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쯔위 사태 주역들

정치적 희생양 된 17세 소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이자 대만 출신인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을 사과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쯔위가 대만 국기를 든 방송이 나가자 중국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불거졌고, 결국 소속사 JYP는 쯔위의 사과 영상을 내보낸 것이다. 사과 영상이 나간 직후 대만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이번 ‘쯔위 사태’의 주역은 쯔위가 아니다. 쯔위 사태에 부채질한 주역들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트와이스가 중국 진출을 타진하는 시점에서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그룹 내 대만인 쯔위(17)가 국내 한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어 중국 내 반대 여론에 부딪쳐서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트와이스의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으로 거슬러간다.

한국인 5명, 일본인 3명, 대만인 1명으로 구성된 트와이스는 방송에서 출신국의 국기를 흔들었다. 쯔위도 대만기를 들었다. 쯔위는 생방송에 출연할 당시, 제작진이 출신국을 알리고자 준비해 준 대만 국기를 몇 초간 흔들었다. 이 장면은 인터넷에서만 방송됐고 TV방송에선 편집됐다.

중국 압박에
즉각 백기투항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는 중국 내에서 대만 독립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이 깃발이 런던 시내에 걸렸다가 중국 대사관의 항의로 철수된 일도 있었다.

당시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던 내용은 지난 8일 논란이 됐다. 대만 가수 황안이 웨이보에 “쯔위가 대만 독립 세력을 부치긴다”며 방송 내용을 공개하면서다. 황안은 이번 쯔위 사태를 터트린 주역으로 꼽는다.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드는 장면을 처음 찾아내 ‘대만 독립주의자’로 몰아세운 사람이다.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중국 연애인 황안이 “쯔위가(대만 국기를 흔들며) 대만 독립세력을 부추긴다”며 비난해 상황이 더 악화됐다. 이는 ‘하나의 중국’(대만은 중국 영통이다) 정책을 견지하는 중국과 독립을 요구하는 대만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기에 양국에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대만 신주 현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넘어가 가수로 활동하는 그는 '반 대만독립 영웅'이라고 자처하며 중화권 연예계에서 정치적 논쟁을 자주 일으켰던 인물이다. 그는 이번 쯔위 사건으로 인해 대만인들 사이에서 ‘모함꾼’ ‘반간’(이중스파이) 등으로 불리며 대만 역사상 ‘가장 짜증나는 인물’로 등극했다.
 

황안은 이번 쯔위 사건에 앞서서도 지난 10일 중국판 <무한도전> 프로그램 <대단한 도전>(了不起的挑戰)에 출연한 홍콩 배우 웡헤이(王喜)가 페이스북에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를 비하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고자질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웡헤이는 당시 방송분에서 얼굴이 흐릿하게 모자이크 처리됐다.

황안은 또 지난해 대만 가수 크라우드 루(盧廣仲)의 대만독립 지지 발언을 문제삼기도 했다. 그 바람에 루가 출연할 예정이었던 뮤직페스티벌이 취소됐다.

방송서 대만기 흔든 장면 원인
중국서 비난 커지자 바로 사과

그가 당초 대만에서 태어나 가수 생활을 시작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만인들의 분노는 더 크다. 세계에서 가장 취득이 어렵다는 중국 국적을 갖고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여전히 대만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황안은 1993년 유명 드라마 ‘판관 포청천’에 자신의 노래 ‘신원앙호접몽’(新鴛鴦蝴蝶夢)이라는 노래가 실리며 잠깐 인기를 얻었으나 이후 발표한 앨범의 성적이 신통치 않자 쇼프로그램 MC 등으로 방송생활을 이어갔다.


황안은 이번 쯔위 사건에 앞서서도 지난 10일 중국판 <무한도전> 프로그램 <대단한 도전>(了不起的挑戰)에 출연한 홍콩 배우 웡헤이(王喜)가 페이스북에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를 비하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고 고자질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웡헤이는 당시 방송분에서 얼굴이 흐릿하게 모자이크 처리됐다.

그러다 한 연예인의 이혼 은폐 사실을 폭로하는 등 주변 연예인들과 잦은 설화로 역풍을 맞아 대만 연예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뒤 1998년 중국으로 이주, 베이징에 주거지를 두고 중국과 대만을 오가며 방송활동을 펼쳤다.

2013년엔 중국의 한 방송에서 “대만은 괴상한 곳”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처음 황안을 옹호하는 듯 했던 반응도 점차 비판 여론으로 바뀌고 있다.

차이잉원 당선
총통선거 영향

중국이 지지해왔던 국민당 패배의 한 원인이 됐고 양안 민중의 감정대립을 초래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당도 “대만 역사 60여년간 쓰러지지 않았던 국민당이 황안에 의해 간단히 넘어가고 말았다”며 개탄하는 분위기다.

