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제발로 나온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

버티고 버티다 결국 철창행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은신 24일 만에 자진출두 했다. 경찰은 곧바로 한 위원장 손목에 쇠고랑을 채워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한 위원장은 어떤 죄목으로 체포됐으며, 그는 누구인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에서 나왔다. 예정대로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이 동행했다. 한 위원장은 이후 대웅전에 도착해 삼배를 올리고 자승 총무원장과의 면담을 위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으로 이동, 기자회견을 위해 다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과 숨박꼭질
조계사로 들어가
 

“저는 다시 머리띠를 동여맸습니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한 그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정부를 규탄했다. 아울러 전날인 9일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1000여명의 경력이 배치된 상황을 비판하며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강도범죄·폭력을 일으킨 사람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불법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한 위원장이 재판에 잇따라 불출석하자 법원이 지난달 11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민중총궐기대회를 5일 앞둔 상황이었다. 

경찰은 한 위원장 지난달 16일 열렸던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검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한 위원장 검거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한 위원장은 집회를 앞두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긴급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12월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회에서 끝까지 조합원과 민중의 맨 앞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한 위원장 검거를 시도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에게 막혀 실패했다. 당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한 위원장 검거를 위해 접근하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프레스센터 로비까지 진입했던 경찰은 5분 여만에 현장에서 철수했다. 

그 사이 건물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 몸을 숨겼던 한 위원장은 경찰이 물러난 뒤 현장을 빠져나와 집회에 합류했다. 당시 검거작전에 실패한 서울지방경찰청은 한 위원장 검거 전담반을 30명으로 확대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밤 10시께 조계사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조계사 측은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한 위원장 피신 요청을 수용했다. 한 위원장은 조계사 측이 수용 결론을 내리자 이날 오후 11시께 곧바로 조계사로 들어가 관음전에 머물었다. 당시 조계사는 “한 위원장을 강제로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세월호 추모집회 불법시위 수배
민중총궐기 마치고 조계사 피신
 

그러자 경찰은 서울청 광역수사대 등 수사인력을 확대하고 기동부대 등을 동원해 조계사 인근을 봉쇄했다. 한 위원장 검거 경찰관에게는 1계급 특진까지 내걸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 이유는 종교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경찰이 무리하게 진입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명동성당은 1970, 1980년대 군사정권에 저항하던 이들의 농상장과 도피처였다. 1990년대엔 주로 노동계 인사들이 명동성당을 찾았다. 

신도들의 불편 때문에 명동성당 측이 잇따라 퇴거를 요청하자 2000년대 들어 조계사가 새로운 피신처가 됐다. 경찰은 이따금 수배자 검거를 위해 조계사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때마다 승려와 신도의 강한 반발을 샀다. 경찰은 2002년 발전노조 조합원 150여명을 쫓아 조계사 안으로 들어간 뒤로 진입을 시도한 적이 없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중재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조계사는 19일 화쟁위원회를 열어 중재문제를 논의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사회 현안과 갈등을 중재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기 위해 2010년 구성한 기구다. 화쟁위원회는 그동안 4대강 사업,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 자동차 사태, 강정마을 문제, 청도 노사 문제 등 사회 현안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 

중재를 수용한 조계사는 지난달 23일 한 위원장과 첫 면담을 갖고 “다음달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대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중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 위원장은 화쟁위에 ‘2차 민주총궐기의 평화로운 진행’과 함께 ‘정부와 노동자 대표의 대화’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 강행 중단’ 등에 대해 중재를 요청했다.

병력 2000명 투입
자진해 경찰서로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여러 말이 나왔다. 특히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경찰 병력을 (조계사)경내에 투입해 (한 위원장을) 검거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조계사 승려 7명은 지난달 23일 김 의원의 사무실에 항의 방문했다. 승려 7명은 이날 “범법자는 인권이 존중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냐”며 “불교의 자주성이나 지혜를 훼손하는 발언”이라며 김 의원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2차 민중궐기대회와 관련해 “비폭력 저항으로 국민과 함께 평화행진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우린 평화시위를 할 것이고, 차벽이 있다면 연좌를 포함한 정당한 항의 표현을 하겠다”며 “살수를 하면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정부도 물대포와 차벽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며 “(23일 화쟁위원회에 요청한 대로) 정부와 대화가 진행되고 정부가 (노동개편 관련) 정책을 철회한다면 언제든지 출두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조계사 신도회에서 한 위원장의 퇴거를 강도 높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신도회는 한 위원장 거처에 찾아가 “신도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퇴거 및 경찰 자진 출두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5일만 시간을 달라며, 신도회의 퇴거요구를 거부했다. 

