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15 이슈메이커> '베스트&워스트'

국민들 울리고 웃긴 사람들 누구?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새해 첫날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건만 어느덧 한해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사건·사고들은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평탄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훗날 2015년을 되돌아보며 격변의 시대였다고 되새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올 한해 굵직한 이슈를 만들어 낸 인물들을 각 분야에 걸쳐 ‘베스트&워스트’로 나눠 선정해 봤다.

[정치]

[Best] 모난 돌 유승민

지난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에게 날선 분노를 표출했다.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했다고 봐도 무방한 사안이었다. 대통령이 당 원내대표에게 사퇴 압력을 행사하는 건 옳지 않다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결국 유 의원은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박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해 온 유 의원의 언행이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탓이다.

전화위복이랄까. 당내에서 실권을 상실한 유 의원은 오히려 앞날이 기대되는 정치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할 말은 하는 올곧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마저 더해졌다. 지지율은 급등했고 어느새 차기 대통령감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유 의원의 인기를 거품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그의 정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Worst] 억울한 성완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4월9일 메모를 남긴 채 죽자 엄청난 후폭풍이 불러왔다. 앞서 해외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성 전 회장을 지목한 검찰은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화하는 등 전방위로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당시만 해도 경제인의 개인 비리쯤으로 인식되던 사건은 성 전 회장이 북한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성 전 회장이 죽기 전 남긴 메모에는 허태열, 홍문종, 홍준표, 김기춘, 이완구 등 현 정권의 유력 인사 8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성완종 리스트’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성완종 리스트가 불법대선자금 게이트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지난 7월2일 검찰은 2012년 대선과의 관련성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불법대선자금 의혹을 일축했다. 성 전 회장의 리스트가 정치권의 살생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별다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검찰의 용두사미 수사로 리스트의 진실은 미궁 속에 남았다. 다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한층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제]

[Best] 성공신화 서경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화장품을 수출 효자 상품으로 부상시킨 일등공신이자 올 한해 재계에서 가장 빈번히 언급된 인물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년간 아모레퍼시픽의 수출실적은 1억9700만달러로, 전년동기(1억3000만 달러) 대비 51.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수출액도 1억8253만 달러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2억달러 수출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국내 화장품 기업 최초로 ‘1억달러‘ 수출 금자탑을 쌓은 지 2년 만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눈부신 성장의 배경에는 서 회장의 치밀함이 숨어있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절감한 서 회장은 2000년대 초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했고 결국 아모레퍼시픽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서 회장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7일 ‘제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등급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Worst] 뒷방신세 신격호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시간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 불거진 경영권 다툼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입김이 축소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롯데그룹의 면세점 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주력사업 곳곳에서 불안정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지만 오너 일가는 여전히 경영권 다툼에 혈안이 돼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담하다. 특히 신 총괄회장에서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커지고 있다.

아들 간 분쟁을 조정하고 화해를 유도해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할 신 총괄회장이 왜 더 갈등을 키우는 쪽으로 일을 벌이는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오늘날 롯데를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일궈온 그의 지난 행보는 어느덧 퇴색된 지 오래다. 힘없고 늙은 뒷방 어른쯤으로 치부되는 게 현실이다.

유승민·성완종으로 떠들썩했던 정계
‘형제의 난’롯데그룹 오너일가 구설수

[사회]

[Best] 희망메신저 김정원

지난 8월4일 벌어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은 한 개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부각시켰다. 당시 사고로 김정원 하사는 오른쪽 발목 아래가 절단됐다. 국군의무사령부는 김 하사 치료를 계기로 부상 장병을 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 치료하는 동시에 이 병원 보장구센터의 보장구 제작ㆍ수리 서비스를 받기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후 국군수도병원에서 성공리에 수술을 마치고 서울 중앙보훈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김 하사가 이전처럼 멀쩡히 걷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김 하사는 4개월간 재활치료 기간 동안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비록 의족의 도움이 절대적이지만 걷는데 큰 지장이 없을 만큼 상황이 호전됐다. 계속 군복무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김 하사는 “발을 잃었지만 수십배 가치가 있는 모든 분들의 격려와 응원이 있어서 일어서게 됐다”며 “다치기 전과 다름 없이 밝고 현재를 즐기려고 한다”고 말해 감동을 주었다.
 

