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 불행한 이야기

돈과 행복, 당신의 선택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로또'하면 인생역전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닌다. 그만큼 타 복권보다 높은 당첨금을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당첨 금액이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로또는 인생역전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낮은 확률을 뚫고 당첨된 행운아들이 있지만 이들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들 중 당첨이라는 행운과 동시에 불행도 함께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로또 1등 당첨자는 인생 역전 주인공이 되어 행복할 것으로 보인다. 비 당첨자들이 보기엔 부럽기만 한 상황이다. 그러나 당첨자 일부는 나름의 사정으로 불행한 결말을 맞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생긴 돈에 가족과 지인을 잃고 인생을 낭비하게 된 사연들을 소개한다.

[노모 방치]
[그리고 외면]

지난 5일, 경남 양산시청 현관 앞에서 A 할머니와 딸2명이 “패륜아들을 사회에 고발합니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로또 40억원에 당첨된 아들이 엄마를 버렸다는 내용도 적혀있었다. 이 시위 사진은 SNS에도 올라가 화제가 됐다. 당시 A 할머니는 “집에 찾아간 엄마를 주거침입죄로 고발했다. 손자·손녀를 키워줬는데도 엄마를 버렸다”고 억울해했다.

A 할머니의 아들 B씨는 지난달 23일,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됐다. 총 당첨금은 40억원으로 세금을 제외한 27억3000여만원을 수령했다. B씨는 이를 여동생 등에게 알린 뒤 부산에 거주하는 어머니의 집으로 내려간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B씨에게는 누나 1명과 여동생 3명이 있다. 이들 남매는 어머니의 봉양 문제를 논의했는데 여기에서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A 할머니의 딸과 사위는 어머니의 봉양을 B씨에게 요구했다.


B씨는 이혼 후 혼자여서 어머니를 모시기 힘들다며 양로원에 보낼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에 화가 난 B씨는 가족에게 행방을 말하지 않은 채 양산으로 이사한다. 한편에선 B씨가 당첨금을 제대로 나눠주지 않은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는 말도 있다.

가족들은 B씨의 행방을 수소문해 그를 찾아갔다. 집을 찾아가도 B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열쇠수리공을 불러 도어락을 강제로 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도어락이 부서졌다. B씨가 A할머니 등 가족을 주거침입죄로 경찰에 고발하자 A 할머니 등 가족들은 양산구청과 아파트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게 된다.

[무려 189억원]
[5년만에 소진]

A 할머니는 부산에서 단독주택 방 2칸을 얻어 보증금 500만원에 월 임차료 20만원을 내며 어렵게 살고 있다. A 할머니의 사위 C씨는 “장모가 지난 6월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딸들이 병원 수발을 했지 B씨는 하지 않았다. 장모를 모셔간다 해놓고 내팽개쳤다”고 주장한다. A 할머니 가족은 그동안 할머니가 손주들을 돌봐줬기 때문에 최소한 아들이 집은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십억이라는 당첨금으로 인해 한 가족의 파탄 난 셈이다.

지난 2014년에는 국내 로또 사상 역대 두 번째로 큰 당첨금을 받은 행운아가 경찰에 붙잡힌 일이 있었다. 당첨금은 총 242억원으로 알려져 있어 진정한 인생역전의 주인공이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 2003년 로또 1등에 당첨된 A씨는 세후 당첨금 189억원을 받았다.

그가 모든 당첨금을 소진하기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했다. 당첨금을 수령한 A씨는 곧바로 서초구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2채를 샀다. 당시 이 아파트는 한 채당 20억으로 40억을 들여 자신의 집을 마련했다.

꿈만 같던 인생 역전? 이내 인생 반전
가족끼리 분쟁…남보다 못한 사이로


후로 그의 수중엔 149억원이 남았다. 지난날 특정 직업 없이 주식 소액투자로 생활하며 사업가의 꿈을 꾼 그는 병원 설립 투자금 40억원을 지출한다. 지인에게 20억을 맡겼지만 뒤통수를 맞아 돈을 잃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중엔 89억이 남았다.
 

