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2008 국감 현장’③ 거물급 누구 누구 나오나?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국감은 이명박정부로써 맞는 첫 국감인데다 10년 만에 여야가 바뀐 상태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전운은 이미 감돌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감을 맞는 자세가 다른 탓이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마지막 1년을 파헤치겠다는 목적을 가진 데 비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6개월 캐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누구를 증인으로 채택하느냐가 국감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국감은 밝혀내야 할 민감한 사안이 많은 만큼 그와 관련된 증인들의 면면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국감의 화두로 떠오를 만한 인물들을 예측해봤다.

거물들 ‘속살’ 들춰보니‘물’ 제대로 벌컥벌컥?

이번 국감에 채택된 증인들을 살펴보면 국감을 통해 얻으려는 목적이 다른 만큼 여야에 따라 확연히 구분된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밝혀내기 위해 정책 혼란 책임자와 권력형 친인척 비리자 등을 주요 증인으로 채택해 둔 상태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실세와 관료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지난 정부의 실책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제정책 실패 책임자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민주당이 이번 국감을 대비해 구성한 ‘공기업 낙하산 인사와 국정파탄 3인방 특별 테스크포스(TF)팀’이 겨냥한 3인 중  한명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강 장관은 특히 경제와 관련된 상임위에 거의 모두 증인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국감 최다출연자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이유는 민주당이 강 장관을 ‘경제정책 실패 책임자’와 ‘공기업 사유화 관련 정부 관계자’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 장관에 집중포화를 던지는 까닭은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들이 가장 기대했던 경제살리기가 이뤄지기는 커녕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제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데 있다.
실제로 강 장관의 경제관과 정책들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며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드는 정책을 양산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경제위기의 주요 책임자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사회 곳곳에서 강 장관의 경질 목소리가 거세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중앙대 총장과 서울대 교수 등 경제, 경영학자 1백18명이 강 장관의 경질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단체 경실련도 강 장관이 총체적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며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제위기의 책임자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강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한 민주당은 고환율, 고물가, 민생파탄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묻고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장과 대책에 대해서도 함께 추궁할 계획이다. 또 공기업 민영화와 고환율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등과 관련해 지식경제위에서도 강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강 장관과 관련한 증인으로는 ‘대리경질’ 논란을 불렀던 최중경 전 기재부 차관을 비롯,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은 총재, 민유성 산업은행장, 청와대 김중수 전 경제수석 및 박병원 현 경제수석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촛불집회 폭력진압 규명 어청수 경찰청장
어청수 경찰청장 역시 이번 국감 증인 중 화제의 인물로 낙점됐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도 어 청장의 해임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어 청장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등 위기의 순간들이 끊이지 않고 닥치고 있다. 어 청장을 코너로 몰아붙인 가장 큰 요인은 촛불집회자들에 대한 폭력진압이다. 물대포와 물감대포까지 사용하며 촛불집회를 폭력이 난무하는 집회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던 어 청장은 촛불집회가 잦아든 지금까지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에는 ‘유모차부대’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는 것을 두고 여성단체에서 어 청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 어 청장을 몰아세웠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는 지난달 24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부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공권력 남용 행위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불교계의 어 청장 사퇴요구까지 겹치는 등 어 청장에 대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주된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각종 사안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다.
먼저 민주당은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촉발된 촛불집회 및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을 규명할 예정이다. 또 민간인 불법 사찰의 책임도 함께 묻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5공회기 공안정국, 인권탄압’과 ‘방송 장악, 인터넷 통제’와 관련해 어 청장을 증인 요구 명단에 올리고 위의 사안들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어 청장과 관련한 증인으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한진희 전 서울경찰청장, 김성호 국정원장 등 8인을 선정했다. 또 안진걸 광우병대책회의 국장, 이나래 서울대 학생(촛불집회 구타 피해자)을 참고인으로 선정했다.

