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3사 신화’ 이순진 신임 합참의장

“대한민국 군인들이여 고개를 들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임 합참의장으로 이순진 대장이 취임했다. 이 대장은 육군 3사관학교 출신 최초로 합참의장이 됐다. 그동안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의 전유물로만 여기던 군령권을 3사관 출신도 거머쥘 수 있게 됐다. 3사 출신이란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군 이후 첫 3사 출신 합참의장에 오른 이순진(61) 합참의장은 군내 대표적인 강골 인사로 뚝심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162cm의 작은 키지만 다부진 체구와 강한 체력의 소유자로 ‘작은 거인’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현역 군인 중 서열 1위인 합참의장직은 그동안 4년제 육사 출신 대장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해군 출신 최윤희 전 의장에 이어 3사 출신인 이 의장이 임명된 것은 안팎의 눈총을 불식시키고 군내 다양한 인재풀을 강조한 조치로 풀이된다.
 
육사 제친
작은 거인
 
이 의장은 고교를 졸업한 뒤 당시 고졸자 입학도 허용하던(현재는 전문대 이상 학력) 3사에 입학해 1977년 소위로 임관했다. 같은 해 임관한 육사 기수가 33기라는 점에서 현 육군참모총장 김요한(육군34기) 대장보다 먼저 임관한 셈이다. 3사는 2년제라는 점을 감안해 3사 출신들은 4년제 육사 출신들보다 진급이 2년 이상 늦는 등 불이익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 의장은 생도 시절 명예위원장 생도를 맡을 만큼 동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다. 또 엄청난 독서로 ‘공부하는 지휘관’으로 불렸으며, 군 안팎에서 이 의장은 강인한 의지로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관 후 위탁교육을 통해 경북대 교육학과를 졸업할 정도로 학구열이 뛰어났다. 그는 육군대학에서 전술학 교관을 맡는 등 통합 전투력 운영과 지상작전에 대한 식견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나 있다.
 
2작전사령관으로 재임하면서 전·평시 후방지역 작전수행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한·미연합 전술토의를 수차례 개최하고, 주한미군사령부와의 연합 훈련을 통해 한·미 연합작전 발전에 공을 세웠다. 육군 제2사단장·수도군당장 등을 역임할 때는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민·관·군 통합방위태세 확립에 기여했다. 
 
육군 3사관학교 출신 최초로 임명
파격적 인사…부하들 신망 두터워
 
지휘관으로선 온화한 리더십으로 덕장으로 알려졌다. 육군 2사단장으로 복무하던 시절 제설작업에 투입된 병사들에게 따뜻한 차를 직접 타 운동복 차림으로 격려하고 다녀 병사들이 사단장인지 알아보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
 
부하 장병 생일에는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보냈고, 지난해 8월 제2작전사령관 취임 후에는 공관에서도 공관병에게는 전화 등 잡무만 맡기고 아내가 직접 식사를 챙기도록 했다. 또 수도군단장 재직 시절에는 신병휴가를 떠나는 이등병의 짐을 관용차에 직접 실어 부대 근처 역까지 데려다준 일화도 있다. 
 
 
소장 시절 3사 출신 동기생이 먼저 중장으로 진급했을 때에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소임을 다했을 정도로 자기 절제력이 뛰어나다는 전언이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주류인 육군 내에서 3사 출신임에도 이 의장은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사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이 의장의 취임에 일가에서는 “이번 인사가 또 대구고와 TK(대구·경북) 파워가 작용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경환 1년 선배
윗선 입김 작용?
 
이 의장은 대구고 14회로 최경환 경제부총리(15회 졸업)의 1년 선배다. 이런 탓에 야당은 ’대구고 공화국‘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5일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 부총리의 모교인 대구고 인맥이 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며 비판했고,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대구고 공화국‘도 아니고, 특정 고교 출신들이 권력과 모든 것을 장악해서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현재 대구고 출신으로 요직에 있는 인사는 임환수 국세청장, 임경구 서울국세청 조사 4국장,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연말에 물러나는 현 검찰총장 후임에 역시 대구고를 졸업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의장은 TK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100일과 비교했을 때 집권 후반기가 막 시작된 지금을 비교하면 TK 출신 파워 엘리트수가 급증했다. 고위 공직자 218명 중 22.5%가 TK출신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이 의장은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청문회 당시 집중포화를 맡았다. 이 의장은 자신의 석사논문에서 ‘5·16군사 쿠데타’를 ‘군사혁명’이라고 지칭하고 ‘군사독재 기간을 미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일 이 의장에게서 제출받은 석사 논문 ‘21세기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한국의 민군관계 발전방향’을 확인한 결과 이같이 표현돼 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2001년 충남대 행정대학원에서 이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의장은 논문에서 5·16 쿠데타를 군사혁명이라고 여러 차례 표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기 기간에 대해선 “5·16 군사 혁명 세력에 의해 국가 발전이라는 국가 목표를 수행한 시기”라고 평가하고 “군의 강력한 권위주의가 산업화의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를 “박정희 군사독재 기간을 미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의장은 5·16쿠데타 원인이 “기회주의적 처신에 익숙한 민간정치인들의 능력 제한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이어 “군부가 자연스레 정치개입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이후 현재까지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역사 교과서들은 ‘5·16군사정변’으로 명시하고 있다. 김 의원은 “5·16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군사독재를 미화한 분이 합참의장에 임명되는 것이 바람직한지 스스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의장은 ‘5·16쿠데타’에 대한 답변 회피 등으로 여·야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이 의장의 이런 태도 때문에 청문회가 파행을 겪기도 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의장의 석사 논문에서 적시한 ‘5·16혁명’을 거론하며 현재 의견을 물었다.
 