[Worst] Ctrl+V 송유근

지난달 24일 ‘천재 소년’으로 불리던 송유근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블랙홀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었다. 송군이 논문을 게재한 천체물리학저널(ApJ·Astrophysical journal)은 송군의 논문이 표절로 확인됨에 따라 게재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표절 대상으로 지목된 학술대회 발표자료(Proceeding)의 원저자인 박석재 위원은 표절논란에 대해 “송군이 쓴 논문과 내 발표 자료가 많은 부분이 같거나 비슷해 일반인이 보기엔 표절로 의심할 수 있다”며 “논문의 앞부분은 비슷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고 핵심인 편미분방정식이 다르므로 이 둘을 서로 다른 논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론은 송군의 편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천재로 불리던 한 소년의 씁쓸한 성장기는 우리 사회가 지닌 실적 우선주의가 불러온 단면이나 마찬가지였다.

[종교]

[Best] 갈등 봉합한 자승

지난달 발생한 민중대궐기는 반목과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죄를 물은 경찰과 노조 측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닫았다. 이 과정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자승스님은 조계사에 24일간 은신한 한 위원장이 경찰에 자진 출두하는데 힘을 보탰다.

일촉즉발의 순간 모습을 드러낸 자승스님은 “한상균 위원장의 거취를 해결하겠다”며 중재안을 냈다. 자승스님은 ‘내치지 않되 협조하지 않는다’는 조계종의 기조를 유지했고 경찰은 자승스님의 입장을 받아들여 공권력 투입을 보류했다.


자승스님은 2009년 10월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80명과 전국 24개 교구 본사 선거인단 등 총 320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전체 317표 중 290표라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다. 2011년 3월부터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을 맡고 있으며 2013년 11월 제34대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했다.
 

[Worst] 우울한 말년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조용기 목사를 둘러싼 의혹은 올해도 계속됐다. 이미 헌금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조 목사이다. 이번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30명이 공동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 목사의 비리 혐의는 800억원에 대한 부당이득이다. 2004년부터 5년간 매년 120억원씩, 총 600억원이 특별 선교비란 명목으로 지급됐는데 이 돈을 조 목사가 개인적으로 챙겼다는 것이다.

조 목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장로들이 검찰에 고발장을 낸 건 이번이 두 번째. 이들은 2011년부터 이른바 ‘교회바로세우기 장로모임’을 만들고, 조 목사와 장남 조희준씨를 교회 헌금을 빼돌린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 목사는 지난해 1심에 이어 2심 재판에서도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교회 측은 이번 고발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조 목사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한층 냉담해졌다.

신경숙·송유근 표절 논란
계속되는 종교인들 비리도


[연예]

[Best] 인생 한방 이애란

방송가를 뜨겁게 달군 ‘쉐프’ 열풍도 이애란의 “~라 전해라”에 비견할 수 없었다. 지난해 EXID가 기적적인 역주행을 이뤄냈다면 올해는 이애란이 그 주인공이다. 소위 말하는 '짤방' 스타로 뜬 이씨는 자신이 과거에 발표한 곡 '백세인생'에서 계속 반복되는 가사인 ‘못 간다고 전해라’ ‘와있다고 전해라’ 등이 유행어로 떠오르며 요즘 대세임을 제대로 입증했다.

백세인생이 유명세를 타면서 이씨의 몸값은 6배 이상 치솟았다. 메신저 속 이모티콘으로 출시된 것도 모자라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하며 데뷔 25년 만에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실제로 이씨는 연예인 인기 척도인 CF 문의가 쇄도하는 상황이다.

