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⑥방콕족 위한 4박5일 TV가이드

‘알찬 방송’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 명절에는 TV를 보며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쓸쓸하게 긴 연휴를 보내야하는 ‘방콕족’들에게 TV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다. <일요시사>가 설을 맞이해 방송사별 볼만한 프로그램을 선별해 봤다.

설이 다가오면서 안방극장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을 만날채비에 나섰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설 특집을 기획해 따뜻한 웃음을 준비하고 있으며, 특집 드라마와 영화 등이 훈훈한 감동을 예고하고 있다.

KBS, 기발한 포맷으로
재미·감동 선사

참신한 소재와 기발한 포맷으로 단단히 무장한 감성 예능 드라마 <기적의 시간: 로스타임>(극본 이정선, 연출 김진환, 제작 리버픽쳐스/(주)헥사곤 미디어)이 2부작 설 특집으로 편성 확정됐다. KBS 2TV <기적의 시간:로스타임>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10일과 17일, 2부작으로 편성을 확정 짓고 명절 안방극장을 찾는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추가시간을 부여 받은 사람들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를 다룬 따뜻하고 코믹한 작품. 축구경기의 로스타임과 우리네 인생이 결합된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축구 심판진과 해설진들의 생중계라는 기발한 포맷이 더해져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예정이다.

프로그램 관계자는 “<기적의 시간: 로스타임>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밝고 유쾌하게 풀어내지만 역설적으로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며 “생애 마지막 시간을 전력으로 살아가는 극중 인물들의 모습은 명절을 맞아 한 자리에 모인 온 가족이 공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 2TV 설 특집 2부작 <기적의 시간: 로스타임> 1화는 오는 설 연휴인 2월10일 오후 11시10분에, 2화는 17일 오후 8시55분에 방송된다.

아이돌 총출동
풍성한 라인업

KBS의 2016년을 야심차게 열 첫 번째 신 예능프로그램 <본분올림픽>의 풍성한 라인업이 공개됐다. KBS 2TV 설특집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본분올림픽>에는 대한민국 대표 여자 아이돌 하니, 솔지(EXID)-정연, 다현(트와이스)-리지(오렌지캬라멜)-유주(여자친구)-혜연(베스티)-나라(헬로비너스)-지민(AOA)-경리(나인뮤지스)-차오루(피에스타)-허영지-박보람-앤씨아 등 총 14명의 출연진과 나연(트와이스)과 예지(피에스타)가 깜짝 출연하는 등 여자 아이돌들이 총 출동할 예정이다.

<본분올림픽>은 베일에 쌓인 미션을 수행하는 아이돌을 통해 화려한 이면의 진솔한 속내를 들여다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가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자 아이돌이 한자리에 모여 무한매력을 발산 할 예정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분올림픽> 제작진은 “김구라-전현무-김준현의 특급 MC군단을 확정지은 데 이어 다양한 끼와 재능으로 가요계와 예능계를 접수하고 있는 여자 아이돌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라며 “설 연휴 가족들에게 통쾌한 웃음과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할 유쾌한 예능 프로그램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2월10일 수요일 오후 8시30분 KBS 2TV를 통해 방송된다.

1000만 관객 영화
안방극장 상륙

영화 <명량>이 설 연휴를 맞아 안방극장을 찾는다. <명량>(감독 김한민)은 2월6일 오후 10시35분 KBS2에서 편성돼 전파를 탄다. <명량>은 1597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영화다.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진구 이정현, 권율, 김태훈, 오타니 료헤이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으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17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제5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박스오피스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이런 <명량>이 이름값을 해낼지 궁금하다.

