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4>

돈? 사랑? 선수 아닌 흔들리는 남심(男心)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동이씨, 오늘은 그냥 내 옆에 있어주면 안돼?”
그녀는 나의 마음을 사기 위해 돈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 은영의 어두운 얼굴
하지만 그녀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세잔, 네 잔, 다섯 잔. 마치 폭풍 전야의 고요라고나 할까. 가끔씩 힘든 일을 겪는 여자들은 그렇게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 나는 한 달 정도의 선수 생활로 이미 그 정도는 눈치를 챌 수 있었다. 그럴 때는 너무 옆에서 나대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투명한 유리잔과 새 하얀 그녀의 손은 너무도 잘 어울렸다. 긴 생머리에 하얀 피부, 아담한 발 사이즈. 그녀의 모든 것은 내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나도 서서히 취해가면서 그녀의 모든 것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남자인들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까. 같은 여자들이 봐도 예쁘다고 할 정도니. 그저 나는 그녀 옆에 함께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양주 한 병이 거의 다 비워갈 즈음, 그녀가 드디어 엷은 목소리로 말했다.
“노래할까?”
노래를 거듭할수록 그녀의 얼굴은 더욱 슬픔으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밝은 노래를 부를 때에도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았다. 마치 속에 있는 무언가를 다 게워내듯이 한참이나 그렇게 노래를 부른 그녀는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동이씨,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오늘은 그냥 내 옆에 있어주면 안돼?”
사실 뭐 나야 누구와 있은 들 무슨 상관이랴. 거기다가 내가 좋아하는 은영씨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있었던 정빠의 경우 ‘따블’을 뛸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몇 테이블을 동시에 왔다 갔다 하면서 손님에게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다. 그날 역시 은영씨 외에 두 명의 여자 손님이 더 나를 지명했던 터였다. 난감하고 답답했다. 하지만 역시, 텐프로 마담인 그녀가 호빠의 시스템을 모를 리 없었고, 그런 말을 나에게 하기까지 여러 상황을 감안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그녀가 말했다.
“백마담한테는 다 말해놨어. 오늘은 동이씨하고 단 둘만 있고 싶다고… 허락도 다 받아놨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슬퍼하는 그녀를 위해 뭔가를 해주어야할 때인 듯 싶었다. 하지만 기분을 띄우고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는 노래만한 것이 없다. 사실 나는 노래를 무척 잘한다. 나의 고향, 강원도 시골에서는 매년 명절 때 노래자랑 콩쿠르가 열린다. 나는 늘 1등을 하던 실력이었다. 가수보다야 못한 실력이겠지만 여자의 마음 정도 짠하게 만드는 정도는 충분했다. 내 노래 실력은 호빠 선수 시절 내내 나의 가장 큰 무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수 박강성의 ‘문 밖에 있는 그대’. 은영씨가 워낙 좋아하던 노래라 이미 노래방에 혼자 가서 20번이나 넘게 연습을 해놓았던 노래였다.
노래가 끝나갈 즈음, 그녀의 얼굴 표정은 다소 밝아진 듯 했다.
“괜찮았어?”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계속 해줘. 오늘은 동이씨가 유난히 노래도 잘 부르네”

■ 끝내 울어버린 그녀
발라드, 댄스, 트로트… 무슨 굿이라도 하는 듯 내리 10여곡의 노래를 불렀다. 제일 마지막, 박강성의 ‘안녕’이라는 발라드의 1소절이 끝날 즈음, 드디어 은영씨는 참던 울음을 터뜨렸다. 분명히 오늘 처음 봤을 때부터 얼굴에 슬픔이 가득했었다. 나는 노래를 멈추었지만, 반주는 계속됐다. 반주 간간히 은영씨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가사처럼 어우러지는 듯 했다. 밴드를 내보낸 후 잠시 혼자 울게 놔둔 뒤 조심스레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왜 그렇게 서럽게 우냐고. 울음으로 범벅된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그 년이… 돈만 받고… 도망가 버렸어.”
일명 화류계에서 흔히 있는 ‘마이낑’에 관한 이야기였다. 특히 텐프로 같은 고급 룸살롱에서는 아가씨들이 일을 하기 전에 돈을 미리 주게 된다. 예전에 처음 은영씨를 호빠에서 만났을 때 함께 왔던 그 여자. 바로 은영씨는 그녀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했었고 그녀는 자기 말고 한 명 더 데리고 올 테니 5000만원의 마이낑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은 신분증 복사에다 차용증까지 받기는 하지만, 일단 마음먹고 잠수를 탔을 경우에는 찾아내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다. 설사 사람은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돈을 다시 찾기는 힘들다.
그녀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나, 어떡해 동이씨… ”
은영씨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 다시 두 아가씨를 잡아오거나, 혹은 5000만원을 만들어 업주에게 주는 일이다. 둘 중에 하나가 되지 못하면 심한 경제적 곤란을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만약 내가 할 수 있다면 뭐든지 도와주고 싶었다. 돈이 있으면 돈을 주고 싶었고, 그녀들을 잡을 수 있다면 당장에라도 뛰어가 여자들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오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당시 나의 상태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정말로 초라하고 하찮았다.
“은영씨, 잘 되겠죠. 제가 할 수 있으면 뭐든… 도와주고 싶어요.”
은영씨가 돈으로 고통 받고 있을 때,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는 명자씨를 통해 돈을 가진 자의 막강한 위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나의 마음을 사기 위해 돈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남을 가지고 있던 중에 명자씨는 나에게 여러 가지 제안을 했었다.
“동이씨, 운전면허 있어요?”
“아, 음주운전으로 당분간 운전 못한다고 했죠? 제가 해드릴께요.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요.”
그녀의 차는 BMW였다. 그 정도의 나이에서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여자를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역시 돈이라는 것은 막강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 갖고 싶은 것에 돈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경지’처럼 느껴졌다. 늘 나의 삶은 끊임없이 돈의 구애를 받아왔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저건 얼마일까’ ‘비싸겠지?’ ‘에이 돈도 없는데’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은 늘 돈이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하지만 명자씨는 달랐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고, 먹고 싶은 걸 먹는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 욕구가 중요했다. 나와는 생각의 차원, 생활의 차원이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내게 운전면허가 있냐고 물어본 것은 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풋~, 운전 같은 건 동이씨가 안해줘도 돼요. 동이씨가 뭐 내 운전기사인가?”
당시는 소나타 2가 상당한 유행을 하고 있을 때였다. 돈도 있고 스타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소나타2를 사는 분위기였다.
“동이씨, 내가 차 사줄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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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