중국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모함꾼 황안이 양안의 정치적 상호 신뢰를 파괴했고, 16살 소녀를 정치적으로 박해했으며, 양안의 민간관계를 악화시켰다. 그 죄는 백번 죽어도 면할 수 없다”며 “양안 민간교류의 천고의 죄인”이라고 질타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황안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렸던 글을 삭제했다. 중국어권 미디어에 따르면, 황안이 2014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웨이보에 올린 글과 사진 약 4900여건이 19일 모두 없어졌다. 대만은 물론, 중국에서도 자신에게 부정적인 여론이 일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지해왔던 국민당 패배의 한 원인이 됐고 양안 민중의 감정대립을 초래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당도 “대만 역사 60여년간 쓰러지지 않았던 국민당이 황안에 의해 간단히 넘어가고 말았다”며 개탄하는 분위기다.

황안은 이처럼 ‘하나의 중국’에 어긋난 중화권 연예인의 행동을 찾아 곤경에 빠뜨리는 친중 국가주의자로 악명이 높다. 그의 선동으로 중국에서 “쯔위와 JYP가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비난이 일었다.

JYP는 13일과 14일 사과 성명을 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대만 독립세력에 대한 대륙 네티즌의 완승”이라며 환호했다.

당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의 압승이 점쳐져 쯔위의 행동은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지경에 이르자 시장이 반응했다. 지난 15일 쯔위가 모델로 활동하던 LG유플러스는 모델 교체를 발표했다. 트와이스가 화보를 찍었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쯔위는 공식 모델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쯔위와 JYP에 대한 반감 기류가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JYP엔터테인먼트 주가는 5.37% 하락했다.

JYP·황안
여론 뭇매


지난 15일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두 차례 사과를 했다. 중국 소비자들을 향해 ‘낙작 엎드린’ 사과였다.

이날 오후 늦게 JYP는 웨이보와 유튜브에 쯔위가 직접 “중국은 하나밖에 없으며 해협양·안이 한 몸이며 저는 제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사과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하지만 발 빠른 대응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특히 16세 쯔위에게 조국을 부정하는 말을 하도록 만든 것은 JYP에 대한 한·중·대만 팬들의 분노만 키웠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황안과 JYP를 향하게 됐다. 황안은 과거 대만기를 들고 있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중 잣대’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쯔위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박진영 대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센터 측은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 사과를 하게 한 것은 심각한 인종차별과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17세 소녀가 모국의 국기를 흔드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와 박진영 대표가 중국 누리꾼의 과잉 반응에 굴복해 ‘사죄의 재판대’에 세우고 말았다”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공개 사과는)쯔위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상의한 후 최종 결정한 것”이라며 “강요된 사과가 전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박 대표를 향한 쓴소리가 많다. “돈이 무섭다” “한류의 주인은 중국” 등 중국에 저자세를 취한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소속사의 대응은 대만 여론을 부추겼다. 결과적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의 당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6일 차잉원 대만 총통 당선인의 기자회견은 이른바 ‘쯔위 사건’ 관련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누구도 대만 정체성으로 사과할 필요 없다. 억압은 양안 관계의 안정을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친중파 가수 고자질 원흉
사태 키운 소속사도 책임

쯔위의 유튜브 사과 영상은 500만명 이상이 시청하고 13만 건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대만 선거 막판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현지 언론은 쯔위 사태가 총통 선거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젊은 층의 134만표가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대만 연합보는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가 쯔위 사건으로 인해 득표율 1∼2% 포인트 올라갔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홍콩명보도 “연약한 소녀 쯔위가 당한 수난이 유권자의 적개심을 불러일으켜 2004년 총통 선거의 천수이볜 저격 사건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고 보도했다.
 

파장이 확산되자 웨이보에선 한때 차이잉원과 쯔위의 이름이 검색 차단되기도 했다. 중국과 대만은 이 문제가 확대되는 건 바라지 않는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 중앙 대만 판공실은 지난 16일 담화에서 “일부 정치세력이 국민 감정을 도발하고 있다. 대만 대륙위원회와 해결 반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비난의 화살은 황안과 JYP를 향하게 됐다. 황안은 과거 대만기를 들고 있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중 잣대’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일부 네티즌이 24일 타이베이에서 황안 반대와 쯔위 지지를 위한 행진 계획을 밝히자 1만 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중국 공연 중인 황안은 17일 웨이보에 “다음달 3일 대만에 가서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고 썼다.

JYP의 거듭된 사과는 역효과만 냈다. 대만 네티즌은 “JYP가 황안의 음악에 맞춰 춤춘 꼴”이라고 비난했다. 국제 해커조직인 어나니머스 대만분국은 JYP 홈페이지 공격을 선언했다. 지난 17일 오전부터 JYP 홈페이지는 접속되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사과했지만 이미지를 회복하기엔 늦었다”고 썼다. JYP는 최악의 수를 뒀다.

국내 가요계에서도 JYP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K팝이 시장을 확장하면서 아이돌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어 ‘쯔위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데 위기 대응 시스템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류 재점검”

JYP 측도 “소속사로서 국가 간 예민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대중가요 평론가 김작가씨는 “JYP의 대처에서 한국의 아이돌 산업이 갖고 있는 취약성이 드러났다. 어린 소녀를 내세워 사과케 하는 건 소속사의 책임감이 결여된 악수였다”고 말했다.

이번 쯔위 사태로 험한류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에 잠깐 나간 장면이 혐한류로 확대될지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K팝이 세계에 퍼져나가는 만큼 역사·문화에 대해 고민하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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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