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38)레슬링인 이정근씨

“허위 경력자 교수로 채용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서른여덟 번째 주인공은 한국체육대학교에 할 말이 있다는 이정근 전 레슬링 국가대표·코치의 이야기입니다.

“A씨는 아테네올림픽 당시 레슬링 국가대표 감독이나 코치가 아니라 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체대) 시간강사였음에도 대한레슬링협회가 허위 증명서를 발급했고, 한국체대가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지도경력에 따른 점수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라 허위 지도경력 증명서를 발급해 이를 교수 채용했고, 한체대는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가짜인데…

지난 2014년 10월24일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에서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은 대한레슬링협회가 대한체육회장의 직인을 도용해 지도실적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한 후보자 A씨가 한체대의 교수로 임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한체대가 ▲교수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임용한 점 ▲이런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박 전 의원은 한체대가 2010년 하반기 전문실기 분야 레슬링 교수 임용 후보자였던 A씨와 B씨의 평가점수를 분석하며, A씨의 교수 임용이 부적절했으며 객관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B씨가 바로 전 국가대표 선수 및 감독이었던 이정근씨다. 이씨는 “A씨 때문에 내가 교수가 못 돼서 억울한 게 아니다. 한국체대가 법과 규정에 의해 교수를 임용해야 하기에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A씨가 제출한 지도실적증명서가 허위라는 게 밝혀졌는 데도 한체대는 A씨에 대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1980년도에서부터 1989년까지 10년 동안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했을 만큼 실력이 출중했다. 그는 1982년 인도뉴델리 아시안게임 은메달. 1984년 LA올림픽 동메달, 1986년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목에 걸었다. 이 외에도 국가대표로서 수 많은 국제 대회에서 입상했다.

이씨는 1989년 10월, 선수 생활을 마치자마자 국가대표 지도자로 차출된다.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에서는 국가대표 지도자로 금메달 4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국가대표 지도자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1999년 세계선수권대회 1위를 한 입상자 등을 배출했다.

이런 공로가 인정돼 이씨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기린장, 거상장, 맹호장을 받았으며 국가대표 지도자로서 올림픽 등 각종대회서 입상실적으로 청룡장 등을 받으며 국내 레슬링에서 실력자 중 실력자로 평가받아왔다. 복수의 레슬링인은 “이미 레슬링계에서 ‘이씨가 A씨의 허위 지도실적증명서 때문에 교수 임용에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들어간 적 없는데
금메달 선수 지도자로 둔갑

그렇다면 A씨가 제출한 지도실적증명서가 어떻게 허위일까? A씨가 제출한 지도실적증명서가 허위라는 것은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 등을 통해서 드러났다.

한체대 전문 실기 교수 서류심사 평가표에 따르면, 채용예정과목과 동일한 종목의 지도경력을 최대 A(25점)부터 최하 J(7점)까지 구분하고 있다.

이씨의 지도경력 평가표를 보면, 국가대표 지도자로 있으면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르셀로나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 입상자를 배출해 21점인 C(10년 전의 지도경력으로 2등급 하향)를 받았다. A씨의 지도경력 평가표를 보면 한체대 시간 강사로 있으면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서 1위 입상자를 배출해 23점인 B점(6년 전의 지도실적으로 1등급 하향)을 받았다.


문제는 A씨의 경우 아테네올림픽 대회의 레슬링 국가대표 감독이나 코치 같은 지도자가 아니고 당시 한체대 시간 강사였음에도 이를 지도 실적에 포함시켰다는 것. 또 한체대는 이를 그대로 점수에 반영했다는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A씨가 아테네올림픽 대회 1위 입상자 지도실적을 인정받기 위해 대한체육회장(국가대표 지도자 경력은 대한체육회장이 발행)의 직인을 도용했다는 것이다.

A씨가 제출한 경기실적증명서와 지도실적증명서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2004년까지는 경기단체장(대한레슬링협회)과 대한체육회장 직인이 연명으로 날인했지만, 2004년부터는 연명 날인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대한체육회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대한체육회가 직인을 찍으면 반드시 문서대장에 문서번호와 함께 보관하게 된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에는 A씨가 제출한 지도실적증명서에 날인한 문서번호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대한체육회 직인 관리 담당자는 직인을 찍어준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씨는 A씨가 아테네올림픽 대회서 지도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서도 입증했다. 그는 지난해 4월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2004년 아테네올림픽 레슬링 종목 참가자(선수 제외, 세부 종목별 분류)’ 목록을 입수했다. 이 참가자 목록에서 역시 A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거짓증명서 제출했는데 임용
한체대 입장? 모르쇠로 일관

이외에도 레슬링협회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A씨의 직인이 허위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서 J씨가 금메달을 땄는데, A씨가 국가대표 경력을 실적(지도실적증명서)에 넣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어 “당시 A씨는 한체대 코치(시간강사)였으며, J씨는 한체대 선수로서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선수촌에서 훈련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A가 국가대표를 지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당시 저는 안 된다고 했지만, 사무국장이 (국가대표 소속 지도자로) 넣어서 (직인을) 발급해주라고 지시해 발급해 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처럼 A씨가 발급한 지도실적증명서가 허위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한체대는 이와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이씨는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사항으로 나왔는데도 한체대는 당시 A씨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한체대 교수 임용이 비리로 얼룩졌다”고 말했다.

모른척 시치미

A씨처럼 교수임용 제출 서류가 허위로 드러날 경우 어떤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까. 현행 교육공무원 임용령 제 11조의 4에 따르면 “교육공무원 임용시험에 있어서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당해 시험정지 또는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그런데도 A씨는 2010년에 임용돼 2015년까지 교수로 근무했다. 현재 A씨는 한체대를 그만둔 상태다. 이씨는 “A씨가 교수 임용 당시 제출한 서류가 허위라는 의혹을 수 년 전부터 제기했다”며 “그런데도 한체대와 대한체육회는 이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A씨가 한체대 그만둔 이유? 제자한테 컨닝페이퍼 주다 걸려서 파면


A씨는 2015년 한체대 대학원 박사과정 외국어시험 감독관으로 들어와 제자이자 아테네 금메달 출신인 J씨에게 컨닝페이퍼가 있는 명함을 건네다 적발됐다.

감시해야 할 감독관인 A씨가 부정행위를 주도한 것이다. 부감독관인 교학처 직원이 이를 적발했고, 학교 측은 J씨를 O점 처리했다. 당시 A씨는 계획적인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사건 이후에도 계속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어 논란됐다. 언론을 통해 문제가 불거지자 한체대는 A씨를 파면처리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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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