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류계 덮친' 강남패치·한남패치 실체

“나가요 언니들 소개합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뒷담화는 언제나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라는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터무니없는 찌라시가 지금도 메신저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그 대상이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연예인 혹은 유흥업소 종사자라면 폭발력은 배가 된다. 이 같은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서였을까.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남녀의 신상정보가 SNS를 통해 폭로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먼저 등장한 쪽은 ‘강남패치’다.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의 신상정보를 게재하거나 연예계 뒷이야기를 흘리는 계정이다. 이어 후발주자격으로 업소에 종사하는 남성의 신상정보를 올리는 ‘한남패치’가 나타났다. 두 계정의 등장은 사생활 침해 논란부터 SNS의 역기능, 성대결까지 우리 사회의 가장 자극적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2차 피해 우려

강남패치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강남 화류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개인정보가 게재되고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정에는 여성들의 이름, 성형 여부, 심지어는 사진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몇몇 연예인, 유명 스포츠스타들이 이들과 친분이 있다는 내용까지 언급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강남패치 계정에는 삭제되기 전까지 400여개가 넘는 포스트가 업로드됐으며 팔로워 수는 10만명에 육박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강남패치의 이름과 로고는 유명 연예매체인 <디스패치>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디스패치는 연예인 스캔들 보도, 연예계 사건사고 분석 등에 특화된 언론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강남패치가 큰 관심을 받자 뒤이어 한남패치라는 유사 계정이 출현했다. 한남패치는 강남패치와 반대로 유흥업소에 종사 중인 남성의 정보를 폭로하는 계정이다.

두 ○○패치의 폭로전에 등쌀이 터지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수만 명이 보고 있는 SNS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털린 일반인들이다. 두 계정에 공개된 정보는 직업, 나이, 이름, 얼굴, 친분 등 개인적인 영역 안에 있는 사생활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에 의해 무의미하게 소비되고 있다.


사태가 불거지자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9일 두 계정 운영자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소인 A씨는 지난달 24일 한남패치 계정 운영자를, 27일에는 고소인 B씨가 강남패치 계정 운영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두 사람은 해당 계정 운영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게재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게시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남패치 운영자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훼손될 명예가 있으면 날 고소하라구. 내 판에선 내 룰뿐”이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보도에 대한 질문에 “내가 성매매나 불법도박, 사기와 같은 악질 범죄를 일으킨 것이 아닌데 수사까지 당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사생활 침해 논란에 관해서는 “(강남패치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이들을 공개하거나 처벌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계정이 아니다”라면서 “만일 피해를 입었다면 증명해달라. 말로만 피해를 입었다고 하지 말고”라며 논란에 선을 그었다.

유흥업소 종사자 신상털이 계정 등장
끝 모르는 SNS 폭로전…빠르게 퍼져

이를 두고 네티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계정을 삭제하고 새로운 사이트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강남패치 사이트 주소를 얻기 위해 질문글을 올리는 네티즌이 있는가 하면, 이번 사태가 SNS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폐해의 끝을 보여준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유포된 개인의 사적 정보를 악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SNS에 언급된 업소 이름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신상이 털린 일반인의 과거, 거론된 연예인에 대한 무분별한 루머가 버젓이 게재돼 있다.


이런 정보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불특정 다수가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로서는 자신에 대한 말이 어디까지 퍼질 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 계정의 등장은 유포는 빠르지만 수습은 느린 SNS의 역기능이 가장 잘 드러난 사례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연예인 박유천과 얽혔던 여성 가운데 일부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이 “화류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는 그래도 된다”라는 내용의 덧글을 다는 등 우리 사회에서 그들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여지없이 드러난 상황이기 때문에 강남패치, 한남패치의 신상 폭로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강남패치 운영자 역시 ‘훼손될 명예가 있으면’이라고 말해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는 보호받아야 할 기본적인 명예가 없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경찰 수사 착수

이번과 같은 사례가 불거질 때마다 SNS의 역기능으로 인한 폐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잘못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되거나 사건이 터지면 사실 확인보다는 일단 신상부터 터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이 딱히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네티즌을 중심으로 SNS의 역기능에 대한 자성 움직임이 없는 한 제2, 제3의 강남패치·한남패치의 출현은 불가피해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강남패치 vs 한남패치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30대 남성의 칼에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는 점, 가해자가 평소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갖고 있었다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오프라인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여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본질이 사라지고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성대결 양상으로 상황이 변질됐다는 점이다. 일부 여성들은 여성 혐오를 타파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았고, 일부 남성들은 이에 반발해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더 짙게 드러내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단계가 누락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번 ○○패치 논란 역시 강남역 사건의 사후대처 방식과 비슷한 부분이 나타나고 있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자 반대급부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인권 침해가 일어났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음 강남패치가 생겼을 때 인권 침해, 사생활 침해, SNS 역기능 등에 대한 자정작용이 작용해 뿌리 자체(강남패치)를 들어내는 방향성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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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