의 새마을운동 사무총장인 A씨가 지목되고 있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특혜의 대가로 감독부처와 소관단체가 거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행자부에 있을 당시 지방재정세제실장으로 근무했다. 지방재정세제실은 지자체의 자체 재원 비중 확대를 위해 지방세·비과세 감면 제도를 정비하고 지방재정법 등 관련 법률을 담당 총괄하는 부서다. 사실상 이번 새마을운동의 지방세 감면 일몰 연장에 대한 법을 개정한 부서나 마찬가지다.
 

A씨는 2012년 당시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세제국 국장, 2013년 지방재정세제실 지방재정정책관, 2014년 충북도 행정부지사,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행자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을 지내며 행자부 내의 주요 요직을 거쳤다.


지방재정세제실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부처 소관 법인, 각종 공기업의 조세부과 등 세무와 관련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의 경우만 보더라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간사, 동 위원회 예산안소위(구 계수조정소위) 위원들과 더불어 국가예산안 규모를 움직일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을 비춰 볼 때 차관급 바로 아래였던 A씨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 A씨가 새마을운동에 유리한 입안(지방세 면제 연장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안전행정부 위원 관계자와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안행위 소속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A씨는 행자부에서도 고위공직자로 근무하며 새마을운동에 유리한 입안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결정권은 행자부 장관에게 있지만 A씨 역시 세수 업무를 총괄했다. 지방세 감면 일몰 연장 관련 권한이 A씨에게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A씨가 새마을운동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시기 역시 절묘했다. 행자부 제·개정 입법예고안은 지난 729일 발표됐다. A씨는 지난달 2일 공직에서 퇴직했으며, 같은 달 6일 새마을운동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이런 사실 등을 종합해보면 A씨가 새마을운동에 유리한 입안을 해준 대가로 사무총장 자리를 꿰찬 모양새가 된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갈 조직이 세금감면 혜택을 본 셈이다.

A씨는 퇴직하자마자 곧장 행자부 소관 단체인 새마을운동 사무총장으로 취임,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관피아를 방지하고 퇴직하는 고위공직자와 업체의 유착 가능성 차단을 위해 퇴직 전 취급한 업무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곳에는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수업무 총괄하다 퇴직
입안 해준 대가로 영입?
공직윤리법 위반 지적도

A씨는 퇴임 직후 새마을운동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새마을운동은 새마을운동조직 육성법에 따라 행자부가 관리감독하는 단체다. 이 때문에 A씨는 공직자윤리법서 정하는 퇴직 후 3년간 취급한 업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곳에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A씨가 새마을운동의 사무총장으로 곧장 취임하면서 행자부가 이를 제대로 심사했는지도 의문이다. 퇴직공무원의 재취업과 관련 공직자윤리법 제18조에서는 퇴직 당시 소속되었던 기관의 장을 거쳐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이 제한되는지 여부 등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행자부 감사실은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행자부 감사실 관계자는 새마을운동은 취업제한 대상 기관이 아니므로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근 관피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서 새마을운동이 취업제한 대상에서 피해갔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의혹들에 새마을운동 역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새마을운동 관계자는 민법에 따라 설립된 민간단체로 (공직윤리법) 위반 여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세 감면 연장도 A씨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진짜 이유는?

새마을운동 관계자는 새마을조직육성법에 의거해 계속 지방세를 감면 받다가 일몰법으로 폐지 통보를 (행자부로부터) 받았다연장안을 2년마다 제출한 상황이다. 현 사무총장(A)이 오기 전에 모든 걸 마무리했다. 이분(A)이 오든 안 오든 우리는 2년마다 지방세 감면을 연장해왔다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속기사> 새마을운동중앙회 예산 보니

지난 19대 국회서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이 청와대의 쪽지예산이 아니냐는 문제가 지속 제기된 바 있다. 새마을운동은 박근혜정부의 역점사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01310월 전국새마을운동지도자대회서 박근혜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다시 한번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자고 언급한 후 박정희 관련 기념 예산과 동 단체에 대한 지원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새마을운동 지원 예산은 최근 2년 사이 3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행자부의 새마을운동 지원예산은 201446200만원서 2015565300만원으로 증가했고, 올해엔 1432300만원이 편성됐다. 명목은 새마을운동 지원 예산이지만 새로운 사업 내용은 없고 대부분 유신 후인 1970년대 박정희정권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예산이다. 새마을운동 테마공원(경북 구미) 조성사업에 1374300만원, 새마을기록물관리 아카이브 구축 및 현지어 언어번역 5억원 등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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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