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어깨 무거운 이영렬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예상 깨고 깜짝발탁 “적이 없다”

[일요시사 사회2팀] 박창민 기자 = 김수남 검찰총장 체제의 진용이 갖춰졌다. 당초 지난주 중반으로 예상됐던 검찰 고위 인사가 늦어진 데는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에 기용할 대상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 간 치열한 물밑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검찰 2인자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이영렬 검사가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구·경북(TK) 출신이 아닌 인사가 임명되기는 4년 만이다.


법무부는 지난 21일 이영렬(57·사법연수원 18기·서울) 대구지검장을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는 등 검찰 고위직 인사를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장에 비 TK(대구·경북) 출신이 임명되기는 4년 만이다. 서울 출신인 이 지검장은 서울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28회 사법시험에 합격, 1989년 부산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김수남 체제
진용 갖춰줘

이 지검장은 26년 검사 생활 동안 매사에 원칙을 중시하는 엄정한 업무처리와 함께 합리적이며 조직을 이끄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이 지검장 임명을 두고 ‘최적임자’라는 평이 쏟아졌던 것도 이 때문. 매끄럽고 빈틈없는 업무처리로 ‘수사건, 기획이건 실무에 강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부장검사, 서울남부지검장, 대구지검장 등 검찰의 주요 보직을 거치며 수사와 기획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특히 송광수 전 검찰총장(65·3기) 재임 때 ‘연설문 작성 전담’ 연구관을 맡았을 정도로 뛰어난 문장력을 자랑한다.

이 지검장은 1998년 미국 뉴욕의 한국에너지개발기구(KEDO)에 파견돼 ‘북한에 최장기간 체류한 현직 검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정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 때 당시 한 후배 검사는 “다음 정권에서 불이익을 우려한 검사들이 모두 파견 제안을 뿌리쳤지만 이 지검장만 ‘조직이 원하면 따르겠다’며 파견 지시를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청와대-법무부-대검 치열한 줄다리기
결국 막판에 이 지검장 쪽으로 정리

이 지검장은 원칙을 중시하는 업무 처리로 ‘뚝심형’ 검사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재직시절에 그는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사건을 수사하며 경찰관이 고문을 당했다는 피의자의 주장을 묵살하고 유치장 서류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내 관련 경찰관을 구속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대검 중수부 폐지 후 특수수사를 전담하며 검찰 내 2인자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데 대해 올해 대구지검의 수사성과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올해 대구지검장으로 재직하며 사상 처음 보이스피싱 조직을 범죄조직으로 기소해 1심에서 유죄를 받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 지검장은 사기범 조희팔 수사도 지휘해 왔다. 조희팔 수사와 관련된 범죄수익을 은닉한 조씨의 아들과 내연녀 등 20여명을 재판에 넘기고 최근 중국 공안에 검거된 ‘조희팔 2인자’ 강태용(54)씨를 국내로 송환해 구속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장 재직 때에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정착시켰고 청부 살해 혐의로 김형식 서울시 의원을 기소해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이 지검장은 평소 선후배들을 잘 챙기고, 조직 내에 적이 없을 만큼 소통을 잘 하기로 유명하다. 올해 대구지검장에 재직할 때에는 후배 부장검사들을 관사로 불러 직접 고기를 삶아주고 각종 요리를 해줬다고 한다. 특히 후배에게 술을 강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생 이지원(51) 변호사가 2004년 여검사로는 처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치돼 화제에 오르면서 ‘남매 검사’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영문학을 가르치는 부인과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유학 중인 외아들이 있다.


내부 의외 반응
입김 작용했나

법무부는 고검장·검사장급 고위 간부 43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법무부 차관에는 이창재 서울북부지검장이 승진 임명됐고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이동했다. 김 총장과 총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이동했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 대해 “검찰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부정부패 척결 및 내년 총선 관리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6·17기 고검장들과 18기 검사장들을 대거 ‘용퇴’시키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부산·경남(PK) 출신 고위 간부들이 옷을 많이 벗었다. 17기 김경수(경남 진주) 전 대구고검장과 조성욱(부산) 전 대전고검장, 18기 강찬우(경남) 전 수원지검장 등이다. 직전 김진태 검찰총장(진주)도 PK로 분류된다. 이번에 고검장 승진자가 없어 고검장 9자리 중 PK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대구·경북(TK)의 경우 최교일(경북 영주), 조영곤(경북 영천), 김수남(대구), 박성재(경북 청도) 지검장까지 4명 연속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비(非) TK 인사에게 내줬다. 하지만 김 총장을 배출한 직후 고검장 1명(김강욱), 검사장 2명(최종원·김영대)의 승진자를 내면서 현상유지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 서울·호남 각 3명, 충청 2명의 검사장 승진자를 내며 지역 안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의 발탁은 모두의 예상을 깬 것이었다. 법무부의 인사 발표가 있던 21일, 대검찰청 간부들도 서울중앙지검장 인사에 다소 놀라는 분위기였다. 대검의 한 간부는 “이 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올지는 오늘 아침까지도 전혀 몰랐다. 다른 간부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뚝심형 검사로 정평
4년 만에 비TK 인사

