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박근혜 대권행보<밀착탐구>

<대물>이 박근혜야? 박근혜가 ‘대물’이야?

 
“여러분 정치인은 미워해도 정치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정치를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주 종영된 고현정, 권상우 주연의 SBS 수목 정치드라마 <대물>.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극중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서혜림(고현정 분)은 5년 임기를 마치면서, 국민에게 ‘정치를 사랑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서혜림은 국가를 남편과 자식처럼 생각하는 정치인이 됐다.

선거 저변에 깔린 시대정신 읽어야 청와대 입성
‘경제’ 아닌 ‘복지’로 포문 연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경제 성장’을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후보자시절 본인을 ‘경제대통령’으로 칭하며, “지난 10년간 무너진 나라경제를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분배를 강조한 진보정권 10년의 경제 지표에 실망한, 중도 및 서민 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됐다. ‘경제 살리기+물가안정’이라는 구호에 표를 준 것이다. 이렇듯 역대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 당선자들은 저변에 깔린 시대정신을 간파하고, 그것을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활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세운 ‘구시대 정치 청산’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내세운 ‘3김 정치 청산’보다 파괴력이 있었다.

사실상 대선 출정식
이대로 2012년까지 갈까

드라마 <대물>의 주인공인 서혜림은 드라마에서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행복”이라며, “지금 당장 실현 가능성이 있는 복지예산부터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국가의 대외경쟁력보다 국민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을 ‘복지’에서 찾았다. 소통과 통합의 국민적 요구에 답하기 위해, ‘경제 성장’이 아닌 ‘복지’라는 키워드를 꺼내든 것이다. 지난 2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박 전 대표가 주최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면 개정안 공청회: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은 대선 출정식 같은 분위기였다. 축사를 맡은 박희태 국회의장은 “존경하는 유력한 미래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의 기수로 오늘 취임하시는 날”이라며 차기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연평도 포 사격 훈련으로 서해안은 긴장감이 돌았지만, 행사장은 여야 의원 70여명을 포함해 900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석해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1층 좌석 모두 차버릴 정도였고,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서둘러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준비했던 정책자료집 1000권도 동났다. 박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바람직한 복지는 소외계층에게 단순히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꿈을 이루고 자아실현을 이루게 해주는 것인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들의 생애 주기에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면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같은 돈을 써도 국민들이 복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틀을 바꿔야 한다. 각자 평생의 단계마다 필요한 ‘맞춤형’ 복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3분간의 연설에 박수가 6차례 나왔다. 공청회에서 선보인 박근혜표 복지 개정안은 4장 35항의 현행법을 7장 42항으로 확대한 것이다. 지금처럼 현금만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부 현금지원은 하되 교육이나 고용 등에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복지로 전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또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복지 관련 정책이나 예산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복지 중복이나 누수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숨은 조력자’
스터디그룹 5인방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경선 후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빠지지 않는 모임이 하나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대구 달성에서 선거 운동을 지원하다가 이 약속이 잡혀 급거 상경했을 정도다. ‘박근혜표’ 복지를 다듬은 스터디그룹 5인방 얘기다. 신세돈(숙명여대 경제학), 안종범(성균관대 경제학), 김영세(연세대 경제학), 김광두(서강대 경제학), 최외출(영남대 행정학)교수가 팀원이다. 이번 공청회를 계기로 박 전 대표의 정책 브레인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연말이나 연초 각 분야 정책을 공개할 계획인 만큼, 이 과정에서 정책 브레인들이 자연스럽게 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복지 아젠다를 통한 정계 일선 복귀 신호탄은 연착륙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내놓은 ‘한국형 복지’는 지난 20일 이후, 대한민국 정치권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찬반에 대한 양론이 갈리긴 했지만, 이슈 선점 효과가 분명했다. 반대측에서도 내용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 예산 확보나 보완책 등에 관한 지적이 많았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22일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 관련해 “주제를 참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복지국가화가 하나의 시대적 진전이라고 보여진다”며, “복지국가가 어떤 식으로 가야 제대로 된 복지국가가 될 수 있는지 논의하는 것은 아주 큰 과제”라고 말했다. 심지어 진보 진영에서도 일견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복지 예산을 늘리겠다는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시스템을 법률·제도적으로 구비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한다”면서, “하지만 본질에 대한 접근이 부족해, 상당히 보완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필두로 야권
연일 박근혜 때리기

