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무서운 상승세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위협하던 국민의당이 최근 들어 주춤하는 모양새다. 더민주의 탈당 릴레이는 멈춰 섰고 각종 악재로 국민의당 지지율은 하락세다. 이 같은 국민의당 위기의 근저에는 내부 권력다툼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가 총선을 앞두고 격해지고 있는 국민의당 내부 권력다툼의 이면을 살펴봤다.
국민의당의 대표 격인 안철수 의원은 지난 8일 인재영입을 발표한 후 그 중 몇몇의 비리혐의가 논란이 되자 영입발표 3시간 만에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한승철 전 검사장의 영입을 전격 취소했다. 안 의원은 “창당 준비과정에서 철저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오류와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선 안 의원이 이들을 추천한 인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일종의 퍼포먼스를 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퍼포먼스?
실제로 해당 사건이 있은 후 안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탈당파) 의원들이 자기 세력화 또는 자기 정치를 하려고 이 사람, 저 사람 데려오려다가 이번 일로 뜨끔했을 것”이라며 “아무나 심을 수 없다는 점을 그들 스스로도 인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사람들을 심으려고 하는 탈당파 의원들을 견제하려고 안 의원이 의도적으로 이런 퍼포먼스를 벌인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다. 해당 인사들의 비리혐의는 인터넷을 통해 조금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공공연한 것들이었다. 아무리 인사검증시스템이 미비하더라도 그 같은 검증도 하지 않고 인재영입을 발표했을지는 의문이다.
무서운 상승세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을 위협하던 국민의당이 최근 들어 주춤하는 모양새다. 더민주의 탈당 릴레이는 멈춰 섰고 각종 악재로 국민의당 지지율은 하락세다.
최근 국민의당에 합류한 동교동계 원로들은 ‘총선까지 시간이 없는데 호남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며 ‘빨리 반전의 계기를 만들라’고 안 의원에게 호통을 쳤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그만큼 현재 국민의당이 위기 상황이라는 방증이다. 한편 이 같은 국민의당 위기의 근저에는 내부 권력다툼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지만 이들은 친노를 싫어한다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일 뿐 생각과 성향이 제각각”이라며 “선거를 앞두고는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정치인들도 아귀다툼을 하는데 이렇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였으니 오죽하겠나?”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더민주의 탈당 러시가 멈춘 이유가 국민의당에서 탈당파 의원들의 공천권을 보장해주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개혁파 일각에서는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더민주 탈당파 의원들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파 의원들이 모두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기로 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기껏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합류했음에도 공천조차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현역 의원들의 불안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더민주 의원들에게 전달됐고 결국 탈당 러시가 잦아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진심캠프 출신들 “굴러온 돌이…”
탈당파 “왜 합류하라 했나?” 불만
또 지난 대선 때부터 안 의원과 함께했던 진심캠프 출신 인사들과 새롭게 합류한 탈당파 인사들 사이의 갈등도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진심캠프 출신 인사들은 외부에서 갑작스레 모여든 사람들이 당내에서 영향력을 키워가자 긴장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총선을 앞두고 나타난 탈당파 인사들이 당의 주인인냥 하는 것에 매우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신당 추진의 텃밭을 다진 것은 진심캠프 출신 인사들인데 그 열매는 탈당파 인사들이 모두 가져가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
반면 탈당파 인사들도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제1야당인 더민주에서 탈당하고 스스로 험난한 길을 택한 것인데 진심캠프 출신 인사들에 밀려 환영받기는커녕 소외를 당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선거를 앞둔 민감한 상황이다 보니 아주 작은 것에도 서운하고 오해가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 안 의원 측은 4월 총선에서 야권연대는 없다고 못을 박고 있는데 이에 대한 당내 불만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의 측근인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작년 한 언론기고를 통해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안 의원과 한 위원장의 생각은 4월 총선에서 야권이 패하더라도 그것을 계기로 내년 대선을 잡을 수 있다면 기꺼이 패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이라면 안 의원과 한 위원장은 야권연대를 하자는 당내 주장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직 4년간 총선만을 목표로 해왔던 다른 인사들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안 의원이 대권을 잡는 것에 성공하느냐보다 당장 4월 총선에서 자신이 당선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더 중요한 문제다. 안 의원이 고집을 부린다면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은 심각한 내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당 내에서는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일단 탈당파 의원들을 모두 받아들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안 의원과 진심캠프 출신 인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설사 총선에서 지더라도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국민의당 내부 불화설이 정치권에 파다하게 퍼지고 있는 이유다.
이대로 소멸?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은 사실상 안철수 의원을 보고 모여든 사람들의 모임이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였던 과거 김대중(DJ),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만들었던 당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땐 DJ와 YS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했지만 안 의원은 이런 문제를 조율할 리더십이나 힘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안 의원은 현재 날뛰는 야생마(국민의당) 위에 올라탄 격”이라며 “이들을 잘 다독여 길들이는 데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지만 실패한다면 차기 대권에 도전할 동력이 크게 상실될 것이다. 국민의당 성공 여부는 안 의원에게 사실상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