MBC, 돌아온 이경규
설 특집 요리방송

개그맨 이경규가 ‘쿡방’으로 MBC에 돌아온다. MBC는 “이경규가 요리원정대와 지역 곳곳을 다니며 특산물을 공수,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설 특집 <이경규의 요리원정대>를 진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경규 외에 레이먼 킴, 빅마마 이혜정, 일식 유희영 셰프, 중식 이산호 셰프 등 셰프군단이 출연하고 문희준, 신봉선, 샘 해밍턴, 샘 오취리, 김상혁, 허안나, 조정민, 미르 등 연예인 원정대원이 나온다.

설날 특집 프로그램 출격준비 ‘끝’
시청자 위한 다양한 구성 볼거리

이들은 최근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밑도는 한파 속에서 경기도 양평, 김포, 파주 등지에서 야외 촬영을 진행했다. 제작진은 “차별화된 주방 조건과 예측 불가능한 식재료, 다양한 복불복 장치를 통해 기존의 단순한 쿡방에서 벗어나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이라며 “‘대한민국 쿡방의 원조는 바로 나’라며 강한 자부심을 보인 이경규가 모든 요리를 사전 시식하며 쿡방 대부로서의 확고한 캐릭터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이경규의 요리원정대>는 설 연휴 기간 2회에 걸쳐 방송된다.

말많고 탈많은
<아육대> 대기

MBC 설 특집 <2016 아이돌스타 육상·풋살·양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가 2월9일, 10일 방송된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하는 <아육대>는 매년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명절에 빠질 수 없는 단골 프로그램으로 자리 매김했다. 추석특집 <아육대>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아이돌 스타들의 불꽃 튀는 명승부로 매년 이변과 반전의 연속을 보여주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한 <아육대>는 올해에도 변함없이 명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SBS, 최민수 특집극
<영주>로 복귀

KBS <나를 돌아봐>에서 PD를 폭행해 논란을 빚은 뒤 방송에서 하차했던 배우 최민수가 SBS 설 특집극 <영주>로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SBS에 따르면 최민수는 2월7일 오전 9시부터 1, 2부가 연속으로 방송되는 <영주>에서 수제 구두를 만드는 만식 역을 맡아 배우 지망생인 딸 영주(김희정 분)와 갈등을 겪고, 또 화해하는 모습을 그린다.
 


<영주>는 2015년 제13회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 공모 극영화 시나리오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최민수는 이 드라마에서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최고 가수와 듀엣
<판타스틱 듀오>

SBS 설특집 예능 <판타스틱 듀오-내 손에 가수>가 9인의 패널을 공개했다. SBS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 측은 지난 1일 “가수 겸 작곡가 윤상, 서장훈, 강균성, 윤정수, 김숙, 유재환, 한희준, 러블리즈 KEI(케이)와 수정이 패널로 합류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녹화를 마쳤다”고 밝혔다.

제작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녹화에서 9명의 패널 군단은 큰 활약을 펼쳤다. 작곡가 겸 가수 윤상은 대중음악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로 출연자들의 노래 실력에 대한 정확한 감상평을 내놓았고, 서장훈은 일반인의 눈에서 본 출연자들의 노래 실력과 가수들에게 톡톡 튀는 사이다 입담으로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는 활약을 했다. 또 선후배 개그맨 윤정수와 김숙은 ‘가상부부’ 다운 티격태격 케미를 뽐냈으며 유재환은 특유의 웃음 넘치는 화법과 화려한 리액션으로 시종일관 스튜디오를 환하게 밝혔다고 한다.

여기에 데뷔 14년차 국내 보컬그룹 노을의 강균성과 SBS <K팝스타 시즌3> TOP6에 진입한 한희준, 러블리즈 케이와 수정 역시 각각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튜디오에 활력을 불어넣는 윤활유 역할까지 담당했다.

<판타스틱 듀오> 측은 “전현무, 김수로 MC를 비롯해 9명의 패널, 300명의 방청객 여러분과 함께 긴장감 넘치고 재미있는 분위기 속에서 예비스타의 탄생을 함께 지켜봤다”라며 “올 설 연휴에 첫 선을 보이는 <판타스틱 듀오>에 참여하는 분들께 많은 격려와 애정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유해진 감초연기
재미지는 코믹극

<판타스틱 듀오>는 누구나 핸드폰만 있으면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와 듀엣을 할 수 있고, 내 손 안에 있던 가수가 최고의 듀오로 탄생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이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다. 설 연휴 중 방송 예정.

