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전설의 주당들

정치인에겐 술 잘 마시는 것도 정치력?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최문순 강원지사의 음주실신 사건을 계기로 술에 얽힌 정치인들의 에피소드가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인은 직업 특성상 누구보다 술자리가 잦고 불가피하게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도 많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과거 “정치하면서 가장 서러운 순간이 억지로 술을 마셔야 할 때”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정치권 최고의 주당은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전설의 주당들을 살펴봤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지난 14일, 강원도의회 도정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날 최 지사는 보좌진의 부축을 받고 회의장을 빠져나가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 원인은 강원도의회가 초청한 중국 안후이성 대표단과의 공식 오찬에서 마신 술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 지사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여전히 강력하게 반발하며 최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상상초월
엄청난 주량

최문순 강원지사의 음주실신 사건을 계기로 술에 얽힌 정치인들의 에피소드가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인은 직업 특성상 누구보다 술자리가 잦고 불가피하게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정치인에겐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중요한 정치적 능력이다. 그렇다면 정치권 최고의 주당은 누구일까?

정주영 회장도 술로 이긴 이명박
국내 최초 폭탄주 창시자 박희태?

정치인과 술에 얽힌 에피소드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는 주위 목격담이 전설처럼 회자된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 전 대통령은 현대에 처음 입사했을 때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고 정주영 회장과 모든 신입사원들이 취해 쓰러졌을 때도 혼자만 멀쩡했다고 전해진다. 평소 술이 세기로 유명한 정주영 회장마저 이 전 대통령에게는 당해내지 못하고 먼저 술자리를 끝내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주량은 약 폭탄주 30여 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야당 인사들이 해당 에피소드를 병역비리 의혹의 정황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63년 폐질환으로 군 면제까지 받았는데 건강이 좋지 않았던 사람이 불과 2년 뒤 1965년에 있었던 현대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술도 능력?
애주가 정치인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술을 한 잔도 마시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누리당 대표 시절에는 회식자리가 생기면 친박계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흑기사(술을 대신 마셔주는 사람)’를 자처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과거 “폭탄주를 억지로 한 잔 마셔봤는데 힘들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최근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으로 화제가 됐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유명한 애주가다. 박 전 의장은 현역의원 시절 “술 없이 무슨 재미로 사느냐”며 당내 금주클럽 가입을 거부하기도 했다.

박 전 의장은 국내에 폭탄주를 처음으로 도입시킨 장본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폭탄주는 원래 미국에서 노동자들이 마시기 시작한 술이라고 추측된다. 술을 마음껏 마시고 싶어도 돈이 없어 위스키를 잔술로 산 후 싼 맥주에다 타서 마신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우리가 요즘 마시는 폭탄주가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1983년 당시 춘천지검장이었던 박 전 의장이 춘천지역의 검찰과 경찰, 언론사 관계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선보였을 때라는 것이 거의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이후 검찰 내에서 폭탄주가 크게 유행했다는 후문이다. 박 전 의장은 맥주잔을 가득 채운 폭탄주를 연거푸 20잔 이상 마셔도 끄덕없을 정도로 술이 센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건 전 총리 역시 유명한 애주가다. 아버지인 고(故) 고형곤 박사가 평소 고 전 총리에게 ‘여자’ ‘돈’ ‘술’ 세 가지를 조심하라고 당부했지만 끝내 술 약속만은 지키지 못했다고 한탄한 고 전 총리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고 전 총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술자리를 가지면서 남들보다 먼저 취하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현역정치인 중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가장 대표적인 주당으로 손꼽힌다. 지난 2000년 한국담배소비자연맹이 16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서 김 대표는 한 번에 소주 3병 이상을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피습을 당해 입원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문안한 자리에서도 김 대표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완쾌되면 소주 한 잔 하자”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술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강원도에서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 이후 뒤풀이 자리에서 한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만취한 김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옆자리에 있던 여기자의 허벅지를 짚고 일어났다는 것. 김 대표 측은 너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사과를 거부하다가 뒤늦게 해당 기자에게 사과했다. 김 대표는 “다른 의도가 있었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달라진 음주문화
금주가 대세

이 일 때문일까? 애주가였던 김 대표는 달라졌다. 김 대표는 당 혁신 실천방안 중 하나로 금주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우리 정치권이 과도한 음주문화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야기해 왔다”면서 “과도한 음주문화는 수준 높은 토론문화를 없애고, 공부할 시간을 없애고, 체력을 약하게 해 정신을 흐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바로 제가 술을 제일 많이 먹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저는 절주를 한 후 체중이 6kg이 빠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 정치인 중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과 이상민 의원이 남다른 애주가로 알려져 있다.

