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20대 총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부산 사상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배신의 정치'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문 전 대표가 여당의 텃밭인 사상구에서 당선되고도 지역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근거 없는 악의적인 주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20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 사상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지역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새누리당 손수조 사상구당협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떠난 문재인 남은 손수조’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려 문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지역구를 버리고 떠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안 통과율 0%
손 위원장은 “문 전 대표가 대권을 위해 사상에 출마했다가 이제는 버리고 떠나신 건 더민주가 아무리 포장하려해도 바뀌지 않는 팩트”라며 “배신의 정치는 외면받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물론 문 전 대표 측은 근거 없는 악의적인 주장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양측의 공방은 영남지역 선거판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 사상구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이례적으로 야권인사인 문 전 대표를 선택했다. 그만큼 문 전 대표에게 큰 기대를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문 전 대표가 실망스런 모습만 보여줬다면 다른 영남지역 유권자들도 더 이상 야권인사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문 전 대표가 당선된 후 지역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 2014년에는 부산지역 대학생들이 문 전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이에 대한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며칠간 이어진 폭우로 인해 지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데 문 전 대표는 중앙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문 전 대표는 민생보다 본인의 정치적 욕심과 야망이 더욱 우선시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당시 문 전 대표의 지역구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피해가 속출했지만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재단이 주최한 영화 홍보행사에 참석해 빈축을 샀다.
문 전 대표가 툭하면 지역구가 아닌 경남 양산에 있는 자택에 칩거하고 있는 점도 지역민들을 서운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문 전 대표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경남 양산 자택에서 40일 넘게 칩거 중이다.
반면 문 전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공식적으로 지역구를 찾은 것은 고작 2번 뿐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지역구가 아닌 양산 자택에서 칩거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양산 자택에 칩거하면서 지역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럴 거라면 양산에서 출마해야지 왜 부산에 출마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에 있어야 하물며 동네 슈퍼를 가더라도 지역주민들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나는 것 아닌가? 지역구에 오지 않는 사람이 지역구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의정활동이 없을 때에는 지역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비공식적으로 지역구를 자주 방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지역구를 방문했냐고 묻자 문 전 대표 측은 “그런 것까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지역구 외면하고 양산 자택 칩거
임기 4년간 법안발의 고작 4건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떳떳하다면 언제 지역구를 방문했는지 공개해라.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지역구가 목포임에도 매주 주말마다 지역구를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물며 야당 텃밭 지역구 의원도 이렇게 열심히 지역구를 관리하는데, 여당 텃밭에서 야당 의원을 뽑아줬으면 두 배로 노력을 해야 한다”며 “문 전 대표는 아직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기 마음대로 한 달 넘게 칩거 중이다. 양심이 있다면 최소한 급여는 반납하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의 불성실한 의정활동도 논란의 대상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고작 4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19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법안 발의 건수가 54건인 것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치다. 특히 문 전 대표가 발의한 법안 중 통과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문 전 대표는 법안 통과율 0%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새누리당에서는 “그렇게 발의할 법안이 없었으면 차라리 구청장에 도전해 행정을 할 것이지 왜 입법역할을 하는 국회의원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문 전 대표는 대선후보까지 지낸 거물급 인사다. 무게감 있는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법안 통과율 0%를 기록한 것도 우리가 좋은 법안을 발의했음에도 새누리당이 통과를 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측은 “무게감이 떨어지는 작은 법안이라도 국민 삶과 직결되는 법안이라면 발의해서 국민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것이 국회의원이 할 일”이라며 “그렇다면 대권후보의 체면 때문에 입법하고 싶은 법안이 있어도 안했다는 말인가? 정말 궁색한 변명”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의 본회의 출석률과 상임위 출석률도 논란거리다. 문 전 대표는 올해 들어 본회의 출석률이 고작 20%에 머물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에도 본회의 출석률 21.74%를 기록했으며, 2013년에는 77.78%, 2014년에는 95.65%, 2015년에는 84%를 각각 기록했다. 상임위 출석률은 고작 60%대다.
문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고 당 대표직을 수행하며 바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의정활동에 너무 불성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더민주 당 대표를 지냈던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본회의 출석률이 평균 90%가 넘는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새누리당의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라며 “문 전 대표는 중앙에서 정치활동을 하면서도 지역 숙원사업인 도서관 건립, 공단 재생 사업 등에 성과를 냈고, 국비를 무려 929억이나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측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고작 예산 좀 따온 것이 유일한 성과라면 실망스럽다”며 “지난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여러 차례 사상구에서 지원유세를 펼칠 정도로 사상구에 관심을 쏟았다. 만약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면 문 전 대표보다 더 많은 예산을 유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4년간 뭐했나?
이 관계자는 또 “부산에서 야권인사가 재선을 한다면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인데 문 전 대표는 별다른 명분도 없이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우리가 볼 때는 평소 지역구관리에 소홀해서 판세가 불리해지자 도망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출마하라”고 지적했다.
과연 문 전 대표의 지역구 배신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판단은 온전히 지역구민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