SBS 설특선영화 <해적>이 안방극장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해적은 조선의 국새를 고래가 삼켜버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대미문 국새 강탈 사건으로 조정은 혼란에 빠진다. 이를 찾기 위해 조선의 난다 긴다 하는 무리들이 바다로 모여든다.

각 방송사 새로운 시도 예능 선보여
따끈따끈한 영화도 편성 ‘기대 UP’
 

바다를 호령하다가 졸지에 국새 도둑으로 몰린 위기의 해적과 고래 사냥에 나선 산적, 건국을 코앞에 둔 개국 세력까지, 국새를 차지하기 위한 자들의 좌충우돌이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해적 개봉 당시 손예진의 연기 변신이 큰 화제를 모았다.

손예진은 <해적>을 통해 무술 연기를 선보이며 카리스마 여장부 이미지를 덧입었다. <해적>은 2월5일 오후 11시25분에 편성됐다. <해적>은 손예진, 김남길이 출연한 작품. 지난해 8월 개봉해 899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한국 영화 19위에 오른 작품이다.
 

tvN이 따뜻한 예능 프로 <우리 할매>를 새롭게 선보인다. 지난달 26일 tvN에 따르면 올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될 <우리 할매>는 연예인 3인이 연예인의 친(외)할머니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일부를 함께 이루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연출을 맡은 이윤호 PD는 “가족들이 다 함께 모이는 설을 맞아, 손녀 손자가 할머니와 함께 할머니의 소박한 꿈을 이루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라며 “어린 시절 맡았던 ‘할머니 냄새’, 그리고 할머니란 존재가 주는 위로가 그리운 요즘, 시청자들에게 추억과 감동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tvN, 웃음·감동
따뜻한 예능

할머니의 버킷 리스트를 함께 이뤄줄 친손자(녀)는 배우 이태임, 개그우먼 박나래, 배우 이이경이다. 먼저 <우리 할매>로 복귀하는 이태임은 “리얼 프로그램이라는 게 떨리고 두렵지만,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가족’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힘들 때도, 기쁠 때도 늘 곁을 지켜준 가족, 그 중에서도 엄마와는 또 다른 위로가 되는 존재인 외할머니와 추억을 함께 하게 되어 의미 깊다”고 출연소감을 전했다.

<우리 할매>는 2015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수상작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은다. 오는 2월13일, 20일 오후 9시45분에 tvN을 통해 방송된다.

평범한 아버지
위대한 이야기

영화 <국제시장>이 안방극장을 찾아간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 ‘덕수’(황정민), 그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괜찮다’ 웃어 보이고 ‘다행이다’ 눈물 훔치며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 우리나라의 1000만배우 황정민 그리고 오달수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국제시장>은 2월9일 오후 9시40분 방송된다.

JTBC, 윤·김 대세커플
설 특집 프로 출격

‘쇼윈도 부부’방송인 윤정수, 김숙이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화려한 입담을 뽐낸다. 1일 복수 연예관계자에 따르면 윤정수, 김숙이 JTBC <비정상회담> 설특집 게스트로 출격한다. 두 사람은 최근 녹화에 참여했다.

윤정수, 김숙이 출연한 <비정상회담>은 각나라의 ‘사랑과 전쟁’ 편으로 꾸며졌다. 이날 윤정수, 김숙과 G들은 설 부부싸움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칠 예정. JTBC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에서 가상 부부로 출연 중인 윤정수, 김숙. 쇼윈도 부부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이 <비정상회담>에선 어떤 입담을 펼칠 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윤정수, 김숙이 출연하는 <비정상회담>은 2월8일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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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