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2008 국감 현장’③ 거물급 누구 누구 나오나?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국감은 이명박정부로써 맞는 첫 국감인데다 10년 만에 여야가 바뀐 상태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전운은 이미 감돌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감을 맞는 자세가 다른 탓이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마지막 1년을 파헤치겠다는 목적을 가진 데 비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6개월 캐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누구를 증인으로 채택하느냐가 국감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국감은 밝혀내야 할 민감한 사안이 많은 만큼 그와 관련된 증인들의 면면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국감의 화두로 떠오를 만한 인물들을 예측해봤다.

거물들 ‘속살’ 들춰보니‘물’ 제대로 벌컥벌컥?

이번 국감에 채택된 증인들을 살펴보면 국감을 통해 얻으려는 목적이 다른 만큼 여야에 따라 확연히 구분된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밝혀내기 위해 정책 혼란 책임자와 권력형 친인척 비리자 등을 주요 증인으로 채택해 둔 상태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실세와 관료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지난 정부의 실책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제정책 실패 책임자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민주당이 이번 국감을 대비해 구성한 ‘공기업 낙하산 인사와 국정파탄 3인방 특별 테스크포스(TF)팀’이 겨냥한 3인 중  한명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강 장관은 특히 경제와 관련된 상임위에 거의 모두 증인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국감 최다출연자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이유는 민주당이 강 장관을 ‘경제정책 실패 책임자’와 ‘공기업 사유화 관련 정부 관계자’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 장관에 집중포화를 던지는 까닭은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들이 가장 기대했던 경제살리기가 이뤄지기는 커녕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제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데 있다.
실제로 강 장관의 경제관과 정책들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며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드는 정책을 양산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경제위기의 주요 책임자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사회 곳곳에서 강 장관의 경질 목소리가 거세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중앙대 총장과 서울대 교수 등 경제, 경영학자 1백18명이 강 장관의 경질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단체 경실련도 강 장관이 총체적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며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제위기의 책임자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강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한 민주당은 고환율, 고물가, 민생파탄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묻고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장과 대책에 대해서도 함께 추궁할 계획이다. 또 공기업 민영화와 고환율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등과 관련해 지식경제위에서도 강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강 장관과 관련한 증인으로는 ‘대리경질’ 논란을 불렀던 최중경 전 기재부 차관을 비롯,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은 총재, 민유성 산업은행장, 청와대 김중수 전 경제수석 및 박병원 현 경제수석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촛불집회 폭력진압 규명 어청수 경찰청장
어청수 경찰청장 역시 이번 국감 증인 중 화제의 인물로 낙점됐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도 어 청장의 해임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어 청장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등 위기의 순간들이 끊이지 않고 닥치고 있다. 어 청장을 코너로 몰아붙인 가장 큰 요인은 촛불집회자들에 대한 폭력진압이다. 물대포와 물감대포까지 사용하며 촛불집회를 폭력이 난무하는 집회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던 어 청장은 촛불집회가 잦아든 지금까지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에는 ‘유모차부대’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는 것을 두고 여성단체에서 어 청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 어 청장을 몰아세웠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는 지난달 24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부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공권력 남용 행위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불교계의 어 청장 사퇴요구까지 겹치는 등 어 청장에 대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주된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각종 사안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다.
먼저 민주당은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촉발된 촛불집회 및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을 규명할 예정이다. 또 민간인 불법 사찰의 책임도 함께 묻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5공회기 공안정국, 인권탄압’과 ‘방송 장악, 인터넷 통제’와 관련해 어 청장을 증인 요구 명단에 올리고 위의 사안들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어 청장과 관련한 증인으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한진희 전 서울경찰청장, 김성호 국정원장 등 8인을 선정했다. 또 안진걸 광우병대책회의 국장, 이나래 서울대 학생(촛불집회 구타 피해자)을 참고인으로 선정했다.

