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창당하는 천정배

“민심 배반한 야당부터 정리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개혁적 국민당’창당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다만 뚜껑을 열어보니 파격적 인사들은 포함되지 않아 찻잔 속 태풍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년 초까지 창당을 완료키로 한 만큼 향후 두달이 고비일 것으로 보인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측은 지난 18일 오후 2시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추진위원회(이하 창당추진위)’출범식을 갖고 창당작업을 본격화했다. 창당추진위는 오는 13일 창당발기인대회를 개최하고 내년 1월 중하순 중앙당 창당작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찻잔 속 태풍?
깜짝인사 없어

창당추진위는 전국정당을 지향하며 내년 총선 때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텃밭인 호남민심을 놓고 격돌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천 의원은 이날 출범식에서 “민심은 수명 끝난 정당을 완전히 떠나 희망을 안겨줄 새로운 정치세력을 간절히 원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희망으로 우뚝 설 것이고, 내후년 대선에서 상생과 협력의 세상을 이끌어갈 새로운 정부를 만들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 의원이 소개한 신당 정책기조는 한국 사회의 독점·특권·부패·차별·폭력을 일소하는 ‘5대 개혁’ 추진으로 집약됐다. 일자리·교육·주거·건강·안정 등 국민생활의 5대 기본을 충실히 채우는 ‘국민기본정당’ 목표도 소개했다.


천 의원측은 출범식에서 신당 작업을 함께할 31명의 창당추진위원도 공개했다. 추진위원장은 천 의원이 직접 맡기로 했다. 이날 공개된 30여명의 추진위원 명단에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윤덕홍 전 교육인적자원부 부총리, 박주현 전 청와대 참여혁신수석비서관, 이주헌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등 전직 정·관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또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과 통상전문가인 한신대 이해영 교수, 전홍준 굿뉴스의료봉사 회장, 박사농부 이동현 미실란 대표, 양미강 한백교회 목사, 장진영 변호사 등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했다. 장 변호사는 창당추진위 대변인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천 의원이 지난 4·29 보궐선거 당선 직후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6개월 만에 신당 진용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깜짝 놀랄만한 참신성 있는 ‘간판급 인사’는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 작업 본격 돌입
발기인대회 열고 내년 1월 중앙당 구성

이 때문에 파급력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또 최근 <중앙일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천 의원의 신당은 1.2%의 지지율을 보이는 데 그쳤단 점도 있고 전현직 정치인들 역시 어느 누구도 신당에 동참하지 않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주장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축사를 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앞서 라디오 방송에서 “신당에 대한 고민보다는 야권의 재구성에 대해 고민한다”며 “신당 참여 권유는 몇 차례 받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을 이뤄내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단은 신당 창당 참여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창당까지 천 의원이 추가 영입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김 전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신당이 새정치민주연합으로 견인되지 않는 많은 야당 지지자를 잘 모아낸다면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많이 어렵긴 하지만 스스로 혁신하고 변화해서 야권의 대표정당이 되기를 바란다”며 일단은 합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남 지역에서 천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에 대한 지지도가 아직 높지 않은 데다가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나 박준영 전 전남지사도 천 의원과 별개로 호남을 기반으로 신당을 추진하고 있어 창당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당 지도체제와 총선 공천문제 등을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간 내홍이 격화되고 있어 향후 신당 창당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국정당 목표
총선에 후보내

천 의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민심은 국민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새로운 정치세력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민심은 새로운 개혁정당을 향해 불타오르고 있다”고 창당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선언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축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패권적 세력이 당을 장악해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희망도 잃어간다”며 “상식을 갖추고 있지만 동원되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의 꿈을 실현할 개혁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격려했다.
 

천 의원은 출범식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전국 정당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지역을 뜨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면서 현재 지역구인 광주 서을에서 재도전할 것임을 밝혔다.

신당 창당이 야권 분열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지금은 혁명적 파괴가 필요한 시기”라며 “다만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방식은 충분히 경계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야권 연대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천 의원은 출범식을 갖고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방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통합 연대 제안에 “당을 해산하고 새롭게 만드는 수준의 변화가 있기 전에는 다시 수권세력으로 거듭날 수 없다고 본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천 의원은 신당 창당의 돛을 올렸고, 같은 날 문 대표는 호남 광주 강연에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임시 공동지도부’를 제안하고, 천 의원과의 통합이 가장 이상적인 연대라며 동참을 요청했다.

