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구연합회 비리 복마전

직원이 빼 먹고 간부도 빼 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인 물은 썩는다’ 오랫동안 변화가 없던 집단 내부에서 문제가 터져 나올 때 자주 나오는 말이다. 집단에서 썩은 곳이 발견되면 내부 사람들은 자정을 위해 힘쓴다. 범위가 넓을 경우엔 외부에서 환부를 도려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사후처리에 불과할 뿐이다. 썩은 부분이 발견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길수록 피해를 받는 이들은 늘어난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집단이라면 그 피해자는 국민이 된다.

 
 
(구)국민생활체육 전국당구연합회(이하 당구연합회)가 극심한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횡령 등 문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국고 지원이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삭감된 상태다.
 
터질 게 터졌다
감시시스템 없어
 
지난 3월 당구연합회와 대한당구연맹(이하 당구연맹)은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하 (사)대한당구연맹)으로 통합됐다.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이하 국체회)가 통합되면서 하급단체도 변화를 겪은 것이다. 
 
두 단체의 통합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특히 당구연합회는 성원 미달로 해산 총회가 두 번이나 무산됐다가 세 번째에 가서야 간신히 단체 해산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당구연합회의 내홍은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월간지 <스포츠 당구>를 둘러싼 논쟁부터 사무처 직원들의 비리, 횡령 등 비위 의혹이 당구연합회를 뒤흔들었다. 그 중 몇가지는 사실로 확인돼 관련자들이 징계를 받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전국당구연합회 비리 관련 조사결과 통보’ 자료에는 문체부 산하 스포츠비리신고센터가 조사한 사무처 직원들의 비위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특히 협회 통장으로 관리됐어야 하는 대회 참가비를 사무국 직원들의 개인통장으로 받아 임의로 유용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조사 결과서에 따르면 대회 관련업무를 담당했던 전 사무처 과장 A씨는 2009년부터 당구연합회에서 주최, 주관하는 전국대회 참가비를 자신의 계좌로 입금 받아 대회비로 집행했다. A씨가 개인계좌로 참가비를 받은 대회는 2009년부터 확인된 것만 46개에 달한다. 2015년 12개, 2014년 9개, 2013년 9개, 2012년 3개, 2011년 5개, 2010년 4개, 2009년 4개 등이다. 
 
A씨는 문체부 조사에서 2009년 7월28일부터 개인계좌로 참가비를 받아 집행했다고 진술했고, 거래 내역서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 과정에서 문체부 스포츠 비리신고센터 조사관이 개최 계획, 결과보고, 정산내역 등 대회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A씨는 “작성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관련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횡령·비리·공금 유용 ‘비리 백화점’
4000만원 빼돌렸는데 ‘파면’으로 끝
 
이에 조사관들이 당구연합회 홈페이지의 대회 관련 공지사항과 참가비 입출금 내역서,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해 확인한 결과, A씨가 3개의 개인계좌로 참가비를 입금 받아 대회비로 집행하고 남은 잔액 가운데 43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 역시 조사 결과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해당 계좌에서 공금을 수시로 인출해 용돈, 개인 채무, 신용카드 대금, 통신비, 교통 범칙금 등을 납부하는 데 사용했다. 특히 전 사무처장 B씨의 아내에게 차량 할부금으로 6회에 걸쳐 200여만원을 보내주는 등 협회에서 공금으로 다뤄야 하는 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A씨의 추가 횡령 혐의도 더해졌다. A씨는 2014년 9월 자신이 속칭 카드깡을 해준 업체 대표로부터 300여만원을 받았다. 또한 다른 당구용품 업체로부터 2009년과 2010년 각각 500여만원, 520여만원을 받는 등 3600여만원 상당을 추가로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이 돈에 대해 “빌린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상환했다는 증빙 자료가 없어 조사관들은 횡령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다.
 
사무처 직원의 공금 유용 혐의도 나왔다. 사무국 직원 C씨는 2012년 2월경부터 2014년 12월경까지 11개의 포켓볼 전국대회 참가비를 개인계좌로 받아 A씨에게 보내 대회비로 사용하게끔 했고, 이 중 10여만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C씨는 10만원을 상환했다. 
 
문체부는 사무처 직원들의 비위 사실을 바탕으로 당구연합회의 부적정한 회계 처리에 대해 지적했다. 당구연합회 회계규정을 보면 모든 수입은 당구연합회 명의 계좌로 은행에 예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A씨와 C씨는 확인된 것만 총 57개 대회에서 참가비를 개인계좌로 받았으며, 7년간 단 한 번도 대회 집행 이후 남은 잔액을 당구연합회의 수입으로 입금하지 않았다. 
 