민주당에서는 박 전 대표의 본격적 정치 활동 움직임이 포착되자 연이어 집중 포화를 날리고 있다. 복지는 그동안 ‘경제 성장’을 앞세운 보수진영보다 진보진영이 선점해온 이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보편적 복지국가’를 당의 노선으로 선택했고,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 3대 핵심 복지 과제를 선정해 정책으로 다듬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1일 “우리가 왜 박근혜 의원을 ‘대표’라고 하느냐. 오늘부터 그냥 의원으로 불러라”말 하면서 “박 의원이 성역화돼 있는데 우리가 인정할 필요는 없다. 왜 박 의원에 대한 비판 논평을 내지 않느냐”며 원내대변인들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21일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의 ‘선별적이고 말로만 복지정책’에 침묵하고 감세정책에는 사실상 적극적으로 동조하면서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어떠한 철학과 비전, 대안도 없다”며 “속 빈 강정형 복지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24일엔 “복지는 기본적으로 예산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복지는 ‘말뿐인 복지’ ‘빈수레 복지’에 불과하다”고 했다. 조영택 원내대변인은 공청회에서 축사를 통해 박 전 대표를 ‘유력한 미래 권력’으로 치켜세운 박희태 국회의장을 거론하며, “‘근혜어천가’를 부르며 아부의 극치를 보여주면서 국회의장으로서의 위상을 망각한 추태를 보였다”며 “박 의장의 이 같은 처세는 과거 국회의장의 신분으로는 전대미문의 일이며, 동료 국회의원과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박근혜, ‘대물’로
가는 힘찬 발걸음

한편 한나라당 내에서도 복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친이계인 신임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복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에 따른 돈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결국은 국민들의 세금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라며 “때문에 복지를 얘기할 때는 그 돈을 어디서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이냐를 반드시 따져서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 얘기는 감춰놓고 ‘무조건 복지만 잘 해 주겠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좀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며 박 전 대표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신임 정책위의장의 비판으로 박근혜표 복지가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있을것으로 보인다.

복지 정책 관련 계속된 친이계의 반발과, 대권 레이스 막판까지 청와대 권력이 살아 괴롭힌다면 박 전 대표는 또 다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사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 현 정부의 모든 부분을 자신이 담고 가기엔 부담이 있다. 그런 이유로 세종시 수정안 관련, 국회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도 ‘소신’ 발언을 했다. 대권을 염두에 둔 박 전 대표 입장에서 분명한 손익계산서가 그 앞에 놓인다면 심각한 고뇌에 빠질 수 있다. 임기 절반을 돈 이명박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과 달리 현재 뚜렷한 레임덕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2012년까지 이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이라면 박 전 대표와 계속된 신경전을 벌일 수도 있다. 

야권, ‘빈수레 복지’ ‘말 뿐인 복지’ 비판
여권에서 협조 안 하면, 설마 ‘독자행동?’
 

박 전 대표는 2004년 천막당사 시설 탄핵 역풍을 맞은 가운데 당을 지켜냈고, 2007년 대선 예비후보 경선에서 막강한 여론을 등에 업은 이 대통령이 당에서 튕겨 나가지 않게 적절히 조율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SBS 드라마 <대물>의 서혜림처럼 또 다른 조율을 해야될지 모른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불가론’은 지엽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불가론’은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의 힘 센 보수를 경험한 중도 성향 유권자가, 보수 정권에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얼마전 벌어진 예산안 단독처리와 같은 독단적 행위나, 권력형 비리가 또 다시 터진다면 ‘한나라당은 안 돼’라고 인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이 대통령이 지난 10월1일 한나라당 소속 의원 전원을 청와대 만찬에 초청한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성공과 18대 국회의 성공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도 했다. 이런 행보에 ‘변신’이라는 분석이 쏟아졌고, ‘박근혜 불가론’도 자연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박 전 대표와 친이계 모두 셈법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과 18대 국회를 거치며 절감한 ‘세력 부족’을 타파하기 위해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또한 친이계 의원들도 2012년 4월 총선을 감안하면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와의 갈등은 ‘선수(選數) 쌓기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전처럼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면 ‘박근혜 불가론’이 여러 차례 튀어나왔겠지만, 현재 상황은 많이 다르다. 대선 8개월 전에 치르는 총선을 감안하면,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할 의원도 많지 않다. 2012년 수도권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어렵다’고 하는 마당에 박 전 대표를 공격한다면, 박 전 대표의 고정 지지표를 잃을 건 뻔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친박계 행사에 친이계 또는 중립 성향 의원들이 참석하는 일도 잦아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93회 탄신제’에 친이계인 강석호 의원이 참석했고, 박 전 대통령 31주기 추도식에도 중립 성향 이범관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친이계도 날선 공격
‘이대로 두면 2012년 간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박근혜 불가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콘텐츠 채우기에도 열심이다. 박 전 대표가 복지 외에도 경제, 외교안보 분야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분야별 다양한 자문그룹을 만나 조언을 받으며 시야를 넓히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조언을 받는 사람은 당내 경제통인 이한구, 서병수 의원 등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한 인사는 ‘진보성향의 전문가를 만나 자문하는 등 한층 유연해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여야 어느 곳에서도 박 전 대표와 겨룰 진정한 대항마가 아직 출현하지 않은 현재, 그는 ‘대물’로 가는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