그는 다시 주식으로 눈을 돌린다. 소액투자로 생활하던 그에겐 충분히 큰 금액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전후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주식에 돈을 넣었던 A씨는 돈을 탕진하게 된다. 심지어 병원 설립에 투자한 40억원도 서류상의 문제로 돌려받지 못했다.

수중의 돈이 전부 사라졌지만 A씨에겐 여전히 아파트 2채가 남아 있었다. 그는 아파트를 담보삼아 주식투자에 다시 도전한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아파트는 넘어가고 1억3000만원이라는 빚도 생겼다. 당첨금을 수령한지 5년 만에 억소리나는 빚까지 생기고 만 것이다.

이에 A씨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 등에서 자신을 ‘펀드 매니저’라고 소개하며 상담을 시작한다. A씨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B씨에게 접근해 로또 당첨금 원천징수영수증과 아파트의 매매계약서 등을 보여주며 선물투자를 권유했다. 선물투자는 상품의 미래 가치를 예측해 투자하는 것으로 상품이 앞으로 생산될 것으로 믿고 투자하는 방식이다.

B씨는 선물투자가 손실 위험성이 큰 만큼 망설였지만 A씨가 자신에게 돈이 있는 만큼 손실이 나더라도 손해보지 않게 해주겠다고 하며 1억22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A씨는 오히려 빚을 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A씨는 B씨로부터 돈을 돌려달라는 독촉을 받자 ‘민사소송서 이기면 15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2600만원을 더 챙기기도 했다. B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A씨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A씨는 잠적하게 되고 부동산중개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찜질방 등을 전전하다 경찰에 체포된다. 그렇게 A씨의 로또 인생역전은 초라하게 마무리됐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복권에 당첨된 이후 가족들과도 떨어져 혼자 살았다”며 “피해금액을 갚으면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지만 김씨가 계속 갚을 수 있다고 주장만 할 뿐 실제로 갚을 능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집 배달원]
[폭행 전과자로]

지난 2011년, 중국집 배달원이 로또 1등에 당첨돼 19억원을 손에 쥔 일도 있다. 배달부 A씨는 당첨금을 수령한 뒤 일하던 중국집에 200만원이 넘는 오토바이를 쾌척하고 직원과 주인에게 돈을 준 뒤 떠나 미담을 뿌리기도 했다. 그는 형제들에게도 당첨금을 나눠주며 베푸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나 지난 2012년 A씨는 경찰서에 폭행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그는 아내가 자신 몰래 1억원을 썼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아내는 돈을 헤프게 쓰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A씨가 돈을 물 쓰듯 쓰고 다녔다. 술집 탁자에 100만원을 꺼내 놓고 (술집)여자들을 다 불러서 노는 등 비슷한 행위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장에 돈이 사라지게 되자 돈을 빼돌렸다며 자신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A씨가 몸을 묶고 담뱃불로 지지거나 칼로 찌르기까지 했다고 증언한다.

프로그램 제작진에 따르면 A씨의 주장은 다르다. A씨는 아내가 돈을 빼돌린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자신을 자극해 폭력 전과자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A씨를 체포했던 경찰은 A씨가 매우 피폐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어떻게 네가 날…]
[아내가 들고 튀어]

로또 당첨으로 인해 20년간 같이 산 아내에게 배신당한 사례도 있다. 소금장수 A씨의 이야기다. A씨는 소금을 트럭에 싣고 전국을 누비며 파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그는 어느 날 로또를 사서 아내에게 당첨번호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아내가 맞힌 번호는 1등에 당첨됐다. A씨는 한참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이 당첨된 복권을 샀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해 당첨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다.
 


이후 아내는 A씨에게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을 하고 이혼신청을 한다. 이에 A씨는 재산분할과 양육권을 놓고 소송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A씨는 아내의 통장을 확인하게 되고 아내가 당첨금을 수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내는 1년간 그에게 당첨 사실을 숨겨왔던 것이다.

아내가 당첨금 빼돌려 도주
오래가지 못한 일가족 몰락

A씨는 전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끼긴 했다고 한다. 집안일만 하던 아내가 성형수술을 하거나 명품 가방을 사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밤에 나가서 아침에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오기도 했다. 자식들에게 물어보니 누구랑 나갔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로또에 당첨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결국 A씨는 아내와 결별하고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신용불량자가 됐다.