수상한 사무처장 
부당수익 의혹
 
또한 당구연합회는 아무 근거 없이 A씨에게 차량 보조금과 업무 활동비 등 명목으로 2010년 3월부터 2012년 1월까지 매월 50만원씩 지급했고, 2012년 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는 매월 20만원씩 지급했다. 당구연합회가 6년간 A씨에게 2000만원이 넘는 돈을 임의로 지급한 셈이다. 이에 대해 A씨는 “2010년도 이사회에서 차량 보조금 및 급여보조금 명목으로 매월 50만원씩 지급하기로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2012년에는 당구연합회 형편이 어려워져 사무국에서 자체 조정해 20만원씩 지급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0년 이사회에서 의결한 내용에는 특정 직원에 대한 보조금 지급 관련 내용이 없었고, 근거나 증빙 자료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사무국 직원들이 후원금이나 후원물품을 되파는 방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다는 추가 제보를 받긴 했으나 증빙 자료가 없고, 직원들이 혐의를 모두 부인해 확인이 안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이 필요하며, 사법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면 추가 혐의가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문체부 조사 결과 A씨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파면 조치를, C씨는 경고 조치를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체부 스포츠 비리신고센터는 전 사무처장인 B씨에 대한 진정서를 받았지만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B씨가 조사 당시 이미 당구연합회 자체 진상 조사를 거쳐 파면 당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또한 B씨에게 걸려있던 업무상 배임, 사문서 위조 등으로 인한 고소·고발 조치가 지난 3월 취하되면서 그에 대한 진실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사무처 직원들의 경우 일부나마 비위 혐의가 확인된 점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9월4일 문체부에 접수된 진정서에 따르면 B씨는 <스포츠 당구>를 발행하면서 광고 수익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발인은 진정서에서 B씨가 잡지를 발행해온 13년간 약 32억5000여만원에 달하는 광고 수익을 횡령·착복한 의혹이 있으며, 이로 인해 단체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2000년 당구연합회가 창립될 무렵부터 최근까지 약 16년간 당구연합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된 <스포츠 당구>는 2002년 5월부터 발행됐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스포츠 당구>가 협회지인지, 개인지인지 여부다. 잡지의 성격에 따라 B씨에게 쏟아지는 의혹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쟁점 사안으로 떠올랐다. 

사무처 비위 사실 드러나
수시로 인출해 사적 유용

국체회는 당구연합회에 진정서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당구연합회는 진정서가 접수된 지 1주일 만인 9월11일 1차 징계위원회를 열어 B씨가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1차 징계위원회는 B씨의 복무규정 위반에 대한 징계를 논하는 자리였다.
 
당시 당구연합회 회장 D씨는 B씨의 무단결근, 회장 불신임 하극상 등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소집한 상태였다. B씨는 진정서가 접수되기 전날인 9월3일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진정서 건이 불거지면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이 자리에서의 소명 발언을 통해 “저는 <스포츠 당구>가 완벽하게 개인지라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으로 등록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협회지로 알고 있다”고 했다. 또한 “<스포츠 당구>가 협회지였다면 지난 십 몇 년간 국체회에 예·결산이 다 잡혔어야 했는데 그런 적이 없다”면서 “대의원들이나 이사님들이 한 번도 이의 제기를 한 적이 없다는 게 개인잡지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B씨가 줄곧 편집인으로 있던 <스포츠 당구>는 약 13년간 제호가 세 번, 등록사항이 여섯 번이나 바뀐 파란만장한 역사를 거쳤다. <스포츠 당구>의 첫 제호는 <당구소식>이었다. 당시 발행인은 전임 회장이었던 E씨였고, 발행소는 당구연합회 주소였다. 이후 제호가 <스포츠 빌리아드>로 바뀌는데 이때 발행소 주소가 연합회와 관계없는 곳으로 변경된다. 
 
고발인은 그 당시기 B씨가 <스포츠 당구>를 사유화하려 했던 1차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서울시가 <스포츠 빌리아드>에 발행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린 것을 들었다. 서울시는 2008년 <스포츠 빌리아드>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 제19조에 의한 필요적 게재 사항 중 발행처를 임의로 변경·게재해 발행한 사실에 대해 행정처분을 진행했다.
 
그러자 B씨는 2008년 <스포츠 당구>라는 제호로 잡지를 다시 등록하기에 이른다. 이때는 발행소 주소를 당구연합회로, 발행인은 전임 회장이었던 E씨로 했다. 이후 지난해 4월 신임 회장인 D씨가 자신을 발행인으로 잡지를 재등록하는 등 등록사항이 변경된 것을 제외하면 8월 초까지 <스포츠 당구>는 안정기를 맞았다. 
 