일부 신도들은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고 강제로 들어내려 해 그 과정에서 홀로 있던 한 위원장의 옷이 찢기는 등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반면 화쟁위원회는 “신도회와 화쟁위가 같은 생각인 것은 아니다”며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는 물론, 2차 총궐기에서 ‘사람벽’으로 평화지대를 형성한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대회가 평화 집회·시위로 끝났다. 이날 서울광장과 종로, 대학로 등에서 6시간 넘게 진행된 2차 집회에서 폭력과 충돌은 없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 은신 22일째인 7일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위원장의 은신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8일 오전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사 주지 스님과 조계종 화쟁위원장인 도법 스님을 만나 한 위원장이 자진 퇴거토록 요청했다. 

도로교통법·집시법
경찰 소요죄도 검토
 

조계사 내부에서는 “한 위원장이 신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라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위원장 역시 페이스북에 “사찰(조계사)은 나를 철저히 고립 유폐시키고 있다”는 글을 올려 조계사와 관계가 불편해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경찰은 지난 8일 24시간 이내에 자진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시한은 9일 오후 4시까지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위원장의 도피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것을 마지막으로 통보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자진출두는 없다’며 강력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선언, 이날 오후 경찰이 한 위원장을 검거하기 위해 조계사 진입을 시도하면서 시민과 신도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경찰 병력 1000여명이 투입되는 등 신도와 시민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자승 총무원장이 직접 나서서 한 위원장 거취 문제 해결을 약속해 불상사는 피했다. 

현재 한 위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집시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한 위원장은 앞서 세월호 집회 당시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에 4차례 출석하지 않아 구속영장이 한차례 발부된 적이 있다. 또 올해 5월 노동절 집회 때도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줄곧 수배를 받아왔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폭력시위와 집회를 주도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소요죄 적용 여부가 주목된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한 위원장에 대해 형법상 소요죄 적용을 검토해 왔다.

잡으려 사활 건 경찰
25일 만에 자진 출두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했을 시 성립하는 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반면 실제로 소요죄가 인정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적지 않은 논란이 뒤따를 공산도 크다. 그밖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 등이 새롭게 적용될지도 눈여겨 볼 대목으로 꼽힌다. 


한 위원장은 1962년생으로 전남 나주가 고향으로 전남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군제대 후 부산에서 일하다 1985년 지프차 생산회사인 거화에 입사했다. 거화가 동화자동차공업으로 인수되고, 다시 동화가 쌍용그룹으로 인수되면서 쌍용자동차 직원이 됐다. 

1987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일하면서 쌍용자동차노조 추진위원장이 됐고, 2008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이 됐다. 2009년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자동차가 같은 해 4월 ‘건국 이래 최대 규모’라는 2646명의 노동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자 5월 21일부터 77일간 평택공장 점거 파업을 주도했다.

당시 한 위원장은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3년을 선고 받았고, 201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2012년 1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평택공장 인근 30m 높이의 송전탑에 올라가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며 171일간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현장 투쟁을 주도했다. 

쌍용차 직원 출신
해고자 복직 주도
 

이후 한 위원장은 지난 해 11월 민주노총 사상 직선제로 치러진 위원장 선거에서 ‘박근혜 정부에 맞선 노동자 살리기 총파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노동계 인사들은 “한 위원장이 선거 기간 내내 공무원 연금 개악과 민영화·노동악법 개악 저지 등을 묶어 총파업을 조직하겠다고 공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위원장은 민주노총내에서 강경파로 구분된다”고 입 모아 말했다. 민주노총은 올해 4월24일 총파업, 5월1일 노동절 집회, 9월23일 총파업, 11월14일 제1차 민중총궐기대회, 12월5일 제2차 민중총궐기대회 등을 잇따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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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