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대형사건 맡는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VIP 호위대’ 중수부 부활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전국 단위의 대형 사건을 전담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편향 수사로 2013년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가 사실상 부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에는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히는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새해 첫 대국민 메시지로 ‘부패 척결’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검찰의 ‘사정 수사’ 특별팀이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지난 6일, 2016년 상반기 고검검사급 인사를 통해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별수사단)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거나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전국 단위 대형 부정부패 사건의 수사를 전담할 한시적 '특별수사단'을 설치해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장과 팀장에 특별수사 분야에서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최우수자원을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한시적 TF
중수부 역할

단장에는 지난해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이끌며 육해공의 1조원대 비리를 파헤친 김기동(52·사법연수원 21기) 대전고검 차장검사가 임명됐다. 그는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힌다. 원전비리 합동수사단도 이끈 경험이 있다. 이외 단장 아래 1팀, 2팀으로 구성된다.

김 내정자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부산 혜광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부산지검 강력부 마약담당 검사 재직 시절 마약수사 최우수 검사로 선정돼 화려한 이력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3부 부장검사를 거쳐 대검찰청 검찰기획단장, 대구지검 제2차장검사,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재직 당시 BBK 사건을 비롯해 IBM의 660억원대 납품 비리사건, 제이유그룹 로비사건, 경기도 안성시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시행업자의 정관계 로비사건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으로 근무하며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케이블’ 사용 등 원전과 관련한 각종 비리와 원전마피아를 수사하는 원전비리수사단 단장을 맡아 이명박정부 ‘왕차관’으로 불린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한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납품업체 등 관계자 153명을 재판에 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을 이끌면서 군 고위직 간부를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52명을 구속하고, 최윤희 전 합참의장을 비롯한 장성급 11명(현역 1명·예비역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떨어진 별만 29개에 달한다.

400여일의 활동 기간 동안 합수단이 규명한 비리 금액은 약 1조원이다. 합수단 수사 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지난달 있었던 검사장 인사 발표에서 제외되면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강조해 온 새로운 특별수사 TF(태스크포스팀)의 책임자로 일찌감치 낙점받았다.

김 단장은 강한 추진력을 가졌으면서도 합리적인 리더십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임감이 강하고 솔선수범하는 스타일로 선후배 검사들에게 신망이 두텁다.

대통령 ‘부패 척결’ 새해 메시지
다음날 ‘사정 수사’ 특별수사단 신설


특별수단장 아래 특별수단 1팀, 2팀으로 구성했다. 중수부장 아래 1과, 2과처럼 업무도 비슷하게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중수부에서 1과는 정치인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비리, 2과는 대기업 비리를 주로 맡았다.

주영환 부산고검 검사(연수원 27기)가 1팀장,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연수원 27기)이 2팀장을 맡았다. 이들의 면면만 봐도 1팀에선 고위공직자 비리, 2팀에선 기업 수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1팀장을 맡는 주 검사는 인천지검 외사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유병언 일가’ 검거팀을 이끌었고 지난해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단'에 참여한 베테랑 검사다. 주 검사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수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 기소했고,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을 수사해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파헤치기도 했다.

2팀장에 임명된 한 부장은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2006년 현대자동차 횡령·배임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또 채규철 전 도민저축은행 회장과 도로공사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대형 건설사 전·현직 상무급 임원 등을 법정에 세웠다.

특별수사단은 단장-대검 반부패부장-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보고체계로 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수사기구 위상도 갖추게 됐다. 검찰은 김수남 검찰총장 직할 특별수사단 신설을 놓고 옛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활이 아닌 한시적 TF라고 밝혔다. 하지만 총장이 직할하는 지휘체계뿐 아니라, 구성과 규모 면에서도 사실상 대검 중수부 부활이라는 해석이 많다.

기업·공직 수사
전문 검사 배치

중수부 1981년 설치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대검찰청의 공직자 비리수사처로 공안부와 함께 검찰의 양대 중핵을 이루어온 핵심 부서다. 검찰총장의 직할 수사조직으로,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하명(下命)사건 수사를 담당해 오면서 이철희 · 장영자씨 부부 어음사기사건, 명성사건, 5공 비리사건, 수서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과 한보사건, 김현철씨 비리사건, 이용호게이트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중 서거로 정권마다 편향 수사 논란이 일면서 존폐위기에 몰렸다.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중수부 폐지를 내세웠고, 2013년 4월 중수부를 폐지했다.