<스포츠 당구>
사유화 시도
 
하지만 8월12일 B씨는 돌연 서울 송파구청에 <스포츠 당구> 폐업신고서를 제출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회장의 직인을 임의로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B씨가 폐업신고서에 기록한 폐업사유는 ‘협회 방침’이었다. 당시 회장이었던 D씨는 펄쩍 뛰었다. 자신은 <스포츠 당구> 폐업에 동의한 적이 없으며, 직인을 내준 사실도 없다는 것이었다.
 
B씨는 약 2주 뒤인 8월말경 서울 강동구청에 자신을 발행인이자 편집인으로 하는 동일 제호의 <스포츠 당구>를 등록 신고했다. B씨의 두 번째 잡지 사유화 시도다. 고발인은 <스포츠 당구>의 등록사항과 제호가 바뀌는 동안 B씨가 매월 2500만원 어치의 광고를 수주해 연간 약 2억∼3억원, 13년간 총 32억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당구연합회 부회장, 이사 등 임원 3인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는 B씨와 <스포츠 당구>에 관한 의혹을 약 한 달간 조사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16일 2차 징계위원회에서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진상조사위원회는 <스포츠 당구>의 성격을 협회지로 결론내리면서 B씨가 광고 수익 등으로 부당 수입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그 근거로 중간에 <스포츠 당구>가 2년(<스포츠 빌리아드> 제호로 발행됐던 시기)을 제외하고 발행소는 당구연합회로, 발행인은 당구연합회 회장으로 발행됐던 점을 들었다. 협회지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원회는 또한 B씨가 강동구청에 새로 등록한 잡지에 대한 권리를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스포츠 당구>를 협회지로 결론 내린 이상 모든 권한을 당구연합회가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당구연합회가 B씨를 상대로 낸 정기간행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스포츠 당구>를 협회지로 볼 근거가 충분하다면서 당구연합회에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는 B씨가 송파구청에 낸 폐업신고를 무효로 확인해 주면서 <스포츠 당구>는 협회지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행정심판위원회는 B씨가 진행한 <스포츠 당구>에 대한 폐업신고는 권한이 없는 사람이 폐업신고서를 위조해 진행했기에 이는 무효라고 재결했다. 
 
그럼에도 B씨는 여전히 <스포츠 당구>를 개인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임원과 대의원의 동의없이 잡지를 13년간이나 계속할 수 있었겠나”라면서 “개인잡지에 협회 이름을 쓴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B씨는 “협회에 권한이 조금 있을 수는 있다”는 말을 남겼다. B씨는 현재 가처분 소송을 담당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본안 소송을 제기하라는 제소 명령 신청을 해둔 상태라고 밝혔다. 
 
사실 B씨가 <스포츠 당구>를 개인지라고 주장하려면 그간 잡지를 발행하면서 얻은 수익에 대한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 자료가 있으면 된다. 하지만 B씨는 이에 대해 “(세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그 부분에서 조금 미흡했던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B씨는 <스포츠 당구>가 개인지든, 협회지든 자신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셈이다. 
 
B씨는 현재 <큐스포츠>라는 당구 관련 월간지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까지 <큐스포츠> 홈페이지에는 ‘스포츠당구는 매월 발간되는 당구 관련 월간지로서 전국의 모든 당구장과 동호인, 그리고 선수 및 지도자들에게 매월 무료로 발송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B씨는 이를 두고 “<스포츠 당구> 홈페이지를 바꿔 쓰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면서 수정 조치를 취한 상태다. 
 
당구연합회 관계자는 “제호만 바뀌었을 뿐 <스포츠 당구> 당시 광고주들이 <큐스포츠>에도 광고를 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스포츠 당구>가 협회지라는 게 중론인데, 왜 그에 대한 후속 조치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체부는 “스포츠 비리신고센터에 접수된 모든 사안 중 사후 처리가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재조사를 대한체육회에 지시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징계를 지시했는데 경징계로 끝났다던가 하는 정도만 재조사하는 것이지 이미 파면, 해임 등 조치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구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당구연합회 내부에서 불거져 나왔지만 크게 보면 상급 단체의 관리 소홀도 원인 중 하나”라면서 “이번 일을 제대로 털고 가지 못하면 통합 단체인 (사)대한당구연맹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후처리 미흡
문체부 재조사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체육회 산하 단체는 오래 앉아있으면 반드시 때가 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상급 단체의 외부 감사는커녕 내부에서도 감사가 뭘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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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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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