유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지난 2004년 한 언론사 기자와 폭탄주 30잔 이상을 밤새 마시고도 멀쩡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상민 의원도 과거 젊은 기자 4~5명과 술을 마셨는데 그들이 주는 폭탄주를 연거푸 받아 마시고도 술자리에서 혼자 멀쩡했다는 일화가 남아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도 정치권에선 알아주는 주당들이다.

애주가들의 변신, 대세는 금주?
100대1 대작하고도 멀쩡한 주당들

현역 광역단체장들 중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주당으로 유명하다. 원 지사의 서울대 법학과 후배인 강용석 전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원 지사를 최고의 주당 정치인으로 뽑았다. 원 지사는 과거 한번 술을 마시면 소주 2병에 폭탄주 20잔을 마실 정도로 과음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지사에 취임한 이후에는 완벽하게 술을 끊었다. 원 지사는 이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과거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술 마실 기회가 많았는데 2년 전부터 술이 한 방울도 안 들어간다”며 “그래서 농담으로 평생 마실 술을 미리 다 마셔서 총량제에 걸렸나 보다 이러고 있다. 특히 도지사로 업무를 하면서부터는 전혀 안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도민들이 이해만 해주신다면 술 안마시고 맑은 정신으로 도지사 업무에만 집중하겠다”면서 “임기동안 술을 한 방울도 안 마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음주 비결은?
정신력?

광역단체장들 중에서는 전현직 대전광역시장들도 모두 유명한 애주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야인으로 돌아간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술과 관련한 수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염 전 시장은 지난 1994년 정부3청사 기공식을 끝내고 시민 100명을 초청한 자리에 일대일로 소주 100잔을 마시고도 멀쩡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1995년 동장 85명과 저녁식사자리에서 150여 잔을 먹었던 일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권선택 현 대전시장 역시 술에 관해서는 지지 않는다. 대전시 부시장 재직시절 대전시축구동호회 선수, 임원 60명과 일대일로 60잔을 먹고, 트로피에다 시민화합주(소주+맥주)를 또 다시 만들어 한잔씩 했던 일이 아직도 회자 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인 술자리 추태 천태만상
"차라리 술 못하는 정치인이 낫다"

새누리당 최연희 전 의원은 술자리 추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최 전 의원은 지난 2006년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을 당시 술자리에서 옆에 있던 언론사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는 성추행을 했다. 최 전 의원은 이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고 말해 더욱 논란이 됐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술자리 추태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미에 동행한 윤 전 대변인은 현지 술자리에서 여대생을 성추행했다. 이 사건은 해외 언론에 ‘세계 8대 굴욕사건’으로 뽑혔다.

대표적 친박인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도 과거 술자리 발언으로 인해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지난 2012년 당 대변인으로 내정됐을 당시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너희들 정보보고를 내가 다 알고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보고하지 말라. 우리한테 다 들어온다. 이런 식으로 기자질 하지 마”라고 말해 결국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도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9월 김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와 행인을 폭행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도 국회의원 시절 심각한 술자리 추태 사건에 휘말렸었다. 곽 사장은 의원시절 지역구 상공인들과의 술자리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야당이지만 대구지역 국회의원 의석 12석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대구 상공인들이 열린우리당(현 새정치연합)에는 후원금을 내면서 한나라당에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제인들은 “40여 년 동안 한나라당을 도와줬지만 한나라당이 대구를 위해 뭘 했느냐?”며 반발했다. 그러자 곽 사장이 갑자기 맥주병을 벽에 던졌다는 것이다. 결국 당시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곽 사장과 멱살잡이까지 하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새누리당 심학봉 전 의원은 술에 취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현역 의원이 성폭행 혐의에 휘말리기는 심 전 의원이 처음이었다. 검찰은 심 전 의원 측이 피해여성에게 성관계 이후 2000만원을 전달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는 다소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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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