[Worst] 아빠된 김현중

김현중의 아이라고 주장했던 전 여자친구 최씨의 말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김씨가 아버지일 확률이 99.9999%라는 감정결과가 마침내 공개된 것이다. 김씨에게는 남은 군 복무를 성실하게 마치고 아이 아빠로서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주어졌다.

이제 쟁점은 16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쏠렸다. 사실 친자 여부는 최씨 측에서 제기한 16억원대 위자료 청구 소송과는 관계가 없다. 최 씨는 반복적인 임신과 유산에 따른 정신적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서 16억원에 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앞서 김씨는 2012년부터 2년여 간 교제한 최 씨와 임신-폭행-유산을 둘러싸고 진실 공방을 벌여왔다. 최씨는 지난해 5월 폭행을 당해 유산됐다며 김씨를 고소했지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취하했다. 이후 최씨가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김씨를 상대로 지난 4월 16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다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씨는 아이 양육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변함없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씨는 군 복무 중인 김씨의 ‘남자다운’ 사과를 원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문화]

[Best] 한국의 쇼팽 조성진

동양인에게 콧대를 숙이지 않았던 쇼팽 콩쿨이 한국의 전도유망한 청년에게 결국 무릎을 꿇었다. 지난달 21일 프레데릭 쇼팽 협회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7회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 결선의 최종 심사 결과 조성진이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그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가능성으로 충만한 연주자였다. 2008년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1위 등 그는 국제무대에서 차곡차곡 수상 이력을 쌓아 왔다. 6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만 11세이던 2005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조군은 2008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09년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제14회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했다.
 

[Worst] 표절 권력자 신경숙

소설가 이응준이 지난 6월 신경숙씨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일부를 표절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진 ‘신경숙 표절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문학권력으로 지목된 출판사 창비의 내부인사들이 물러났지만 문학계의 폐쇄적 구조는 좀처럼 허물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10년 전부터 표절 의혹 제기됐음에도 창비가 무시한 사실이 밝혀지고 창비가 여론과 동떨어진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여기에 신 작가의 모호한 입장 표명도 사태를 더욱 키웠다. 문학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한국소설이 독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불거진 신 작가의 표절 논란은 한국소설의 위기론을 더욱 부채질했다. 어쩌면 이번 표절 사태는 문단 내 자정의 목소리가 모처럼 힘을 얻을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스포츠]

[Best] EPL 입성 손흥민

한국축구의 기대주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꿈의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 입성했다.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17골을 터트리며 활약한 손흥민은 토트넘 이적 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축구의 본고장 잉글랜드에서도 적응 기간 없이 곧바로 자리 잡아 올 시즌 3골 5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올해 국가 대표 팀이 치른 13경기에 출전해 팀 최다골인 9골을 뽑아내기도 했다.

손흥민은 축구팬이 뽑은 2015 올해의 남녀 선수에도 선발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9일부터 20일까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5년 한해 동안 축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올해의 선수’ 인터넷 투표를 실시했다. 손흥민은 전체 2242표 중 656표(29.2%)를 획득해 574표(25.6%)를 얻은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제치고 남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Worst] 나쁜 손버릇 임창용

올해 상반기에 프로농구가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홍역을 치렀다면, 하반기에는 프로야구가 해외 원정 도박 파문에 시달렸다. 야구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사실은 검찰이 기업인과 도박을 알선한 조직폭력배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원정 도박자 명단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급 선수인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의 이름이 나온 데 이어 오승환까지 검찰에 출두하면서 팬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임창용은 지난달 11일 가장 먼저 검찰에 출석해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이어 지난 9일 오승환이 5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11월말 마카오에서 수억 원 상당의 칩을 빌릴 건 맞지만 실제 도박 횟수와 액수는 많지 않다며 억대 도박금액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임창용은 삼성으로부터 방출돼 불명예 은퇴의 위기에 놓였다. 예전부터 다루기 힘든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임창용은 도박 파문으로 선수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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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