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봉 옥중 기행> 고위공직자 협박편지 파문

'함바게이트'는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끝은 어딜까. 유상봉 함바비리 사건이 터진지 벌써 5년이 흘렀다. 하지만 수사는 현재진행중이다. 유씨는 자신과 친분을 맺었던 고위 공직자들에게 “돈을 달라”는 내용으로 협박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돈을 주지 않으면 검찰에 폭로하겠다는 말로 관계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일요시사>가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들을 입수했다.

함바는 일제강점기에 토목 공사장이나 광산 등지에서 노동자들이 숙식을 하도록 임시로 지은 건물을 가리킨다. 함바는 본래 일본어 ‘한바〔飯場〕’에서 온 말로 한자어 그대로 하자면 ‘밥을 먹는 장소’를 뜻한다.

현직 구청장
전직 관료에

함바집은 건설 사업장이 생기면 그 현장 직원과 인부들이 먹는 식사를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개설되는 순간 이익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수익이 보장되는 이권사업 중 하나로 꼽혔다.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건설사 현장 소장이나 고위층과 인맥이 주로 활용된다. 확실한 수익 때문에 이 운영권은 일종의 뇌물로 제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함바 운영권을 한때 400여 개 이상 거머쥐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유상봉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함바 사업에 뛰어들어 로비와 화려한 인맥을 동원해 손쉽게 함바 수주를 성공시켰다. 그러다가 2011년 함바 게이트가 터졌다.

당시 유씨 입에서 수많은 고위 공직자들의 이름이 나왔다. 이 때문에 전남 순천시의 한 야산서 농림부장관을 역임했던 임상규 순천대 총장이 자살했다.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도 구속되는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유씨는 최근 몇 년간 수감생활과 출소를 되풀이했다. 사기로 수감 중인 그는 최근에 함바 운영권을 따도록 해주겠다고 꾀어 수억원을 받았다가 추가로 다시 기소되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 고위 공무원들에게 “함바 운영권을 따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거액을 건넨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유씨는 교도소에서 편지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전에 거액의 뇌물을 건넸던 고위 공직자에게 보내는 것이다. 주로 “내가 이전에 당신한테 줬던 돈을 되돌려 주지 않으면 뇌물을 받은 사실을 검찰에 폭로하겠다”는 내용이다.

수감·출소 되풀이…현재 사기죄 수감중
평소 친분 맺었던 주변인들에 “돈 달라”

최근 유씨의 편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씨가 자신에게 돈을 갚지 않았다며, 복수의 고위공직자들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들 피고소인들은 하나 같이 “유상봉에게 수 차례 편지를 받으며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일요시사>는 유씨가 고위 공직자에게 “돈을 달라”는 내용으로 보낸 협박성 편지를 입수했다. 편지 내용은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온 한 광역자치단체의 A구청장과 청와대 출신 중앙정부 전직 관료이자 현재 수도권 소재 유명사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B씨에게 배달된 편지에서 발췌한 것이다.
 

▲옥중편지1 = 존경하는 A청장님께. 며칠 전에 편지했던 유상봉입니다. OOO은 그동안 저에게 청장님을 비롯한 10여명에게 충분한 인사를 하면 저에게 건설현장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2억4000만원을 받아 이를 편취했습니다. 현재 저는 서울의 공직자 비리 합동수사단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로 이송갔습니다.

제가 청장님께 편지한 것은 OOO과 그의 지인인 OOO가 서로 짜고 저에게서 2억4000만원을 받아 편취한 사실에 대해 합동범죄수사단에 진정서를 접수했으며…(중략) 분명히 말씀 올리지만 늦어도 이번주 금요일까지 OOO이 처리해주도록 이야기 해주시길 바랍니다. 진정서에 나타나 있는 공직자가 10여명이나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연락이 없는지 정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2015년 2월24일)


하루 7∼8통씩
계속 보내기도

▲옥중편지2 = A청장님께 드립니다. 지난번 편지 했던 유상봉입니다. 제 처가 병원에 있어 당장에 면회 온 사람이 없어서 이곳 생활하기가 정말 어렵고 힙듭니다. 무엇 때문에 OOO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 사무장을 통해서 선거비용으로 지불했던 200만원을 반환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반환해주세요. OOO이 주소를 전부 바꿔 버려서 현재 연락이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OOO을 비롯한 OOO과 관계된 모든 사람을 검찰에 고소는 했습니다만 검찰에 고소했다고 지금 당장 돈을 받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극한 어려움에 처해져 있는 제 입장을 헤아려 주시고 OOO 통해서 받은 200만원을 편지 받은 죽시 우체국에 가셔서 군포우체국 사서함 20-3894번 유상봉 앞으로 꼭 영치금으로 송금해주시기 바랍니다.(2015년 6월22일)

▲옥중편지3 = 존경하는 A청장님께 드립니다. 벌써 몇 차례 글드렸습니다만 입금이 되지 않아서 다시 한번 글드리옵니다. 2014년 5월31일 일요일 OOO을 통해 청장님 선거 사무실 사무장께 드린 200만원을 군포우체국 사서함 20-3894번 유상봉 앞으로 영치금으로 우체국에 가서 보내주시던지 제 처 OOO 농협 000-00-000000번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라옵니다…

(중략) 꼭 필요한 절실한 금액이오니 편지 받으신대로 급히 도와주시기 바라옵니다. 저에게는 절대 피해가 없게 해주세요. 정말 꼭 부탁드립니다. 하시는 일과 가정에 늘 복이 함께 하시길 충심을 다해 기원드립니다.(2015년 6월25일)

유씨의 편지내용은 ‘A구청장의 지인 OOO을 통해 돈을 줬으며 자신의 처지가 어려우니 다시 돌려달라’는 것이다. 또 유씨는 ‘검찰에 이러한 내용을 진정했다’며 구청장들을 압박하는 내용도 있다. A구청장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씨에게 총 35통의 협박성 편지를 받았다. 다음은 유씨가 B교수에게 보낸 협박 편지의 일부를 발췌했다. B교수도 오랫동안 협박 편지로 시달렸다.

