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대통령에게 돌직구 날린' 새누리당 유준상 상임고문

"총선 참패, 대통령도 반성해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 이후 당내 갈등을 수습할 해법을 찾기 위해 상임고문단(의장 김수한)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한 시간 반 동안 당 원로들의 쓴 소리가 이어진 가운데 한 때 정통야당의 부총재까지 지냈던 유준상 상임고문은 유독 파격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유 고문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서슴없이 돌직구를 날렸다. 

새누리당이 지난 21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단과 오찬회동을 가졌다. 총선 참패 이후 계파 간 갈등이 오히려 더 고조되자 보다 못한 당 원로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날 오찬회동에 참석한 상임고문단은 당 지도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모임을 주재한 원유철 원내대표는 상임고문들에게 연신 사과를 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이날 상임고문단 중에서도 유독 파격적인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끈 인물이 있다. 바로 유준상 상임고문이다. 유 고문은 이 자리에서 ‘국회의장직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게 차라리 양보하자’거나 ‘국면전환을 위해 기획사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파격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런 유 고문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다음은 유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

- 새누리당이 당초 예상과 달리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번 총선 결과 어떻게 평가하나?
▲ 이번 총선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일여다야 구도에서 우리 당이 과반을 넘어 개헌선인 180석 이상까지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총선 결과 새누리당은 제1당을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16년 만에 여소야대가 됐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국민들을 화나게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세력을 결집시켜 투표율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당 내분으로 찬물을 끼얹으면서 지지층이 이탈해 결국 참패한 것으로 본다.

- 내년에 곧바로 대선이 치러지게 되는데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없나?
▲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 우리 당은 친박, 비박, 소장쇄신파, 중립파 등이 뒤섞여 계파싸움만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TF팀을 꾸려 변화와 혁신으로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혼란을 일으켰던 분들은 자중해야 한다.


- 자중해야 하는 사람들은 친박계인가? 일각에선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목하는데?
▲ 청와대 또한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가장 큰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다. 특정 계파를 떠나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청와대도 반성해야 한다. 청와대가 앞으로는 야당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만 한다. 이는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필수불가결이다. 청와대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야당과 소통하느냐에 따라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민심을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 새누리당의 고질적인 계파갈등을 해소할 방책은 없나?
▲ 대통령이 먼저 친박계 해체를 선언해야 한다. 대통령이 이제 친박, 비박을 떠나서 모두 다 같은 당원으로 상대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는 게 급선무다. 대통령이 두 계파를 모두 불러 대화하면서 앙금을 풀어야 한다. 대통령이 계속 다른 계파를 차별하고 억압하려 한다면 계파 갈등은 절대로 사라질 수 없다.

"국회의장직보다 민생법안 통과에 주력해야"
"지지율 낮다고 호남 절대 포기해선 안 돼"

-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 선출을 놓고 당내에서 외부인사를 영입해 추대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 외부인사를 영입해 당대표로 추대한다는 것은 민주정당에서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기 당대표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되었으면 한다. 다만 당내에서 계파색이 옅고, 야당을 대화로 설득할 수 있는 온화한 리더가 선출되었으면 한다.

- 무소속 복당이라는 꼼수로 제1당을 차지하려하지 말고 아예 국회의장 자리를 더민주에게 양보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하지만 국회의장 자리를 양보하게 되면 야권이 사사건건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더민주를 제1당으로 선출해줬다. 국민이 선택한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것이 당연하다. 선거가 끝난 지 한 달도 안됐는데 무소속 당선인들을 억지로 복당시켜 제1당을 차지하면 국민들이 인정해주겠나? 오히려 역풍만 맞게 될 것이다. 차라리 역발상을 해서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시원하게 양보하고 우리는 민생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야당을 설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 그러면 무소속 당선인들을 절대 복당시키지 말자는 것인가?
▲ 그들을 영원히 복당시키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복당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1당을 차지하기 위해 벌써 복당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복당을 시키더라도 계파 이해에 따라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는 식으로 싸워서는 안 된다. 절차에 따라 하자가 없으면 계파와 상관없이 누구든 복당을 시켜줘야 한다.

- 검찰이 총선 당선인 중 100여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국면전환을 위한 사정정국을 조성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에서도 이번 수사가 국면전환을 위한 기획사정이라고 보나?
▲ 그건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일각의 우려를 전달했을 뿐이다. 기획사정인지의 여부는 국민들이 판단해 주실 것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조직이며 국민들은 늘 지켜보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사정 정국으로 몰아간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 새누리당이 호남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 새누리당은 누가 뭐래도 전국정당이다. 호남에서 지지율이 10%도 나오지 않는다고 소외시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호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비례대표 당선자들을 살펴보면 호남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총선 과정에서도 당 지도부의 호남 지원은 거의 없었다. 당장 내년 대선에서 호남이 외면한다면 승리할 수 있겠나? 호남에서 20% 이상은 득표해야 안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

- 새누리당의 위기 극복을 위해 상임고문단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나?
▲ 지난 2월부터 상임고문단 김수한 의장을 통해 당 지도부에 조언을 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럴 거면 상임고문단이 왜 필요한가? 총선에서 참패하자 이제야 당의 원로들을 찾아와 용서를 구했다. 집안의 어른들 얘기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는 원로모임인 상임고문단회의를 정례화해 당 지도부에 조언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mi737@ilyosisa.co.kr>
 


[유준상 상임고문 프로필]

▲ 11~14대(4선) 국회의원
▲ 새누리당 상임고문
▲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
▲ 대한롤러경기연맹 회장
▲ 아시아롤러경기연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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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