천 의원은 이날 이와 관련 “문 대표가 나름 하신다고 하시지만 당을 살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문 대표의 제안을 평가절하했다. 또 ‘문-안-박’ 연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그 정도 처방으로 당이 새롭게 수권세력으로 거듭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천 의원은 이어 "저희는 이 상황에서 어떻든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수권능력을 갖춘 새로운 정당, 국민정당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고 신당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천 의원은 이날 창당추진위의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시장을 찾은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하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며 “국민정당은 이렇게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일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정당, 탐욕이 아니라 많은 서민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상생과 협력의 시대를 열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가락동 시장 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현충원과 4·19국립묘지를 잇따라 방문했다.

천 의원은 1954년 전라남도 무안군 암태도에서 2남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조부모 슬하에서 암태초등학교를 다녔다. 이후 목포중학교로 진학하며 가족이 있는 목포로 왔다. 천 의원은 중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재학 중에 전라남도 학술경시대회에서 1등을 하는 등 공부에 소질을 보였다. 중학교 졸업 후 목포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한다.

하지만 천 의원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단 한 번도 학급 반장을 맡아본 적이 없다고 전해진다. 천 의원은 1972년 목포고등학교를 전체수석으로 졸업하고 그해 대학예비고사에서 인문계 전국수석을 차지한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하며 ‘목포 3대 천재’로 불렸다.


호남민심 놓고 
박터지는 격돌

그는 서울대 법과대학 1학년 재학 중에 사법시험 1차 시험에 합격한다. 그러나 2차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다시 3학년 때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1976년 졸업과 동시에 제1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78년 사법연수원을 3등으로 수료한다. 주변에서는 우수한 그가 판사나 검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수원에 있는 전투비행단에서 공군 법무관으로 복무한다. 그러던 중 1980년 전두환정권에서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다. 그는 당시 정권에서 법관 임용을 거부하고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다.

이후 1981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했다. 4년간 외환무역 조세관련 국제변호사로 활동한다. 1985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나와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남대문합동볍률사무소를 열며 인권변호사의 길을 자처했다. 이후 198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창립을 주도했으며 국제인권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당시 그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맡았던 주요 사건은 ‘구로구청 부정 투표함 사건’ ‘임수경·문익환·리영희 방북사건’ ‘정태춘 음반 사전검열 사건’ 등을 맡았다. 특히 가수 정태춘 사건에서 천 의원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음반 사전심의제’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다. 1994년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으로 유명한 경상대학교 교양교재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변론을 맡아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1993년 그는 인권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법무법인 해마루를 창립한다. 1995년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내년 4월 총선서 새정치와 경쟁
결과 따라 야권재편 주도할 수도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제15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경기 안산을(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는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다시 안산을에 출마해 재선됐다. 그해 민주당 수석원내부총무를 지냈다. 그는 자유민주연합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2002년 천 의원은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현역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었다.

그리고 2003년 그는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했다. 소위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이라 불리는 당내 강경세력으로 지칭됐다. 민주당의 분당과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주도한 장본인이 천 의원이다. 이듬해 2004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냈지만 그해 말 4대 쟁점법안 처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 사퇴했다.

2005년 6월 천 의원은 법무부장관에 임명된다. 10월에는 강정구 동국대학교 교수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에 관해 검찰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검찰총장의 사퇴를 불러오게 된다. 하지만 그는 국회의원 시절 법무부장관의 검찰 지휘권을 삭제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제안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소신을 바꿨다는 비판이 있었다.

2012년 천 의원은 민주통합당 간판으로 서울 송파을 선거에 나섰다. 서울 송파을은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그는 46%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석패했다. 이후 천 의원은 호남에서 재기를 노렸다. 2013년 광주에 법무법인 해마루를 열었다. 그는 호남 곳곳을 누비며 호남정치 부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해 7·30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 때 출사표를 내면서 “경선까지 불사하겠다”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권은희 의원을 전략공천해 출마를 접어야 했던 아픔을 겪기도 했다.

DJ와 목포 천재 
인권변호사 활동

지난 3월16일 천 의원은 4·29재보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했다. 당시 야권에서는 “탈당에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의원은 천 의원에게 함께하자며 여러 차례 제안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호남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모임 합류 대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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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