방송장악 음모 의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정부의 방송장악을 위해 낙하산 인사자로 거론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국감의 주요 증인 중 한명이다.
최 위원장은 ‘이명박 대리인’이란 의혹을 받을 만큼 언론장악을 위한 음모로 보이는 각종 사안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특히 한국방송의 새 사장 선임을 둘러싼 파문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그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최 위원장이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한국방송 전직 임원들을 망라해 한국방송 문제에 관한 ‘7인 비밀회동’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선시절 이명박 캠프 방송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내정되고 특보를 지낸 정국록씨가 아리랑 TV 사장에 내정되면서 언론장악의 의혹은 겉잡을 수 없이 깊어졌다. 게다가 최 위원장이 청와대의 내각 교체 물밑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언론장악을 위한 하수인이라는 오명은 최 위원장을 줄곧 압박해 왔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최 위원장을 비롯, 신재민 문화부 2차관, 구본홍 YTN 사장,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이병순 KBS 사장 등을 핵심 증인으로 선정했다.

뉴타운 허위공약 오세훈 서울시장
민주당은 ‘뉴타운 허위공약’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 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 4·9 총선 이후 뉴타운 공약은 끊임없는 논쟁대상이었다. 결국 법정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점차 복잡해지는 양상을 띄었다.
민주당이 뉴타운 공약과 관련해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과 오 시장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정치공세’라며 반발하는 등 한동안 정치권의 뇌관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 시장은 기자설명회를 열고 정치권에 소모적 논쟁의 종결을 촉구했다. 오 시장은 “작금의 논란은 정치공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면서 “협소한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일부 정치권의 왈가왈부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 이것으로 소모적인 뉴타운 논쟁을 끝내자”고 정치권에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현재 뉴타운공약과 관련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 달 20일에는 이와 관련해 정 의원과 오 시장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이날 정 의원은 “동작에 뉴타운 세우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자 오 시장이 고개를 끄덕여 약속이라 생각했다”고 답변했고 오 시장은 “동작 뉴타운은 1~3차 뉴타운이 끝난 후에나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했으며 예의 차원에서 고개를 끄덕인 것을 정 의원 측에서 잘못 해석한 것 같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지난달 23일 성명서를 내고 “두 주인공이 대국민 사과는커녕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을 보면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나 서울시장으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몽준 최고위원이나 오세훈 시장은 뉴타운 사기극에 대한 비열한 짜맞추기를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전하며 국감에 앞서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뉴타운 허위공약 사건과 관련해 오 시장과 정 위원 등 8명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친구 게이트’ 주인공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
‘제2롯데월드’와 관련된 사안도 국감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된 증인 중 한명은 ‘친구게이트’의 주인공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이다.
민주당은 제2롯데월드 건축 허용 움직임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와 롯데그룹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해 왔다.
특히 장 사장이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동창이고 대통령 취임에 맞춰 롯데 측이 총괄사장직을 신설해 장 사장을 전진배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이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작은 청와대로 불릴 정도로 롯데호텔을 애용한 점이나 취임 후 외국 주요 인사 숙소와 정부 행사를 롯데호텔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점을 내세웠다.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제2롯데월드 허용은 국민과 국가안보대신 친구와 재벌을 선택하는 것이고 재벌 특혜를 넘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는 폭거”라고 비난하며 유착의혹을 확고히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친구게이트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 사장뿐만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 등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내정자 등 공군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사위게이트’의 주인공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도 이번 국감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이른바 ‘사위 게이트’의 주인공이기도 한 조 부사장은 ‘코스닥시장 주가조작 의혹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8월 한국도자기 3세인 김영집 전 엔디코프 대표와 아남그룹 창업주 손자인 나성균 네오위즈 대표, 장홍선 극동유화그룹 회장의 아들 장선우씨 등과 함께 코스닥기업 코디너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2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조 부사장은 재벌 2, 3세와 함께 주식투자로 재산을 불려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LG가 3세인 구본호 래드캅투어 회장과 동일철강의 제3자 배정 유상증가에 참여하려다 금융감독원의 제지로 실패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감에 앞서 지난달 24일 조 부사장의 주가조작 혐의 등과 관련해 권력형 비리 척결 차원에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며 여당의 협조를 요구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감에서 조 부사장에 대한 추궁이 거셀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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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