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을…세컨드 하우스 시대

휴일이면 나만의 특별한 공간에서 가족들과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은퇴자나 예정자는 물론 30∼40대 젊은층도 휴식과 여가를 위한 세컨드 하우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컨드 하우스란 도심지역 거주자들이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는 도심 외곽지역에 마련하는 주택이나 별장 등을 말한다. 과거에는 별장 용도로 사면서 시세차익을 위한 투자목적 개념이 강했지만, 지금은 자연과 가까운 쾌적한 주거생활을 실현하겠다는 목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5일 근무제의 정착,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관리가 쉽지 않고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요즘 공급되는 세컨드 하우스는 관리도 용이하고 좋은 전망과 쾌적한 주거환경을 추구함은 물론 비수기에는 휴양·레저용 주택으로 사용하다 성수기에 임대를 놓아 수익을 내는 일석이조의 상품이 선호되고 있다.

쉬는 날마다 휴식·여가지로 각광
성수기 땐 임대로 수익 ‘일석이조’

본인이 레저용 주택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이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임대해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따라서 임대수요도 겨냥한 레저형 아파트, 테라스 하우스, 수익형 풀빌라 등이 세컨드하우스의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강원 평창·속초, 부산, 제주도, 경남 거제, 전남 여수 등 탁트인 조망권을 확보하고 휴식과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관광지 주변 상품들이 주요 대상이다.

관광지에 들어서는 세컨드 하우스는 비수기에 휴양, 레저용 주택으로 사용하다가 성수기에 임대를 놓아 수익을 볼 수도 있다. 본인이 필요할 때에는 세컨드 하우스로 사용하다가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임대를 줘 수익을 올릴 뿐 아니라 이용관리도 편리하니 ‘일타삼피’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콘도는 구식
주목 단지는?

특히 세컨드 하우스는 대중화를 위해서 경제적 부담을 줄여줘 인기가 늘 높다. 게다가 전원주택이나 펜션 등에 비해서 매입과 양도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또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부동산 투자 이민제나 한류열풍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관광지 주변 세컨드 하우스가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우수한 분양성적도 이를 입증한다. 실제 대표적 관광지인 부산 해운대에서 최근 분양된 ‘더 에이치 스위트’는 견본주택 오픈 당시 첫날부터 주말 3일간 1만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이후 실시된 청약에서도 부산 거주자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수천여명이 몰려 높은 청약경쟁률로 계약 시작 3개월 만에 100% 완판 됐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지구에 공급된 아파트 ‘제주 강정 유승한내들 퍼스트오션’도 평균 10.2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전 타입 마감된 데 이어 조기에 100% 계약 완료했다.

과거에는 콘도 회원권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1년에 이용하는 날이 며칠밖에 안되고 또 성수기에는 예약도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투자가치도 크지 않아 자연스레 관심이 줄었다. 이러한 가운데 관리도 수월하고 좋은 전망과 쾌적한 자연환경을 모두 갖춘 레저형 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다. 레저형 아파트는 휴양, 레저기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높은 투자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과거 세컨드하우스는 전원주택, 단독주택, 펜션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주택들은 관리가 어렵고,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 꾸준한 인기를 끌지 못했다. 반면 레저형 아파트는 비수기에는 휴양, 레저용 주택으로 사용하다가 성수기에 임대를 놓아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또 입지에 따른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미래 상승가치가 기대되는데 집이 직장이나 학교 근처 거주 중심에서 주말 문화나 스포츠,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영국 사례를 보면 소득수준 2만∼3만달러 시점에 세컨드하우스 및 전원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거주지에서 1∼2시간 내에 오갈수 있는 지역에 주변에 골프장이나 스키장 등 취미생활을 즐길 거리가 있는 지역이 유망하다. 과거에는 수도권에서 가깝고 한강을 낀 경기도 광주, 가평, 양평, 강화 등이 인기였으나 개발이 진행되면서 가격이 상승하자 최근에는 서울에서 2시간 내 도착하는 강원도 평창·강릉·속초 및 충청도지역으로 대상이 확산되고 있다.

관리 수월
쾌적한 환경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휴가 때 즐긴다는 개념의 ‘베케이션홈’시장이 뜨겁다. 전미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베케이션 홈 구입은 113만 채로, 전체 주택 구입의 21%를 차지했다.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13년보다 57% 증가한 것이었다. 저금리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전체 가구의 상위 10%는 재정적으로 훨씬 안정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에서 대도시 인근 강이나 바닷가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리는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도 뜨거웠다. 현대산업개발이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에 공급한 ‘속초 아이파크’는 1순위 청약마감 평균 경쟁률이 이 8.77대 1을 기록했다. 539가구(특별공급 148가구 제외) 모집에 4727명이 청약한 셈이다.

앞서 청약한 ‘미사역 효성해링턴 타워 The First’도 최고경쟁률 57대 1로 모든 주택형이 순위내 마감했다. 동쪽으로 한강과 서쪽으로 망월천수변공원이 있는 데다가 가야공원 캠핑장, 미사리조정경기장, 승마공원 등 휴양·레저시설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세컨드 하우스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역시 평균 분양가가 3.3㎡당 2730만원에도 불구하고 1순위 청약에만 1만5000여명이 몰리며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이 단지는 바다조망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가구가 남향이며 해운대 바다조망을 하며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인피니티풀과 클럽하우스 등 다양한 인프라도 갖췄다.