방송장악 음모 의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정부의 방송장악을 위해 낙하산 인사자로 거론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국감의 주요 증인 중 한명이다.
최 위원장은 ‘이명박 대리인’이란 의혹을 받을 만큼 언론장악을 위한 음모로 보이는 각종 사안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특히 한국방송의 새 사장 선임을 둘러싼 파문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그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최 위원장이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한국방송 전직 임원들을 망라해 한국방송 문제에 관한 ‘7인 비밀회동’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선시절 이명박 캠프 방송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내정되고 특보를 지낸 정국록씨가 아리랑 TV 사장에 내정되면서 언론장악의 의혹은 겉잡을 수 없이 깊어졌다. 게다가 최 위원장이 청와대의 내각 교체 물밑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언론장악을 위한 하수인이라는 오명은 최 위원장을 줄곧 압박해 왔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최 위원장을 비롯, 신재민 문화부 2차관, 구본홍 YTN 사장,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이병순 KBS 사장 등을 핵심 증인으로 선정했다.

뉴타운 허위공약 오세훈 서울시장
민주당은 ‘뉴타운 허위공약’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 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 4·9 총선 이후 뉴타운 공약은 끊임없는 논쟁대상이었다. 결국 법정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점차 복잡해지는 양상을 띄었다.
민주당이 뉴타운 공약과 관련해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과 오 시장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정치공세’라며 반발하는 등 한동안 정치권의 뇌관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 시장은 기자설명회를 열고 정치권에 소모적 논쟁의 종결을 촉구했다. 오 시장은 “작금의 논란은 정치공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면서 “협소한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일부 정치권의 왈가왈부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 이것으로 소모적인 뉴타운 논쟁을 끝내자”고 정치권에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현재 뉴타운공약과 관련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 달 20일에는 이와 관련해 정 의원과 오 시장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이날 정 의원은 “동작에 뉴타운 세우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자 오 시장이 고개를 끄덕여 약속이라 생각했다”고 답변했고 오 시장은 “동작 뉴타운은 1~3차 뉴타운이 끝난 후에나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했으며 예의 차원에서 고개를 끄덕인 것을 정 의원 측에서 잘못 해석한 것 같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지난달 23일 성명서를 내고 “두 주인공이 대국민 사과는커녕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을 보면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나 서울시장으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몽준 최고위원이나 오세훈 시장은 뉴타운 사기극에 대한 비열한 짜맞추기를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전하며 국감에 앞서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뉴타운 허위공약 사건과 관련해 오 시장과 정 위원 등 8명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친구 게이트’ 주인공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
‘제2롯데월드’와 관련된 사안도 국감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된 증인 중 한명은 ‘친구게이트’의 주인공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이다.
민주당은 제2롯데월드 건축 허용 움직임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와 롯데그룹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해 왔다.
특히 장 사장이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동창이고 대통령 취임에 맞춰 롯데 측이 총괄사장직을 신설해 장 사장을 전진배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이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작은 청와대로 불릴 정도로 롯데호텔을 애용한 점이나 취임 후 외국 주요 인사 숙소와 정부 행사를 롯데호텔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점을 내세웠다.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제2롯데월드 허용은 국민과 국가안보대신 친구와 재벌을 선택하는 것이고 재벌 특혜를 넘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는 폭거”라고 비난하며 유착의혹을 확고히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친구게이트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 사장뿐만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 등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내정자 등 공군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사위게이트’의 주인공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도 이번 국감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이른바 ‘사위 게이트’의 주인공이기도 한 조 부사장은 ‘코스닥시장 주가조작 의혹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8월 한국도자기 3세인 김영집 전 엔디코프 대표와 아남그룹 창업주 손자인 나성균 네오위즈 대표, 장홍선 극동유화그룹 회장의 아들 장선우씨 등과 함께 코스닥기업 코디너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2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조 부사장은 재벌 2, 3세와 함께 주식투자로 재산을 불려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LG가 3세인 구본호 래드캅투어 회장과 동일철강의 제3자 배정 유상증가에 참여하려다 금융감독원의 제지로 실패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감에 앞서 지난달 24일 조 부사장의 주가조작 혐의 등과 관련해 권력형 비리 척결 차원에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며 여당의 협조를 요구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감에서 조 부사장에 대한 추궁이 거셀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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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