“선거 자금
돌려주세요”

▲옥중편지4 = 존경하는 B님께 드립니다. 바쁘신 업무에 얼마나 고초가 많으시옵니까? 정말 진실이 통하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하는데 진심으로 제가 원하는 그런 사회입니다. 지금 당장에는 제 말뜻을 잘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주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OO현장 급식 운영권 수주를 위해 OOO 사장님과 만남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또 OO지구에서 LH가 발주한 OO건설현장 급식 운영권에 대해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OOO 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OO와 계약했던 건설현장 급식 운영권이 계속 유효하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꼭 도와주시길 바라고 OOO을 급히 좀 만나주세요.(2013년 11월25일)

▲옥중편지5 = B님께 드립니다. 부산구치소에서 수용생활하다가 합수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구치소에 있다가 인천지검에서 조사받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주시기로 했던 4000만원을 급히 제 처 김OO 농협계좌 001-12-15XX XX로 1억원을 보내주십시오. 서로간의 좋은 만남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이오니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그동안 많이 기다렸고, 여러 사람들의 얼굴 때문에 모든 예의를 다 갖춰 드렸습니다. 정말 많이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2015년 4월1일)

▲유상봉 옥중편지6 = B님께 드립니다. 사건 해결을 위해 1억원만 도와주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쓰지 않겠습니다만 이미 저에게 8000만원을 주었으니 이번주까지 1억원만 더 해 주세요. 저도 이제 B님과의 모든 관계를 이것으로 끝내려고 합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으니 제 처 김OO 농협계좌 001-12-15XXXX로 1억원을 보내주십시오. 입금하시고 010-9XXX-5XXX로 전화주시면 모든 진정서는 취하하겠습니다. 꼭 이번주까지 부탁합니다.(2015년 5월3일)

B교수는 2013년 4월 처음으로 유씨를 만났다. 이후 B교수는 급전이 필요해 유씨에게 1900만원을 빌렸다. 그리고 그해 7월 빌린 돈을 유씨에게 갚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씨는 끊임없이 B교수에게 협박편지를 보냈다. B교수는 “돈을 내놓으라는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려 정신병을 얻을 정도였다. 대학교수직을 포기할까도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B교수 역시 유씨에게 30여 차례 협박 편지를 받았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유씨는 지금까지 감옥에서 수백 통의 협박 편지를 측근과 공직자에게 보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유씨의 편지 119통에는 약 347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중 3급 이상 공무원이나 정치인 등 고위 공직자가 92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씨의 편지에는 이 사람들에게 뇌물을 줬다거나 편의를 제공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의 수법은 먼저 편지를 보내 돈을 요구한다. 이걸 거절하면 유씨는 ‘서운하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 등 신경질적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것도 되지 않으면, 유씨는 ‘공직 생활 끝나게 만들겠다’는 등의 협박성 편지를 보냈다. 그는 감옥에서도 하루에 7∼8통의 편지를 쓴 것으로 전해진다.
 

“인생의 마지막 뒷모습을 망쳤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 나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너무 쫒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 더 이상 수치도 감당할 수 없다.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을 주선한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임상규 전 순천대 총장 유서에는 ‘악마의 덫에 걸렸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물론, 유서 속 악마는 유상봉씨였다.

유씨는 정관계 인맥을 총동원해 수주경쟁에서 매번 승자로 군림했다. 검은 거래는 필연적으로 뒤따랐다. 유씨 입에서 하나 둘 관료들의 이름이 거론될 때 마다 수많은 공직자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급 인사들이 유씨의 폭로에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이러다 경찰 조직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장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당시 정권의 실세 소리를 들었던 공기업 사장, 정부부처 산하기관장도 무사하지 못했다.

사건은 전직 장관이자 한 대학의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인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임 총장. 유씨의 정관계 인맥을 만들어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 그는 한때 대한민국 예산을 쥐고 흔드는 막강한 자리에 있었다. 유씨는 그를 배경으로 자신의 함바 왕국을 만들어 갔다. ‘악마의 덫’에 걸렸다는 그의 마지막 절규와 결말은 비극 그 자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함바 게이트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다.

여전히 함바왕
운영권 쥐락펴락

‘악마의 덫’은 여전히 희생양을 기다리고 있다. 감옥으로부터 배달된 유씨의 편지. 구속 수감된 직후부터 최근까지 써 내려간 이 편지에 수 많은 전현직 공직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유씨는 측근들에게도 ‘악마의 덫’을 준비하라는 편지를 끊임없이 보냈다. 함바 게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서서히 제2막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금도 누군가의 이름을 편지에 새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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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