“입지 좋으면
투자상품으로”

입지가 뛰어난 세컨드 하우스는 임대 상품으로 활용돼 투자상품으로도 한몫 한다. 실제로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앞자락에 위치한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와 ‘해운대 아이파크’는 월세 1000만원에 육박했는데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04㎡형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800만원 이상 매물이 나왔을 정도다. 해변가 등 입지가 좋은 아파트는 세컨드 하우스와 희소성을 겨냥한 투자 수요도 함께 따라오기 마련이다. 최근 분양이 급증하면서 다양하면서도 차별화된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테라스 하우스도 주요 세컨드 하우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18∼ 19세기 영국에서 유행하던 도시주택의 하나로 층을 올릴 때마다 조금씩 뒤로 지어 아래층 옥상 일부를 테라스로 사용하는 형태의 건물을 말한다. 요즘은 전통적인 계단식 테라스 하우스뿐만 아니라 수직형 테라스 하우스들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 일원서 강원·충청으로 확산
레저형 아파트·테라스 하우스 인기

한동안 주춤했던 테라스 하우스의 인기가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도심에서 교육환경과 편의시설을 갖춘 아파트의 장점과 앞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의 장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의 테라스 하우스는 세컨드 하우스뿐만 아니라 실주거용으로도 많이 구입하는 추세다.

맞춤형 세컨드 하우스인 풀빌라는 각 세대당 수영장이 딸리고 펜션이 일체형으로 이루어진 숙박시설로 말한다. 빌라 한 채를 통째로 빌리기 때문에 독립된 공간이 보장되기 때문에 휴양이 목적이거나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들이 많이 선택하는 인기상품이다. 또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 수익형 풀빌라 분양이 세컨드 하우스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수익형 풀빌라는 희소성도 높기 때문에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최근 잇따른 개발호재로 인해 제주도나 서산, 태안, 당진 등 서해안으로 유입되는 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풀빌라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관광지 주변 분양 상품을 매입해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거주하지 않는 날에는 임대를 놓아 수익을 챙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구입 시에는 구입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본인이 이용하면서 동시에 임대수익률도 높이려면, 4계절 내내 관광객이 많은 곳이나 관광자원개발호재가 풍부한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분양 중인 주요 세컨드 하우스이다. 


▲제주 모드락하우스=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신천리 1418, 1419-1, 1419-2, 1420번지 일대에 각세대 수영장을 배치한 풀빌라 ‘제주 모드락하우스’가 분양 중이다. 제주시내 주요지역을 차량으로 10∼20분 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 조천읍내, 초·중교 자전거 10분(도보 20분) 이내, 10∼30분 이내에 다수의 주요 관광지 및 골프장, 조천해변 1.9km 도보이용이 가능하다. 함덕해수욕장이 차량 5분 거리다.

총면적 4165㎡, 10세대 규모로 대지계약면적 320.02∼658.54㎡, 건축계약면적 82.30∼154.74㎡, 분양가는 계약면적에 따라 3억∼4억5000만원선으로 계약금 20%, 중도금 20%, 잔금 60% 납부조건이다. 

▲주문진 라일플로리스=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진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탁 트인 언덕 위에 별장처럼 편히 쉴 수 있는 수익형 아파트 ‘라일플로리스’가 들어선다. 

지하 1층, 지상 15층의 1개 동에 전용면적 24∼36m² 266채다. 동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해변에 들어선다. 해발 고도 약 18m 높이의 언덕 위에 지어져 모든 주택에서 탁 트인 조망권이 확보돼 동해 바다가 바로 앞에서 펼쳐지는 낭만적이고 색다른 체험이 가능하다. 유명 관광지인 주문진해수욕장과 동해안 최대 재래시장이 있는 주문진항까지 차로 5분 이내에 갈 수 있어 주말별장을 구하는 수요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분양가는 채당 8000만원대에 중도금 전액을 무이자로 빌려준다.

▲가평 리버카운티= (주)예다임은 경기도 가평군 운악산 자락에 전원주택 부지를 분양 중에 있다. 배산임수형으로 풍수지리상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 해당부지는 남향에, 전 필지 건폐율 40%의 계획 관리지역이다. 이 지역에 가평 리버카운티 2차가 들어설 예정인데 전원주택 1차는 30세대를 분양 완료했다. 현재 주거 및 세컨하우스로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특히 이번 분양하는 전원주택은 서울에서 승용차로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다. 인근에는 생활편의시설과 대형마트, 은행, 병원과 관공서가 5분 거리에 있어 생활하기에 편리하다. 대표 관광지인 아침고요수목원과 쁘띠프랑스, 눈썰매장, 호명호수, 운악산, 명지산, 연인산 등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골프마니아들이 좋아하는 베네스트, 리앤리, 크리스탈, 썬힐 골프장과 인접해 비즈니스 가든 하우스로도 이용할 수 있다.


2차 분양 면적은 350∼990㎡ 이며, 철근 콘크리트와 목조, 황토, 경량, ALC 등 고객이 원하는 건축디자인에 따라 다양하게 맞춤설계가 가능하다. 

▲횡성레이크빌= 타운하우스형 전원주택단지 ‘횡성레이크빌’은 거주용 전원주택과 주말 전원주택을 운영·관리한다. 단지 내 입주 회원들을 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다채로운 타운하우스형 전원주택단지다. 70세대, 6만5000㎡ 규모의 거대 전원주택단지로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룬 자연 친화적 단지로 설계됐다. 횡성레이크빌은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해 서울에서 1시간 거리로 수도권 접근이 용이하다.

횡성IC에서는 불과 15분 거리며 서울 강남 신사동에서 단지까지는 156㎞ 거리로 2시간 이내 거리다. 올해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전철과 강남에서 출발하는 전철이 개통되면 강남까지 40분 이내에 도착 가능하다. 올해 제2영동고속도로도 개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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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