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지역주의 타파’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장

52년 만에 호남사람 뽑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 회장은 ‘집념의 사나이’라고 불린다. 2007년과 2011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도 출마한 데 이어 이번에 세 번째 도전 끝에 234만명의 조합원과 자산 400조원을 거느린 거대조직 농협을 총괄하는 회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의원과 농협중앙회장 등 선거인 289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5대 민선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 현장은 이성희 후보자(전 낙생농협 조합장)와 김병원(63) 회장의 각축전을 연출했다.

3강 구도(최덕규 후보 포함)를 형성하며 왕좌의 게임을 펼쳤지만 1차 투표에서 이 후보가 290표 가운데 104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이후 상위 득표자 2인으로 압축된 2차 결선 투표에서 김 회장은 전체 유효 투표수 289표 중 56.4%인 163표를 얻어 126표를 얻은 이 후보를 제치고 승자가 됐다. 김 회장은 총회가 끝나는 2016년 3월부터 4년간 농협 중앙회장으로 활동한다.

3파전 최종승자
지역주의 극복

이번 김 회장의 당선은 여러모로 많은 점을 시사한다. 우선 많은 조합원은 김 회장의 선출이 농협중앙회에 오랫동안 자리잡은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후보로 호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전남 지역이 전국 최대의 농도임에도 과거 농협중앙회장을 영남권이 독식한 것을 감안하면 파란이라 불릴 만하다.


특히 김 회장이 앞선 두 차례의 선거에서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투표 행태로 눈물을 삼켰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당선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씻어내고 전국 농협의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최 전 회장이 처음으로 당선됐던 2007년 선거에서 김 회장은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차 투표에서 최덕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이 같은 영남권 후보인 최 전 회장의 지지를 선언하면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2012년 선거에서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과 다시 맞붙었지만 최종 투표일 하루 전 최덕규 조합장이 사퇴를 선언하자 영남권 표가 최 전 회장에게 몰리는 현상이 감지되면서 결국 낙선한 바 있다. 이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당초 김 회장은 다른 유력 후보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후보는 최 전 회장의 측근이고, 최 후보는 청와대가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안팎에서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사이에 8년간 장기 집권한 최원병 현 회장의 측근이나 영남출신은 안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김 회장의 승리에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의 당선은 ‘전라도 출신은 농협중앙회장이 될 수 없다’는 편견 속에서 이룬 ‘뚝심의 승리’다.

김 회장은 1953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1978년 농협에 입사해 남평농협에서 말단 직원에서부터 전무를 거쳐 1999년부터 13년간 조합장을 3차례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나주 남평농협은 2006년 다도농협을 흡수 합병했다. 현재 임직원은 100명, 농가수는 2683가구에 조합원수 2894명의 농촌형 농협이다.


또한 농촌 마을의 작은 농협에서 ‘왕건이 탐낸 쌀’ 등을 브랜드화하는 등 ‘전라도 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폈다.

2007년부터 세번째 도전 ‘집념의 사나이’
234만 조합원·자산 400조원 조직 총괄

2012 년 선거에서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과 다시 맞붙었지만 최종 투표일 하루 전 최덕규 조합장이 사퇴를 선언하자 영남권 표가 최 전 회장에게 몰리는 현상이 감지되면서 결국 낙선한 바 있다. 이후 김 회장은 최 전 회장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친환경농업이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 친환경 쌀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농가 소득증대와 안정적인 농협경영을 이뤘다. 그는 지역사회·소비자와 함께하는 친환경농산물 택배사업을 시작해 농가에는 판로를 만들어주고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했다. 나주시 관내 생산 농산물을 우선 공급했으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만 공급해 절임배추와 친환경패키지 택배는 수도권 소비자가 70%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농촌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쌀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남달랐다. 2007년에는 나주지역 쌀인 ‘왕건이탐낸쌀’이 전국 12대 브랜드에 3년 연속 선정돼 일반 쌀보다 20%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외 또 8년간 농협중앙회 이사를 지냈다. NH농협무역 대표이사와 농협양곡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민선 5명 중
첫호남 출신