특별수사단은 아직 평검사와 수사관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사만 11명 가량인 대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를 비롯 부장검사가 팀장인 2개 팀에는 상황에 따라 각기 4명 안팎의 검사 파견이 추진되고 있어, 수사관까지 최소 30명의 인원이 예상된다. 대검 중수부가 3개과에 총 인원이 70명 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지만, 특별수사단은 인력을 각지 검찰청에서 파견 받기 때문에 언제든 몸집을 불릴 수 있다.

중수부의 기능이 사실상 부활한 데는 청와대 차원의 재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사전 예방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정부패 대응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은 “부패특별수사단은 총장이 대검 반부패부를 통해 지휘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중수부 폐지 후 검찰총장은 눈에 띄게 힘이 빠졌다. 오히려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과의 ‘직거래’를 통해 굵직한 하명수사를 진행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특별수사단 신설은 이 같은 상황을 일거에 뒤집기 위한 회심의 카드인 셈이다. 더구나 사건이 터지면 전국 검찰의 역량을 총결집하던 중수부 때와 달리 최근 검찰의 특수 역량이 크게 떨어졌다는 우려도 특별수사단 신설로 연결됐다.

앞서 김현웅 법무장관도 신년사에서 “특별수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수사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부정부패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믿음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의 첫 수사테마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기업비리나 공직비리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이나 공정성에 의심이 없도록, 중수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 정권에서 검찰은 각종 사건 처리에서 정권 편향적인 결론이 많았다는 점에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총선, 내년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도 문제다.

중수부와 유사
기획수사 착수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특별수사단 설치가 박근혜정부의 집권 4년차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임기 말로 치닫고 있는 올해 부패 척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 정권의 개혁동력을 확보하고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벌써부터 관가와 재계는 첫 번째 타깃이 어디일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빚다가 폐지된 대검 중수부를 꼼수로 부활했다”는 비판과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특별수사단이 중수부와 다르다고 말한 점은 ‘한시적 조직’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 부활 논란에 대해 “중수부와 ‘형태’는 같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수부와 같은 법에서 정한 정식 직제기구나 창설조직이 아니라 한시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지시로 급조?
정치적 편향수사 우려


일반적으로 한시적 조직은 특정한 과제가 생겼을 때 만들어지고 업무가 끝나면 해체된다. 하지만 특별수사단은 당장 특정한 과업이 생겨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다. 물론 전국단위 대형 부패수사, 중수부 해체 후 약해진 수사력 보완 등 과업이 있지만, 이는 ‘한시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중수부 부활 등 비판을 고려해 ‘한시적’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일상적인 업무가 주어지는 사실상 상설조직처럼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특별수사단에 대해 “기존 중수부와 겉으로 드러나는 행태는 같지만 운용상의 문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설명한다. 그러면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한 수사력이라는 장점은 살리고, 정치적 중립, 공정성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단이 마땅히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별수사단은 한시적인 기구여서 법률적인 규정이 따로 없다. 대검은 내부 운영지침을 마련해 운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디까지나 내부지침일 뿐이다.

지속적으로 중립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특별수사단은 중수부처럼 검찰총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지시하는 사건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직속
대형사건 전담

사실상 검찰총장이 좌지우지하는 조직이 될 것이란 이야기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검찰총장의 지시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수부를 폐지할 때 주요 이유가 된 ‘하명수사’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 올해 치러질 총선이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치 세력에 치명타를 줄 만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한다면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min1330@ilyosisa.co.kr> 

 

[김기동은?] 

▲경남 진주(64년생) ▲부산 혜광고 ▲서울대 법대 ▲육군법무관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대구지검 경주지청 검사 ▲부산지검 검사 ▲법무부 인권과 검사 ▲서울지검 검사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서울고검 검사 ▲대구지검 의성지청장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 ▲대검연구관 겸 검찰기획단장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대구지검 2차장검사 ▲대전고검 차장검사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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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