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5>

선수생활 2개월…5000만원 그리고 여자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명자씨는 그 후 ‘32평 빌라를 사주겠다’는 말도 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초짜인 네가 할 수 있을까?”

■ 두 여자 사이의 고민
느닷없는 그녀의 제안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생각난 것이 있었다. 호빠 선수와 여자 손님간의 관계. 차 한 대, 아파트 하나 정도도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들. 그냥 하는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뭐,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겠지’라고 치부해버렸던 일들이었다. 그냥 한 두 번 이 업계에서 그런 일이 있는 걸 가지고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이라고 여겨왔었다.
명자씨는 그 후 32평 빌라를 사주겠다는 말도 했다. 포이동에 있는 고급 빌라였으니 아파트 한 채 값에 맞먹는 가격이다. 사실 그녀의 제안에 한동안 고민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자동차? 고급 빌라? 어쩌면 내 인생을 바꿀 계기가 되는 것들이었다. 그 차를 몰고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 서울 구경이라도 시켜드리면 어떨까? 모질게 한평생 고생하셨던 어머니, 고급빌라에 사시게 하는 것도 효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공짜로 그것을 얻는 것이 아닌가. 내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또 그 돈을 갚기 위해 내가 노력을 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코 그것들은 공짜일 수가 없었다. 내가 명자씨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는 그녀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사준 자동차로 전국 일주 여행을 가자고 할 것이며, 자신이 사준 집에서 함께 동거를 하자고 할 것이다. 나는 밤마다 그녀의 행복한 잠자리를 위해 내 삶을 소비해야 했다. 벌어지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평소에 그녀의 행동으로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가 가게에 놀러오는 날이면 나는 ‘떠블’을 뛰지도 못했다. 내가 다른 테이블에 들어가 다른 여자랑 있는 것을 도저히 참지 못했다. 그녀는 모든 걸 돈으로 해결했다. 내가 떠블을 뛰지 못하니, 그녀는 떠블, 아니 떠떠블의 비용을 지불했다. 그렇게라도 나를 갖고 싶어했던 것이다. 자동차와 빌라를 받아들이면, 그녀의 집요한 집착이 더욱 강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은영씨가 가지고 있는 고민, 그리고 명자씨가 내게 제안한 것들. 이 두 가지를 잘 버무리면 뭔가 ‘해답’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 뭔가 답이 있는 것 같긴 한데, 구체적인 방법은 도통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병구라면,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 병구의 해법
“오늘은 또 웬일이냐. 곱창을 다 사준다고 하고? 짜식이 돈 좀 벌었냐”
병구는 늘 그렇듯이 내가 믿을 만한 친구였다. 나를 호스트바에 입문시켜주었고, 언제나 내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해줬다. 모든 것이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이 호빠의 세계에서 병구같은 친구를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글지글 타오르는 불 위에서 곱창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말을 꺼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 요즘에 고민 있다.”
병구가 그 얘기를 듣자마자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그 웃음의 의미가 사뭇 의미심장한 듯 했다.
“왜 웃냐?”
병구는 귀신인가보다. 나보다 이 업계에서 더 오래 일을 했으니 자신도 내가 겪었던 감정의 단계를 거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이 병구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왔다.
“동이야, 너 내가 그렇게 처음부터 말했잖냐. 손님이랑 사귀면 안 된다니까. 호스트 생명 끝이라는 거 몰라? 내가 그렇게 이야기해도 넌 못 알아 듣냐?”
귀신은 속여도 병구는 못 속일 것 같았다. 자초지종, 저간의 사정을 모두 이야기했다. 은영씨의 상황, 나의 감정, 그리고 명자씨와의 관계까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병구는 연거푸 소주잔을 기울였다. 나는 무슨 큰 깨달음이라도 기다리는 사람처럼 조용히 병구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방법이 없지는 않은 거 같은데 말이여...”
어차피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었다. 은영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5000만원이라는 돈만 있다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복잡하게 인간관계가 얽혀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문제는 상당히 심플한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었다.
병구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내 스스로가 마담으로 뛰어들어 업주로부터 마이낑을 미리 받는 것이었다. 마담은 대략 10명 정도의 선수를 자신의 아래에 두고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5000만원 정도의 마이낑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매달 1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제 선수생활을 한 지 2개월이 조금 넘는 ‘완전초짜 선수’였다. 물론 병구는 그 짧은 기간 안에 에이스가 될 수 있었던 나의 가능성을 보고 한 이야기였다.
“정말이냐 병구야? 월 1억 정도만 하면 5000만원은 마이낑으로 받을 수 있다는 거야?”
내가 말을 꺼내놓고도 나 스스로가 낯선 말이기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입에서 ‘1억’이라는 말이 나왔다. 어느 새 돈의 개념 자체가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이제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인지, 정말 과거 같으면 도저히 입에도 올릴 수 없는 금액을 이제는 나 스스로도 서슴없이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1000원짜리 한 장이 없어 10km를 걸어 다닌 것이 몇 개월 전의 일이었는데…
하지만 병구의 첫 번째 제안을 실행하기에는 난관이 너무 많았다. 어디서 10명의 선수를 구할 것이며, 또 내가 ‘한 달에 1억원씩 벌어들일게요’라고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나를 믿어줄 사람이 과연 있기는 있단 말인가. 꿈은 높게 잡아야 한다지만, 자칫하면 가랑이가 찢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자 병구는 두 번째 방법을 제안했다.
“두 번째 방법은 말이야, 간단해, 은영씨를 포기해. 그러면 아무 일도 아니잖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고민할 필요도 없고, 마이낑도 필요없다. 지금껏 해왔듯이 그냥 그렇게 호빠생활을 하며 돈을 버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병구가 약간 얄미워지기도 했다. 지금 나에게는 은영씨가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구에게는 그것만이 답은 아니었다. 내 표정이 좋지 않은 걸 알았는지, 병구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선수 초짜인 네가 할 수 있을까?”
나의 귀가 다시 쫑긋 세워졌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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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