광주농고와 광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전남대에서 늦깎이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학업에 대한 간절함도 남달랐다. 이후 전남대 겸임교수와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를 지냈다. 농림부 양곡정책 심의위원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자문위원, 전국 무·배추협의회 회장을 지내 현장과 이론을 두루 섭렵한 농정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김 회장 당선으로 농협 일대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그는 12일 1차 투표가 시작되기 전 소견발표에서 “8년동안 회장을 준비해왔다”며 “지역농협을 살리고 농협중앙회도 살리는 수단이 다 있다”는 말로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다른 후보에 비해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농협 경제지주 폐지가 단적인 예다. 김 회장은 “농협 경제지주로 농협중앙회의 경제 사업이 모두 이관되면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은 업무경합을 피할 수 없다”며 “경제지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모형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 경제지주 제도를 폐지하려면 농협법을 개정해야 한다. 농협 경제지주 신설을 위해 농협법을 개혁한 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농협 경제지주는 2011년 농협법 개정으로 2012년 신설됐다. 농협이 돈되는 신용사업에만 치중하다보니 농업인이 원하는 농축산물 유통과 판매 등 경제사업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경제사업을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였다. 경제지주는 245만명의 조합원이 생산한 농축산물 유통, 판매를 전담하는 종합유통그룹으로 농협유통, 남해화학, 농협사료, 농협목우촌 등 13개 자회사가 들어있다.


투명성 제고
부정부패 척결

농협 상호금융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으로 독립 법인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공약이다.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운용수익률도 자금 운용이나 리스크 관리에 전문성이 떨어진 탓에 3.69%로 2014년 국내채권펀드의 평균수익률 4.69%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1969년 탄생한 농협 상호금융은 2015년 10월말 기준 예수금 258조원, 대출금 178조원에 이른다. 김 회장은 “돈을 벌면 그 돈이 지역농협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중앙회에 정체돼 있다”며 “상호금융을 중앙은행으로 독립시키고 수익률 5% 이상 나오게 만들어 지역농협에 이익을 환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간선제로 치러지는 농협 중앙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김 회장은 내걸었다. 6명의 후보중 5명이 내걸었을 정도로 공감대가 있는 사안이었다.

간선제가 시행된 지 5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과거 직선제가 돈선거의 온상이었다는 이유로 정부가 직선제 회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19대 국회에서 김승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직선제 전환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회기 만료가 얼마남지 않아 사실상 폐기됐다.

 


김 회장의 책임도 막중하다. 김 신임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당장 농협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7788억원에서 2014년 5227억원으로 32.8% 가량 급감했다.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전 회장 미해결 과제 산적
 

2014년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보면 농협은행은 14.02%로 국민은행 15.97%, 신한은행 15.43%, 우리은행 14.25%보다 낮다. 자기자본대비 당기순이익률도 2014년 1.7%로 국민은행 4.51%, 신한은행 7.5%, 하나은행 8.12%와 비교해 크게 낮다. 게다가 농협은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STX조선에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빌려준 상태다.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운용수익률도 자금 운용이나 리스크 관리에 전문성이 떨어진 탓에 3.69%로 2014년 국내채권펀드의 평균수익률 4.69%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농협중앙회의 차입금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을 위한 부족자본금 12조원 중 현물출자를 제외한 4조5000억원이 차입금으로, 내년 2월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또 농협 공제 수수료와 카드수수료가 갈수록 줄어드는 점도 농협중앙회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경제사업은 흑자로 돌아섰다. 경제사업은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75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4년 763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무엇보다 한.중 FTA 발효로 값싼 중국 농산물이 대량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후 20년간 농림업과 수산업은 각각 연평균 생산이 77억원, 104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20년간 예상되는 농림.수산분야 피해액은 농림업 1540억원, 수산업 2080억원 등 총 3620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회장이 총괄하는 농협중앙회의 조직 규모는 엄청나다. 금융계열사 등을 포함한 자산만 400조원 정도로 국내 4번째 대규모 기업집단인 SK그룹의 두배가 넘는다. 또 회장은 농협의 정책과 사업을 결정하는 이사회와 대의원회 회장도 겸임한다. 비공식적으로는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협중앙회장은 234만명 조합원을 대표하며 31개 계열사 8800여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관리하는 등 거대한 농협조직을 대표하는 ‘농민 대통령’으로 불린다.

정치권도 촉각
흑색전선 난무

정치권 등 외부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농협은 조합원만 235만명에 이른다. 조합원 가족까지 포함하면 500만∼600만명은 족히 된다. 임직원도 약 9만명에 가깝다. 각종 선거 등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선거에서도 정권 실세 교감설, 전 정부 유착설 등 흑색선전이 난무했던 것도 농협중앙회장 자리의 무게감과 전혀 무관치 않다. 

<min1330@ilyosisa.co.kr> 

 

[김병원은?] 

▲남평농협 전무, 조합장(3선) ▲농협중앙회 이사(8년) ▲NH농협무역 대표이사 ▲농협양곡 대표이사 ▲전남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벤처농업대학 교수 ▲농림부 양곡정책 심의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자문위원 ▲전국 무·배추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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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