A씨의 아내는 10억이 넘는 오피스텔의 주인이 되어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아내는 더 이상 A씨를 만나려 하지 않고 지쳐버린 A씨는 모든 소송을 포기한 상태다. A씨는 자신이 돈을 넉넉하게 가져다주지 못해 로또에 당첨된 후 이런 일이 생겼다며 자책했다.

1등 당첨금 25억원가량을 받은 A씨가 지난 2012년 한 대중목욕탕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A씨는 주점사업을 하고 있던 영세업자로 지난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주점을 접었다. 그가 수령한 액수는 세후 18억원으로 A씨는 일부를 가족에게 건네고 나머지 금액을 사업에 투자했다.

[빚까지 떠안고]
[목욕탕서 목 매]


주식투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가 시도한 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수천만원의 빚까지 떠안았다. 이어진 생활고로 가정불화가 심해져 아내가 떠나고 자녀와도 떨어져 혼자 사는 처지로 전락했다.

결국 A씨는 상황을 비관해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자살한 시점은 점심시간으로 목욕탕에는 손님이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출입문을 잠그고 준비한 노끈으로 목을 맸다. 유서는 따로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유족은 “당첨금을 모두 날린 A씨는 가족들에게 돈을 빌릴 만큼 어려운 처지였다”며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고 빚더미에 오르자 우울증세를 보였다”고 진술했다.

어린 나이에 당첨 돼 씀씀이를 주체하지 못하고 탕진한 뒤 절도범이 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06년 로또 1등에 당첨된 A씨의 이야기다. 그는 당시 미혼에 20대 중반으로 우연히 로또를 샀다가 당첨됐다. A씨가 수령한 금액은 세금을 제한 약 13억원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첨금을 수령하자 유흥주점과 강원랜드를 돌며 흥청망청 돈을 썼다. 카지노서 많게는 하루에 3억원을 잃기도 했다. 결국 A씨의 행복은 4년이 지나지 않아 사라지게 됐다.

A씨는 지난 2010년 돈이 떨어지자 절도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는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휴대폰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당시 시가 300만원이던 최신 스마트폰 2대를 들고 맞은편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계약서를 쓰자며 거짓말을 한 뒤 달아났다. 다른 매장에서는 종업원에게 사장과 전화연결을 해달라며 휴대폰을 넘겨받은 뒤 도망가기도 했다.

[“당첨 안 됐으면]
[평범하게 살았다”]

그는 훔친 휴대폰을 장물업자를 통해 돈으로 교환했다. 신형의 경우 최대 100만원, 중고일 경우 최소 30만원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A씨가 훔친 휴대폰은 시가 1억30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지난 2010년 절도와 사기혐의로 지명수배되자 도피에 들어갔다. 그는 도피를 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대포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피 중에도 로또와 스포츠토토 등 복권을 구입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4년만에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그는 경찰에서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으면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A씨는 당첨 이후 당첨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우울증 약물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찾아가지 않은 로또 당첨금은 얼마?

지난 3년간 로또 당첨자가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아 모인 금액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6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로또에 당첨되고도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은 지난 2013년 504억400만원, 2014년 441억6500만원 2015년 437억6800만원 등 총 1383억3700만원이었다.

미수령 당첨금의 대부분은 5등에서 나왔다. 당첨금이 5000원인 5등 미수령금은 지난 3년간 884억1400만원으로 전체 미수령 당첨금의 63%를 차지했다. 당첨자수는 1768만여명으로 집계됐다. 당첨금이 5만원인 4등의 경우도 미수령 당첨금의 12%를 차지했다. 4등 미수령액은 166억3600만원에 달한다. 놀랍게도 1등 미수령 당첨자도 꽤 있다. 지난 2013년엔 6명 2014년은 3명이나 된다. 지난해인 2015년엔 4명이 당첨금을 받아가지 않았다.

로또 당첨금은 당첨 이후 1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끝난다. 당첨자가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은 정부 기금으로 편입돼 사회 소외계층 지원사업에 활용된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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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