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 셧다운제 논란

게임을 하란 거야? 마란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수년간 게임은 집안의 평화를 위협하는 콘텐츠였다. 자녀와 부모사이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심야시간 청소년들의 수면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등의 사유로 등장한 셧다운제는 부모들에게 평화를 보장하는 법안으로 큰 환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규제로 인한 여파에 업계를 중심으로 반발하면서 다양한 논란을 불러왔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한다’는 것을 골자로 발의된 셧다운제는 현재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로 분류돼 있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게임시간 선택제’로 심야 외의 시간대에도 부모나 청소년의 요청에 따라 게임과 이용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이 제도는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적용이 된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해진 게 없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병관 의원은 게임업계 출신 국회의원이다. 그는 후보시절 “게임문화는 가정에서 조율하는 것이 우선이고, 예외의 경우에 한해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게임규제 완화에 앞장서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 의견을 반영하듯 김 의원은 이번 20대 국회에서 셧다운제와 관련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발의안은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방안이다.

김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가 중복으로 시장을 규제하는 만큼 강제적 셧다운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16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선택적 셧다운제는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지난 2011년 실행 이후 셧다운제에 관한 논란은 끊임없이 생성돼 왔다. 실질적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었다. 셧다운제와 관련 소설가 이외수는 “차라리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을 제한하지 말고 공부를 제한하는 것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는 ‘온라인게임’을 대상으로 시행됐기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을 위시한 콘솔과 온라인에 접속하지 않고 플레이하는 오프라인 게임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법안이 의도한 청소년 게임 시간 단축에 대한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놨다. 업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법안이라 셧다운제 발의가 나오면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2012년 더민주 전병헌 전 의원은 “심야에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 중 40%가 셧다운제를 피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다”며 무용론을 통한 폐지를 주장했다. 이어 국내 게임업계 3곳에서는 전체이용가 등급 게임 6종의 심야시간 동시접속자 통계를 근거로 감소율이 4.5% 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책의 비효율성을 꼬집기도 했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업계의 발언에 “전체 게임이용자 중 16세 미만 청소년이용자의 비율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심야시간 평균접속자들이 16세 미만 청소년접속자인 것처럼 추정해, 제도 시행 후 청소년의 심야게임 이용이 불과 4.5% 감소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명확하지 않다”며 반박했다. 전 의원의 폐지안 이후로도 셧다운제 관련 발의가 2건이 있었다.

강제적이냐? 선택적이냐?
관련 법안들 줄줄이 대기
부처별 의견도 각각 달라

새누리당 김상민 전 의원과 여가부에서 각각 폐지안과 개정안을 발의한 것. 김 의원은 강제적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낮고 게임산업을 위축시킨다며 폐지안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했다. 여가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부모 선택제’를 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부모 선택제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이라도 부모가 요청하는 경우 적용을 해체할 수 있고, 반대로 부모가 재적용을 요청할 경우에는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강제적 셧다운제에 자녀 지도에 대한 부모의 자율권을 추가적으로 적용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부모의 선택 유무에 따라 법안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지적을 하며 부모 선택제가 실질적인 셧다운제의 폐지안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했다. 하지만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현행 셧다운제가 계속 유지되므로 이를 폐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강제적 셧다운제를 부모의 선택으로 미뤘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난 2014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는 개정안이 학생들의 수면권을 침해한다며 재검토를 요구한 적도 있다. 이 두 발의안은 대중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19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해 폐기됐다.

이번 20대 국회를 앞두고 셧다운제는 다시 다른 의견과 대립할 예정이다. 앞서 말한 김 의원의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안과 같이 여가부에서는 부모 선택제의 재발의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다시 촉각을 곤두세웠다. 셧다운제가 실행된 이후 5년간 업계는 성인대상 게임의 비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청소년도 이용 가능했던 게임들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달거나 처음부터 성인용 등급을 달고 나오는 게임들도 생겼다. 셧다운이 실행되는 시간 이후로 만 19세 이상 이용가로 바뀐 게임도 등장했다. 성인 계정거래가 활발해지는 현상이 일어 논란이 이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달 22일 여가부 청소년보호환경과 관계자는 “부모 선택제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을 20대 국회 입법계획에 포함했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김 의원의 폐지안은 물론이고 여가부의 부모 선택제 역시 눈여겨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모가 원하면 셧다운에서 자녀를 제외할 수 있다는 것은 조건적이지만 기존 셧다운제 완화에 한 발을 내딛고 있다는 의견이다. 단 “현재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부모세대들이 자녀들에게 규제를 풀어주겠냐”며 우려를 내놨다.

한편 업계는 부모 선택제가 20대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서 법안을 반대한 남인순 의원이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긴장중

폐지안, 개정안 등의 논의가 시작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썩 미덥지 않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사회 분위기에 맞춰 정책이 계속 변하고 있어 확신을 얻을 수 없다는 눈치다. 지금에야 완화되고 있지만 언제 또 강화될지 모른다는 입장이다. 한 개발자는 법안 발의 소식을 듣고 “일관되지 못하고 계속 변하는 규제를 다 따르기는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게임문화진흥 종합계획

여가부와 부모 선택제를 공동 발의했던 문체부는 이달 중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게임문화진흥 종합계획’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부정적으로 대응해 왔던 기존의 정책과는 달리 긍정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건강하게 게임을 이용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골자는 사회적으로 게임을 보편적인 여가문화로 만들고 그를 통해 새 가치를 창출해 낸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은 게임힐링센터를 중심으로 연계형 과몰입 대응 체계를 만들어 방지할 계획이다.

윤태용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게임 과몰입은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면서 “특히 청소년들이 왜 게임을 하는지에 대한 사회·문화 맥락을 이해하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시점으로 대응해왔던 기존의 정책과는 달리 긍정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건강하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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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