서울중앙지검장직을 두고 청와대와 법무부, 대검찰청이 각각 치열한 줄다리기를 했던 상황에서 연배가 있으면서도 적이 없는 이 지검장이 막판에 중용,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이 청와대 고위급과 친분이 있다는 설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후보군들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각자 계산법이 복잡하다 보니, 제3자에게 득이 되는 ‘어부지리식 인사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동기인 연수원 19기에서 고검장 3명이 나와 검찰 지휘부의 전체 인사구도를 짤 때 우 수석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번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는 여느 때보다 물밑 조율이 치열했다. 당초 예정보다 늦어진 건 주요 사정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놓고 청와대 측과 김 검찰총장 측 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다가 ‘사시 폐지 4년 유예’ 발표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이후 19기 김진모·윤갑근 검사장 등과 샅바 싸움 끝에 18기 이 지검장 쪽으로 정리됐다는 것이다.

매사 원칙 중시 
수사·기획 강해

검찰 고위간부 진용이 갖춰짐에 따라 김 총장은 전국 단위 수사를 위한 상설 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 후속 개혁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부장급 인사에서 ‘김수남 체제의 면모’가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min1330@ilyosisa.co.kr>


[이영렬은]

▲서울(58년생)
▲서울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부산지검 검사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
▲서울지검 검사
▲법무부 특수법령과 검사
▲부산지검 부부장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대구지검 공판부장
▲법무부 검찰국 검찰4과장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정비서관
▲서울고검 검사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인천지검 2차장
▲남부지검 차장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서울고검 송무부장
▲대전고검 차장
▲전주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대구지검장   


<기사 속 기사> 이상원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이상원 경찰청 차장(57)이 31대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내정됐다. 이 신임 청장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임명되면서 경찰 고위 간부가 만 57세면 퇴임하던 관행인 ‘조정정년’이 2000년 이후 15년 만에 폐지됐다.

이 청장은 1958년 충북 보은 출신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경찰간부후보 30기로 임용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장·과학수사센터장·형사과장·수사국장, 은평경찰서장, 대전지방경찰청장, 인천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차장을 거쳐 경찰 조직 내 2인자 자리로 꼽히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내정됐다.

이 청장은 외유내강의 지휘 스타일로 조직 내에서 덕장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일선 경찰서를 두루 거쳐 현장업무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일 경찰에 따르면 정부는 이 청장 외에 부산지방경찰청장에 권기선 경북지방경찰청장, 인천지방경찰청장에 윤종기 충북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에 김종양 경찰청 기획조정관 등 4명을 각각 승진·내정했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과 황성찬 경찰대학장은 유임됐다.


이외 치안감급 인사에서는 경무관 10명이 승진한 것을 비롯해 총 25개 직위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다. 이들의 출신지역 및 입직 경로를 살펴보면 치안정감의 경우 출신지역별로는 수도권이 1명 충청권 2명, 호남권 1명, 영남권 2명이며 입직경로별로는 경찰대학 3명, 간부후보 2명, 고시 1명이다.

치안감 승진자의 경우, 지역별로는 수도권 2명, 충청권 2명, 호남권 2명, 영남권 4명이며 입직경로별로는 경찰대학 출신이 6명, 간부후보 3명 고시 1명 이다.

이번 인사에 대해 경찰청은 “업무 성과와 전문성, 도덕성 등에 대한 평가와 검증을 거쳐 적임자를 선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입직경로와 출신 지역 등을 고려하는 한편, 대상자의 경력과 능력 등을 두루 감안해 적재적소 보직 배치를 원칙으로 했다”고 밝혔다. <창>

▲충북 보은(1958년생)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간부후보 30기
▲경남청 수사과장
▲충북 진천서장
▲인천 수사과장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장
▲경찰청 형사과장
▲경찰청 기획수사심의관
▲경기청 제2부장
▲경찰청 수사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장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인천지방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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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