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민주주의가 아니다. 상식과 원칙도 아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고개를 떨궜다.
'공천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3선 중진인 유 의원은 이날 전격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이날 밤 대구 동구 자신의 캠프 기자회견에서 "마지막까지 제가 고민했던 건 저의 오래된 질문인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였다. 공천에 대해 지금 이 순간까지 당이 보여준 모습, 이건 정의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의 고민은 길고 깊었다. 저 개인의 생사에 대한 미련은 오래 전에 접었다. 그 어떤 원망도 버렸다"며 섭섭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새누리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은)부끄럽고 시대 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공천 보류를 문제삼은 정체성 문제에 대해 "결국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의원들 그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내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박, 비박 편가르기만 있었다. 국민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권력을 천명한 헌법 1조 2항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수는 없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 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보고 나아가겠다.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 뿐이고 믿는 것은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 뿐"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민의 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서 정치에 대한 저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며 "오늘 저의 시작이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나아가는 새로운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박근혜정권 이후 2014년 국정감사 때 박 대통령의 방미과정의 혼선에 대해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표현으로 대립했던 이력이 있다. 이 외에도 '국회법 파동' 때 박 공무원 연금 개혁안과 함께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권한을 보다 강화시킨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해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마찰을 빚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경제과외통'으로 통하면서 친박 핵심인사로 통하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칼을 휘두르면서 컷오프도 아닌 '진박 밀어내기'의 희생양이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천 파동이 유 의원으로서는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공관위의 상식과 합리성에 부합되는 결정으로 유 의원이 연일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얘기다.
같은 당 김용남 의원은 유 의원의 공천 파동에 대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이한구 위원장을 비롯한 공천관리위원회에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유승민 의원의 개인적인 정책이나 이념에 대해 동감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어떤 정치인이나 국회의원이 100% 완벽할 수 없고 누구나 다 100% 공감할 수 있는 행동만 하는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김무성 대표는 탈당한 유 의원을 배려하는 의미에서 지역구를 무공천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서도 최고위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후 새누리당의 대구 동구 공천 여부가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