 
이 의장은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논문을 작성했다”며 답을 피했다. 문 의원이 “지금의 역사적 판단이 무엇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이 의장은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긴 힘들다”며 답을 꺼렸다. 비슷한 대화가 수차례 오가자 문 의원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정말 실망스럽다. 무슨 눈치를 보느냐”며 질타했다. 


“5·16은 혁명”
여야 모두 질타
 
뒤이어 유승민·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이 같은 질의를 했지만, 이 의장은 “군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하다”며 빗나간 답만 반복했다. 유 의원은 “주요 직위장병들은 대한민국 정부 공식 입장을 따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어도 이 의장은 입을 다물었다.
 
이어 주 의원은 “공인이 되면 공식적인 국가의 견해를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질문에 침묵을 지키던 이 의장은 “유념하겠다”고 답해, 순간 의원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보다 못한 정두언 국방위원장이 직권으로 정회를 선언하고 회의를 중단할 정도였다.  
 
이 의장은 지난 8월4일 일어난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8월9일 제2작전사령관으로 재임하면서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이 의장은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발언해 도마에 올랐다. 
 
김 의원은 “그 시간에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비롯해 저도 전날쯤에 확인했는데 사령관 정도 수준의 계급 직책에서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묻자, 이 의장은 “제가 골프하는 시간에는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인지 시점에 대한 여러 의원들 질문에 같은 답변만 되풀이하던 이 의장은 결국 “상황 전파는 없었다 하더라도 지휘관이 골프를 친 것은 사려깊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구고 나온 TK출신
부적절한 처신 도마
 
이 의장은 자신 소유 주택의 전세 계약 과정에서 임대차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의장이 소유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 모 아파트의 임대인으로서 기존 계약이 연장된 상황에서 세입자에게 전세를 반전세로 하자고 ‘갑질’을 한 일을 추궁했다. 
 
이 의장은 “재계약 시점에 군 생활을 마칠 시기를 예측했을 때 2년 이내 해당 아파트에 입주를 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전세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임대인(이 의장)이 원하는 시기에 계약을 해지하는 조건으로 합의한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이는 임대차보호법에 어긋난 합의사항이다. 
 
임대차보호법은 주거용 건물의 임대차에 관해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주거생활 안정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해 계약서를 통해 거주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임대인, 즉 이 의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은 세입자에 대한 갑질이라는 것이다.
 
권 의원은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에서 ‘을’인 세입자는 ‘전세금에 월세를 더 내라’는 갑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후보자는 임대인과 합의 하에 재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답했지만 명백하게 임대차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 지적했다. 이 의장은 “(세입자) 배려하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이 의장이 제39대 합참의장에 취입했다.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육·해·공군참모총장, 현역 장성과 주한미군 장성, 역대 합참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취임식이 열렸다.
 
이날 이 신임 의장은 취임사를 통해 “북한은 앞으로 예상하지 못하는 시기와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며 “적이 또다시 우리의 영토와 국민을 위협하는 경우 얻게되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해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갑질·골프 질타
청문회 집중포화
 
이 의장은 “지난 8월 북한은 지뢰 및 포격도발을 자행해 우리 군의 대응태세와 의지를 시험했다”며 “이에 우리군은 단호하게 대응해 적의 의도를 무력화시켰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지난 2년간 우리 군을 이끌어온 최윤희 전 의장에 이어 합참의장직을 시작했다.
 
이 의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군은 존재 의미가 없다. 또한 고개 숙인 군대는 적과 싸워 이길 수 없다”며 “싸우면 이길 수 있는 자신감과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함께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min1330@ilyosisa.co.kr>
 
 
[이순진은?]
 
▲수도기계화사단 소대장 ▲15사단 38연대 중대장, 50사단 부대훈련장교 및 작전장교 ▲25사단 70연대 대대장 ▲66사단 작전참모 ▲육군대학 전술학처 지상작전·방어 교관 ▲71사단 163연대장 ▲합참 남북군사협력담당관 ▲합참 연습과장 ▲2작전사 교육훈련과장 ▲2군단 참모장 ▲부사관학교장 ▲제2보병사단장 ▲합참 민군심리전부장 ▲수도군단장 ▲항공작전사령관 ▲제2작전사령관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